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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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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잠
작품등록일 :
2017.05.14 22:15
최근연재일 :
2017.05.22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5,876
추천수 :
17,881
글자수 :
41,074

작성
17.05.22 20:00
조회
12,171
추천
188
글자
8쪽

좋아 자연스러웠어

DUMMY

한편, 그의 눈치를 살피던 공격수는 슬금슬금 영건에게로 접근했다.

‘풉. 역시 허접이구만?’

공격수는 속으로 영건을 비웃었다.

3중대 막내 녀석은 자신의 가벼운 페인트 동작만으로도 이리저리 휘둘리기 일쑤였다. 어찌할 줄 몰라서 당황한 기색이 낯빛에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

‘슬슬 발라볼까?'

왼쪽으로 갈 것처럼 포즈를 취했던 공격수가 돌연 반대 방향으로 치고 달려갔다.

“어엇!”

황급히 그를 뒤따라가려던 영건의 발이 꼬였다. 결국 영건은 앞으로 꼬꾸라져버리고 말았다.

“어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뽀빠이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녀석이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몰랐다.

공격수의 공을 빼앗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적어도 아군이 도우러올 때까진 시간을 끌어주리라 기대했건만.

간단한 페인트 동작에 제대로 속아서 오히려 2중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해주고야 말았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영건은 저 멀리 있는 뽀빠이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을 향한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아직 멀었다.’

활주로 10바퀴.

그 형벌이 무척이나 두렵다는 사실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축구 따윈 절대로 안 해.’

영건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두 번 다신 자신이 경기에 투입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3분 동안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야, 인마! 차영건!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오래 지나지 않아, 뽀빠이의 입에서 차영건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듣다시피 그의 음성엔 비난이 섞인 채였다.

모든 게 영건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상대에게 계속 돌파를 허용당하는가 하면, 볼을 잡는 족족 간단한 패스조차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간간히 적군에게 킬 패스를 찔러주는 치명적인 실수도 잊지 않았다.

“아휴. 미쳐버리겠네, 진짜. 지환이가 부상만 아니었어도······.”

비록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는 하나, 뽀빠이는 영건의 투입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중이었다. 차라리 아까 전에 경기를 중단하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

“차영건. 니가 정녕 인간이냐? 어떻게 공을 차야 그 따위로 날려버릴 수 있는 거냐?”

영건의 저질 플레이가 불만족스러운 이는 뽀빠이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또다시 상대에게 맥없이 공을 헌납해버리자, 보다 못한 수철의 갈굼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너한테 그딴 말을 듣고 싶진 않은데······.’

영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녀석 덕분에 확 그냥 이겨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물통 간수도 못해, 볼 간수도 못해, 니가 할 줄 아는 건 죄송하다는 말 밖에 없지?”

“······.”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철의 신랄한 갈굼에 영건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참자, 참어.’

남은 시간은 1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축구와 마음껏 담을 쌓을 수 있는 편안한 앞날을 위해서라도 당장의 수모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박수철 병장님!”

수철의 갈굼이 한창 이어지던 찰나, 저 멀리서 누군가 그의 이름을 외쳤다.

“뭐야?”

수철이 고개를 돌렸다.

3중대의 수비 진영에서 찬 볼이 하늘 높이 날아오는 중이었다. 가까스로 2중대의 맹공을 저지한 수비수가 공을 걷어찬 것이다. 그리고 그 공은 공교롭게도 수철이 서 있는 방향이었다.

“오오!”

수철이 부랴부랴 떨어지는 공을 따라갔다. 덕분에 영건도 수철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게 웬 떡이냐? 수철아!”

뽀빠이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 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수철에게로 집중되었다.

추가골을 노리느라 공격에 치중했던 2중대의 수비진영은 텅텅 비어있었다. 덕분에 수철은 완벽한 오픈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수철이 기세 좋게 외치며 슛을 날렸다.

모두의 시선이 수철을 향했다.

활주로 10바퀴 벌칙의 유무가 수철의 발 끝에 오롯이 달려있었다.

지금 이 순간 3중대 병사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진출보다 이 슛의 성공이 훨씬 더 중요했다.

영화 속 장면에서나 등장하는 줄 알았던 슬로우 모션 효과가 모두의 눈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아.”

손에 땀을 쥔 3중대 병사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았다.

수철의 슛은 여느 때처럼 골대 뒤편의 소나무를 때리고 말았다.

‘사돈 남 말 하시네······.’

영건은 속으로 수철을 비웃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저딴 개똥같은 실력으로 감히 누가 누굴 갈궈? 이쯤 되면 막내 킬러가 아니라 소나무 킬러 타이틀을 하사해야할 판이다.

“······.”

뽀빠이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이젠 수철에게 욕을 퍼부을 힘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이제 1분 남았다! 천천히 시간 끌어!”

마음을 졸이며 수철의 슛을 지켜보던 2중대장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남은 시간 1분.

“화이팅! 아직 경기 안 끝났습니다!”

수철 때문에 기운이 빠졌던 3중대 병사들을 향해 지환이 외쳤다.

그런 지환의 말은 다행히 먹혔다.

공은 둥근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중대 병사들은 지옥의 활주로 10바퀴를 뛸 수도, 편하게 생활관으로 돌아가 쉴 수도 있다.

‘포기할 수 없다!’

3중대의 강철 같은 의지가 다시금 빛을 발했다.


경기 종료 30초 전, 3중대는 기적 같은 동점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체력단련을 피하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너나할 것 없이 2중대 진영으로 몰려간 선수들이 기어이 골을 우겨넣은 것이다.

기적 같은 동점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상우였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걷어찬 그의 슈팅은 2중대의 수비수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아아아!”

이상우가 골을 기록하기 무섭게, 3중대 전원이 그에게로 달려갔다.

“이상우 병장님!”

“해냈다!”

“대박!”

서로 얼싸안은 채 온 몸으로 기쁨을 표출하는 선임들을 바라보며 영건은 쓰게 웃었다.

‘뭐, 잘 됐네.’

이렇게 되면 윈윈이다.

다신 축구를 할 일도 없을뿐더러 활주로 10바퀴를 뛰지 않아도 된다.

경기 결과는 1:1.

비록 2중대에게 승리를 거두진 못했으나, 활주로 10바퀴는 오직 패배했을 때만 가해지는 형벌이었으니까.

“쳇.”

영건과 마찬가지로 환호하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 이가 또 한 명 있었으니, 다름 아닌 수철이었다.

녀석은 황금 같은 동점골을 기록한 이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못마땅했는지 애꿎은 땅을 발로 차며 화풀이했다.

거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텐데.

“야. 차영건. 너 다시는 축구하지 마라. 3중대 망신이다, 망신.”

“······.”

영건은 악담을 남기고는 생활관으로 들어가는 수철을 노려봤다.

‘저 새끼는 틈만 나면 나한테 지랄이야. 시발.’

저런 악마가 존재하는가 하면 그를 위로하는 천사도 있었다.

“영건아. 너무 기죽지 마. 내가 봤을 때 박수철보단 네가 낫더라.”

오늘의 활약상만으로 보면 솔직히 수철이나 영건이나 도찐개찐이었다. 그럼에도 맞 후임이 상처받지 않도록 위로하는 지환이 영건으로선 고마울 수밖에.

“······너도 고생했다!”

경기장 바깥에 서 있던 뽀빠이가 영건을 발견하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더는 영건에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어쨌든 패배는 면했으니까.

이상우가 골을 기록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패배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는지.

“정지환 일병님.”

“응?”

멀어져가는 뽀빠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영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앞으로 중대장님께서 저한테 축구를 시킬 일은 없겠지 말입니다.”

“······?”

지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영건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밝아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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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이거 독종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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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자연스러웠어 +17 17.05.22 12,172 188 8쪽
9 실력발휘? +5 17.05.21 11,866 179 9쪽
8 차명석 +7 17.05.20 12,066 172 11쪽
7 하얀 쓰레기 +11 17.05.19 12,023 170 9쪽
6 선임이라 쓰고 엄친아라고 읽는다 +6 17.05.18 12,410 184 12쪽
5 운명의 데스티니 +6 17.05.18 12,423 175 6쪽
4 이 빌어먹을 축구! +8 17.05.17 12,690 176 9쪽
3 발암이 분다 +4 17.05.16 13,066 193 10쪽
2 까라면 까야지 +13 17.05.15 14,278 193 11쪽
1 프롤로그 +13 17.05.15 17,922 20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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