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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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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잠
작품등록일 :
2017.05.14 22:15
최근연재일 :
2017.05.22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5,875
추천수 :
17,881
글자수 :
41,074

작성
17.05.15 20:00
조회
1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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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대한민국 선수들,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입니다. 참 안타깝네요.>

“어휴! 갑갑~하다!”

나영환 기자는 TV를 시청하는 내내 제 가슴을 두들겨댔다.

“우리 정기석 기자님께서는 안 답답하신가 봅니다?”

“답답하면 니가 뛰던가.”

정기석이라 불린 사내는 컴퓨터 모니터 너머로 나영환을 힐끔 보더니 픽 웃었다.

영환은 기석보다 무려 10살씩이나 어린 직속 후배다. 그렇지만 워낙 죽이 잘 맞는데다가 알고 지내온 세월이 길어서 서로 간에 스스럼없는 편이었다.

“선배. 집에 콜라나 사이다 같은 거 없어요? 속이 답답할 땐 탄산만한 게 없는데. 아님 알콜이라던가.”

기석은 대답대신 맞은편 부엌에 배치된 냉장고를 눈으로 가리켰다.

“한 때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쯧쯧.”

“안 그래도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다.”

기석은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는 중이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TV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축구경기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에 따른 단점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스트리밍 사이트의 시청자 댓글은 요르단에게 2:1로 따라잡힌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악플로 가득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국대는 2002월드컵 황금세대 이후로 이렇다 할 간판스타가 없어요.”

“그래도 4강 이후로 해외파도 많이 늘었잖아.”

“해외파만 많으면 뭐합니까? 지금 전력으로 4강은커녕 16강도 무리에요.”

“······그건 그렇지.”

<한국 축구,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 중이던 기석은 타이핑을 중단하고는 영환을 바라보았다.

“영환아.”

“예?”

“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냐?”

그 질문에 영환은 잠시 고심하는 눈치였다. 다행히 그가 대답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소모되지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죠. 그 중에서도 중원이 너무 허술해요. 구심점이 없잖아요.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주는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랄까?”

“홍찬 선수 있잖아.”

홍찬은 분데스리가 소속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였다.

해외 리그로 진출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다수가 소속팀에서 화끈하게 벤치를 달구고 있는 암담한 상황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했다.

“에이! 홍찬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요. 저걸 봐요.”

영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TV를 가리켰다.

조금 전 기석이 언급했었던 홍찬 선수의 스루 패스가 팀 동료에게 닿지 못한 채, 허무하게 골 아웃되는 장면이 리플레이되는 중이었다.

“열심히 뛰는 건 좋다 이거에요. 그렇지만 괄목할 만한 재능은 아니라고 봅니다.

“흐음. 노력보단 재능이라는 건가. 꽤나 슬픈 얘기로군.”

생각에 잠겨있던 기석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예전에 영환이 네 입맛에 딱 걸맞는 선수가 있긴 했지. 제대로만 컸다면 지금쯤 홍찬을 완벽하게 벤치로 밀어냈을 텐데.”

“엥? 그게 누굽니까?”

“나도 잘 몰라. 한 가지 확실한 건 당시 그 녀석의 재능이 역대급으로 어마어마했다는 거지. 가만있어보자, 그 동영상을 저장했던 CD가 이 방 어딘가에 있을 텐데.”

“헤. 모르긴 몰라도 그 녀석, 꽤 대단했나 보네요? 선배가 따로 저장까지 해놨을 정도면.”

“아. 찾았다.”

서랍을 뒤적거리던 기석이 먼지 덮인 CD 케이스를 꺼냈다.

“어디 한 번 봅시다.”

쇼파에 앉아있었던 영환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기석에게로 다가왔다.

기석이 CD를 컴퓨터 본체에 집어넣고 동영상 파일을 재생시켰다.

“엑. 이거 화질이 왜 이래요?”

“무려 10년 전 물건이거든.”

동영상은 이름 모를 어느 경기장이었는데, 영환의 말마따나 화질도 썩 좋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가까이에서 찍어서 선수들의 얼굴을 대강이나마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는 거다.

재생되는 동영상에서는 유니폼을 갖춰 입은 어린 선수들이 한창 축구경기에 임하는 중이었다.

15세 이하로 보이는 어린 선수들은 피부가 까만 흑인부터 금발의 서양인까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개중에서 동양인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눈에 띄었다.

또래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작았고, 체구 또한 왜소해서 저 덩치들 틈바구니에서 공이나 제대로 찰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야. 이거 물건이네, 물건!”

오래 지나지 않아 영환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의 시선은 유일한 동양인 소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소년은 공만 잡았다하면 기가 막힌 패스를 선보이곤 했다. 좌, 우, 정면. 짧은 패스부터 대지를 가르는 롱 패스까지.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패스를 전달하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특히 본인의 개인기를 과시하며 대담하게 정면을 뚫고 들어가서 중거리 슛을 때려넣는 대목에서는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녀석, 한국인 맞아요?”

“유니폼을 봐."

득점을 기록한 뒤, 세레모니조차 않고 덤덤하게 자기 진영으로 되돌아가는 소년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가 돌아서는 순간, ‘Cha. Y.G'라는 이니셜이 박힌 채였다. 틀림없는 한국인이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거 바르샤 유니폼 아닙니까?”

영환의 눈동자가 커졌다.

비록 현재 바르샤의 유니폼보다는 다소 촌스러워보였지만, 보라색과 붉은색이 교차로 칠해진 저 유니폼과 엠블럼은 틀림없는 바르샤의 그것이다.

“맞다. 아마 바르샤 유소년 팀이 아닐까 싶어.”

동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두 사람은 넋을 잃고 그것을 감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또래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는 소년의 플레이는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 녀석, 중간에 축구를 그만둔 거겠죠?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겠지. 10년 전이니까 지금이라면 20대 초중반일 텐데, 계속해서 이런 활약을 펼쳤다면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지 않았을까?”

되감기를 반복하며 몇 번이고 동영상을 감상하는 두 사람이었다.

“거참. 생각할수록 아깝네.”

“그러게 말이다.”

“선배.”

아쉬운 듯 연신 입맛을 다시던 영환이 지석을 불렀다. 지석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녀석,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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