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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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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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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글자수 :
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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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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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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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4쪽

76. 돌고 돌아 제자리?

DUMMY

“고민하는 게 도움이 될까. 저번에 이야기했던 대로 너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의미가 없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여전히 우리와 방향은 같다.”


“... 그래.”


이춘봉은 로테랑 길게 대화하면 자기만 피곤하다는 걸 깨달았다.


로테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너희들의 의미는 크다. 바넘도 그랬고.”


이춘봉이 어깨를 으쓱했다.


“위로해 주는 것도 할 줄 아는 거였군.”


로테는 뭔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망설였다.


“... 첫 번째 계획이 완전히 실패했을 때 두 번째 기회가 온다면 누구나 처음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할 것이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심지어 우리가 무한한 우주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경우의 수의 한 가지라 할지라도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지.”


“... 만운이. 좀 도와줘.”


평소답지 않게 말없이 듣고 있던 박만운이 입을 떼었다.


“각성계는 이전에도 있었겠지. 그렇지?”


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변한 것은 현실계군.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로테가 말하던 첫 번째 기회와 지금의 현실계가 다르다는 얘기겠지. 다만...”


박만운이 로테를 쳐다봤다.


“등장인물은 거의 그대로라는 것일 테고.”


로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에는 바넘이나 춘봉이나 나도 있긴 했었다는 이야기겠지?”


“...”


“그런데 우리한테는 기억이 돌아오니 뭐니 이런 걸 별로 바라지 않는 걸 보니... 그리 좋았던 기억은 아닌가 보군.”


“...”


“그리고 아마도...”


박만운이 로테의 눈을 응시했다.


“우리가 계약의 대상자가 아닌 이유가 있는 거겠지.”


로테의 눈빛이 흔들렸다.


박만운은 담담하게 물었다.


“하나만 묻지. 원래 우리와 당신은 어떤 관계였지?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것뿐이야.”


“... 친구였다.”


그 말에 박만운은 웃었다.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 따위는 없지만 그건 사실인 것 같군. 아니라면 적어도 그런 힘들어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겠지.”


박만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춘봉아. 적어도 너랑 나는 전생에서도 이러고 지냈을 거 같으니까.”


“... 그런 끔찍한 소리는 안 하면 안 되냐?”


“혹시 아냐? 전생엔 네놈이 여자였을지?”


“... 떨어져라. 미친놈아.”


투닥거리며 사무실을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로테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며 자리를 떴다.


모두가 자리를 뜨고 나니 분위기에 아무 말도 못 꺼내던 설단만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럼 저는...? 지금 나한테 하시는 거 보면 친구는 아닌 것 같은데... 설마 하인 같은 건 아니었겠지?”


-----------------------------------


와~!!


방청객의 함성과 함께 MC가 능숙하게 오프닝을 열었다.


“오늘은 화제의 그룹! 지금 섭외가 가장 어렵다는 그룹! 누군지 아시죠?”


설명만으로도 방청객들이 환호와 함께 들썩거렸다.


“각성자 아이돌이 있는 그룹! 그래비티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와~!!


다시 한번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머쓱하지만 자연스럽게 헤일을 선두로 페스,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베르가 들어왔다. 방청객의 소리가 잦아들고 게스트 석에 착석하고 나니 MC가 물었다.


“일단 근황부터 들어볼게요. 아마 저번 방송 이후로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리더인 헤일이 침착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이후에 거의 숙소에 갇혀있다시피 해서 실감은 잘 안 가는데... 음원이 역주행 한 덕분에 조금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방송 섭외는 정말 엄청나게 들어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그걸 뚫고! 이렇게 모신 거고요.”


“네. 방송 섭외는 정말 많이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은 소속사에 관리해 주시는 여러 팀장님들과 대표님이 힘써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헤일은 편안한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를 받았다.


“물론 ‘각성자 아이돌’ 베르 씨에 대한 부분도 그렇지만... 나머지 멤버들에 대한 관심도 엄청나게 늘었을 텐데요. 혹시 나머지 멤버들은 각성자 검사 같은 걸 해보셨나요?”


“아. 지금 각성자 관리국과 협력해서 검사를 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청석에서 오오~!!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야. 이러다가 진짜로 ‘각성자 아이돌’을 넘어서 ‘각성자 그룹’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럼 이제 화제의 인물과 대화를 좀 나눠볼까 하는데요.”


카메라가 베르를 단독샷으로 잡았다. 베르는 막상 단독샷이 잡히자 엄청나게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야~! 이렇게 단독샷에도 수줍어하는 거 보면 정말 신인그룹이라는 게 너무도 실감이 나지만 화제성으로는 지금 단연 1위입니다. 어떠십니까? 소감 한마디 듣고 싶은데요.”


“어... 좀 더 앨범 활동에서 좋은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으면 좋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다른 내용으로 주목을 받아서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당연하지만 예정된 질문이었고 예정된 답변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실제로 각성자를 보는 게 처음이라서... 어떤가요? 각성자라는 느낌은? 약간 슈퍼파워! 뭐 이런 느낌이 나는 건가요?”


MC의 과장된 몸짓에 방청객에서 웃음이 쏟아졌다.


“이게 일반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평소에는 거의 차이가 없고요. 각성에 관련된 능력이 발현되었을 때만 느낌이 있습니다.”


“그때 방송에서... 전투계, 보조계, 복합계던가요? 분류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전투계 팀이셨는데 실제로도 전투계이신 겁니까?”


“네. 맞습니다.”


방청석에서 다시 오오~~!! 하는 소리가 나왔다.


“전투계라니 진짜 무슨 판타지 소설이라도 보는 느낌인데... 뭐 약간이라도 혹시 보여주실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이것도 다 미리 이야기된 부분이었다. 어라우절에서의 회의 결과 어차피 베르는 노출된 이상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 뭐 대단한 것은 아니라서... 그래도 조금이라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


이번엔 진짜로 방청석이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해외에서도 각성자라고 방송에 나온 적은 꽤 됩니다만 뭔가 눈에 띄는 능력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거든요. 이거 저희 방송 거의 최초 공개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현실계 각성자 중에서 오랜 기간 각성계를 드나들며 능력을 관리했던 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베르는 속으로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당장 전투를 하려고 끌어내는 것은 아니었기에 페이의 모습 정도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서 각성의 주문을 외울 생각은 없었기에 대기실에서 주문을 외우고 페이에게 오오라를 갈무리해주기를 부탁한 상태였다.


페이는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사신인 자신이 그런 재롱이나 떨어야 되냐며 길길이 날뛰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마지못해서 수락했다.


다만 왠지 꽤나 수다를 떨어야 할 페이의 반응이 단답형으로 이어지는 것만이 좀 불안했다.


“야. 괜찮은 거지?”


베르가 작은 목소리로 페이를 확인했다.


[...]


어차피 강제로 왼팔을 전개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살짝만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왠지 자꾸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오오~~!!


방청객들은 동원을 잘 한 건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집중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베르는 천천히 앞에서 왼팔에 힘을 집중했다. 아주 강하지 않게. 천천히.


음?


반응이 없다. 페이 이 녀석 설마 기를 쓰고 안 나오려고 힘을 누르고 있는 거 아니겠지?


카메라가 다 집중하고 있는데 반응이 안 나오니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다들 긴장한 모습으로 땀 흘리는 베르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뭐라고 페이한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카메라가 너무 딱 붙어있었다.


망했네.


제발! 어떻게든! 나와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왼팔을 눈앞에 세우고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때.


왼팔에서 검은색 기운이 피어오르며 왼팔을 타고 아주 뚜렷한 용의 형상으로 팔을 타고 솟아올랐다.


... 뭔데?


이 정도로 세밀한 형상으로 나올 수 있는 거였어?


무슨 애니메이션 변신 씬에서나 나올 것처럼 멋지게 나타났던 흑염룡(?)은 카메라를 향해서 한번 입을 벌리고 위협을 해주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주고 사라졌다.


[너 이제 내일부터 흑염룡임.]


... 음슴체는 어디서 배워왔냐.


-----------------------------------


... 아아... 왜 다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온 느낌인 거지?


베르는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고1 때 왼팔의 붕대를 보고 놀리던 흑염룡은 이제 전 국민이 자신을 부르는 명칭이 되었다.


그래. 이건 꿈일 거야.


깨어라. 얍!


“... 맛이 갔는데? 괜찮은 거야?”


설단이 헤일에게 귓속말을 했다.


“거의 넋이 나가서 뭐라고 위로해도 듣지를 않더라고요.”


“뭐라고 위로했는데?”


“저는 위로 같은 건 잘 못해서 페스가 위로해 줬는데...”


‘페스’라는 단어와 ‘위로’라는 단어가 만났다는 것에서 일단 위화감이 조성됐다.


“그 뒤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돼서...”


“... 됐다. 그럴 수도 있지.”


설단은 혀를 찼다.


“당장 방송 잡아놓은 게 몇 개인데... 어후. 방법이 없을까?”


페스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없는 건 아니죠.”


“어? 있어?”


설단의 반응에 페스가 오히려 왜 모르냐는 듯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죠.”


“뭔데?”


“애초에 저 녀석 이터니티잖아요?”


“아...”


다행히도 각주와 어느 정도 봉합이 된 상황이라 데스티니는 해외 체류일정을 마치고 국내로 곧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어머니나 여동생을 만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고요.”


“그것도 괜찮군.”


-----------------------------------


베르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고 싶어서 덥석 그 말대로 오긴 왔는데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전화 통화를 안 한 건 아니지만 각성자가 된 이후로 집에 처음으로 들르는 거였다.


“오빠 뭐 해?”


“깜짝이야!”


뒤에서 동생이 나타났다.


“오빠 고생 많았지? 들어가자.”


현아는 그냥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베르는 평범하게 대해주는 동생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며 따라 들어갔다.


“엄마! 오빠 왔어요!”


현우엄마는 반갑게 뛰어나왔다.


“왔어? 밥은 잘 먹고 다녔고?”


“... 네.”


현우는 어머니를 보자 괜히 가슴이 메어오는 것 같았다.


“배고프지? 엄마가 금방 저녁 차려줄게.”


“... 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자신에게도 변하지 않은 것이 남아있었다.


식탁을 채운 찌개와 반찬들.


따뜻한 밥과 둘러앉은 가족들.


변하지 않은 엄마의 음식 솜씨와 맛.


베르는 오랜만에 진현우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왜? 맛이 이상해?”


먹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멈칫하고 있는 베르를 보고 현우엄마가 물었다.


“아니에요. 집밥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현우엄마가 베르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요새 방송도 엄청 바쁘던데 밥은 잘 챙겨 먹어야지. 안 그래도 엄마가 많이 걱정했어.”


“그래. 오빠. 엄마가 오빠 바쁠까 봐 연락은 못하고 나한테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


베르는 웃었다.


“현아 너는 학교 생활에 힘든 건 없고?”


“아니. 어... 있긴 하네. 나 이제 오빠 동생이라서 학교에서 완전 유명인사야.”


“아... 그건 미안하다.”


“왜 미안해? 애들은 오빠가 유명하니까 나도 나중에 연예인 하냐고 물어보던데?”


아. 뭐 연예인 중에는 남매나 자매가 같이 하는 경우도 흔하니까.


“그래서 나는 안 된다고 했지. 그래도 오빠는 정말 다행이야. 그래도 왼팔이라서...”


아.


자신이 왼팔의 흉터로 흑염룡이라는 놀림을 받으며 살 때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던 것이 가족이었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이 부르던 흑염룡과 지금의 흑염룡은 많이 달랐다. 그래서 가족들은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 고마워.”


“그럼 왼팔에 흉터는 거의 사라진 거야?”


“... 많이 지워졌고 문신 같은 걸로 덮은 거지.”


“그 흉터 안 없어진다고 했었는데... 각성하니까 지워진 건가?”


동생의 약간은 슬퍼 보이는 표정을 보고서야 현우는 자신이 뭘 깜빡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때 각주와 만났던 그 흉터를 지울 수 있다던 각성자!


그 사람이면 현아의 등에 남은 교통사고의 흉터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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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 워너비 아이돌 23.05.10 75 2 15쪽
98 97. 완벽의 기준 23.05.09 77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4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7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2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88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5 2 14쪽
89 88. 괴리 23.04.30 89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0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99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6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8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5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0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6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0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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