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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59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1.09.07 06:00
조회
83
추천
2
글자
12쪽

<21> 정치적인 목적으로.

...




DUMMY

정수련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동리의 말을 들어보면, 하동리의 남편과 반태오가 완전히 닮았거나, 아니면 기억에 장애가 생겨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일까? 닮은 것일까, 아니면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동리의 표정에 단단한 결기가 느껴졌다.


‘아니에요! 당신이 착각하고 있어요! 반태오는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고요!’

정수련은 당장 이렇게 외쳐야 했다.


정수련은 말문이 탁 막히고 말았다.


이 여자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다.

지금 이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먹혀들지 않을 것 같다.


정수련은 목소리 톤을 낮췄다.


“죄송해요. 갑자기 그런 말들을 꺼내서요. 차차 이야기를 더 해봐야겠군요.”


싸울 듯 정수련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하동리는 슬며시 눈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하동리를 보면 볼수록 서현진과 닮았다.


정수련은 하동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동리에게 빨려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친구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일까.


문득, 서현진과 이 여자가 닮았다면, 이 여자의 남편과 반태오가 닮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는 다소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 여자의 남편과 반태오가 닮았기에 여자가 반태오를 자신의 남편으로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정말, 전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정수련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부드럽게 말하자, 하동리는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하동리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그런데 저한테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은 누구시지요?”


하동리가 다시 정수련을 똑바로 쳐다봤다.


“아, 나요? 아까 말했잖아요. 서현진의 친구라고요. 그리고 후보님의 비서 일을 했어요.”


“비서요?”



***



그 시간, 반태오는 14구에 있는 오리엔트 호텔에 갔다.


“어서 오십시오, 후보님. 하하하.”


호텔 사장 비앙이 사장실에서 반갑게 맞이해줬다.


“커피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녹차를 하시겠습니까? 저는 한국에 다녀온 뒤로 녹차를 주로 마시고 있습니다. 여기 보십시오. 후보님께서 선물하신 다기도 가져다 놓았지 않습니까. 하하하.”


비앙이 서울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할 때 반태오가 선물했던 다기가 테이블에 보기 좋게 세팅되어 있다.


“사장님께서 손수 내려 드시는군요?”


“그럼요. 만들어드릴 테니까 드셔보시지요. 이건 티벳에서 보내온 보이차인데, 한국에서 먹던 차와는 느낌이 좀 다르더군요.”


비앙이 포터에 물을 담아 끓여서 다기에 녹차를 넣고 우려내 반태오 잔에 따라줬다.


반태오는 잔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한 모금씩 마셨다.


“저도 여기 프랑스에 와서는 처음 녹차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쌉쌀한 맛이 은은합니다.”


“그러게요, 하하하. 아차, 몽블랑은 잘 있습니까?”


“아, 예. 어디 안 도망가고 그 자리에서 잘 있더군요. 사장님은 왜 안 데려왔냐고 뭐라고 하던데요. 하하하.”


“가을에는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저를 법률담당으로······.”


반태오는 비앙을 만나러 온 본론을 꺼냈다.


“직함은 법률담당 이사 쯤으로 하는데, 뭐 실제로는 이것저것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예······.”


“아, 그렇다고 제가 후보님을 막 부려먹겠다는 말씀은 절대 아닙니다. 허허허. 일단 후보님이 우리 호텔의 법률담당으로 계신다면 아무래도 우리 호텔의 이미지도 좋고, 여러 가지로 홍보효과도 있고 뭐 겸사 겸사인 것이지요. 중국이나 일본 기타 아시아 쪽 나라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선전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너무 솔직한가요? 하하하.”


“아, 아닙니다. 어차피 머리를 식히려고 왔는데, 다른 일을 하다보면 경험도 쌓고 머리도 식히고 좋지요, 뭐.”


“그동안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일이 많았으니까, 여기 파리에 와서 좀 쉬시면서 마음과 몸을 챙기셔야지요.”


“예,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하던 비앙이 진지한 얼굴을 했다.


“지난번에 저에게 사진을 보내주면서 알아보라고 했던 그 여자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사모님이 돌아오신 줄 알고요.”


“아, 예. 어떻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반태오는 샤모니에서 당한 교통사고와 사고 현장에서 하동리를 만나게 된 과정과 병원치료, 퇴원해서 요양하면서 겪은 사건들을 말해줬다.


“이런, 쯧쯧쯧······. 샤모니에 휴양을 가신 게 아니라 모험을 하고 오셨군요, 허, 이런······.”


반태오의 이야기를 들은 비양이 미간을 심각하게 좁히면서 말했다.


“먼저 신병보호요청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연락을 해드리겠습니다. 이건 조금 심각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보님이 테러를 당한 일은 국제뉴스 감입니다. 게다가 그런 일이 여기 프랑스에서 일어났다면 프랑스 정부로서는 체면이 안서는 일이지요. 또 국가 간에도 문제꺼리가 될 수 있고요.”


“일단은 샤모니 경찰에서 차량 운전자를 쫓고 있으니까요. 기다려봐야지요. 그리고 교통사고 말고는 직접적으로 저에게 테러를 가한 일은 아직 없으니까요. 너무 시끄럽게 하는 것도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래도 우선은 경찰 쪽에 연락을 해서 만일의 일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을 통해 경찰에 말을 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샤모니 경찰에 연락해서 수배된 사람을 빨리 확보하도록 종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태오는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번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정보 당국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인데, 아무래도 후보님의 사모님 사건이 석연치 않다고들 합니다. 후보님이 샤모니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니까 문득 다시 생각이 나는 군요. 주제 넘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한번 사모님 사건을 심도 있게 조사를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지난 번 비앙이 전화로 그런 말을 한 뒤, 반태오도 샤모니에서 어떤 음모가 낀 교통사고를 당한 터라,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던 사안이었다.


더구나 아내 서현진과 똑같이 생긴 하동리가 반태오와 비슷한 교통사고를 당하자, 연상 작용인지 아내 서현진의 교통사고와 매치가 되면서 자꾸 신경이 쓰였던 일이었다.


“예, 잘 염두에 두겠습니다.”


반태오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다 마신 반태오의 잔에 비앙에 다시 녹차를 따라줬다.

반태오는 천천히 녹차를 마신 뒤 입을 열었다.


“혹시······ 여자 분에 대해서는······."


비앙이 반태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챘는지 얼른 나섰다.


“아, 그 여자분요? 그나저나 정말 놀랐습니다. 사모님하고 완전히 똑 같이 생겼던데요. 사모님이 살아 돌아온 것이라 해도 믿겠던데요.”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저번에 저에게 프랑스 국적인지 알아보라고 했는데, 그 여자분이 한국 국적이 아닙니까?”


“대사관에 법무협력관으로 파견 와 있는 현직 검사에게 알아보라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비앙의 눈이 커지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겠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따라붙는다, 그 말씀이지요?”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일단은 후보님께서도 조심을 하셔야겠습니다. 물론 사모님하고 너무도 똑 같이 생기긴 했지만, 어떤 일에 관여된 사람인지 모르니까 조금은 경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쁜 세력과 관련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비앙이 반태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 사장님. 여러 가지로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오늘부터 당장 시작할까요?”


“아, 급하시기는요. 허허허. 아직 사무실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중으로 사무실을 준비해놓을 테니까, 내일부터나 나오시지요, 뭐.”


“꼭 따로 사무실을 마련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관리부서 사무실에 책상만 하나 놓아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허허허.”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하고 반태오는 비앙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비가 와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호텔 프런트에서 우산을 내줬다.


근처 휴대폰 가게에 들러 반태오 명의로 휴대폰을 하나 더 개설했다.

하동리에게 줄 예정이다.


반태오는 지하철을 타고 7구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강종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강종화는 현직 검사로 프랑스 대사관에 법무협력관으로 파견 와 있다.


“그래요?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요?”


반태오로부터 반태오가 샤모니에게 겪은 일들을 들은 강종화가 목소리를 높이며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어떤 음모가 있는 것 같은데요. 대사님에게 보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정돈가?”


“선배님, 그 정도라니요? 어떤 세력이 선배님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종화 말대로 알린다고 해서 좋을 게 있을지 몰라······.”


“예? 그게 무슨?”


반태오는 연상해보라는 듯 말없이 강종화를 쳐다보기만 했다.

머리가 좋은 친구니까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릴 것이다.


잠시 반태오를 쳐다보던 강종화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주변을 살폈다.


“혹시 정치적인 목적으로······.”


강종화가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선배님, 그럴수록 더 보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종의 경고지요, 경고요.”


“경고? 경고라······. 글쎄······.”


“하여튼 저한테 맡겨두십시오.”


반태오는 앞에 놓인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화제를 돌렸다.


“지난번에 통화를 했지만, 내가 보낸 사진 속의 그 사람, 진짜 국내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게 확실하던가?”


“예? 아, 예. 맞아요. 한국 국적이 아닌 건 분명해요. 외국 국적이 확실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게, 어떻게 그렇게 선배님 사모님하고 똑같이 닮았지요.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요.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신 분이에요.”


반태오는 하동리를 만나게 된 과정과 그 동안의 일을 브리핑하듯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래요? 그거 참 미스터리한 일이네요. 선배님과 그 여자분이 똑 같은 상황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거 뭔가 묘한 데가 있는데요.”


강종화의 말을 듣자 반태오는 문득 오리엔트 호텔 사장 비앙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혹시 말이지, 내 아내 사건 종화도 알지?”


“예, 잘 알지요. 그 사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반태오의 말을 듣고 싱거운 표정으로 응수하던 강종화가 허리를 바짝 세우고 얼굴을 반태오 쪽으로 디밀었다.


“선배님이 말씀하시니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뭐가?”

강종화는 이마를 좁히면서 심각하게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음······, 샤모니에서 있었다는 선배님 사건은 누군가 작정을 하고 꾸민 것 같잖아요.”


반태오가 더 말해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혹시 선배님 사모님도······.”


“그렇지 않아도 오리엔트 호텔 사장 비앙 씨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


“한번 재조사를 해봐야 하는 사안 아닐까요?”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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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삼십육계. 21.09.15 65 2 12쪽
25 <25> 뭔가에 뒷머리를 맞았다. 21.09.14 65 3 12쪽
24 <24> 하동리는 나쁜 사람일 수 있어요. 21.09.13 67 2 12쪽
23 <23> 오리엔트 호텔 출근하는 날. 21.09.09 70 3 12쪽
22 <22> 당신은 내 남편이 맞습니까? 21.09.08 80 3 12쪽
» <21> 정치적인 목적으로. 21.09.07 84 2 12쪽
20 <20> 반태오는 내 남편입니다. 21.09.06 85 3 12쪽
19 <19> 파리에 신혼여행을 왔어요? 21.09.03 82 4 12쪽
18 <18> 누구를 감시하는가. 21.09.02 85 2 12쪽
17 <17> 저, 최 실장입니다. 21.09.01 84 2 12쪽
16 <16> 통통한 근육질 사내 21.08.31 84 2 12쪽
15 <15> 누가 있는지 살펴볼게요. 21.08.30 89 3 12쪽
14 <14> 트럭이 쫓아온다. 21.08.27 94 2 12쪽
13 <13> 떠오르는 거 있어요? 21.08.26 88 2 12쪽
12 <12> 두 사람 교통사고는 같은 유형이다. 21.08.25 101 3 12쪽
11 <11> 저 자는 누구일까? 21.08.24 103 3 12쪽
10 <10> 대체 하동리는 누구일까. 21.08.23 107 3 12쪽
9 <9> 당신의 기억을 찾아주고 싶어요. 21.08.22 126 3 12쪽
8 <8> 기억을 잃어버렸다면서요. 21.08.21 141 3 12쪽
7 <7>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21.08.20 150 3 12쪽
6 <6>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21.08.19 181 3 12쪽
5 <5> 기억나지 않는다. 21.08.18 241 4 12쪽
4 <4> 당신과 함께 있을 거야. 21.08.17 318 2 12쪽
3 <3>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21.08.16 384 4 12쪽
2 <2> 당신 곁에 내가 있잖아요. 21.08.15 506 3 12쪽
1 <1> 꽈아광! 21.08.14 88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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