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격투기 쓴것] '화끈한 TKO' 송가연 데뷔전, 환호와 비난 사이

송가연.jpg
송가연 데뷔전 직후, 팬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 데일리안 이상우 객원기자

‘미녀 파이터’ 송가연(20·팀원)의 데뷔전을 둘러싼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송가연은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서 열린 ‘로드FC 017‘에서 에미 야마모토(33·모리짐)를 상대로 무차별 파운딩에 이은 레프리 스톱으로 TKO승을 거뒀다.

시작부터 화끈하게 펀치를 내며 타격전을 벌인 송가연은 투지 있게 상대를 몰아붙였고, 탑포지션을 장악한 후 무차별 파운딩을 퍼부으며 낙승했다.

부담이 컸던 데뷔전을 무사히 치른 송가연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듯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더불어 “경기를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훈련을 즐기면서 준비했다”면서 “앞으로도 파이터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문제는 일부 팬들의 싸늘한 반응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카페 등에는 송가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비난을 넘어 조롱과 마구잡이식 독설을 퍼붓는 팬들도 적지 않다.

정도 이상으로 송가연이 비난을 받는 배경에는 경기 전부터 있었던 다양한 마케팅과 상대의 경기력이 있다.

SBS ‘룸메이트’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는 했지만 종합격투기 선수로서의 송가연은 이제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이다. 그런 신인에게 넘버 시리즈의 메인이벤트를 배정한 것이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면이 있다. 단순히 ‘신인 띄우기’로 치부하기에는 음지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

송가연과 경기를 가진 상대의 기량도 지적을 들었다. 야마모토는 29세라는 늦은 나이에 격투기를 시작한 늦깎이 주부 파이터로 아마추어 리그에서 4년 정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상은 나이와 실력의 한계로 아마 리그에서조차 제대로 인정을 못 받은 케이스였다. 투지와 정신력은 상당하지만 기량 자체가 프로 파이터로 뛰기엔 무리였다.

팬들은 “한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과 아마추어 주부파이터의 맞대결로 배정한 것은 로드FC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비난의 대부분이 송가연에게 집중되는 것은 다소 억울할 면이 있다. 송가연은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훈련을 했고, 의욕을 불태우며 승리를 따냈을 뿐이다. 상대의 기량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송가연 역시 상대의 급을 따질 만큼 대단한 파이터는 분명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어린선수에게 다수의 성인들이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외국에서는 억지로라도 영웅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우리는 있는 자원도 흠집 내기에 바쁜 것 아니냐”는 현실을 꼬집는 의견도 있다.

‘로드FC 17‘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송가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송가연의 데뷔전으로 대회에 일반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이윤준, 박정규 등 우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과 권아솔의 부활 경기까지 빛이 났다. 송가연에게 쏟아진 관심이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보다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셈이다.

UFC 등 메이저 단체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 팬들에게 덜 친숙한 마이너 스포츠 특성상 국내 각 중소 격투단체들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은 있지만 생계 때문에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며 상당수 유망주들이 학교나 동네 체육관등 조그만 시설을 빌려놓고 펼치는 대회에서 무관심 속에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 송가연은 일반 팬들에게 격투기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종목에서 유명세를 탄다는 것은 해당 선수에게는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신에게 집중될 경우 받게 되는 부담감의 크기도 결코 만만치 않다. 더욱이 송가연은 만 스물이다. 훈련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나이에 과도한 스포트라이트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팬들이 외려 비난을 거듭한다면 견디기 어려워진다.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분명 있겠지만 국내 격투계가 처한 현실과 환경 등을 외면한 채 눈높이만 해외 메이저 단체에 익숙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주최 측에서 스타를 만들어내고 팬들이 호응을 해줬기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로드FC 측에서도 주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다음에는 좀 더 많은 팬들이 납득할만한 이벤트를 펼칠 필요가 있다.

일단 이슈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결과는 주최 측과 팬들이 소통의 노력을 펼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송가연에게 비수를 꽂기보다는 힘을 실어줘야 될 때라는 사실이다. 


문피아 애독자 = 윈드윙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347 격투기 쓴것 | 조련사 김동현, 미완성 괴수 우들리 길들일까 14-08-23
346 격투기 쓴것 | ‘매미권+스턴건’ 김동현, 3.0버전 구현하나 14-08-23
345 격투기 쓴것 | 김동현 '달아오른 스턴건' 우들리도 찌릿찌릿? 14-08-22
344 스포츠 쓴것 | ‘닥공이냐, 닥수냐’ 2번 뚫린 KCC 고민 14-08-22
343 격투기 쓴것 | 유양래, 혹독한 MMA 신고식…열쇠는 크로캅 벤치마킹 14-08-19
» 격투기 쓴것 | '화끈한 TKO' 송가연 데뷔전, 환호와 비난 사이 14-08-18
341 격투기 쓴것 | 권아솔, 실력 없는 어설픈 악동?…이젠 증명할 때다 14-08-17
340 스포츠 쓴것 | KIA, 낯선 좌완투수 의존증…많던 우완투수 어디로? 14-08-17
339 스포츠 쓴것 | 강병현-김민구 없는 KCC, 무너진 '2번 왕국' 14-08-17
338 노총각일기 | ‘리얼논쟁’ 송가연… 난 20살 때 뭐했나? *2 14-08-16
337 스포츠 쓴것 | KIA 왼손으로 '대동단결' 4강 포기 없다 14-08-15
336 격투기 쓴것 | ‘황혼의 전설’ 윤동식-추성훈, 드림매치 가능할까 14-08-13
335 노총각일기 | "고양이 새끼한테 무슨 애정을 쏟아... 외로워?" 14-08-12
334 스포츠 쓴것 | 절정의 멘탈, KIA 안치홍, 진화의 가속도 생긴다 14-08-10
333 스포츠 쓴것 | ‘비율왕’ 한화 김태균…요란함 요구되는 이유 14-08-07
332 스포츠 쓴것 | ‘발리 깎는 이동국’ 레전드 시계 여전히 진행형 *2 14-08-07
331 스포츠 쓴것 | '엔트의리' 논란 김상수, 우상 이종범처럼 되라 14-08-07
330 격투기 쓴것 | “이미 누워 있다” 진화하는 김동현 ‘매미의 권’ 14-08-06
329 스포츠 쓴것 | '비교?' 최고 유격수 강정호, 이종범 위엄 재확인 14-08-04
328 격투기 쓴것 | 후스트의 로우킥... 파워보다는 타이밍이 기술 14-08-0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