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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비교?' 최고 유격수 강정호, 이종범 위엄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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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역대 최고의 야수로 꼽히는 이종범괴 비교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27·넥센)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현역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다.

183cm·96kg의 당당한 체구에 정상급 공격과 수비를 겸비했다. 파워도 홈런왕 급이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터뜨리며 동료 박병호 턱밑까지 추격했다. 유격수로서 30홈런을 터뜨린 것은 1997년 해태 이종범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이종범이 이승엽(1루수)과 홈런 경쟁을 벌였듯, 강정호 역시 유격수로서 박병호(1루수)와 장타대결을 펼치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유격수가 홈런왕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내야 핵’답게 공격력보다는 안정된 수비가 우선시되는 포지션으로 대부분의 팀에서 유격수를 정할 때 공격보다는 수비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타율 3할을 기록하는 유격수는 극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보여준 성적(타율 0.341, 107안타, 30홈런, 85타점)을 놓고 보면 강정호를 올 시즌 국내 최고의 타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상대투수의 구종은 물론 궤적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가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리는 그의 노림수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약하지만 높은 쪽에는 상대적으로 아주 강하다. 특히, 강한 손목 힘과 빠른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물론 유격수는 공격보다는 수비다. 아무리 걸출한 방망이를 들고 있어도 유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정적인 수비다. 강정호는 유격수치고 빠른 발은 가지지 못했다. 7시즌에 접어들면서 두 자릿수 도루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다른 팀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떨어지는 수치다. 그러나 스타트와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여기에 강한 어깨와 정확 송구능력까지 갖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비수라는 표현이 딱 맞다.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는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설까지 흘러나오며 바야흐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유격수 포함 전 구단 모든 포지션으로 범위를 넓혀도 가장 가치 있는 야수로 꼽히고 있다.

역대 최고의 야수로 꼽히는 ‘야구천재’ 이종범(전 KIA)과의 비교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팬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전성기 이종범과 현재의 강정호 중 ‘누가 최고 유격수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 강정호 역시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이종범이었다”며 자신의 야구인생에 큰 롤모델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종범 또한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춘 강정호가 나를 능가할 수 있다”며 광주일고 후배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종범은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천재´라는 호칭을 달고 다녔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갖춘 1번 타자면서도 웬만한 거포 뺨치는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 여기에 정상급 수비력까지 갖춘 대표적인 ´5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다.

1997년 30홈런을 기록하며 이승엽(32개)과 팽팽한 홈런왕 경쟁을 펼친 것을 비롯해 역대 최소경기(1439경기) 1000득점, 최소경기 500도루(1439경기), 한 시즌 최다도루(84개)-최다 선두타자 홈런(44개) 등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을 만큼의 화려한 기록을 보유했다. 일본무대에 진출해 치명적인 부상만 없었다면 국내 야수의 기록 상당 부분은 이종범 몫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이변이 없는 한 이종범의 유격수 30홈런은 강정호에 의해 깨질 것이 확실시된다. 전성기 이종범과 비교해도 장타능력 하나만큼은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당시의 이종범은 장타를 잘 쳤을 뿐 아니라 항상 타격왕을 가시권에 놓고 있을 만큼 공을 잘 봤고, 역사상 최고의 빠른 발과 주루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전준호-유지현-정수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톱타자들도 이종범의 존재로 인해 2~3인자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가 절대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바로 주루다.

올 시즌 유달리 타고투저 양상이 극심하고, 당시는 투고타저에 경기수도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장타력에서도 강정호가 확실히 앞선다고 하기는 어렵다. 현재 장타력에 불이 붙은 강정호가 수위타자를 다툴 정도의 정교함을 갖추고 도루도 60개 이상 해줘야 당시의 이종범과 진지한 비교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종범은 큰 경기에 강한 최고의 승부사였다. 기록 경기의 특성상 정규리그에서 대단한 성적을 쏟아내는 선수들은 많지만 정작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까지 활약을 이어가는 경우는 손가락 안에 꼽힌다. 개인도 잘해야 하지만 팀도 같이 잘 나가야 가능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범은 이 같은 공식마저도 산산이 부숴버렸다.

전성기 이종범이 이끌던 해태 타이거즈는 삼성 라이온즈-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처럼 두꺼운 야수층을 자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종범은 NBA(미 프로농구)의 전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그랬듯 톱타자-중심타자 역할까지 모두 해내며 가을에 강한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 등을 이어나갔다.

정규리그-한국시리즈-올스타전 MVP를 석권한 것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국가대표로 이름을 떨쳤다. 역대 정상급 ´리드오프(lead-off)´와 유격수 중 유일한 정규리그 MVP 수상자이기도하다. 포수 포함 야수의 전 포지션을 경험한 ´멀티 포지션 플레이어(multi-position player)´ 출신이라는 점도 이종범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이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봤을 때 강정호에게 이종범이라는 벽은 여전히 너무도 높고 크다. 뒤를 잇는 최고야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량이 절정에 오른 지금 소속팀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려놓고 우승의 일등공신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정호가 이종범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피아 애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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