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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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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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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4,177

작성
23.04.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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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74. 리셋

DUMMY

로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각주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네?”


방금 놔주고 돌아온 거 아니었나?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렸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지.”


그 말에 헤일과 페스가 베르를 돌아보았다.


베르는 당황했다.


“저는 특별히 무슨 일을 당한 것은 아닌데요...”


말하다가 생각해 보니 총질을 당했다는 게 생각이 나서 말끝을 삼켰다.


사실 페이 아니었으면 그냥 죽는 거였구나. 별일 아닌 건 아니네.


로테는 베르를 흘끗 보고는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했다.


“어라우절 내부에서 정보가 샜다.”


“... 스파이인 건가요?”


“그런 셈이지.”


“설마 각성자 중에 한 명인 건... 아니죠?”


페스의 질문에 로테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베르는 사실 어렴풋하게 눈치를 채고 있었다.


“자이...인 거죠?”


로테는 그 말에도 침묵했다.


“자이 형이라고?”


페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거 치고는 자이 형은 어라우절을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솔직히 자이가 아니었으면 어라우절은 아주 일찍 무너져 내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자이는 데스티니의 노래를 듣고 각성해서 들어온 거 아니었나?


“너는 어떻게 안 거지?”


“아주 예전에... 제가 데스티니 백댄서를 하던 시절에 자이 형이 데스티니를 ‘노멀’이라고 불렀던 적이 있거든요.”


로테의 물음에 베르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최근에 각성자 관리국과 몇 번 엮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자이가 완전히 배신했다기보다는... 각주 쪽에서 뭔가 작업을 해놓은 것 같다.”


로테가 싸늘하게 말했다.


“무엇을 해놓았든, 나는 각주에게 그 대가를 물을 것이다.”


그제야 페스는 로테가 말한 ‘건드리면 안 될 것’이 베르가 아니라 자이라는 것을 알았다.


둘이 그렇게 친해 보이지도 않았는데?


“...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이 방송이 나가는 시점은 오늘 저녁이다.”


... 편집팀은 죽으라는 건가.


“방송이 나가고 나면 아마 꽤나 난리가 나겠지. 그리고 베르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도 있을 거고.”


다시 다들 베르를 쳐다봤다.


아니. 내가 결정한 거 아니라고. 로테가 결정했잖아요. 뭔가 방법이 있어서 한 거 아니었나...??


-----------------------------------


예상대로 방송의 반응은 뜨거웠다.


“각성자 관리국이라고?”


사람들은 진짜로 소설에서나 보던 각성자와 게이트가 있는 세계가 도래한 것이라며 떠들어 댔다.


벌써 인터넷에서는 ‘헌터넷’이니 ‘각성자넷’이니 하는 도메인들을 놓고 전쟁이 벌어졌고, 지금은 누군지도 다 모르는 각성자들을 랭킹시스템을 선점하겠다고 날뛰는 사람들로 정신없었다.


그 중심에 어라우절 엔터가 한 축으로 등장했다.


‘각성자 아이돌 베르’


베르의 인기와 안티가 동시에 치솟았다.


하지만 정작 어라우절은 다른 일로 어수선했다.


“어떻게 된 거야? 정말이야?”


자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아... 정말로 각주의 스파이였던 거야?”


설단은 답답한 표정이었다.


설단도 나름대로 각성자들과 구르면서 잔뼈가 굵었고, 나이가 있다 보니 세상의 더러운 꼴을 보면서 살았다지만 지금의 어라우절은 좀 의미가 달랐다.


특히 자이나 베르 같은 경우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바넘과 자신이 만든 시스템의 ‘증명’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심지어 자이는 그 이후의 모든 어라우절의 작곡에 관여하고, 그 노래들로 나머지 어라우절의 멤버들이 모이기도 했다.


“아~. 그래서 처음에 서큐버스가 안 먹혔던 거구나.”


머콘은 깨달았다는 듯이 옆에서 태연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정신 제약이 두 개가 겹쳐서 안 먹힌 거구나?”


옆에서 이리저리 말을 걸었지만 자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저 제약을 풀 방법은 없는 건가요?”


“없는 건 아니지.”


로테가 담담하게 말했다.


“어? 그럼 그냥 제약을 푸는 게...”


로테가 베르를 쳐다봤다.


“자이가 CIA에 갔다 왔을 때 했던 리셋스위치 이야기를 잊어버렸나 보군.”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왜 자이의 머릿속에 리셋스위치가 있냐고 했었지.


“그 제약을 풀면 그럼...”


“리셋된다.”


“... 기억을 잃는다는 건가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그런데 얼마나 완벽하게 했느냐에 따라서 다르지. 망가져버릴 수도 있고.”


베르는 자이의 굳게 다문 입과 창백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 대체 언제 접근한 거죠?”


“아마도 처음 어라우절을 방문했거나 그 직전이겠지.”


“... 어떻게 각성자가 있을 걸 알고요?”


“어라우절을 꽤나 오래 주목했을 테니까.”


그 말에 베르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사실 각성자로 처음으로 어라우절을 방문한 것은 자이가 아니라 자신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저에게는 접근하지 않은 거죠?”


“접근 방식은 다 달랐을지도 모르지. 특히 베르는 가족과 같이 살고 있었으니까.”


가족이 있다고 뭐가 다른가?


“베르 너는 릴리 파에도 꽤나 오래 마킹되어 있었으니까 서로 겹쳤을 수도 있고.”


“릴리 파요?”


“어머니가 다니신다던 교회 말이야.”


“아...”


그 돌아가신 목사님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거기 있던 ‘인피’라는 분도 어라우절, 아니 바넘과 설단과 같이 일했던 사람이었는데.


“어설프게 접근했으면 만운이가 알았겠지. 자이의 경우는 그래서 오히려 각성계도 잘 안 들어가고 만운이나 춘봉이와 같이 안 다녔나 보네. 거기다 알리바이도 충분했고.”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한 로테가 만운이니 춘봉이니 하니까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마도 스파이로 심어놓았지만 본인이 자각하고 있는 스파이로 심은 것은 아닌 것 같아. 정확히 말하자면 도청장치 같은 거랄까.”


“그럼 자이 형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난 자이가 잘못했다고 한 적이 없는데? 각주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을 뿐이지.”


그럼 자이 형은 왜 의자에다가 묶어놓은 건데요?


“아무래도 저 ‘리셋스위치’라는 것을 제거하려면... 강제로 스트루프를 해야 할 것 같거든.”


스트루프?


“아니 스트루프는 없어진 거 아니었어요?”


“없어졌지.”


로테가 말했다.


“보통의 각성자들 한테는.”


“???”


“하지만 우리는 가능해. 왕의 부름을 받은 각성자들이니까.”


... 일단 그 불렀다는 왕이 나는 맞긴 맞는 건가?


“스트루프를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좋을 수도 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어머. 난 후회한 적 없는데?”


머콘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로테가 눈을 찌푸렸다.



“너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티그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머콘과 같이 있다던 티그의 모습은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티그의 현실계 부모가 나오도록 손 쓴 것도 각주였던 거 같은데...”


“... 2개째 적립이군.”


로테는 위트 있게 말한다고 쿠폰처럼 이야기했지만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뭔가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일단 자이의 리셋 스위치를 해결하고 나서 천천히 계산해 주는 수밖에.”


-----------------------------------


자이는 스트루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어라우절에 오게 된 그날 이미 단추는 어긋나 있었다. 각성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뭐가 뭔지 정리가 안 되던 그 시점에 각주가 찾아왔다.


“신성재 씨죠?”


“... 누구시죠?”


그리고 그날 자이의 운명은 많은 게 바뀌었다. 고시원에 처박혀 취미로 영상이나 음악편집 작업을 하던 그의 평범하던 일상은 그날로 끝났다.


그는 ‘자이’라는 각성명을 가진 각성자가 되었고, 그와 동시에 ‘각성자 관리국’의 요원이 되었다.


첫날 그들이 자신에게 이런저런 테스트의 명목으로 실험 비슷한 것을 했을 때는 정말 공포스러웠다. 다만 그들은 그 이후에 자이에게 무언가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박만운과 이춘봉을 멀리하고 바넘을 멀리하기 위해서 최대한 각성계를 들어가지 않을 방법을 찾으라는 정도였다.


그리고 각성자 관리국의 사람들을 소개해주며 그들이 ‘진짜’ 자신의 동료들이라고 인식시켰다.


심지어 월급도 충분히 지급했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씩 어라우절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자이는 스스로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더는 못 하겠습니다.”


“뭘 말이죠?”


각주의 말에 자이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각주는 자이에게 각성계에 최대한 들어가지 말고 설단과 함께 사무직을 하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지시 사항이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그래서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저는 어라우절의 일원입니다. 각성자 관리국의 취지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둘 사이에 끼어있는 게 불편합니다.”


“각성자 관리국은 말 그대로 각성자들을 관리할 뿐입니다. 등록을 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죠. 제가 강제로 이렇게 하라고 시키는 경우는 드물죠.”


그게 자이가 빨리 벗어나지 못한 이유였다. 그저 등록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챘다는 것이 문제였다.


“... 얼마 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각성계에 들어가서 서큐버스와 대치했는데... 제 머릿속에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죠?”


부드러운 태도였던 각주는 갑자기 눈을 빛냈다.


“확실히 어라우절에서 모으는 사람들에는 뭔가가 있나 보군요. 그걸 어떻게 알아낸 거죠?”


“어떻게 알아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제 머릿속에 있는 게 뭔지가 핵심 아닙니까?”


각주는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머릿속에 뭔가를 했다는 정도는 알 수 있는 거군요. 대단히 인상적이네요.”


“뭔지는 말 안 해주실 생각인 거죠?”


각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말해드려야죠. 그건 리셋스위치입니다.”


“... 리셋스위치요?”


“그걸 심은 시점부터 스위치를 누르는 시점까지의 기억을 리셋시키는 거죠.”


“!!!”


자이는 자신의 머릿속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제 슬슬 자이 씨도 활동을 해주셔야 할 때가 돌아오고 있군요. 아무래도 각성계와 현실계 사이에 점점 일들이 터지고 있으니까요.”


“... 협박이로군요.”


“당연하죠. 예를 들어 스위치를 누르면 지금 이 대화도 기억을 못 하실 테니... 다시 스위치를 넣는 것은 간단하니까요.”


혼자서 벗어나는 것은 절망적이었다. 거기다 상대는 국가의 권력을 쥐락펴락 할 정도의 인물이었다.


고도의 계산이었는지 모르지만 자이는 각주에게 이야기하러 왔다가 대통령과 직접 마주치기까지 했다.


‘바넘에게 이야기하면 혹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자이가 망설이던 사이에 바넘은 죽었다.


자이는 바넘의 죽음이 그들의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들이 바넘에게 의지하려 한 자신의 나약한 마음을 꿰뚫어서 행동한 것이라고 봤다.


그 뒤로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CIA에게 붙잡혔고, 머릿속의 스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이가 얼버무렸지만 뭔가 의심을 사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각주와 베르가 만난 그 방송을 보면서 자이는 상황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자이형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상념을 뚫고 베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르는 각성자가 되고 나서 아마 가장 가깝게 지낸 동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각성계의 왕’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렇게 다들 각성계의 왕이라고 불렀지만 각주는 믿지 않았다. 일단 왕의 유산을 갖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그 이외에는 아마도 ‘연막’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한 덫이었다.


방송이라는 미끼로 베르를 불러내서 고립시키는. 이미 베르가 이중인격이고 나머지 인격이 나오면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가정한 작전이었다.


그 결과는 각주의 처참한 패배였다.


그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손을 대고 있는 저 여자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로테.


다른 어라우절 식구들에 비해서 몇 번 본 적도 없었다. 다만 CIA에 잡혔을 때 본 그녀... 아니 그때는 남자였으니 그의 손속은 매서웠다. 솔직히 아직도 자이는 로테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헷갈렸다.


그런데 그녀는 왜 나를 저렇게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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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1. 공과 업 23.05.03 91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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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2. 왕의 기억(3) 23.04.24 9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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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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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7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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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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