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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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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잠
작품등록일 :
2017.05.14 22:15
최근연재일 :
2017.05.22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45,882
추천수 :
17,881
글자수 :
41,074

작성
17.05.21 20:00
조회
11,866
추천
179
글자
9쪽

실력발휘?

DUMMY

군대.

남들 다 다녀오는 군대, 까짓 거 나라고 못 버티겠냐?

······라고 입대 전날에 영건은 생각했었다.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지만, 솔직히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생각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군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집단에 몸담은 소감은 딱 잘라 한 마디로 표현이 가능하다.

좆같다. 그것도 몹시.

자신이 전입 오게 된 이 자대가 타부대보다 유별나게 좆같은 건지, 아니면 대부분의 군대가 이렇게 좆같은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렴 어떠랴?

좆같다는 불변의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

‘축구, 박수철, 폭설, 업무······ 제아무리 지옥이라도 이렇게까지 하나같이 좆같을 수는 없을 거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깡그리 그러모아 때려 박은 장소. 그곳이 바로 이 군대라는 곳이었다.

‘이쯤 되면 차라리 지옥에 가는 게 낫겠어.’

응원석에 앉은 영건은 삶에 찌든 얼굴로 축구장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3중대의 저급한 동네축구. 그 저급함의 대미를 장식하는 박수철의 필살 독수리 슛까지.

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3중대의 축구시합을 관전하고 있으려니 암이 걸릴 것만 같다.

‘어떻게 한 번 당했던 작전에 똑같이 당할 수가 있는 거지?’

그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2중대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4-3-3 포메이션의 역습 전술을 들고 나왔다. 3중대를 상대로 한 번 재미를 봤던 전술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한 번 호되게 당해봤으면 대응책 비슷한 것이라도 마련해 와야 하는 게 정상인데, 어째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현재 스코어는 1:0. 2중대가 선취골을 득점하여 앞서가는 상황이었다.

3중대의 저질스런 플레이를 감안하면 1골밖에 먹히지 않은 것도 천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었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2중대 공격수들이 날린 슛이 무려 세 번씩이나 골대를 때렸으니까.

“영건아. 괜찮아? 요 며칠 사이에 너 안색이 되게 초췌해진 것 같아."

“박수철 병장님이랑 이틀 연속으로 근무 나갔습니다.”

“······이해한다.”

지환과 무의미한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영건의 분노게이지는 계속해서 차오르는 중이었다.

어디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지 않는 이상, 조만간 화병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야, 이 자식들아! 제발 내려와서 공격수 좀 막아!”

뽀빠이는 오늘도 3중대의 형편없는 저질 축구에 분노했고, 이대로라면 오늘도 활주로 구보 신세는 따 놓은 당상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후반 87분.

2중대의 득점 이후로 스코어는 여전히 1:0.

오직 1골만이 절실한 상황인지라 뽀빠이는 오늘따라 유난히 중대원들을 독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2중대의 공격상황.

시간에 쫓겨 다급해진 3중대의 수비진이 볼을 가진 공격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문제는 거기서 벌어졌다.

“아악!”

무리하게 몸을 비틀어 2중대 공격수를 따라붙던 3중대의 수비가 땅이라도 꺼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삑!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화들짝 놀란 뽀빠이가 호루라기를 불어 경기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아으! 쥐, 쥐가 난 것 같습니다!”

“어디 봐봐.”

뽀빠이는 쥐가 난 중대원을 향해 다가갔다.

“아으으!”

뽀빠이가 고통을 호소하는 그의 오른발을 붙잡고 주물러주었지만, 쉬이 회복될 것 같진 않았다.

“쯧쯧. 무리했나보네.”

그 곁으로 다가온 2중대장이 혀를 끌끌 찼다.

“어이, 뽀빠이. 이쯤에서 경기 종료하는 게 어때? 어차피 시간도 3분밖에 안 남았는데.”

그러자 뽀빠이가 발끈했다.

“그런 게 어딨어? 3분밖에, 라니! 아직 3분씩이나 남았는데 경기를 왜 끝내?”

2점 차 이상이었다면 뽀빠이도 체념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스코어는 1:0.

한 점만 넣으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뽀빠이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일단 진석이 넌 들어가서 좀 쉬어. 그리고 너희들 이리와 봐!”

뽀빠이는 쥐가 난 병사를 응원석으로 보낸 뒤, 중대원들을 집합시켰다.

“대체 2중대한테 몇 번을 지는 거냐? 아무리 강민호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2연패가 말이나 되는 소리야?”

“······.”

3중대 인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강민호를 제외하더라도 비슷한 전력이라고 생각했던 2중대에게 이렇게 연달아 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분개해하던 뽀빠이가 문득 고개를 돌려 응원석을 바라보았다.

열 받는 건 열 받는 거고.

일단은 남은 경기를 속개하는 게 우선이다.

“거기.”

영건과 지환.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뽀빠이의 손가락이 한곳을 향했다.

“영건이. 너 나와."

“······저 말입니까?”

영건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래. 너 말입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튀어와.”

뽀빠이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주전선수 한 명이 전력에서 이탈한 지금, 교체할 만한 선수라고는 영건과 지환뿐이었다.

그 중 지환은 아직 발목부상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환마저 제외하면 남는 인원은 오직 영건뿐.

평소 축구를 못한다던 영건의 말을 못 들은 바 아니지만, 뽀빠이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아씨.’

별 수 없이 영건은 터덜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렇다고 부상당한 지환을 뛰게 할 순 없었으니까.

“3분밖에 안 남았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추가실점만 잘 막아봐라. 알겠지?”

뽀빠이가 그의 어깨를 짚으며 독려했다.

언제까지고 군대에서 축구를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은 영건도 잘 알고 있었다. 워낙 중대인원수가 적었으니까.

‘그래봐야 3분이다. 3분만 적당히 버티면 돼.’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석이 되었던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 자리를 잡았다.

영건이 투입되자 작은 해프닝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경기도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재개되었다.

“오늘도 지면 활주로 10바퀴다! 알아서들 해!”

뭐?

10바퀴라는 말에 영건의 눈이 번쩍 뜨였다.

‘······농담이겠지?’

영건은 제 귀를 의심했다.

10바퀴는 절대로 일반인이 소화할 수 없는 거리다. 가히 마라톤 수준이다.

3중대원들 전원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뽀빠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뽀빠이의 선언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으리라. 그러나 뽀빠이는 그 여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중이었다.

“저 말은 진짜일 거야.”

“······잘 못 들었습니다?”

“영건이 네가 이 부대로 전입하기 전에 우리는 실제로 뛰어봤거든. 활주로 10바퀴를.”

“······!”

옆에서 같이 뛰던 선임의 증언 덕분에 영건도 비로소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활주로 10바퀴라니. 진짜 뛰기 싫다.’

그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체력이 좋다. 그렇지만 체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뜀박질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다.

경기는 그의 고뇌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2중대의 공격진은 공을 돌리며 천천히 그물망을 좁혀오는 중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3분. 이 짧은 시간동안 볼을 점유하면서 마지막 공격을 시도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2중대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활주로 10바퀴가 가져다주는 어마어마한 공포에 3중대의 전의가 그 여느 때보다도 불타오른 상태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오오오!”

3중대는 어떻게든 2중대의 볼을 가져오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무작정 공을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움직임. 다만 그 속도는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어어?”

볼을 가지고 있던 2중대의 수비진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3중대의 압박이 생각보다 빨랐던 것이다. 덕분에 2중대의 입장에서도 평소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고, 공 받아!”

수비수가 황급히 넘겨준 볼을 받은 미드필더진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미드필더는 황야를 돌진하는 버팔로 떼와도 같은 3중대의 무서운 기세에 놀라서 전방으로 볼을 걷어찼다.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돌렸던 2중대의 짜임새 있던 전술이 일시적으로 붕괴되었다.

높게 떠오른 볼은 수비 쪽으로 날아왔다.

2중대의 김 병장이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공중 볼을 탈취하기 위해 수비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경합하던 두 사람 사이로 공이 떨어졌다.

퉁!

공에 머리를 갖다 댄 쪽은 3중대의 수비였다. 먼저 자리를 잘 잡은 데다가 체격으로도 김 병장이 다소 열세였다.

하지만 김 병장의 방해 때문이었을까?

공교롭게도 튕겨나간 공은 2중대의 공격수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나이스~”

2중대의 공격수가 볼을 잡아내기 무섭게 오른쪽 측면으로 드리블을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어?’

그의 드리블은 계속되지 못했다. 어느새 눈앞에 버티고 선 영건 때문이었다.

‘그래봐야 임시땜빵으로 들어온 막내. 이런 녀석 제치는 것쯤이야 껌이지.’

공격수는 슬금슬금 헛다리를 짚으며 영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국 그 방법 밖엔 없는 건가?'

영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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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좋아 자연스러웠어 +17 17.05.22 12,172 188 8쪽
» 실력발휘? +5 17.05.21 11,866 179 9쪽
8 차명석 +7 17.05.20 12,067 172 11쪽
7 하얀 쓰레기 +11 17.05.19 12,023 170 9쪽
6 선임이라 쓰고 엄친아라고 읽는다 +6 17.05.18 12,411 184 12쪽
5 운명의 데스티니 +6 17.05.18 12,424 175 6쪽
4 이 빌어먹을 축구! +8 17.05.17 12,691 176 9쪽
3 발암이 분다 +4 17.05.16 13,066 193 10쪽
2 까라면 까야지 +13 17.05.15 14,279 193 11쪽
1 프롤로그 +13 17.05.15 17,922 20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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