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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황혼의 전설’ 윤동식-추성훈, 드림매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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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식(왼쪽)과 추성훈의 드림매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로드FC /추성훈 미니홈피
전통의 유도 강국 대한민국답게 국내 MMA 파이터 중에는 유도선수 출신이 많다.

정부경은 시드니올림픽 남자유도 60kg급 은메달리스트 출신이며 김대원은 K-1 올림피아히어로즈 코리아 대회에서 주짓수 본좌로 통하던 마르셀로 가르시아를 격파한 바 있다. 종합무대에서 유도가다운 색깔은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부지런한 파이터로 통하던 ‘샤크’ 김민수 역시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은메달에 빛나는 엘리트였다.

그러나 국내 팬들 사이에서의 인지도만 놓고 볼 때 유도 파이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암바대마왕’ 윤동식(42·FC웰니스센터)과 ‘풍운아’ 추성훈(39·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다. 이들은 한창 때 자신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서구강자들과 좋은 승부를 벌이며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국내 종합격투 인기에 이들이 끼친 영향력 또한 상당하다.


투지와 집념의 사나이 윤동식

윤동식의 격투인생은 ‘비운의 유도왕’ ‘암바대마왕’이라는 2개의 닉네임이 그대로 보여준다. 유도 국가대표 시절 47연승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위용을 떨쳤다. 그러나 유도계의 오랜 병폐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며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불운에 울어야 했다.

결국 적지 않은 나이였던 그가 운동 끝자락에 선택한 것은 종합격투기였다. 평생을 유도만 한만큼 타격에 익숙하지 않았던 윤동식은 데뷔전이었던 'I.Q. 레슬러' 사쿠라바 카즈시전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는 등 4연패했다. 그 과정에서 퀸튼 '람페이지' 잭슨과 접전을 벌이며 가능성을 보이기는 했지만 팬들은 그와 MMA는 맞지 않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윤동식의 격투인생이 극적으로 변한 것은 ‘타격짐승’ 멜빈 마누프전부터다. 당시 마누프는 흑인 특유의 탄력과 무시무시한 핸드스피드를 바탕으로 눈앞에 걸리는 상대는 무자비하게 때려 부수던 이른바 폭행몬스터였다. 팬들 역시 윤동식에게 너무 가혹한 매치라는 평가를 내놓았고 이를 증명하듯 1라운드 내내 엄청나게 두들겨 맞으며 보는 이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집념과 근성으로 유도가 생활을 이어갔던 윤동식의 투지는 모두가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1라운드를 버텨낸 그는 2라운드에서 극적인 암바를 성공시키며 데뷔 첫 승리를 멋지게 장식한다. 당시 경기는 단순한 1승을 떠나 윤동식의 터프함을 전 세계에 증명한 승부로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서브미션 맛을 본 윤동식의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졌다. ‘작은 크로캅’으로 통하던 젤그 '벤케이' 갈레시치를 너무도 가볍게 제압한 것을 비롯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 ‘짝퉁 반더레이 실바’로 불렸던 파비오 실바마저 완벽하게 눌렀다. 이 과정에서 모두 암바가 터져 나오며 윤동식은 어느새 ‘암바의 달인’으로 통하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윤동식의 질주는 거기까지였다. 이미 신체 능력이 떨어질 나이였으며 타격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래플링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현대 MMA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필살기 암바가 있었지만 일단 넘어뜨려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입장에서 테이크다운 방어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종합 격투계였다면 윤동식은 좀 더 롱런이 가능했겠지만, 반쪽 스타일로 버티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잃을 게 없는 윤동식과 잃을게 많은 추성훈

2009년 이후 한참을 쉬었던 윤동식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금 MMA 파이터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력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오랜 공백 기간이 있는 만큼 주변의 우려가 많은 편이지만 충분히 자신의 부활을 장담하며 와신상담하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추성훈에 대한 윤동식의 대결 의지다. 이전부터 간혹 ‘추성훈과 대결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그는 최근 다시금 추성훈을 언급하고 있다. 윤동식은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은퇴무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꼭 마지막으로 추성훈과 멋진 승부를 겨뤄 보고 싶다”며 간절한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제일동포 추성훈은 유도 선수 시절 특정학벌에 밀려 수많은 좌절을 느꼈다는 점에서 윤동식과 닮은꼴이다. 때문에 두 사람이 MMA 선수로 유명해지면서 유도계의 비리가 일반 대중들에게 폭로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잠깐의 공통 전성기를 빼고는 두 사람의 행보는 확연히 갈라졌다. 윤동식 같은 경우 연패가 이어지면서 사라진 이름이 됐지만 추성훈은 만능 엔테테이너적인 기질까지 뽐내며 성공한 방송인이 됐다. 현재는 그의 가족인 야노 시호, 추사랑까지 부각되며 그칠 줄 모르는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때문에 윤동식이 추성훈과 경기를 간절히 바라는 배경에는 순수하게 추성훈과 붙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팬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켜 본인의 입지를 끌어올리려는 등의 여러 가지 다른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현실적으로 둘의 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동식보다는 적지만 추성훈 역시 불혹에 접어든 노장이다. UFC 소속인 관계로 당장 대결도 불가능하거니와 파이터로서 황혼에 접어든 상황임을 감안할 때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연예계에서도 입지를 굳힌 상황인 만큼 크게 아쉬울 것도 없다. 이기면 본전 지게 되면 국내에서의 상남자 캐릭터에 금이 갈수도 있는 만큼, 무리수를 던질 이유가 없다.

실제로 경기가 벌어진다 해도 윤동식이 추성훈을 꺾기는 쉽지 않다. 둘의 대결은 누가 유도실력이 출중한가로 결판내기는 힘들다. 두 선수 모두 엘리트 유도가 출신인 만큼 어느 한쪽이 근소한 우위를 점한다 해도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스탠딩-그라운드에서 기량을 총동원하는 MMA임을 감안할 때 타격-테이크다운 방어 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추성훈은 유도가이면서도 데뷔 당시부터 출중한 타격 센스를 뽐냈다. 테이크다운에 대한 방어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윤동식으로서는 어떻게든 추성훈을 그라운드로 끌고 가야 승산이 있겠지만 그동안 보여준 경기 내용을 봤을 때는 버거워 보인다.

과연 윤동식과 추성훈의 사연 깊은 유도왕 대결은 이뤄질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지만 성사만 된다면 국내 팬들에겐 ‘드림매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문피아 애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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