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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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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잠
작품등록일 :
2017.05.14 22:15
최근연재일 :
2017.05.22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5,877
추천수 :
17,881
글자수 :
41,074

작성
17.05.17 20:00
조회
12,690
추천
176
글자
9쪽

이 빌어먹을 축구!

DUMMY

‘롱볼 역습이네.’

하프라인 근처에서 대기 중인 2중대의 공격수 삼인방이 눈에 들어왔다.

3중대의 수비수들도 처음엔 2중대의 공격수들을 전담마크하며 견제했다.

그러나 지루한 경기양상이 지속될수록 그 압박은 서서히 낮아질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는 지금처럼 노마크 상태에 이르게 된 거다.

2중대의 중앙수비수가 골키퍼를 향해 볼을 돌리자, 골키퍼가 전방을 향해 있는 힘껏 공을 걷어찼다.

키퍼의 시선은 하프라인에서 대기 중인 아군 공격수를 향한 채였다.

“이 자식들아! 앞에 우르르 몰려있지 말고 물러나서 수비해! 뒷 공간 뚫린 거 안 보여?”

뽀빠이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적어도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는 그는 3중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다.

멀리서 키퍼가 찬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하프라인 외곽으로 떨어졌다.

키퍼의 킥은 부정확했고 3명의 공격수가 서 있던 곳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3중대의 수비진보다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던 2중대의 공격수가 볼을 캐치하기 수월했다.

“수비해, 수비!”

공을 잡은 2중대 공격수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막아!”

수철이 악을 쓰듯 외쳤다.

‘너나 좀 막아.’

영건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정작 그렇게 외치는 수철 자신은 저 멀리 2중대의 수비진 깊숙이 쳐 박혀서 꼼짝도 않았다.

팀이 위기에 빠졌음에도 하릴없이 경기장을 어슬렁거리는 꼴을 보니 절로 부아가 치밀었다. 저 자식은 오로지 공이 자신에게로 왔을 때만 열심히 뛴다.

3중대의 수비진이 또다시 볼을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그래봐야 이미 뒷북.

골키퍼까지 뻥 뚫린 길을 2중대 공격수들이 노마크로 달려 나갔다. 빈 골대로 데굴데굴 굴러간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좋았어!”

2중대장이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이런, 씨.”

반면 뽀빠이의 안색은 썩 좋지 않았다.

경기시작 10분 만에 허무하게 골대를 열어주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에휴.”

지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뽀빠이의 얼굴은 푸르락불그락했다. 내재된 분노가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난 채였다.

“그, 그래도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잖아? 이제 겨우 1점 먹혔을 뿐이라고.”

“이대로라면 그 1점이 곧 2점이 되고, 또 3점이 될 겁니다.”

지환이 애써 웃음지었으나 영건은 딱 잘라 말했다.

그저 프로구단을 따라 대충 포메이션만 흉내 낸 팀과 어설프게나마 작전과 전술을 구상한 팀과의 대결은 뻔하다. 그만큼 전술의 유무차이는 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후반전 85분.

현재 스코어는 3:0. 사실상 승부는 이미 끝났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나마 쉴 틈 없이 목청을 높이는 뽀빠이 중대장의 지시 덕에 실점을 최소화 했다고 할 수 밖에······.

‘저 인간들은 학습능력이라는 게 없는 건가?’

영건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

처음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3중대를 응원하던 지환의 표정도 이제는 체념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번 경기에서 처음 공미 포지션을 맡았던 이상우 병장은 아예 다크 템플러마냥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강민호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목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투입된 그였으나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주로 수비에 치중된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해왔던 그가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어쩌다 공을 잡는다 해도 문제였다. 그의 패스실력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제대로 전달된 패스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상우가 찬 공은 허무하게 골 아웃이 되거나 상대선수에게 날아가기 일쑤였다.

“야! 이상우! 넌 장님이냐? 내가 받을 수 있게 패스를 줘야할 거 아냐?”

“······.”

수철의 역정에 이상우는 똥 씹은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저렇게 갈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본격적으로 갈굼이 시작되었으니 이 병장의 부담감은 한결 더 커졌을 거다.

자신이 새로 맡은 포지션을 전혀 소화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이상우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부족한 중대인원 탓에 그 대신 공미 포지션을 소화할 사람도 전무했고.

내 예상대로 상우의 움직임은 수철의 갈굼을 받은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플레이를 기피하는 듯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후반 88분.

그러던 중, 경기력이 실종되었던 상우에게도 천운이 따랐다.

2중대의 수비수가 반대편으로 패스한 볼이 공교롭게도 이상우의 발에 걸린 것이다.

“패스! 패스!”

기다렸다는 듯 수철이 이상우의 반대편에서 전력질주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패스에는 젬병인 이상우였지만, 그와 수철 사이에 장애물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냥 볼을 툭 넘겨주면 되는 상황. 유치원생조차도 눈감고 할 수 있는 쉬운 패스였다.

툭!

이상우는 반사적으로 수철에게 볼을 밀어줬다. 다행히 패스는 무사히 수철에게 닿았다.

“좋았어!”

볼을 받은 수철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상대 수비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찬스.

그것은 최후방에서 벌어진 2중대의 뼈아픈 실책이었다. 골키퍼와 마주본 수철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한 골 만회하겠네.’

그래봐야 3:1. 3중대의 완패지만.

“독수리······!”

‘설마.’

수철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영건은 눈을 부릅떴다.

‘제, 제발 그것만은······.’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으나, 수철이 사용하려는 기술은 누가 봐도 독수리 슛이었다.

영건은 저 기술의 위력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동안 몇 번이고 지켜봐왔으니까. 저 슛은 굉장히 위험하다!

“······슛!”

필요 이상으로 발을 높게 들어 올린 수철이 골대를 향해 있는 힘껏 볼을 걷어찼다.

골대와의 거리는 불과 10미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수철의 독수리 슛은 2중대의 골대 뒤편에 선 소나무를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

순간 정적이 일었다.

수철은 소나무에 맞고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을 구르며 외쳤다.

“캬! 진짜 아깝다~”

“야 이 새끼야!”

뽀빠이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헉! 헉!”

병사들의 헐떡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젠장. 젠장.’

이마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을 거칠게 소매로 닦으며, 영건은 속으로 쉴 새 없이 욕을 내뱉었다.

3중대의 병사들이 구보 중에 유지했던 2열 종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형편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끔찍한 패배를 당한 3중대는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구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체력단련이라는 명목이었으나, 사실 상 경기에서 끔찍한 패배를 당함과 더불어 거금 10만원을 잃은 뽀빠이의 횡포였다.

심지어는 연병장도 아닌 드넓은 활주로를 달리며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었다.

처음 자대를 배치 받고 활주로 구보를 명받았을 때, 영건은 자신이 헬기부대소속이라는 사실이 그렇게나 절망적일 수가 없었다.

잠실운동장을 통째로 옮겨놔도 남을 법한 광활한 활주로. 활주로 구보는 병사들이 치를 떠는 체력단련 중 하나였다.

어지간한 녀석들은 1바퀴만 돌아도 숨이 턱턱 막히고 만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5바퀴.

지옥의 레이스가 따로 없다. 뽀빠이의 기분에 따라 우리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곤 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단 말이야. 그런데 왜 경기를 뛰지 않은 나까지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건데?’

영건은 짜증 섞인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억울한 사람은 당연히 영건과 지환일 것이다.

영건의 기분이 거지같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오늘 이 활주로에서 누구보다 더 개같이 뛰어야할 박수철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박수철은 경기에서 패배하기 무섭게, 근무교대를 이유로 열외했다.

아마도 이 지옥의 레이스를 피하기 위해 누군가와 근무를 바꿔치기했음이 틀림없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개새끼.’

박수철을 육포마냥 잘근잘근 씹으며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덧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뒤를 돌아보니 나머지 병사들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어기적어기적 뒤따라오는 중이었다. 아예 주저앉은 이들도 보였다.

“벌써부터 나자빠진 녀석들은 뭐냐? 얼른 안 일어나?”

저만치 끝에서 불호령을 내리는 뽀빠이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였다. 기차화통을 집어삼킨 듯한 음성이었다.

“젠장. 이놈의 축구······.”

이게 다 축구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축구는 왜 군대에서까지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




추천 꾹~ 선작 꾹~ 댓글 뙇~ 해주시면 힘이 납니다. ㅎㅎ


작가의말

주인공의 나이는 스물 둘입니다.

원래는 1화에서 나이를 명시했었는데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삭제가 된 것 같네요.^^;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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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선임이라 쓰고 엄친아라고 읽는다 +6 17.05.18 12,410 184 12쪽
5 운명의 데스티니 +6 17.05.18 12,423 175 6쪽
» 이 빌어먹을 축구! +8 17.05.17 12,691 176 9쪽
3 발암이 분다 +4 17.05.16 13,066 193 10쪽
2 까라면 까야지 +13 17.05.15 14,278 193 11쪽
1 프롤로그 +13 17.05.15 17,922 20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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