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들

[중편] 고유스킬 더블 (에필로그)

델은 여전히 벌을 받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이 만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세계에 어떤 힘도 쓸 수 없는 상태.

하지만 D월드는 평화로웠다.

줄루 같은 놈들은 계속해서 새로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악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세계에서 주기적으로 소환되는 ‘용사’들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으니까.

남혁을 통해 깨달은 델의 새로운 ‘통치 방식’은 그야말로 효과 만점이었다.

빰빠라밤- 빰빰빰- 빰빠라밤-

“정신이 드셨군요! D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해, 짝! 환영해, 짝!”

“허억······ 이, 이게 대체 무슨······.”

“많이 놀라셨죠? 처음엔 다 그래요! 호호.”

“이게 대체······.”

“자,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용사님! 호호호호호! 여기서 탈출하시려면 말이죠ㅡ”

남혁이 돌아간 후, 어느덧 12번째.

새로운 용사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고층 빌딩.

명실 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회사, 갓겜즈의 사옥이었다.

멀끔한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그 빌딩의 최상층 라운지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암 티임자앙니임!”

“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남성.

몰라보게 달라진 남혁이었다.

헉헉대며 달려온 통통한 사내는 한동안 숨을 고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됐어요! 임원 회의 만장 일치랍니다!”

“아······ 그래, 고마워. 박 대리.”

“안 놀라세요?”

“어? 예상했던 결과라 별로.”

“에엥? 팀장님 이러실 때마다 진짜······.”

“진짜 뭐?”

“진짜······ 멋있으시다고요! 와아아안전!”

남혁은 피식 웃으며 박 대리와 함께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팀장님, 저 어제 들어 버렸습니다!”

“뭘?”

“팀장님 입사 초 별명이 ‘히어로’ 였다면서요?”

“아, 난 또 뭐라고.”

“아니, 남을 위해 몸을 날리신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육교에서 떨어지시고도 상처하나 없이 멀쩡하셨다면서요? 그게 가능해요?”

“응, 뭐······.”

어깨를 으쓱하며 얼버무리는 남혁.

박 대리는 존경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남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 남 팀장님은 제 롤 모델이세요. 일만 잘하시는 줄 알았더니 정의감까지! 와······. 내놓으시는 프로젝트마다 무조건 통과되지, 심지어 전부 다 대박 나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팀장님! 진짜 비결 좀 알려주세요······.”

“정말 알고 싶어?”

“네! 정말 알고 싶습니다!”

“흠······ 좋아. 귀 좀 줘봐.”

침을 꿀꺽 삼키며 주위를 살피는 박 대리.

남혁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박 대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실 내 비결은 말이야······.”

“······.”

“운이 겁나 좋다는 거야.”

“네······?”

황당한 표정의 박 대리를 뒤로 한 채, 씩 웃으며 걸음을 옮기는 남혁.

복도의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의 햇볕을 바라보며, 남혁은 생각했다.

오늘은 왠지, 저 멀리에 있는 어떤 세계의 날씨도 ‘맑음’일 것만 같다고.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