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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축구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빙잠
작품등록일 :
2017.05.14 22:15
최근연재일 :
2017.05.22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5,880
추천수 :
17,881
글자수 :
41,074

작성
17.05.18 16:30
조회
12,423
추천
175
글자
6쪽

운명의 데스티니

DUMMY

영건은 이를 악물었다.

고작 타 중대와의 축구시합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죄 없는 자신에게까지 이런 가혹한 명령을 내린 뽀빠이가 그렇게나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긴. 마냥 뽀빠이만을 탓할 순 없겠지.’

뽀빠이가 3중대를 들들 볶는 이유가 고작 10만원 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영건도 알고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대대장, 그 인간 때문이지.’

이 부대 대대장은 한 마디로 축구에 미친 사람이다. 유독 주말에 축구시합이 잦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대에서는 종종 중대별로 축구 토너먼트 시합을 벌이곤 했는데, 중대장들은 어떻게든 이 시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대대장의 눈에 들기 위해 안달이었다.

<우리 부대는 좀 달라. 축구 하나만 잘해도 군생활 졸라 풀리거든.>

영건이 자대배치를 받은 첫날, 선임이 왜 그런 말을 남겼는지 이제야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축구를 할까보냐.’

아무리 개 같아도 절대로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영건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이 엿 같은 축구우월주의사회, 아니 군대에 대한 반감만 늘었다.

‘축구? 좆 까!’

그는 이를 악물며 달리는 속도를 올렸다.


“헉. 헉.”

5바퀴를 완주한 영건은 활주로 앞에 서 있던 뽀빠이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휴우.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응?”

뽀빠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영건에게 물었다.

“넌 왜 뛰다말고 돌아왔어?”

“다 뛰었습니다.”

“5바퀴를?”

“네.”

“벌써?”

뽀빠이는 미심쩍어하는 눈초리였다.

다른 녀석들은 아직도 활주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었으니까.

“하긴. 저번에 구보할 때도 영건이 네가 1등으로 도착했었지?”

그는 곧 수긍하며 활주로를 향해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선임이라는 것들이 막내보다도 느려 터져가지고 잘하는 짓이다. 아주.”

뽀빠이는 활주로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영건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영건이 넌 체력 하나는 끝나준다잉?”

“사회에서 아침마다 조깅을 했었습니다.”

그는 적당히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잘했네. 요즘 젊은 애들 답잖게. 거기다 축구까지 잘하면 얼마나 좋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뽀빠이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민호 그 녀석만큼 공 잘 차는 애가 우리 중대에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뽀빠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곧 대대축구대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헬기 1, 2, 3중대, 본부중대. 이렇게 대대에 존재하는 4개의 중대가 벌이는 토너먼트 시합.

1분기 별로 개최되는 대대장배 축구대회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중대장들은 유독 제 휘하 병사에게 가혹해지곤 했다.

“영건아. 내가 너무한다고 생각하냐?”

“아닙니다.”

여기서 네, 라고 대답하는 놈은 눈치도 없는 등신이다. 이건 누가 봐도 ‘답정너’인 질문이었으니까.

“에휴.”

뽀빠이는 품에서 담배 한 대를 꼬나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름진 이마가 그의 착잡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다.”

뿌연 담배연기를 토해내며 그가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축구대회 결과가 중대 전투력 성과에도 반영이 되니까 내가 이 지랄을 하는 거다. 너희들이야 무슨 축구 따위로 전투력을 평가하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군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체력문제가 수준미달이라느니 어쩌니 저쩌니 하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뽀빠이가 푸념을 늘어놓는 사이, 가까스로 레이스를 마친 패잔병들이 하나둘 연병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이 보였다.

“더군다나 축구라는 스포츠로 군대 조직력을 키우고, 부대전술증진에도 도움이 될 거라며 허울 좋은 구실로 포장을 해대니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젠장.”

뽀빠이의 신세한탄에 영건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중대장의 성과를 내야한다니 뭐니, 그가 알 바 아니다. 그래도 적당히 이해하는 척 정도는 해줘야지 않겠나.

“고생들 했다.”

마침내 모두가 지친 몸을 이끌며 복귀하자, 중대장은 병사들을 정렬시켰다.

“곧 있으면 1분기 축구대회다. 이번엔 잘 좀 해보자. 응? 작년 4분기 대회 뛰었던 놈들은 잘 알겠지만, 강민호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축구는 팀플레이야, 팀플레이. 내가 봤을 땐 너희들이 조금만 더 분발해준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예.”

“자식들, 목소리가 왜 이래? 누가 보면 내가 지옥훈련이라도 시킨 줄 알겠다. 내가 너희들 나이 때는 이깟 활주로 10바퀴 정도는 거뜬히 돌았어.”

‘이 정도면 충분히 지옥훈련 맞는데 말입니다.’

영건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던 말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다들 말은 안했어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품고 있었을 거다.

“잘 좀 하자. 응? 올해에는 우승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냐? 우승만 하면 너희들 단체포상휴가 보내주는 거, 일도 아니야.”

포상휴가라는 말에 몇몇 병사들의 눈이 반짝였다.

현역 병사들에게 있어, 가장 매혹적인 단어는 아마도 휴가가 아닐까? 포상휴가라는 단어 하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이 바로 병사들이다.

‘하. 나도 휴가 나가고 싶긴 한데.’

그건 영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내 그는 고개를 젓고 말았다.

포상휴가 며칠 받겠다고 그렇게나 싫어하는 축구를 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 번 실력을 발휘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그렇다고 원할 때만 경기 한 판 뛰고 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대장과 뽀빠이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으니까.

‘제발 대대장 좀 바뀌었으면!’

생활관을 향해 터덜터덜 복귀하며, 그는 밤하늘을 향해 간절히 염원했다.

이 간절한 소망을 하늘이 들어준다면 무려 22년간 고수해왔던 무교생활을 청산하고 당장에 신을 영접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군대는 참 묘한 곳이다.

어째 싫은 일일수록 더 해야 하고 원치 않은 일일수록 시시각각 목줄을 조여 오는지.

운명 같은 것일까?

미치도록 질긴······.




추천 꾹~ 선작 꾹~ 댓글 뙇~ 해주시면 힘이 납니다. ㅎㅎ


작가의말

적정선에서 자르다 보니 분량이 짧네요;

저녁 8시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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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얀 쓰레기 +11 17.05.19 12,023 170 9쪽
6 선임이라 쓰고 엄친아라고 읽는다 +6 17.05.18 12,410 184 12쪽
» 운명의 데스티니 +6 17.05.18 12,424 175 6쪽
4 이 빌어먹을 축구! +8 17.05.17 12,691 176 9쪽
3 발암이 분다 +4 17.05.16 13,066 193 10쪽
2 까라면 까야지 +13 17.05.15 14,279 193 11쪽
1 프롤로그 +13 17.05.15 17,922 20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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