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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들이 찾는 천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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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함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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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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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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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불속으로 (10)

DUMMY

SBN, ‘시간여행 사고처리반’팀 회의실.

조연출이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흘끔거리며 말했다.


“첫날 시청률 6.3 프로. 최고 시청률 7.1프로. 둘째 날 6.6에 7.3프로입니다.”


불청객이 팔짱을 끼며 끄덕거렸다.


“뭐, 나쁘진 않은데.”

“네. 그래도 조금씩 상승세라······.”

“넌 0.3 오른 걸 상승세라고 하냐?”


조연출이 얼른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그들을 지켜줄 메인감독이 없었다.

여전히 작가님이 간신히 뽑아낸 쪽대본을 들고서 한창 촬영 중이라.

그나마 B팀 감독, 이현성이 자리에 있긴 했지만······ 다혈질인 그는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였다.


그때 불청객, 드라마국 부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에휴, 아무리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다지만 6프로대 가지고 자축하고 있는 꼴이라니. 소피아를 위하여 잡는 건 국장님도 기대 안 하더라. 어차피 그거 우리 10화쯤 되면 끝나니까, 그때까지만 이 악물고 버텨. 그 시청자들 우리가 받아먹을 수 있도록.”

“뭘 버티고 받아먹어요. 잡아야죠.”


툭 튀어나온 목소리.

불안불안해하던 조연출이 눈을 질끈 감았다.

부장이 목소리의 주인인 이현성을 보았다.


“가능하겠어?”

“그럼요.”

“그럼 나 기대한다?”


이현성이 마음대로 하시라는 듯 으쓱거렸다.

나머지 직원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대체 왜 긁어 부스럼을······.


그렇게 부장이 지켜보겠다며 나가고, 벙쪄있던 직원들 중 한 명이 물었다.


“혹시 위험을 즐기시는 타입?”

“아니, 승질을 못 참는 타입.”


조연출이 대신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현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열받잖아. 고생고생해서 만드는데 기대도 않는다니. 무슨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도 아니고.”

“뭐, 저희도 그게 기분 좋았던 건 아니긴 한데······.”


말끝을 흐린 직원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회의는 계속 해야 하니까.


“그나저나, 아까 얘기하던 거 마저 하자면, 유지하 배우가 나온다는 기사를 언제 내는 게 좋을까요? 아직 3주 정도 남긴 했는데, 마케팅팀에 미리 요청해 놓으려고요.”


촬영 전까지만 해도 유지하로 기사를 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들이었다.

다른 에피소드에 나오는 단역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배우들 중 한 명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두 화제작에 이름을 올리며 상황이 달라졌다.

대체 유지하가 누구길래? 연기는 어떻고? 이런 반응들이 많아지며 그의 이름이 화제성을 갖게 되어버린 거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유지하의 연기를 보여주게 될 작품이 바로 자신들의 시간여행 사고처리반.

소피아를 위하여가 굳건한 상황에서 경쟁작인 그들은 어그로 하나가 귀중했다.

이현성이 별다른 고민 없이 대답했다.


“8화 예고편이랑 동시에 내자.”

“그럼 토요일에 기사 뜨고 바로 다음 날 나오는 건데요?”

“상관없어. 미리 띄워봤자 힘만 빠지지. 전날 확 어그로 끄는 게 나아.”


이에 하나둘 납득하는 직원들.


“그러면 8화가 엄청 중요해지겠네요. 그 다음주에 방영할 9화까지 시청자들을 끌고 갈 수 있는지가 결정될 테니까.”


누군가의 말에 이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8, 9화는 걱정 없어. 문제는 10화부터지. 분명히 이전 에피소드와 비교가 될 테니까. 시청률 코인마냥 폭락하는 거 보기 싫으면 지금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할 판이야. 그런 의미에서, 난 편집실 가 있을 테니까 뭔 일 나도 부르지 마.”


그가 몸을 일으켜 회의실을 나간다.

이제 회의실에 남은 직원들 중 B팀 현장에 있었던 건 조연출뿐.

직원들이 물었다.


“아니, 대체 촬영장에서 유지하 배우가 어땠길래 저래요?”




#




대망의 촬영 전날.

최성호 감독은 하루 종일 세트장이었다.

첫 연출, 첫 촬영.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싶은 마음에 모든 걸 점검했다.


그중 가장 중점적으로 한 게, 바로 가이다마라고 하는 작업.

스탭들을 대역 삼아 카메라와 동선을 잡고, 조명까지 세팅해 맞춰놓았다.

그렇게까지 해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내일 촬영에서 마지막으로 촬영할 씬 때문이었다.

디테일하게 꾸며진 연구실 세트장.

무명 연기자들을 대역으로 세워 여러 쇼트를 돌렸는데, 영 마음 같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최성호 감독의 물음에 옆에서 함께 모니터링을 하던 조감독이 주억거렸다.

촬영현장에서만큼은 최성호 감독보다 더 오래된 경력을 자랑하는 그였다.


“왜 감독님 성에 안 차는지는 알겠어요. 혼자 나오는 씬에 대사까지 거의 없으니 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근데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요. 짧은 쇼트로 빠르게 편집하고 음악도 깔면 이렇게 보시는 거랑은 또 다를 거예요.”

“흐음······.”


그럼에도 최성호 감독은 찜찜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실사화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 왔다곤 하지만, 어쨌든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그였다.

평소 해오던 작업과의 괴리는 당연했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 조감독이 덧붙여 말했다.


“너무 애니메이션처럼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안 돼요. 거긴 감독님 생각대로 그리면 되지만, 영상은 그게 아니니까. 꼭 필요한 씬이라면,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죠. 제가 볼 땐 이 정도가 최선이에요.”


사실 아니라 해도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당장 내일이 촬영이니까.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최성호 감독.

조감독이 화면 속, 동선대로 움직이는 대역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유지하 배우, 지난번 리딩때 보니까 보통이 아니던데. 나름 아우라가 있어서 이렇게 보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예요.”


대본리딩을 숱하게 해본 그에게도 그날의 유지하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리딩을 잘하는 배우들은 많다.

아, 저 배우는 촬영장에서 저런 식으로 연기하겠구나.

스탭들은 그렇게 예고편을 보여주는 배우를 두고 리딩 잘한다고 평가한다.

1화 중반까지만 해도 유지하는 그런 쪽에 속하는 배우였다.

신인인데 긴장 안 하고 힘 빼고 잘하네, 정도.

하지만 1화 후반부터는 그 평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저 배우는 저런 식으로 연기하겠구나, 가 아닌······.


‘저런 식으로 찍겠구나. 우리가.’


아무것도 없는 리딩장, 분장조차 하지 않은 배우가 청사진을 보여주는 듯했다.

오죽하면 리딩이 끝나고 스탭들끼리 한 시간 넘게 유지하 배우 얘기만 했을까.

그 정도의 포텐을 보여준 배우였다.

그러니 아무렴 대역을 세운 것보단 낫지 않겠나.


그때 옆에서 중얼거리는 최성호 감독.


“맞다. 이거 지하씨 씬이었지.”


갑자기 진통제라도 들어간 것처럼 그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




거대한 세트장에 입이 떡 벌어졌다.

어째 촬영장에 올 때마다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다.

시간여행 사고처리반도 어마어마했는데, 여긴 아예 차원이 다르네.


‘이게 플렉스온의 자금력?’


김종윤 실장마저도 별천지를 본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견학하듯 쭉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한창 촬영 중일 세트장으로 향했다.

마침 세트장에서 나오는 스탭.

얼굴이 익숙했다.


“팀장님!”

“어, 지하씨!”


비료의 더빙팀장이 날 보고 반겼다.

아니, 이젠 음향팀 팀원이지.

맡은 일이 붐오퍼레이터라고 했었는데, 정확히 뭘 하는 건진 모르겠다.


“일찍 왔네요?”

“네. 세트장 견학도 할 겸. 근데 지금 촬영 중 아녜요?”

“잠깐 끊어가는 중이라, 편하게 들어가도 돼요.”

“넵, 감사합니다.”


곧장 들어간 세트장 안쪽은 꽤나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스탭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다음 씬을 준비 중이었다.


“여기 개퍼테이프 좀 가져와 봐. 라인 붙여야겠다.”

“어제 대역으로 리허설 한 거 아니었어? 카메라 이 위치 맞아? 바레나는데?”

“이러면 이쪽 벽은 밀어야겠는데? 카메라 각이 안 나와.”


다들 촬영장을 전쟁터라고 표현하던데, 여긴 규모로 보나 인원으로 보나 대전투였다.

그리고 대전투의 선두에 선 두 배우, 권규섭과 박세연.


촬영에 방해가 될까, 구석에 서서 지켜보았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났는지 어두운 세트장 한쪽에서 촬영이 재개되었다.


치료제를 이용해 야욕을 채우려는 권철과 그것을 깨닫고 막으려는 미연.

두 인물의 격돌.

액션씬은 아니지만, 마치 연기라는 칼이 손에 쥐어진 것처럼 두 배우는 끊임없이 치고받았다.


대본리딩 덕분인지, 두 배우는 서로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고.

그럼에도 2화까지만 리딩을 했기 때문인지, 합을 맞춘 느낌은 또 아니었다.

덕분에 현장에서의 생생함이 장난 아니다.

보는 내내 얼른 저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질 정도로.


하지만.


“배우님, 분장실로 가실게요.”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오늘 내가 촬영할 곳은 여기가 아닌, 옆 세트장.

그곳에서 단독씬을 찍을 예정이니까.






······분장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라마 형식이긴 하지만, 사실상 아주 긴 영화를 쪼갠 것 같은 느낌이라 메이크업도 최소한만 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아직 메이크업 받는 게 어색하고, 받은 상태로 있는 것도 답답해하는 나에겐 희소식.


분장실을 나와선 옆 세트장에서 넘어온 조감독과 함께 촬영을 준비했다.

동선 체크도 하고, 조명도 잡고······.

그다음엔 조감독과 콘티를 보며 얘기했다.


“유 배우도 느꼈겠지만, 이 씬이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아요. 연구하는 씬이라 대사도 별로 없는데 쇼트만 엄청 많고, 심지어 공간도 넓고. 배우들이 연기하기에 꽤나 막막할 수밖에 없는 연출이죠.”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한 조감독이 나를 위로했다.


“물론 지하씨한테만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배우를 데려와도 비슷할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배경음악 들어가면 휑한 것도 어느 정도 해결될 테니 부담 갖진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볍게 끄덕이자 조감독이 빙그레 웃었다.


“일단 감독님 이쪽으로 넘어오시기 전에 리허설하면서 그림 좀 볼게요.”


그리고 다시 카메라로 향하는 조감독.

연구실로 꾸며진 세트장을 혼자 거닐며 마지막으로 동선을 확인했다.


‘좀 외로운걸?’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심 황당했다.

이러면서 지하 극장에선 혼자 어떻게 10년을 버틴 거지?

새삼 나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며 카메라 앞에 섰다.


‘그나저나, 쉽지 않은 씬이라.’


슥, 현장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그리 넓게 느껴지진 않는다.

외롭긴 한데, 막막할 정도는 아니고.


“자, 배우님. 카메라 롤······.”


그도 그럴 게, 늘 1인극이었으니까.

늘 혼자서, 작은 인형으로, 더 큰 공간을 채웠었으니까.


그러니 오늘은.


“레디, 액션!”


옛날 기분 좀 나겠네.


붉게 빛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나는 준성이란 인형을 꺼냈다.




#




한편, 모니터링을 하던 최성호 감독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이정도면 됐겠지.’


계획대로 촬영을 이어가면서도 아직 얼떨떨한 최성호 감독이었다.

어느 정도에서 만족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하는지.

그 감을 잡는 중이었다.

어쨌든, 이곳에서의 촬영은 여기까지.

컨펌을 낸 최성호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촬영이 남아 있지.’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고서, 곧장 걸음을 옮긴다.

스탭들도 촬영장비를 그대로 둔 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도착한 옆 세트장은.


“······?”


어딘가 묘한 분위기였다.

어수선하다고 해야 하나, 차분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애초에 그게 공존할 수 있는 느낌인가?


자연스레 조감독을 찾은 최성호 감독.

그가 다가가자, 모니터 앞에 있던 조감독이 자리를 비켰다.

리허설은 어땠냐고 물어보려는데, 대뜸 조감독이 말했다.


“이건 좀 억울하네요.”

“음? 뭐가?”


조감독이 최성호 감독에게 말 하면서,

시선은 촬영장 한가운데 앉아있는 유지하에게로 돌렸다.


“우리가 어제 뭘 걱정했던 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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