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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머니(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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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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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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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정욕(情慾)(4)

DUMMY

파티장에 흐르는 은은한 첼로소리가 사방으로 퍼지고 중앙분수를 중심으로 차려진 산해진미가 먹음직스럽게 잘 차려져 있었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들만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전형적인 귀족 사교모임과 닮아 있었다.

다만 그런 고급스러움과 달리 자유분방하게 옷을 입은 남녀들 역시 자리하고 있었기에 이 파티가 단순히 특정계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 어이, 권주용. 여기! 여기야! "

막 정문을 통과해 들어서고 있는 양복을 쫙 빼어입은 오십대 중년남자와 자기만의 패션스타일로 힙하게 옷을 걸친 30대초반의 남자중 젊은 남자를 향해 비슷한 또래가 모여있는 곳에서 손을 흔들며 그를 부르고 있었다.

권주용은 그런 이들을 잠시 쳐다보다 YH기획사 양현수 대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모습에 양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가봐, 그리고 오늘 뭘 해야할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라. "

" 네, 형. 걱정마요. 나 권주용이잖아. "

나이차가 이십년이나 났지만 권주용은 자연스럽게 형이라 부르며 대답을 한다. 그 둘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아니까, 그러지. 괜히 딴 년들한테 넘어가서 샛길로 빠지지 말고. "

양현수 대표의 걱정은 당연했다. 권주용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습생부터 데뷔를 한 여자아이돌까지 수없이 건들려온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권주용은 YH기획사의 홍보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대단한 업적 쌓아왔고 회사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직책이었다.

그렇게 둘이 각자의 길로 갈라졌고 권주용은 또래가 모여있는 자리로 다가가 당연하다는 듯이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 물은 어때? "

" 뭘? 여기 다 노땅들 천지야. 그나마 쟤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산다. "

" 쳇, 음악은 어떻고.. 뭔 클래식이야. 요즘같은 세대에 말야. 하여튼 틀딱들이 문제야. "

근묵자흑, 유유상종이 어울리는 이들은 힙합을 한다는 이들이 모여 있는 무리들이었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남자배우들이 비슷한 얼굴로 모여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여자 가수들과 여배우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어 남자무리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은 이런 모임자체가 그리 익숙하지 않다는 듯이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둘씩 여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헤이, 무슨 남녀칠세부동석도 아니고 저쪽에서 같이 이야기나 하자고. "

먼저 운을 뗀 남자는 힙합그룹 소속사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미국국적의 남자로 일명 검은머리 외국인이라 불리는 스티븐이었다.

" 스티븐, 너는 여기가 클럽인줄 알아? 정신차리고 주변을 둘러봐. 하긴 너희같은 힙합찌질이들은 상관이 없겠다. "

자기와 비슷한 또래인 스티븐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거들먹거리자 여지인이 나서서 한마디 했다. 그녀의 말대로 주변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에 한몫을 한 것은 반쯤 드러낸 상체와 거기에 새겨진 문신들, 귀걸이와 온갖 피어싱으로 장식한 얼굴은 저절로 시선을 끌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자가수나 여배우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때문에 피어싱은 커녕 문신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힙합을 하는 남자들은 자신들의 음악이외에는 굳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 없기에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자신들에게 할당된 초대장을 들고 이 자리에 참석만 한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 왜 그래, 그냥 같이 놀면 좋잖아. 비록 늙다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말이지. 흐흐. "

여지인이 보기엔 철이 없어도 너무 없는 그들의 행태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단호가 말했다.

" 어휴, 그래. 너희들은 그렇게 놀아라. 우린 개개인의 사업적인 이유로 너희들처럼 놀지를 못하겠으니까. "

" 야, 저번 주말엔 클럽에서 우리덕분에 잘 놀았잖아. 왜 빼는거야? "

클럽에서는 이런 힙합을 하는 얘들이 주류를 이루기때문에 인맥을 쌓아놓으면 즐겁게 놀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릴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제작사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여지인의 소속수 대표 에릭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 지인아? 무슨일이야? "

"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야기는 잘 되어가요? "

그녀의 말에 에릭은 슬쩍 스티븐을 훔쳐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다음 드라마 조연급으로 오디션을 보기로 했어. 그동안 사고치면 안된다. 알았지? "

" 아우, 내가 어린얘에요. 걱정마요. "

에릭이 말하는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여지인은 멀뚱히 서 있는 스티븐과 두걸음 떨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스티븐이 막 뭐라고 소리치려 할때 문을 지키고 있던 집사가 큰 소리로 미녀의 등장을 알려왔다.

순간 웅성대던 장내가 일순 고요해졌다.

순백의 하얀색 바탕에 순금과 다이아로 치장되어 있는 드레스를 입고 당당하게 모습을 보였다. 원래부터 미모로 이름을 날렸던 미녀가 백원에게서 문신을 받고는 끝을 알 수 없는 매력까지 보유하자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한 효과를 내며 등장을 한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음악소리마저 멈춰선 순간 미녀가 입을 열었다.

" 모두 참석해줘서 고마워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래요. "

그녀의 미성이 장내를 울리자 그제야 미몽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 경국지색이란 말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말이네. "

" 온갖 수식어를 가져와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야. 그녀를 과연 우리 작품에 출연시키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

" 지금도 최고수준이지만, 아마도 시간이 조금이라도 흐르면 지금 비용은 껌값이 될게 분명해. 어떻게든 출연계약을 따내야 해. "

" 중국에서 회당 이십억 출연료를 거절했다는게 진실일지도 모르겠네. "

대부분의 제작자와 투자자들은 어떻게든 그녀와 연을 만들어놓길 원했고 반면에 또래의 남자들은 탐욕이 깃든 시선을 모은채 자신의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런 여자들의 반응은 질투나 시기가 있어야 겠지만 애초에 다른 종족을 상대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라는 증명이라도 하는 듯 오히려 남자들보다 더 미녀에게 잘보이려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미녀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어떤 존재가 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인물 가운데 유난히 눈을 반짝이고 있는 인물, 권주용이 있었다.

'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 내 여자가 될 수 있지. 여길 어떻게 빌렸는지 몰라도 베일이 쌓인 거울의 궁전 주인과도 분명히 인연이 있을꺼야. 흐흐흐. 존나 꼴리네.. '

십대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온 권주용은 이 세계가 얼마나 더럽고 야비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길 원하는지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약점을 남에게 보이지 않아야 하고 남들의 약점을 이용해야 한다. 그게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같은 그룹이었던 녀석들의 일탈조차도 자신의 약점으로 작용할까 선을 그어 놓고 행동했고 자신에게 이득이 될 사람이면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고 그 사람의 약점을 찾았다.

나미녀라는 여자도 그런 이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 특히 그 대상이 여자라면 더 쉬운 작업이었다.

다만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감이 나미녀는 쉽지 않다고 경고를 맹렬하게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 경고보단 그녀를 갖고싶다는 탐욕이 앞섰다.

담배가 급격히 땡겼지만 참아 낸 권주용은 시선을 나미녀에게서 한순간도 떼지 않고 있었다.


나미녀는 현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변의 관심을 받는 일따위는 태어나 사물을 인지할때부터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 삶을 살아온 자신이 유일하게 관심을 주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함께 일어나 같이 밥을 먹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단 한명의 남자, 이제야 자신의 차례가 되었지만 완전한 소유는 불가능했다.

엄마인 추마담이 말했다. 시간은 결국 너의 편이라고.

이성적으로는 동의했지만 감성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 중에 러프한 방식을 선택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조언을 얻은 결과물이기도 했다.

일명 임신공격. 다행히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고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결과물이 없었다.

조급해진 미녀는 세상 모두에게 알릴 생각을 했다. 이 남자가 내 남자라고, 이 사람이 나의 반려자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고 결국 독단적으로 작전을 수립했지만 막판에 오빠의 변심으로 엎어진 상태였다.

그 무대가 될 이 파티는 이미 미녀의 안중에 남아있지 않았다.

" ··· 호호호, 그래서 그때 내가 말이야. "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려 쌓여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 예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사랑의 느낌을 안 지금은 달랐다.

지겨웠고 재미없었다. 자신을 칭송해주는 아부도 예쁘다 말해주는 친구들도 오직 한 남자의 따뜻한 손길보다 못했다.

" 안녕하세요. 숙녀분들. 잠시 합석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

언제 다가왔는지 한무리의 남자들이 정중하게 합석 의사를 물었다. 미녀를 중심으로 모여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자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 그래요. "

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 무리의 남자들이 일제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목표에 한발짝 다가선 권주용의 입가에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합석을 한 청춘남녀들은 웃음을 매달고 서로에게 눈길을 보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히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갔지만 모든 남자들의 감각은 오직 한 여자에게로만 향하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모른채 하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가 그 자리에 흐르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깬 인물은 당연하게도 권주용이었다.

" 자자, 분위기가 너무 쳐지네요. 여기 산책로가 그렇게 좋다던데, 나갈까요? 노땅들처럼 한 자리만 지키지 말고 활동적으로, 오케이? "

" 그래, 나가자.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야외로. 고고. "

남자들은 애초에 이야기가 됐는지 서로 호응을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를 책임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막대해도 되는거야?! 엉? 야 찍어! 찍으라고! "

거울의 성이라 불리는 베일에 쌓인 인물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진 그 입구에서 목에 카메라를 건 인물과 그를 보조하고 있는 한 사내가 경비원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 여긴 사유지로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입니다. 돌아가시죠. "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경비원은 원리원칙만 이야기하며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어떠한 협박도 회유도 통하지 않는 철인이나 다름없었다.

" 에잇, 퉷. 오늘은 글렀다. 돌아가자. 형식아. "

" 네? 이기자님, 진짜 돌아가요? "

두꺼비를 닮은 이기자는 눈짓으로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주며 자신들의 차로 돌아갔고 곧 그 이유를 말했다.

" 어짜피 여기 정문은 못뚫어. 여기 뚫으려고 기자 한두명이 시도한줄 아냐? 여기서 조금 돌아가면 개구멍이 있어. 거기로 해서 들어갈꺼야. "

" 헐, 거긴 또 언제 만들어놓으신거에요? 대단해요! "

" 그 작업하느라 돈 좀 깨졌다. 흐흐흐, 어짜피 다 돌려받을꺼니까 상관없지. "

그렇게 말한 이기자는 차량을 빼는척 하며 샛길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그리곤 준비를 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둘은 살금살금 움직여 작업을 해놓은 위치로 이동을 했다.

주변 산책로가 만들어진 외곽지역은 이곳의 주인이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개방한 곳으로 숲속을 거닐듯한 느낌을 제대로 주는 산책로를 만들어놓았다. 높게 솟아 있는 외벽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부와 외부를 경계짓는 용도로 쓰일정도로 허술하게 보였다.

생각보다 잘 닦인 산책로를 걷던 그 둘은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풀로 위장처리를 해놓은 덕분에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은 모양인지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곤 흐뭇하게 웃으며 조수 형식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 봤냐? 이 정도는 되어야 대한민국 기자라고 할 수 있는거야. 취재를 위해서 말야. 흐흐흐. "

" 네, 이기자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언제간 그렇게 될 수 있겠죠? "

" 그러니까, 열심히 해라. 짜식, 흐흐흐. "

뚫어놓은 구멍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호의호식으로 불어난 몸매로 간신히 구멍을 통과한 그들은 외부와 다르지 않은 산책길과 함께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화려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 돈을 처 발랐네, 처 발랐어. 쯔쯧, 서민들은 밖에서 뼈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데 말야. "

이상한 논리로 무장한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기자의 얼굴을 본 형식이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 왜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어요? "

" 아니, 아냐. 생각보다 건물들이 많아. 거의 작은 마을이상의 사람들이 머물 공간이 있다는 말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다는 말이야. 경비원도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어. "

여기서 보이지 않는 건물들까지 생각하면 도대체 이곳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이기자였지만 자기의 할일을 잊지는 않고 있었다.

" 일단 움직이자, 유리온실쪽으로 방향을 잡고 움직이면 우리의 목표물이 보일꺼야. "

약속시간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그런 그의 뒤를 따르며 형식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 이기자님. 무작정 움직인다고 그들을 볼 수가··· "

" 새끼, 넌 아직 최첨단 기기가 얼마나 발전을 했는지도 몰라? 자 여기를 봐라. "

이기자가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보여주며 말했다.

" 여기 보이는 붉은 점이 우리 목표, 그리고 여기 십자가가 우리. 그럼 어디로 움직여야 겠냐? "

" 아하, 붉은점으로 움직이면 된다는 말씀이죠? "

" 그치. 흐흐흐, 기자들도 이런 첨단기기에 익숙해져야 해. 얼마나 쓸모가 많은데. 예전처럼 무식하게 시도때도없이 잠복근무나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야. "

" 크흐흐, 명심하겠습니다. 이기자님. "

둘이 시시덕거리며 태연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위장 대원들은 어이없는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 뭐냐? 저 병신들은? 왠지 우리가 같은 급으로 취급받는 느낌인데?

- 개구멍을 파놓길래 대어가 걸리나 싶었는데.. 씨바, 그냥 잡아넣자고.

- 그래, 요즘들어 분위기도 엄격한데. 장난치지 말고 감옥에 잡아넣자고.

쉬익, 퍼퍽. 어딘선가 날아간 마취바늘에 맞은 두 기자는 그대로 볼썽사납게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있어 지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 보였다.

동시에 위장포로 주변과 동화되어 있던 대원들이 속속이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없이 그들을 들쳐메고 어디론가 조용히 유령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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