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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326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4.21 07:50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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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79. 거래의 성립

DUMMY

“오늘 저녁이야. 준비해라.”


“네?”


로테는 뜬금없이 말했다.


“오늘 저녁이라뇨? 설마 ‘주’랑 싸우는 거 이야기는 아니시죠?”


“맞아.”


얼떨떨했다. 몇 시간 남지도 않았는데?


“뭐... 사실 준비할 것도 없다. 이동은 나와 같이 하면 되니까.”


“아... 각성계에서 싸우는 거였죠?”


로테는 말하다 말고 베르를 응시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이 한참을 쳐다보던 로테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오늘이군.”


“네?”


무슨 얘기지?


로테는 베르의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설단의 물음에 스윽 둘러보던 로테의 눈이 이춘봉과 박만운에게서 멎었다.


이번에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이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떼었다.


“여기서 대기해라.”


“... 베르와 단 둘이서 상대하시겠다고요? 주가 혼자 있지는 않을 텐데요.”


“작전의 일종이다.”


대체 무슨 작전이 단 둘이서 적진으로 들어간다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설단은 물러섰다.


“나를 원망하겠지.”


로테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


저녁이 되자 어라우절의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라면 말이 많은 편인 설단이나 머콘 같은 경우도 아무 말이 없었다.


베르는 긴장감으로 손바닥이 축축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베르.”


로테의 말에 베르가 화들짝 놀랐다.


“각성의 주문을 외워라.”


“아... 네.”


긴장한 탓인지 머릿속에서 각성의 주문이 엉키기 시작했다.


“어...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나의...”


“그런 식으로 외우면 끝까지 외워도 답이 없을 거다.”


로테가 베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해봐라.”


후우-


베르는 숨을 내뱉었다.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충성스러운 왼팔을 빌어 어둠의 지식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나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길이며 나의 말이 곧 진언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흑염룡이 너의 등뒤를 쫓는다.”


주문을 마친 베르에게서 페이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잘했다.”


로테는 뭔가를 가늠해 보는 듯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 로테냐?]


“음?”


저번에 각주를 상대할 때 로테를 보지 않았나?


[정말로 로테군.]


... 예전의 로테를 기억하는 건가?


베르가 페이에게 막 뭔가를 물어보려는 찰나에 로테가 베르를 불렀다.


“베르. 지금이다. 가자.”


“네.”


로테의 손짓에 각성의 단차가 생기고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는 로테를 따라서 베르도 단차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울렁거림을 넘어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는 햇살이 비치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에 주는 권태로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도열해 있는 10여 명의 날개 달린 각성자.


그리고 그 뒤에도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목자들이 있었다.


“급했나 보군. 초대장을 보내기도 전인데 말이지.”


주는 평온하게 말했다.


이전과 다른 것은 베르의 눈에도 주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는 거였다. 예전에는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왜지?


“데리고 와라.”


뭘?


천사들의 사이로 익숙한 목자가 누군가를 데리고 나왔다.


“인피...?”


그리고 그가 데리고 나온 사람은.


현우 엄마와 현아였다.


쿵!


베르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무슨...!!”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베르의 팔을 로테가 잡았다.


“기다려라.”


베르는 무시하고 뛰쳐나가려다 멈췄다.


끊임없이 머릿속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내가 지금 겁을 먹어서 뛰쳐나가지 않는 건가?


엄마와 동생이 잡혀있는데 당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러다가 엄마나 동생을 해치면 어떻게 하지?


그런 핑계로 겁나서 못 뛰어드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건 아니고?


“베르!”


정신을 차려보니 로테가 내 앞을 막고 있었다.


“침착해라.”


로테의 말에도 요동치는 심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 너도 기억에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는 로테를 보면서 말했다.


“너는... 로테였지?”


“나를 기억하다니 영광이군.”


“... 이걸 기억이 난다고 해야 할까...”


주는 답지 않게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네가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로테가 잠시 눈을 감았다.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베르는 로테의 어깨너머로 엄마와 동생의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주가 그들을 인질로 잡은 것일까?


설마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엄마와 동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째서?


“현우야. 엄마는...”


현우 엄마가 입을 연 그 순간이었다.


로테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주변의 공간이 바람이 퍼져나가듯이 일그러지며 밀려나갔다.


바로 뒤에 있던 베르도 밀려나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베르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현우 엄마의 얼굴 바로 앞에 다섯 손가락을 쫙 펴고 달려든 로테와 그걸 손날로 막아선 ‘주’의 모습이었다.


“무슨...!!”


심지어 천사들 몇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콰직! 쩌정!


로테와 주 사이에서 공기가 팽창하듯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무슨 짓입니까!”


베르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로테를 막아야 하나?


아니 주는 그리고 그걸 왜 막고 있는 거지?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약속을 지킬 시간이야. 베르.”


로테가 쫙 폈던 손가락을 오므리는 순간 현우 엄마와 현아의 몸이 로테 쪽으로 빨려들 듯이 끌려갔다.


구하려는 거였나?


막으려던 베르가 멈칫했다.


“... 계획이었나.”


주는 분노하듯이 붉게 달아올랐고 그 진동은 사방을 울리는 듯했다.


주의 눈에서 붉은 레이저와도 같은 광선이 로테를 향해 뻗어 나갔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로테는 현우엄마와 현아를 들어서 그 광선을 받아냈다.


“!!!!”


베르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엄마와 동생이 증발하듯이 녹아내렸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의 소리도 심지어는 색깔도 사라진 것 같았다.


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그리고 로테는 왜?


왜?


[... 그런 거군.]


멈춰버린 세상에 페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뭐가 그런 거란 말이지?


[뭐긴 뭐야. 맹약에 대한 제어 코드가 풀린 거지.]


맹약? 제어코드?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지?


아니 대체 무슨 소리지?


[지금 네 상태를 잘 되새겨 봐라. 진짜로 너는 분노하고 있을까?]


닥쳐.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게 가짜라는 걸.]


헛소리하지 마.


[왜 너만이 누군가를 곁에 둘 수 있었을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나는 지금 너와 대화할 수 있을까?]


뭐라고?


그 순간, 세상에 색이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적이 깨졌다.


“... 고생했어. 로테.”


“...”


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베르를 돌아보았다.


“좀 타이밍이 아슬아슬했지?”


“... 약속을 지키긴 했으니까.”


어느새 붉게 달아올랐던 주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 너구나. 각성계의 왕”


주는 로테를 무시하고 베르를 마주 봤다.


“알베르트.”


주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이 거짓된 자야. 소멸의 약속을 어겼단 말이냐?”


알베르트가 말했다.


“어차피 네가 그 거래를 지키지 않을 것 따위는 알고 있었으니까.”


왼팔의 페이가 불타올랐다.


“고작 너의 기억을 봉인한 대가 정도로 나를 완전히 속이고 거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이 반쪽짜리 사기꾼 신아.”


주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거래를 어긴 것이 없다.”


알베르트가 대꾸했다.


“나도 거래를 어긴 것은 없어.”


알베르트는 손가락으로 주를 가리켰다.


“나, 각성계의 왕 알베르트는 이 세계의 신과 세계의 끝을 놓고 거래를 했지. ‘완벽의 조각’인 나를 내어주는 대신 ‘기회’를 주기로.”


지켜보고 있던 ‘진현우’였던 베르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저게 각성계의 왕 베르다.]


그럼 나는? 나는 뭐지?


[너도 각성계의 왕 베르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는 왕위를 양위받았다. 베르에게서.]


내가?


[그래. 너에게 사신인 나를 붙여주면서 왕위를 넘긴 거다.]


대체 저 알베르트와 내가 무슨 관계인데?


“너는 ‘기회’에 장난을 친 것이고, 나는 ‘완벽의 조각’에 장난을 친 것뿐이지.”


“... 왕비가 살아있는 것은 그것 때문인 거냐?”


알베르트가 픽 웃었다.


“그녀와 나의 염원이 일치했던 것이지. 그래. ‘주’. 알고 있나? 나와 그녀의 결혼도 신의설계였다는 것을?”


“...”


“아무것도 모르는 반쪽짜리 신의 파편이로군. 거래는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 뭐라고?”


알베르트의 왼팔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전신을 덮기 시작했다.


“가장 완벽에 가까운 자. 모든 것에 한없이 한계에 다가선 자. 각성계의 왕 알베르트가 이제 나 자신을 바칠 거라는 이야기지.”


전신을 덮었던 검은 불길은 점점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래는 성립되고 기회가 시작되는 거다.”


[알베르트 이 멍청이가...]


의식 속의 베르는 자신의 몸이 하얗게 불타고 있는 이 상황이 비현실적이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다만 알 수 없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기억과 같은 것이 밀려들어왔다.


이거... 스트루프?


“거래는 성립되었다.”


타들어가는 속에서 알베르트는 조용히 읊조렸다.


“다음은 너다. 기회의 왕. 변화의 왕. 그리고...”


알베르트의 내뱉는 마지막 말과 함께 베르의 의식이 밀려들어오는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스스로 죽음을 결정짓는 자들의 왕. 베르테르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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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1. 공과 업 23.05.03 90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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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8. 괴리 23.04.30 90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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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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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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