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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들이 찾는 천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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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함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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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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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3)

DUMMY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김종윤의 물음에 서정옥이 영상에서 시선을 뗐다.

잠시 혼란스럽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지며, 그녀가 말했다.


“예전에 내가 보육원에서 봤다고 했던 인형극.”

“보고 오셔서 거의 하루 종일 얘기하셨던 그거요?”

“맞아, 그거. 수술받고서 보육원장이 안부 연락이 왔었거든. 그때 다시 생각나서 물어봤는데, 그때 인형극 했던 사람이 일을 관뒀다 하더라고.”


여기까지 들은 김종윤이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잠깐. 지하씨가 보육원 인형극, 그 사람이었어요?”

“아무래도 그런가본데··· 이게 그날 내가 본 인형극이야. 목소리도 똑같고.”

“허, 세상 참 좁네요.”

“능력 있는 사람에겐 더더욱 그런 세상이지. 위튜브다 뭐다 드러날 기회가 많아졌으니.”


그리고는 화면을 내려다보는 서정옥.

여러모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든 볼 수 있게 올려놨을 줄이야.

심지어 다른 영상도 많았다.

이 영상들도 자신이 본 것만큼 괜찮을까?

언제 한번 쭉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김종윤이 물어왔다.


“그런데 왜 배우냐고 하신 건 뭐예요?”

“아니, 좀 의아해서. 나는 으레 작가를 하고 있겠거니 했거든.”


그만큼 인상적인 공연이었으니까.

인형을 다루는 솜씨나 여러 개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그저 서커스처럼 신기한 요소일 뿐.

그녀는 그 너머에 있는 이야기를 보았고, 그 이야기를 만든 창작자를 보았다.


“분명 재능이 보였는데······.”


작게 중얼거린 서정옥이 우두커니 서 있는 김종윤을 보았다.

그녀가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아. 가봐야 하지? 얼른 가.”

“네, 그럼.”


주택을 나서는 김종윤.

홀로 남은 서정옥이 잘 깎인 연필 끝을 원고지에 올리며 읊조렸다.


“좀 의아하지만. 그래서 더 연기가 어떨지 궁금하네.”


앞으로 소속 배우가 될지도 모르는데, 작품은 챙겨봐야겠지.




#




약속 시간보다 꽤나 일찍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 있을까, 하다가 그냥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

책상들이 서로 마주 보는 구조로 두 줄이었는데, 정작 책상 위가 채워져 있는 건 몇 자리 안 됐다.

상주해 있는 직원도 다섯 명 남짓.

직원들은 나를 알아봤고, 사무실 안쪽 회의실로 안내받았다.


“마실 건 어떤 거 드릴까요? 커피랑 오렌지주스, 보이차, 둥굴레차, 홍차······.”

“저는 그냥 물로 할게요.”


그리고 남직원이 가져다준 생수병을 홀짝이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보이스팩토리 미팅룸처럼 복도 쪽 벽이 통유리라 여러모로 살피기 쉬웠다.


‘확실히 작긴 하네.’


이번에 미팅하면서 소속사에 방문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확실히 그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였다.


하긴, 동네가 동네다 보니 월세가 무지 비싸겠지? 얼마나 하려나. 배우도 고은수 한 명뿐이라고 했는데, 괜찮은 건가?

월세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가, 내가 회사 걱정을 하고 앉았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만······.

살짝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미팅을 오면서 나름 다짐한 게 있었지.

이전 소속사들과 조건이 큰 차이 없다면 여기로 와야겠다고.

용서를 촬영하는 내내, 김종윤 실장이 고은수를 어떻게 대하는지 봤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계약도 중요하지만 그런 건 종이로 확인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랬는데······.’


그 생각을 고쳐야 할지도?

그러던 참에 김종윤 실장이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왔지만, 미안한 기색이었다.


“더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제가 일찍 왔는데요, 뭘. 미팅이 계속 늦어졌으니 오늘만큼은 일찍 와봤습니다.”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하자, 김종윤 실장도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용서의 예상 밖의 성적에 대해 자축하다가 본론으로 넘어왔다.

본격적으로 계약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


내용을 들을수록 이상했다.

너무 이상하게······.

후한데? 아니, 과한데?


요점만 정리하자면, 계약기간은 3년으로 짧은 편.

그런데 계약금은 가장 높았다.

애초에 신인은 계약금이 없다는 곳도 많았고, 있으면 계약기간이 길었는데. 여긴 7년 전속을 제안했던 곳만큼 준다.

가장 중요한 비율도 8대2.

스케줄 소화에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전액 회사에서 부담.

그리고 내가 잡아 온 두 작품에 대한 건 나누지 않고 온전히 내 몫······.


‘뭐지?’


나도 참 웃긴 게, 가장 좋은 조건을 위해 그동안 여러 매니지먼트를 만났는데.

막상 그런 조건을 만나니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아니, 근데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월등하잖아. 수상할 정도로.


‘회사가 막 풍족해 보이지도 않는데······.’


다시 한번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런 조건은 어떻게 책정된 건가요?”

“우선 직원들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회사 규모로 봤을 때,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말이죠.”


그러면 이 조건이 직원들의 의견이라는······.


“그리고 그냥 제 마음대로 정했습니다.”


아니구나.


“일반적인 계약을 적용하기엔 제가 용서 촬영 현장에 봤던 것들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러다 손해 보면 어쩌시려고요.”

“어쩔 수 없죠. 안 되면 채진의 비포애프터 사진으로 닭가슴살이라도 만들어 팔죠.”


피식 웃으며 나도 받아쳤다.


“차기작에서도 살을 좀 빼야 할 거 같아서. 그 김에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큰 소리로 웃은 김종윤 실장이 고민해 보시고 연락 달라며 계약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로 회사 대표의 정체도 알게 되었다.


서정옥 작가.

고등학생 때 언어영역에서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된, 유명 소설가.


‘그러면 이 회사에 대한 걱정을 덜어도 되려나.’


마음이 좀 놓인다.

그래도 수능에 나올 만큼 유명한 작가가 차린 매니지먼트인데, 설마 월세를 못 내서 쫓겨나겠어?




#




주변이 밝아지며 긴장감이 탁 하고 풀렸다.

비로소 관객들이 숨을 뱉어냈다.

몇몇은 혀 차듯 끌끌 웃으며 같이 온 사람을 돌아본다.

마치, 예상보다 훨씬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 안전바 올리는 것도 잊은 채 벙벙한 사람들 같았다.


“······나가자.”


상영관을 빠져나오는 20여 명의 사람들 중엔 김소화 일행도 있었다.

말없이 복도를 빠져나오는 그들 옆으로 용서에 대한 반응이 들려온다.

독립영화보단 히어로 영화를 더 좋아할 것 같은 20대 초반 남자들이었다.


“뭐가 이렇게 찝찝하게 끝나? 그래서 채진은 착한 놈인 거야 나쁜 놈인 거야?”

“와, 은하 존나 불쌍해. 지들이 뭔데 용서를 하라 마라야. 채진은 걍 개새끼지. 블랙박스라고 하는 거 봤어? 시발 진짜 무슨 사이코패슨 줄.”

“워워, 영화야 진정해. 그리고 사이코패스 맞긴 해.”


또 한쪽은 과잠을 입고 있는 대학생들.


“확실히 치료된 게 맞나?”

“마지막에 묘하게 웃는 것 같지 않았어?”

“글쎄, 난 우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아. 나 열린 결말 개극혐하는데, 연기를 어이없을 정도로 잘해버리니까, 오히려 여운이 남네······.”


실시간 댓글이 음성 지원되는 듯했다.

복도를 나오자마자, 정다운이 입을 벌렸다.


“와······ 가끔 같이 더빙할 때 슬쩍슬쩍 돌아보면 그냥 마틴이 인종만 바뀐 거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그건 연기도 아니었네······.”

“야야, 너 쓰레기 그냥 들고나왔는데?”

“아······.”


그녀 손에 들린 빈 팝콘통과 음료를 가리키는 김민우. 그도 반쯤 넋이 빠져 있었다.

송인범도 ‘콘티 보고 더빙할 때부터 범상치가 않더라니’라고 중얼거리며 혀를 내두른다.

김소화는 어딘가 초연한 얼굴이었고.

이미 2회차인 이연주만이 그 모습들을 흐뭇하게 관망했다.


“지하 오빠, 연기 진짜 미쳤죠?”


송인범이 이연주를 홱 돌아봤다.


“넌 이걸 어떻게 두 번 봤냐? 영화를 잘 만든 건 인정인데, 이거 내용이 두 번은 못 볼 거 같은데.”

“그래서 오늘은 중간중간 눈 감고, 공부했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저 상황이 확실히 그려지는지.”

“어떻디?”

“VR인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송인범이 웃었다.

괴물이야, 괴물.


때마침 옆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에서부터 지금까지도 감상평을 이어가고 있던 남자들과 대학생들이 먼저 탔다.


“우리도 탈 수 있겠는데?”


김소화가 빈공간을 보더니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송인범이 만원이 될까 걱정하며 몸을 밀어 넣었는데, 다행히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가 1층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니, 근데 개어이없는 게······.”

“솔직히, 채진역 맡은 배우······.”

“지하 오빠요······.”


모두 목소리만 작아졌을 뿐,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감상평은 계속 이어졌다.




#




Q&C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는데도 시간이 일렀다.

어디 들어가서 기다리긴 또 애매해서 일단 근처 역에서 내려 영화관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건물 1층을 슥 둘러보고, 엘리베이터 앞 의자에 앉았다.


[지하씨 어디? 우리 끝났어. 이제 엘베타고 내려가]


김소화 성우의 톡을 받고서 엘리베이터 층수를 봤다.


6층··· 5층···


오늘 미팅 즐거웠다는 김종윤 실장에게 답장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2층··· 1층.


문이 열린다.

안쪽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특히 이연주와 송인범 성우는 거의 반년만에 보는 것 같은데.


“오랜만이에요.”

“오빠!”

“어, 지하 와 있었네? 아니, 여기 지상이지?”

“아, 선배님 제발······.”


두 사람이 먼저 내려 다가왔다.

뒤이어 매주 보는 얼굴들도 옆에 선다.

김소화가 말했다.


“미팅 잘 끝내고 온 거야?”

“네. 잘하고 왔···.”


말하다가 문득, 시선이 옆으로 꽂혔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


이유 모를 탄성이 들려왔다.

엘리베이터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순간 깨달았다. 여긴 영화관 건물이고, 지금은 용서가 끝난 직후라는 걸.


경악한 얼굴 여럿이 어어,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혔다.

뒤늦게 안쪽에서 흥분한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마, 맞지? 채진 맞지?”

“시발 존나 깜짝 놀랐어. 갑자기 영화 보고 나왔는데 영화 속에 있던 살인마가······.”

“대박! 미쳤다. 이거 봐, 나 개소름돋았어!”

“어떡해!? 다시 올라가서 사진 찍어달라 해??”






다행히 사람들이 올라오진 않았다.

이연주가 좋은 구경 놓친 것처럼 아쉬워했고, 우리는 곧장 늦은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예상했던 대로 술집에.

이 멤버에 술이 빠질 리가.


막걸리에 파전.

맛있었다. 닭가슴살만 먹다 보니 상상 이상으로 더.

마른하늘도 비를 내려야 하나 고민할 것 같은 맛이었다.

하지만 딱 다섯 젓가락 먹고 내려놓았다.

아직 촬영날짜는커녕 대본리딩도 잡히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관리해야지.


그나저나.


“선배님은 영화 어떠셨어요?”


제로음료를 마시고 있는 김소화 성우에게 물었다.

다들 영화 보고 와서 들뜬 목소리로 코멘트를 다는데, 아직 그녀의 후기만 못 들었다.

시끌벅적하던 성우들도 내심 궁금했는지 그녀를 본다.

김소화 성우가 픽 하고 웃었다.


“보는데, 열받더라.”

“채진이 그런 역할이긴 하죠.”

“아니, 그거 말고. 연기.”


고개를 저은 김소화 성우가 툭 덧붙인다.


“너무 잘해서 열받던데?”


그러자 송인범 성우가 양은잔을 입에 가져가며 갸웃거렸다.


“난 또 못해서 열받는다는 줄 알고 귀를 의심했네. 아니, 근데 잘하는 게 왜 열받아?”

“연기가 별로면, 성우에만 집중하라고 말하려 했거든요. 근데, 이게 뭐 엔간히 잘해야 가스라이팅도 통하지. 질투고 뭐고, 인정. 지하씬 연기를 해야겠더라.”


내가 빙그레 웃었다.

요즘 깨닫고 있는 건데, 연기에 대한 칭찬은 들어도 들어도 좋더라고.

그때 김소화 성우가 이어서 묻는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뭐야?”


기대하는 시선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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