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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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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중·단편

빽호
작품등록일 :
2019.08.05 12:12
최근연재일 :
2020.01.28 16:5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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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
추천수 :
8
글자수 :
93,746

작성
20.01.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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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중편] 고유스킬 더블 (5)

DUMMY

부우우웅-


“D말벌입니다!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저 정도 숫자면, 스킬 카드 기대해도 되겠지?”


압도적인 크기의 말벌 수십 마리.

고속으로 진동하는 녀석들의 날개는 흡사 헬기 프로펠러 수준의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저씨, 저 녀석들은ㅡ”

“안 까먹었으니까 넌 빠져 있어.”


남혁은 디오를 내려놓는 동시에,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스킬 사용.”


[스킬 ‘볼 주머니’를 사용합니다.]

[저장된 대량의 물을 방출합니다.]


촤아악-


불시의 물 세례에 홀딱 젖어버린 말벌들.

종잇장처럼 얇은 말벌의 날개는 민첩한 기동성을 자랑하지만, 물에는 한없이 약했다.


절반이 넘는 말벌들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나머지는 물기를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날개를 버둥댔다.


퍽- 퍽퍽-


남혁은 정신 못 차리고 우왕좌왕하는 벌떼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한 놈 한 놈씩 일격을 먹여 주었다.

오스카는 디오를 보호하며, 남혁의 시야에서 벗어난 잔당들을 처리했다.



[‘D말벌’ 68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40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고유 스킬 ‘더블’ 효과가 발동합니다.]

[4080포인트를 추가 획득합니다.]

[처치 대상의 고유 스킬 카드를 발견했습니다.]

[고유 스킬 ‘더블’효과가 발동합니다.]

[스킬 카드 총 2장을 획득합니다.]


“휴······ 떼로 덤비니 좀 무섭네.”

“남혁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고생했어요, 아저씨!”

“너희 덕 좀 봤지.”


빈말은 아니었다.

라스트타운의 지리와 생태계에 빠삭한 오스카의 정보, 그리고 디오의 오차 없는 매뉴얼.

그 덕에 미리 강물을 준비해 올 수 있었으니까.

온전한 날개를 가진 말벌 떼였다면, 제아무리 남혁이래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후······ 스킬 랭크업.”


[2장의 스킬 카드를 사용합니다.]

[100포인트를 스킬 랭크업에 투자합니다.]

[벌침(B) -> 벌침(A)]

[보유 포인트 : 8890P]


요전의 독거미에게서 얻은 거미줄과 독액에 이어, 말벌에게서 얻은 벌침까지.

언젠가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었기에, 남혁은 그때 그때 스킬 랭크업을 잊지 않았다.


“아저씨! 저기 또 벌떼가!”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벌떼들.

다행히 볼 주머니에 저장된 물은 충분했다.

사방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일행은 네 무리의 벌떼를 더 처리하며 걸음을 옮겼다.


“밤에 움직이는 건 위험하니,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 가는 게 좋겠어요. 남혁 님.”




#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의 작은 동굴.

남혁 일행은 그레이필드에서 챙겨 온 지렁이 고기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스킬 사용.”


[스킬 ‘벌침’을 사용합니다.]

[벌침 10개를 완성하였습니다.]

[스킬 ‘독액’을 사용합니다.]

[독액 1개를 완성하였습니다.]


모닥불 앞에 엎드려 턱을 괸 디오.

디오는 새로 얻은 스킬로 벌침과 독액 제작에 여념이 없는 남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둘을 지켜보던 오스카가 입을 열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습니다.”


남혁은 수북이 쌓인 벌침과 독액을 볼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오스카에게 눈길을 돌렸다.


“풍요롭고, 또 평화로운 마을이었죠.”

“그 평화를 줄루가 망가뜨린 건가?”


오스카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7년 전이었죠······.”


오스카는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7년 전만 해도 라스트타운은 D월드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평화로운 마을이었다고 했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어요.”


풍요로운 숲의 자원을 마음껏 활용하고, 또 필요에 따라 힘을 키워 스스로를 보호하고.

그야말로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7년 전 그날······.”


줄루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을 통해, 그야말로 ‘갑자기’ 나타났다.

10명의 랭커와 수백에 달하는 부하들을 이끌고.


“하필 라스트타운의 마스터는 휘하의 랭커들과 함께 자리를 비운 상태였죠.”


힘없는 주민들만 가득한 라스트타운은 미처 손을 써 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장악되었다.

그리고 성문을 걸어 잠근 채, 주민들의 목숨을 인질로 삼았다.


“마스터가 돌아오자······ 줄루는 주민들을 죽여······ 그 시체를 하나, 하나씩······ 성 밖으로 던지며 그들을 협박했습니다.”

“······.”

“마스터······ 그리고 랭커들은······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줄루에게 모든 것을 건네주고 처형 당했습니다. 줄루는······ 그런 인간입니다.”

“진짜 생긴 대로 노네. 양아치 같은 새끼.”

“하지만 신은 그 인간의 편이더군요.”


처음 라스트타운을 습격했을 때의 줄루는 햇병아리 랭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전의 마스터와 랭커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은 그는 단박에 최강의 실력자로 등극했다.


“줄루는 아무런 노력 없이 모든 걸 얻었습니다. 그 이후는······ 아까 남혁 님께서 보신 대로죠.”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줄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두 가지.

우선 라스트타운의 모든 문을 장악하는 것.

그리고 주민들의 사냥을 금지시킨 것이었다.


“탈출도, 반란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네.”

“그 말대로입니다.”

“그리고 그나마 외부 출입이 자유로운 네가, 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 노력 중인 거고?”

“네. 하지만 이대로라면······ 10년이 지나도.......”


오스카의 말대로였다.

지금의 오스카는 이 세계에 떨어진 지 고작 6일 차인 남혁보다도 훨씬 더 약했으니까.

7년간 이어진 비밀 수행의 결과가 고작 저 정도라면, 희망은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했다.

오스카는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은 마스터는······ 제 아버지였습니다.”

“오스카 오빠······.”

“10년이 부족하다면······ 20년, 아니 100년이 걸리더라도, 제 손으로 라스트타운을 구할 겁니다. 어차피 신은 우릴 버렸으니까요!”


비장한 표정으로 다짐하는 오스카.

남혁은 그런 오스카를 잠시 바라보다 물었다.


“그 신이라는 게 혹시 ‘델’을 말하는 거야?”

“이세계인인 남혁 님께서 어떻게 그 이름을?”

“뭐······ 그냥 좀 알아. 그런데 걔는 자기 피조물들이 고통받는데 구경만 하고 있는 거야?”

“그분은······ 저희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역시 나쁜 년이었네······.”

“저희의 고통 따위, 한낱 여흥에 불과하겠죠.”


“그렇지 않아요!”


갑작스러운 디오의 외침에 남혁과 오스카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디오는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계속 외쳤다.


“그 분은 이 세계를······ 사람들을······ 무엇보다 사랑하신단 말이에요!”


남혁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사랑해서 얘네 마을이 이 모양이야?”

“그건······.”

“꼬맹아, 네가 순진한 건 알겠는데 말이야. ‘사랑한다’는 건, ‘지켜준다’는 말과 같은 거야.”


모태 솔로 남혁.

글로 배운 사랑을 이런 데서 써먹게 될 줄이야.


“하, 하지만! 매뉴얼에 따르면 델 님은 이 세계를 만드실 때 무한한 애정을 담아ㅡ”

“아, 됐어! 열받으니까 그 년 얘기 그만해. 내일 일찍 출발하게 잠이나 자!”

“히잉······.”




#

동이 트기 무섭게 이동 중인 남혁 일행.

일행은 어느새 울창한 숲을 벗어나 탁 트인 벌판을 달리고 있었다.


“이제 곧 웨어 울프의 서식 영역입니다.”


오스카는 긴장되는 듯 마른침을 삼켰다.


“웨어 울프는 핵가족 단위로 생활하기에 수적으로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만ㅡ”

“그 대신 결속력이 높죠! 조심해요, 아저씨!”

“예, 예, 알겠습니다요.”


경쟁하듯 떠들어대는 둘의 말을 대충 넘겨들으며, 부지런히 발을 옮기는 남혁.


휘잉-


스산한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기척.

남혁은 오스카에게 신호를 주며 멈춰 섰다.


아우우우-


길게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이쪽을 노려보는 늑대 5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와······ 덩치가 아주······.”


디오와 오스카의 경쟁적인 정보 전달로 대충 예상은 했지만, 실로 엄청난 크기였다.


“스킬 사용.”


[스킬 ‘볼 주머니’를 사용합니다.]

[저장된 벌침 15개를 꺼냅니다.]


“꼬맹아, 꽉 잡아라.”

“네!”


디오를 어깨에 올린 채 달려 나가는 남혁의 몸놀림이 나비처럼 가벼웠다.

지난밤, 말벌에게서 얻은 포인트로 신체 능력을 대폭 강화한 덕분이었다.


45 랭크의 체력에, 50 랭크의 근력과 민첩까지.

허약한 지구인 남혁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휙-


남혁은 웨어 울프 무리와 거리를 유지한 채, 잔뜩 힘을 실어 벌침을 날리기 시작했다.


푸슉-

키에엑!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웨어 울프와 근접전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가뜩이나 남혁처럼 제대로 된 무기 하나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더더욱.


푸슉-

키에에에에엑!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또다시 한 발.

지난밤 부지런히 만들어 둔 벌침들은 남혁의 향상된 근력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웨어 울프의 몸을 꿰뚫었다.


[‘D웨어 울프’ 4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6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고유 스킬 ‘더블’ 효과가 발동합니다.]

[600포인트를 추가 획득합니다.]


“와아······ 백발백중이네요, 아저씨!”

“이래 봬도 맥주 내기에선 져 본 적이 없거든.”


대학 시절, ‘주몽’으로 불리던 남혁의 다트 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남은 웨어 울프는 단 한 마리.

무리 중 가장 덩치가 크고 눈매가 사나운 것이, 아무래도 이 무리의 리더인 듯했다.

녀석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며, 남혁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휙- 휙-

퓩- 푸슉-


녀석은 남혁이 날린 벌침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휘익- 푸슉-


어느새 남혁과 녀석의 거리는 약 2미터가량.

남혁은 모든 정신을 손끝에 집중하며, 손에 든 마지막 벌침을 날렸다.


키에에엑!

털썩-


끝내 쓰러지고 마는 늑대.


“휴우우······.”


내심 쫄았던 남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D웨어 울프(알파)’를 처치하였습니다.]

[3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고유스킬 ‘더블’ 효과가 발동합니다.]

[300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처치 대상의 고유 스킬 카드를 발견했습니다.]

[고유 스킬 ‘더블’ 효과가 발동합니다.]

[스킬 카드 총 2장을 획득합니다.]


“남혁 님······ 매번 절 놀래키십니다!”

“우리 아저씨 진짜 완전 멋있죠?”


남혁은 대답 대신 획득한 스킬 카드를 살폈다.


[2장의 스킬 카드를 사용합니다.]

[500포인트를 스킬 랭크업에 투자합니다.]

[하울링(S) -> 범용 하울링(SS)]

[보유 포인트 : 8930P]


“하울링이라······.”

“아저씨, 아저씨! 하울링은 말이죠. 일시적으로 몬스터들과 의사소통을 가능하게ㅡ”

“쉿! 또 온다.”


아우우우-


남혁은 다시금 벌침을 꺼내 들었다.



<계속>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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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중편] 고유스킬 더블 (에필로그) 20.01.28 20 0 3쪽
17 [중편] 고유스킬 더블 (9) 20.01.28 21 0 11쪽
16 [중편] 고유스킬 더블 (8) 20.01.28 19 0 12쪽
15 [중편] 고유스킬 더블 (7) 20.01.21 20 0 13쪽
14 [중편] 고유스킬 더블 (6) 20.01.21 22 0 12쪽
» [중편] 고유스킬 더블 (5) 20.01.15 27 0 11쪽
12 [중편] 고유스킬 더블 (4) 20.01.15 25 0 12쪽
11 [중편] 고유스킬 더블 (3) 20.01.15 27 0 12쪽
10 [중편] 고유스킬 더블 (2) 20.01.10 27 0 14쪽
9 [중편] 고유스킬 더블 (1) 20.01.10 27 0 7쪽
8 [단편] 엑스트라 +2 19.11.14 38 2 11쪽
7 [단편] 점핑 19.11.08 30 0 10쪽
6 [단편] 스카우트 19.10.21 30 1 10쪽
5 [단편] 현재씨의 오늘 19.09.16 34 1 15쪽
4 [단편] 고백 19.09.06 35 1 9쪽
3 [단편] 고민 상담 방송 19.09.03 44 1 20쪽
2 [단편] 악몽 19.08.09 53 1 11쪽
1 [단편] 헌터: 몬스터 19.08.05 110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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