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56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1.08.25 06:00
조회
100
추천
3
글자
12쪽

<12> 두 사람 교통사고는 같은 유형이다.

...




DUMMY

당장 사내에게 달려가 ‘거 왜 자꾸 따라다니는 거요?’ 엄포를 놓고 싶었다.

그러나 사내는 교묘하게 행동했다.


반태오와 하동리를 따라다니고 있었지만 무작정 뒤를 밟는 게 아니라 가시거리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 것이다.

무심코 바라보면 지나가는 행인처럼 보이게 행동한 것이다.


이 산악도시는 좁다.

그래서 어제 마주친 사람을 또 마주칠 수 있다.

관광 온 사람들이라 아무런 의도 없이 시내를 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도 그렇게 보였다.


즉, 이렇게 보면 감시하는 것 같고, 또 저렇게 보면 그냥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촉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사내가 반태오의 촉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사고가 났던 그날이 생각났다.

경찰에서 조사를 하겠지만,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반태오를 공격하려는 목적이었다.

반태오에게 테러를 가하려는 자의 소행이 틀림없었다.


앞뒤에서 SUV 두 대가 작정을 하고 반태오 차를 몰아붙였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반태오의 교통사고 유발이었다.


그 절벽 길에서 사고를 유발케 하여 얻고자 했던 건, 반태오의 목숨이었을까?


그러나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여전히 반태오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저 사내의 목적이 반태오의 목숨인가?


사고가 났던 절벽 도로와 병원 앞에서는 다부진 사내가 반태오와 하동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이번에는 키가 크고 날렵하게 생긴 사내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경찰 드방의 말에 의하면, 반태오 뿐만 아니라 하동리도 같은 형태의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하동리도 반태오처럼 양쪽에서 어떤 자들이 하동리 차를 밀어 붙었던 것일까?

그들도 하동리의 목숨을 노렸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 저 자는, 반태오나 하동리 중 한 사람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둘 다를?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자, 반태오는 한 걸음도 더 뗄 수가 없었다.


“저 벤치에 가서 좀 쉴까요?”


하동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태오는 휠체어를 벤치 곁으로 밀고 갔다.


“물 마실래요?”


숙소에서 가져온 물통을 꺼냈다.

하동리에게 물통을 건네고 반태오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그 사내가 따라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동리에게서 물통을 건네받아 물을 마신 뒤 반태오는 하동리를 바라봤다.



***



“그때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기억해요?”


하동리는 약간 놀란 눈으로 반태오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사고 이야기를 꺼내니 놀란 것이다.


“아니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무것도요?”


하동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태오는 하동리에게 반태오 자신이 당했던 교통사고 상황을 이야기했다.


“어머! 보통 일이 아니네요.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랬다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하동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반태오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그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이 이런 말을 했어요.”

“무슨 말을요?”


하동리는 놀란 눈의 순을 죽이지 않은 채 바라봤다.

반태오는 조심스럽게 하동리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말을 꺼냈다.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경찰은, 당신도 내가 당했던 것처럼 그런 상황으로 사고가 났지 않았나, 그렇게 조심스럽게 예측을 하더라고요.”

“누군가 양쪽에서 내 차를 위협해서 내가 절벽으로 굴렀다는 말인가요? 만약 그랬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군요. 누가 무슨 이유로 그랬을까요?”

“확실하지는 않아요. 그런 추측을 할 뿐이에요.”


하동리는 몹시 놀라는 눈치다.

반태오는 잠시 망설여졌다.

두 사람 주변을 누군가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뭐요?”

“지금까지 당신한테 말을 안 했는데······, 아무래도 주변을 맴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 같아요.”

“주변을 맴돌아요? 누가요? 무슨 이유로요?”


하동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반태오를 바라봤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장소에서 우리가 응급구조차에 탈 때 누군가 트럭을 세워놓고 우리를 살피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봤던 같은 인상의 사람이 우리가 병원을 퇴원할 때도 병원 근처에 있었어요.”


“같은 사람이요?”

“엉겁결에 봐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사고 장소에서 봤던 사람과 병원 앞에서 봤던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사람이 사고 장소에서 트럭을 세워놓고 있었다고 했지요.”

“예.”

“아까 내가 사고를 당한 게 당신하고 비슷한 상황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했는데, 당신 차를 SUV가 그랬던 것처럼, 혹시 트럭이 내 차를 앞뒤에서 협공하지 않았을까요?”


하동리의 추리는 그럴 듯하다.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경찰에서 차안에 부착된 녹화용 카메라를 분석하면 나올 거예요.”

“이거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정말······.”

“게다가, 당신도 눈치 챘는지 모르겠는데, 어제하고 오늘 산책을 하는데 어떤 남자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동리는 얼른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정말요?”


하동리는 얼굴을 반태오 쪽으로 가까이 하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반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이 일련의 과정들이 당신과 나의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동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얼른 다리가 나아야 할 텐데.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하동리는 깁스한 다리를 시무룩한 눈으로 바라봤다.


“다음 주 쯤이면 깁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반태오는 하동리의 의견을 물어 하동리가 하자는 대로 하려고 한다.


“경찰에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교통사고를 조사하면 우리를 위협했던 자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반태오는 하동리가 논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게요. 지난 번 병원에서 담당 경찰이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아무래도 연락을 해봐야겠어요. 연락해보고, 나온 김에 경찰서에 가보자고요.”


반태오는 병원에서 교통 담당 경찰 드방을 만났을 때 받아놓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넣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잘 되었네요. 그 여자 분도 함께 퇴원했다면서요. 같이 한번 경찰서에 나와 주시겠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지금 가겠습니다.”



***



반태오가 하동리의 휠체어를 밀고 경찰서에 도착하자, 교통 담당 경찰 드방은 친절하게 웃음으로 맞아줬다.

교통사고 유발자가 아닌 피해자를 대하는 표정이다.


“같이 오셨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큰 사고에 그래도 이 정도 부상으로 그쳤다는 게 정말 다행입니다. 허허허. 자 이리 들어오세요.”


드방은 반태오와 하동리를 면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CCTV하고 차량 녹화장치를 확인해보셨나요?”

“그럼요. 다 확인해봤습니다. 선생 말이 맞더군요.”

“이 분 차하고 내 차 두 대 다 확인해봤습니까?”


반태오가 하동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녹화장치요?”

“예.”

“일단 개요를 설명을 드리지요. 선생의 차는 선생 말씀대로 앞뒤에서 SUV차량이 협공하듯 밀어 붙었던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차량 녹화장치(블랙박스)에 뒤에서 따라오는 차는 찍히지 않았지만 앞에서 SUV차가 중앙선을 넘어 들어오는 게 보였으니까요. 또 선생 차 뒤를 SUV차가 따라간 것도 CCTV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SUV차 운전자들을 알아냈습니까?”

“안타깝게도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SUV차들은 모두 도난차량이었습니다. 차량 운전자들을 찾아보려 했는데 흔적이 없었어요. 밀입국자들로 파악이 되는데 일단은 신원을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일이다.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글쎄요······. 그건 그 자들 신병을 확보해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쪽 분은 어떤가요?”


반태오가 하동리를 바라보며 드방에게 물었다.


“이쪽 여자분의 상황도 선생과 아주 비슷합니다. 차량 안 녹화장치(블랙박스)에서 사고 순간의 영상을 찾았습니다.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해서 돌진해오는 것도 비슷합니다.”

“트럭이요?”


하동리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예, 트럭입니다.”


트럭이라면 반태오가 사고 현장에서 봤던 그 단단하게 생긴 사내의 트럭인 게 틀림없다.


하동리가 반태오를 쳐다봤다.

반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동리도 같은 추측을 하는 모양이다.


“그 트럭 운전자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나요?”

“예, 아쉽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역시 밀입국자로 보이고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인접한 장소에서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유형으로 사고가 났는지 수수께끼군요.”


반태오가 마른세수를 하며 이마의 주름을 좁혔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기 좀 뭐하지만······, 단순한 사건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운전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반태오가 고개를 들고 하동리를 한번 쳐다본 뒤 드방에게 시선을 옮기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 분의 신원은······?”

“그러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신원을 확인하려고 차 안을 다 뒤졌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차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렌트된 차량이라는 것만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럼,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단 말인가요?”


드방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스위스 쪽으로 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공문을 스위스로 보내놓았습니다.”

“우리가 렌트한 차량이 완파되었는데, 처리는 어떻게······?”

“저희가 교통사고처리결과를 발급해드리겠습니다. 그걸 렌트카 회사에 내시면 보험처리가 될 것입니다.”


“하나만 물어볼 게요?”


하동리가 나섰다.


“제가 탄 차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렌트된 차라고 했는데, 차를 렌트했던 사람을 그 렌트카 회사에서 알아낼 수 있을까요?”

“으음······, 그렇지 않아도 공문을 발송해놓았습니다. 아마 시일이 꽤 좀 걸릴 겁니다.”


“얼마나 시일이······?”

“한 달 정도는 걸리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직접 가셔서 알아보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허허허.”


드방은 좀 미안했던지 헛웃음을 웃었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듯한 사람들을 목격했습니다.”

“아······ 그래요?”


드방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변 보호나 그런 게 있을까요?”

“으음······. 두 분이 모두 우리나라 국적이 아니라서 좀······. 아, 뭐 그래도 긴급한 상황이 되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시지요, 뭐. 허허허.”


드방은 실효성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해 미안했는지, 역시 헛웃음을 웃으며 넘기려 했다.


드방으로부터 조심하라는 말과 이상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는 당부의 말을 듣고 사무실을 나와, 민원실에 가서 교통사고처리결과서를 발급받아 경찰서를 나왔다.


하동리의 휠체어를 미는 반태오의 팔에 힘이 빠졌다.


“제대로 알아낸 게 거의 없군요. 흠흠흠.”

“그러게요. 그래도 사고 원인은 알아냈잖아요.”


“아무래도 심각한 일이 당신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게 분명해요. 그렇지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 우리가 나서서 알아보고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동리가 적극적인 말을 했다.


“그러게요.”

“당신이 나보다 더 적극적인 거 같아요. 허허허.”


힘이 좀 빠졌던 반태오는 하동리의 적극성에 고무되었다.


“그런가요? 원래 내가 이렇게 적극적이었나요?”

“그······ 그랬을 겁니다. 허허허.”


반태오는 아내 서현진을 회상해봤다.

정말 적극적이었나를.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통 큰 만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26> 삼십육계. 21.09.15 65 2 12쪽
25 <25> 뭔가에 뒷머리를 맞았다. 21.09.14 65 3 12쪽
24 <24> 하동리는 나쁜 사람일 수 있어요. 21.09.13 66 2 12쪽
23 <23> 오리엔트 호텔 출근하는 날. 21.09.09 70 3 12쪽
22 <22> 당신은 내 남편이 맞습니까? 21.09.08 80 3 12쪽
21 <21> 정치적인 목적으로. 21.09.07 83 2 12쪽
20 <20> 반태오는 내 남편입니다. 21.09.06 85 3 12쪽
19 <19> 파리에 신혼여행을 왔어요? 21.09.03 82 4 12쪽
18 <18> 누구를 감시하는가. 21.09.02 85 2 12쪽
17 <17> 저, 최 실장입니다. 21.09.01 84 2 12쪽
16 <16> 통통한 근육질 사내 21.08.31 84 2 12쪽
15 <15> 누가 있는지 살펴볼게요. 21.08.30 89 3 12쪽
14 <14> 트럭이 쫓아온다. 21.08.27 94 2 12쪽
13 <13> 떠오르는 거 있어요? 21.08.26 88 2 12쪽
» <12> 두 사람 교통사고는 같은 유형이다. 21.08.25 101 3 12쪽
11 <11> 저 자는 누구일까? 21.08.24 102 3 12쪽
10 <10> 대체 하동리는 누구일까. 21.08.23 107 3 12쪽
9 <9> 당신의 기억을 찾아주고 싶어요. 21.08.22 126 3 12쪽
8 <8> 기억을 잃어버렸다면서요. 21.08.21 141 3 12쪽
7 <7>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21.08.20 150 3 12쪽
6 <6>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21.08.19 181 3 12쪽
5 <5> 기억나지 않는다. 21.08.18 241 4 12쪽
4 <4> 당신과 함께 있을 거야. 21.08.17 318 2 12쪽
3 <3>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21.08.16 384 4 12쪽
2 <2> 당신 곁에 내가 있잖아요. 21.08.15 506 3 12쪽
1 <1> 꽈아광! 21.08.14 884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