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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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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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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글자수 :
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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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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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82. 왕의 기억(3)

DUMMY

로테의 가라앉은 말투에 베르테르의 가슴도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제가 실례한 것 같군요. 그럼 이만.”


베르테르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친구에게 너무 냉정한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에요.”


로테는 알고 있었다.


베르테르와 자기 사이에 흐르던 감정은 단순한 우정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가까운, 그리고 정신적인 유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베르테르를 의지하지 않고 각성계로 떠났다.


그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가끔씩 그의 격앙된 말투와 냉정한 행동들은 낯설었고, 폭발하는 감정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자신이 혼자이던 시절에는 그것도 매력처럼 느껴졌고 같이 어울릴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8명의 동생들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렇게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동생들과 함께 의탁하는 것은 무리였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 아니 일방적으로 로테는 베르테르에게서 멀어졌다.


“결혼한 여자가 당연히 해야 할 것일 뿐이죠.”


“나는 현실계의 관습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알베르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각성계의 지위라도 잃은 것이 영향을 준 것처럼 각성계를 벗어난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 아마도 신의 의지의 영향이겠지.”


자신들의 반항은 그렇게 신에게 닿지 못하고 끝난 것 같았다.


“신의 의지에 빈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적어도 신의 의지와 조금이라도 다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죠.”


신의 의지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운명을 이야기해야 하다니.


알베르트는 자신들이 무력하게 가라앉고 있다고 느꼈다.


-----------------------------------


알베르트는 베르테르를 그 후에도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다.


알베르트는 그에게 정이 갔다.


로테를 좋아한다는 것도 공통점이었고, 그는 현실계의 인간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다양한 감정 변화를 가진 인간이었다.


사실 각성계에서 지내면서 알베르트는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을 본 기억이 없었다.


각성계의 그들은 어느새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도, 그들이 어디서 누구에게서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신은 대체 왜 그런 세계를 만든 것일까?


“... 신이 만들지는 않았던 것이 아닐까.”


오래된 질문이었다.


신은 왜 현실계를 만들었을까?


완전한 세계를 바라는 존재가 만든 불완전한 존재는 무슨 의미란 말인가?


신의 의지는 모든 것이 통하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즉 아무것도 변화할 수 없는 ‘끝난 세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 시작은 대체 누가 한 거지?


현실계도 각성계도 신의 의지에 따라 발버둥 치다가 그대로 정적을 향해 휩쓸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한 귀결은 자신의 죽음을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르테르는 모두가 죽음을 피해 도망치고 있던 세계에서 스스로 죽음을 찾아갔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고?”


그의 행동은 신이 정한 죽음의 패턴을 흔들었다.


물론 평생을 자신과 동생들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오던 로테는 그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살아남는 것이 신의 의지에 대해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베르테르는 정 반대의 길을 갔다.


아니 그걸 떠나서 그의 죽음이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어이없는 말이지만, 지금이 기회군.”


신의 의지에 따른 죽음이 아니라 자아와 의지에 따른 죽음이 열리면서 현실계에 틈이 발생했다.


그 틈을 타서 알베르트와 로테는 자신들의 힘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실패하겠지.”


로테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힘을 찾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이미 한번 신의 의지에 꺾였던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밖에 없어.”


베르테르의 죽음은 단순히 하나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은 알베르트나 로테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공감하며 상황에 발버둥 치다 죽기보다 자기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기 시작했다.


로테는 그 모든 죽음마저 다 자신에게서 연결되었다는 생각에 충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알베르트는 느끼고 있었다.


그 이상으로 동요하고 있는 것이 ‘신의 의지’라는 것을.


“인간이 이 정도까지 자신들의 자아를 끌어올릴 줄은 몰랐겠지?”


알베르트는 가늠해 보았다.


의외성이 발생하면서 변화의 폭이 커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의 계획이 어긋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마지막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나는 각성계의 왕으로 돌아갈 거야.”


그는 로테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대는 여기 남아줘.”


로테는 깜짝 놀랐다.


“어째서요? 우리는 같이 있어야 해요!”


알베르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각성계의 왕으로... 그리고 그대가 현실계의 왕이 되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같이 뒤집지 않는다면 신의 의지는 뒤집을 수 없어.”


로테는 어렴풋하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녀 역시 알베르트와 오래 지내면서 통찰력과 지혜가 생긴 상태였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신의 의지에 대항할 때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신의 의지가 없어지면 우리는 그때 함께 할 수 있겠지.”


그게 불안정한 약속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약속할게. 베르테르가 틈을 만든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야.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가 돌아온 거지.”


베르테르의 이야기에 로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죽어서 각성계에 간 것이라면 내가 꼭 그를 챙기도록 할 테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 그럼 부탁할게요.”


그렇게 갈라진 두 명은 각각의 영역을 손에 넣었다.


로테는 동생들이 위험에 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각성계로 돌아간 알베르트가 구해서 돌려보낸 티그가 오고 나서는 그게 더 심해졌다.


그래서 그녀는 나름 가신들을 모았다.


피닉스, 클라우드, 쇼트, 그리고 바넘.


가장 가까이서 모든 것을 바쳐 그녀를 도운 이들 덕분에 그녀는 기어코 현실계의 왕이 되었다.


그렇게 각성계의 왕인 알베르트와 현실계의 왕인 로테가 다시 모이게 되었다.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것도 잠시, 알베르트는 깨달았다.


모자라다.


이렇게 모였는데도 간섭력은 신의 의지를 뒤집을 수 없었다.


알베르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간섭력으로... 신을 불러낼 수는 있겠지만 의지를 뒤집을 수는 없겠군.”


“... 우리는 실패한 건가요?”


“우리는 그렇지.”


로테는 그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가능성은 있다.”


“어떤...?”


“신과 거래를 하겠어.”


“거래라고요?”


“그래. 조건을 걸어서 기회를 다시 얻는 거지.”


“... 신이 들어줄까요?”


“들어줄만한 조건을 걸어야지.”


로테는 알베르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다행히도... 열쇠는 발견했으니까.”


알베르트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


“...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군.”


알베르트는 신의 의지와 마주했다.


그것은 주와는 달랐다. 형체로 규정지을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그래. 맞아. 너의 생각대로 너와 나는 이미 꼬여서 결론을 지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무엇’은 말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뭔가 분노하고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다. 우리는 다시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번엔 룰을 조금 바꿔서 말이지.”


그 뒤에 알베르트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나의 조건은 ‘완벽의 조각’을 내놓는 것이다.”


[너 자신을 내놓는다고?]


페이가 화들짝 놀랐다.


페이는 알베르트와 신의 의지의 대화를 전부 들을 수 없었다. 오로지 들리는 것은 알베르트의 말 뿐이었다.


“그래. 나 자신을 이르는 것이다. 내가 가장 ‘완벽에 가까운 조각’이니까.”


잠시의 침묵 후에 알베르트가 말했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알베르트는 거래를 했다.


시간을 건드려서 다시 기회의 시간을 돌릴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실계에서 특정 조건을 채우면 ‘각성자’가 되도록 할 것.


그리고...


“‘왕의 맹약’을 통해서 9명에게 맹약을 걸어서 로테가 동생들을 찾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신이 뭔가 다른 조건을 건 것 같았다.


“좋다. 하지만 내가 없으면 각성계의 왕의 유산은 누군가에게 넘어갈 것이다. 왕의 자격을 갖고 있는 이에게.”


[유산이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페이는 답답했다.


페이가 들을 수 있는 알베르트의 이야기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지금 시간을 돌려서 다시 싸워보자는 거지? 대신에 변수를 좀 주고?]


페이의 말에 알베르트가 왼팔을 보며 슬쩍 웃었다.


“왕이 누가 될지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 게 될 것이다. 신이라는 자가 그 정도를 알아내는 것도, 찾아낼 자신도 없다고?”


알베르트가 혀를 찼다.


“아깝꾼. 우리가 간섭력이 좀 더 있었다면 그냥 우리의 힘으로도 끝냈을지 모르는데.”


페이는 그게 허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알베르트뿐 아니라 로테의 간섭력까지 죄다 뽑아서 신의 의지를 끌어낸 것이었으니까.


“걱정 마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맞다. ‘완벽의 조각’을 가져가면 나는 소멸하겠지. 그래서 다음 ‘왕’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페이는 알베르트의 말에서 뭔가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페이가 오랜 기간 알베르트와 같이 다니면서 알게 된 알베르트의 습관과도 같은 거였다.


페이의 머릿속에 각성계를 떠나 로테를 다시 만나기 전에 누군가를 만났던 것이 떠올랐다.


[너... 설마?]


알베르트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건 도박이었다. 경우의 수는 많았다. 하지만 생각한 대로 된다면... 우리는 신의 의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좋다. 거래는 그렇게 성립하는 것으로 하지.”


알베르트의 마지막말과 함께 알베르트가 빛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


로테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알베르트!”


빛으로 휩싸인 알베르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알베르트는 조용히 로테에게 자신과 신의 거래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게 무슨!...”


“기회는 그것뿐이야.”


로테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로테도 알고 있었다. 이게 알베르트와 자신이 만들어 낸 마지막 기회라는 걸.


“... 고마워.”


“뭘?”


“마지막까지 나와 내 동생들을 챙겨줘서...”


“뭘 그 정도로... 그리고 ‘왕’을 잘 부탁해.”


솔직히 로테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탁이었다.


“변수는 그가 갖고 있는 거야.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자아를 갖고 있는 그만이 자아를 갖고 왕이 되어 신의 의지를 누를 수 있을 거야.”


“... 하지만 그는...”


“뭐 일단 나는 죽는 거니까. 사별 후에도 부인을 묶어두는 나쁜 남편이 되지는 않겠어. 현실계의 왕이 그런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알베르트는 로테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없어지면 ‘왕의 맹약’은 그가 갖게 될 거야. 물론 그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겠지. 그리고 신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뭔가 함정이 있겠지.”


“알베르트...”


“나도 베르... 그리고 베르트르도 베르... 애초에 이럴 운명이었을지도 몰라.”


로테는 그저 억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른 건 모르지만... 베르에게 약점이 되는 관계가 있다면 그게 열쇠일 거야. 내가 신의 의지라도 ‘왕’이 자신을 깨닫는 것이 위험하다면 그렇게 안주하며 타인의 의지에 의해 살아가도록 만들 테니까.”


알베르트가 희미해졌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걸 풀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어쩌면 잔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감당해야 하는 몫이겠지. 최초로 신의 의지를 깨고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하고 감당할 수 있었던 ‘왕’. 베르테르가 말이야...”


밀려들어온 베르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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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88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5 2 14쪽
89 88. 괴리 23.04.30 89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0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99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 82. 왕의 기억(3) 23.04.24 96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8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99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5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99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6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0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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