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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UFC 불태운 최두호도 맥그리거도 ‘다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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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016 명경기 1위로 선정된 최두호-컵 스완슨전. ⓒ 게티이미지
UFC가 최두호(25·팀매드)와 페더급 랭킹 4위 컵 스완슨(32·미국)의 난타전을 올해의 명경기 1위로 선정해 발표했다.

UFC는 지난 23일(한국시각) 최두호-스완슨전과 함께 2016년 UFC 명경기 TOP10을 발표했다. 최두호와 스완슨의 뜨거웠던 한판이 1위로 꼽혔다. 아쉽게 판정패 당한 최두호로서는 분명 의미 있는 소득이다.

‘마에스트로' 김동현(28·팀매드)과 폴로 레예스(31·멕시코)의 대결이 7위에 선정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름값보다는 경기내용 자체에 비중을 두고 선정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올해의 경기’로 선정되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경기가 흐르면 승자는 돋보일 수 있겠지만 박진감은 떨어진다. 서로가 치고받고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양상을 띠어야 관중들의 큰 함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올해의 명경기 선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로 다른 파이팅 스타일을 지닌 파이터들의 공방전이 많다는 점이다. 1위로 선정된 최두호와 스완슨의 경기 역시 그랬다.

최두호는 전형적인 카운터 펀처다. 다양한 옵션을 장착하고 다양한 공격을 하기 보다는 정확한 타이밍에서 간결하게 정타를 꽂아 끝내는 스타일이다. 반면 스완슨은 쉴 새 없이 스텝을 밟으며 펀치, 킥, 팔꿈치, 무릎 등 다양한 무기로 상대를 공격해 부수는 유형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형의 파이터가 붙을 때는, 누가 자신의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느냐가 중요하다.

코너 맥그리거(27·아일랜드)와 네이트 디아즈(30·미국)가 펼친 2차전(명경기 2위) 역시 영역 싸움에서 결정됐다. 1차전에서 맥그리거는 자신의 주먹을 믿고 초반부터 정면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상위 체급에서 단련된 디아즈의 내구력은 이제껏 맥그리거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었고, 결국 많이 때리고 적게 맞았지만 파워에서 밀리며 무너졌다.

맥그리거는 5라운드 전체를 머릿속에 그리고 포인트를 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차전에서 드러났다시피 무리하게 넉아웃을 노리기에는 디아즈의 내구력과 체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맥그리거는 일정 거리를 두고 지속적으로 로우킥을 시도했다. 디아즈의 튀어나온 앞다리에 로우킥을 계속 때렸고, 뒷손 한 방보다는 위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으로 많은 공격을 할 수 있는 앞손 공격의 비중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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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05에서 혈전을 펼친 맥그리거-디아즈전. ⓒ 게티이미지
장기인 뒷손은 디아즈가 치고 나올 때 카운터로 쓰거나 빈틈이 보일 때만 꺼내들었다. 이러한 냉정한 전략은 초중반 포인트 싸움에서 맥그리거로 하여금 리드를 잡게 했고, 후반 라운드 고전에도 판정승을 이끌어내는 기능을 했다.

3위에 선정된 로비 라울러(33·미국)와 카를로스 콘딧(31·미국)의 웰터급 타이틀매치는 타격 고수들의 수싸움이 돋보였다.

콘딧은 UFC에서 가장 다양한 타격 옵션을 자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킥, 펀치는 물론 무릎, 팔꿈치까지 허용된 신체 모든 부위를 이용해 상대의 상중하단을 모두 노린다. 한 방에 힘을 많이 싣기보다는 여러 콤비네이션을 통해 많이 때리는 스타일이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어 정신없이 몰아치다보면 상대의 단단한 가드도 열리기 일쑤다.

반면 라울러는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 근거리에서 펀치로 승부를 본다. 난타전에 강한 터프가이 이미지와 달리 앞손 싸움과 카운터에도 능해 난타전이 지속되더라도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 작은 공격은 허용해도 큰 공격은 요령 있게 피하거나 막아내기 때문이다. 둘의 대결은 5라운드 내내 원거리와 근거리를 오가며 전개, 최상위랭커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혈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UFC 205 뉴욕대회에서 격돌한 스티븐 톰슨(32·미국)과 타이론 우들리(34·미국)의 경기(5위)는 극과 극 스타일로 팽팽한 긴장감을 안겼다. 강자들을 연파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패턴은 사뭇 달랐다.

장신에 다양한 타격기술과 빠른 몸놀림까지 겸비한 톰슨은 원거리에서 상대를 두들겼다. 반면 우들리는 키가 크지 않지만 흑인 특유의 탄력과 폭발력을 무기로 기회가 오면 전광석화 같은 공격으로 거대한 데미지를 안기는 유형이다.

톰슨과 우들리는 서로에게 부담을 느꼈다. 우들리는 자신의 공격이 닿지 않는 원거리에서 나올 톰슨의 킥이 까다로웠고, 톰슨은 언제 용수철처럼 파고들어 한 방을 꽂을지 모르는 우들리표 폭탄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둘의 대결은 난타전을 벌이는 시간보다는 서로 대치한 채 빈틈을 노리는 수싸움의 시간이 길어지며 묘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지난달 27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열린 로버트 휘태커(25·호주)와 데릭 브런슨(32·미국)의 대결(10위)은 정교함과 우직함의 격돌이었다. 강자들의 집합소가 된 미들급에서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휘태커와 브런슨은 무조건 상대를 이겨야 상위권 도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브런슨은 파워를 바탕으로 상대를 무섭게 몰아쳐 끝내왔다. 타격의 정교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워낙 폭풍같이 몰아쳐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면가드를 했음에도 니킥 연타를 난사해 무너뜨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압박을 자랑한다. 힘과 뚝심으로 정교함을 제압해왔다. 반면 휘태커는 냉정하게 상대의 빈틈을 공략해 정타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초반은 브런슨의 페이스였다. 브런슨은 언제나처럼 거친 압박으로 휘태커를 공략했다. 휘태커 입장에서는 브런슨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케이지에 몰려 휘청거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휘태커는 냉정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차분하게 틈을 노리던 그는 거센 압박 후 지친 기색을 보인 브런슨이 숨을 고르려는 찰나 정타를 거푸 꽂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냉점함이 뜨거움을, 정교함이 투박함을 이긴 순간이었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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