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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격투기 쓴것] 암바로 무장한 '비운의 유도왕' 윤동식

[로드FC 일본대회] 출전 선수 미리보기 ② 윤동식
로드FC가 국내 MMA 단체로는 처음으로 해외 진출의 막을 올린다. 다음달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서 있을 '로드FC 024 IN JAPAN'이 그 무대다. 로드FC 측은 격투기 강국 일본을 시발점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대회를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성패 여부를 떠나 도전 정신 자체만으로도 격투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고 내고 있는 분위기다.

주최 측은 첫 해외 대회임을 고려해 무엇보다 출전 선수들의 이름값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과 '코리안 중전차' 최무배를 필두로 '암바 대마왕' 윤동식, '고릴라' 전어진, '코리안 덱스터' 김수철, '유부녀 파이터' 박지혜, '키보도(키보드+道) 10단' 김승연 등 현 시점(경기 일정, 부상 여부)에서 로드FC가 뽑아낼 수 있는 최상의 멤버들이 총집결했다.

코리안파이터들과 맞서는 상대들 역시 쟁쟁하다. 후쿠다 리키, 타카세 다이주, 미노와맨, 시나시 사토코 등 일본 선수들 위주로 짜여 있는데, 그런 만큼 해당 대회는 전형적인 '한일전'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로드FC 024 IN JAPAN'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의미에서 주요 출전 선수들을 시리즈 형식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유도색깔 짙은 'MMA판 리얼 유도가'

'암바대마왕' 윤동식(43·FC 웰니스센터)은 국내 MMA계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파이터다.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원활하지 않던 시절, 전문 종합선수도 아닌 타 종목 선수로서 팬들을 열광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그는 유도선수로 뛰던 끝자락 시절, 신체능력이 감퇴되어가던 시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적지 않은 나이의 윤동식이 당시 최고의 메이저무대로 꼽히던 프라이드로 진출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를 입증하듯 초창기 윤동식의 성적은 매우 부진했다. 데뷔전 경기였던 '아이큐레슬러' 사쿠라바 카즈시(46·일본)전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거북이 가드 자세로 두들겨 맞다가 경기를 내줬다. 이후에도 4연패를 당하며 그의 종합격투기 도전은 실패로 끝나는 듯했다. MMA무대에서 유도의 강함을 보여주기는커녕 47연승 행진이라는 놀라운 아마시절의 기록마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투지로 똘똘 뭉친 윤동식은 경기 때마다 조금씩 진화했다. 3전 째였던 '늑대 인간' 퀸튼 '람페이지' 잭슨(37·미국)전에서 그런 기미가 보였다. 체급은 물론 기량적인 측면에서 퀸튼 전은 사실상 심각한 미스매치였다. 국내에서도 "윤동식을 죽일 생각이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정작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많은 박수가 윤동식에게 쏟아졌다. 비록 아쉽게 판정패하기는 했지만 경기 중반에는 탑 포지션을 차지해 파운딩을 치는 등 엄청나게 선전했다. 단숨에 넉아웃으로 경기를 내줄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를 보기 좋게 깨부숴버린 한판이었다. 당사자인 퀸튼 역시 경기 후 윤동식을 찾아와 극찬을 했을 정도로 대단한 경기였다.

브라질에 주짓수, 미국에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는 선수가 많은 것처럼 당시 국내에는 유도가들이 많았다. 이를 입증하듯 윤동식 외에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은메달에 빛나는 김민수,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정부경,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경력의 김대원 등 많은 유도가들이 종합무대에 뛰어들었다. 국적은 다르지만 추성훈(40·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역시 엘리트 유도가 출신이다.

그중에서도 윤동식은 유독 유도가 색깔이 짙었다. 추성훈, 김민수 등은 유도가이면서도 타격에 재능이 많아 정작 경기에서는 유도가로서의 모습은 많이 비추지 않았다. 하지만 윤동식은 '이종 시대'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운영을 유도 스타일로 끌어가며 여전한 유도가로서의 이미지를 남겼다. 물론 여기에는 좀처럼 늘지 않은 타격에 대한 아픈 일면도 있다는 평가다.

마누프와의 혈전 이후 이어진 암바 행진

윤동식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K-1 '다이너마이트 USA'대회부터다. 당시 그와 맞붙은 상대는 멜빈 마누프(39·네덜란드)였다.

'타격짐승' '몬스터' '야수' 등의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누프는 무시무시한 타격 연타가 일품인 선수다. 탄력 넘치는 육체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임팩트 넘치는 그의 공격은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입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다.

특히 무지막지한 핸드 스피드로 빈 틈을 노리고 정확하게 들어가는 펀치연타는 일단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 감당해내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174cm로 그다지 큰 체격은 아니지만 상대의 몸 깊숙이 파고 들어가 온몸의 힘을 실어 마치 부숴 버리듯이 가격하는 파이팅스타일은 시각적인 면에서도 최고의 임팩트를 자랑한다.

마누프를 상대로 링 구석이나 코너 포스트 쪽으로 몰리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에 가깝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공간에서 그와 타격 난타전을 벌여야 되기 때문으로 대부분은 그러한 상황에서 엄청난 펀치세례에 넉아웃 당하기 일쑤다.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스피드한 연타도 문제지만 한 방의 위력도 굉장한지라 어설픈 가드로는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다.

폴 슬로윈스키(36·호주), 루슬란 카라에프(32·러시아) 등 마누프보다 훨씬 큰 헤비급 파이터들도 돌파 후 이어지는 펀치공격에 속절없이 당했을 정도다. 비록 들어다가 카운터 성으로 걸린 것이기는 했지만 세계 최고의 맷집왕인 마크 헌트(41·뉴질랜드)마저도 마누프의 한 방에 실신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마누프였던지라 당시 팬들 역시 윤동식에게 너무 가혹한 매치라는 평가를 내놓았고 이를 증명하듯 1라운드 내내 엄청나게 두들겨 맞으며 보는 이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집념과 근성으로 유도가 생활을 이어갔던 윤동식의 투지는 모두가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1라운드를 버텨낸 그는 2라운드에서 극적인 암바를 성공시키며 데뷔 첫 승리를 멋지게 장식한다. 당시 경기는 단순한 1승을 떠나 윤동식의 터프함을 전 세계에 증명한 승부로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러한 윤동식의 상승세는 다음 경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그와 맞붙었던 상대는 '리틀 크로캅'으로 불리던 젤그 '벤케이' 갈레시치(36·크로아티아). 입식타격가를 방불케 하는 무시무시한 타격능력을 보유한 강력한 스트라이커였다. 

어쩌면 윤동식이 마누프를 만나기 전에 그와 먼저 맞붙었다면 어려운 경기를 치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동식은 이미 동체급 타격가 중에서 가장 거친 마누프의 공포를 이겨낸 상태였다. 아무리 갈레시치가 위협적이라고 해도 마누프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갈레시치는 깔끔하고 정교한 타격능력에 수준급의 그라운드 이해력까지 갖추고 있는 상대였다. 때문에 윤동식이 승리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데미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윤동식은 너무도 민첩하게 클린치까지 간 후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고 포지션을 잡는 등 일련의 동작들을 실수 없이 차례로 진행시켰고 결국 1라운드 1분 29초만에 전매특허인 암바를 작렬시키며 너무나도 간단히 경기를 끝내버렸다. 자신감에 넘쳐있던 윤동식이었던지라 갈레시치의 타격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구사했던 것이다.

짧은 상승세 이후 하락세... 열정은 여전

마누프-갈레시치 전을 통해 서브미션 맛을 본 윤동식의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졌다. 2007년 10월 28일 장충체육관서 열린 'K-1 히어로즈 2007 코리아'에서 맞붙은 상대는 '리틀 도끼살인마' 파비오 실바(33·브라질)였다. 외모는 물론 퍼포먼스마저 반더레이 실바와 비슷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짝퉁 반더레이'로 불리기도 했다.

실바는 이전에 상대했던 마누프와 갈레시치에 비해 타격능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라운드 이해도에 있어서는 분명 앞선 파이터였다. 공격패턴은 스탠딩 위주지만 기본적으로 그래플링에 대한 방어가 뛰어난 슈트복세 소속선수였기 때문이다. 비록 시작하자마자 테이크다운을 빼앗겼지만 파운딩을 견뎌내며 잠시나마 자세를 역전시켰던 광경은 분명 그라운드에 대한 기본적인 테크닉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실바는 상위포지션을 잡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파워는 물론 기술과 밸런스 등에서 정상급 수준인 윤동식에게 이렇다 할 파운딩 한번 제대로 뻗지 못했고 스탠딩 상황으로 전환됐다. 사실상 그 순간이 실바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미 마누프 등 최고 레벨의 스트라이커들을 경험했던 탓일까. 윤동식은 실바의 타격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듯 자신 있게 거리를 좁히며 손쉽게 클린치 상황을 만들어냈고 서로의 몸이 엉켰다싶으면 이내 그라운드 상태로 포지션이 전환됐다. 실바 입장에서는 타격을 자신 있게 뻗기 애매한 거리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또 아차 하는 순간에 빠르게 달라붙어 자신을 넘겨버리는 윤동식의 기량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쁘지 않은 그라운드 수비력으로 방어야 힘겹게 해내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런 상태에서는 자신이 해볼 공격루트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윤동식은 발버둥치는(?) 실바의 빈틈이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탑포지션을 점령해버리는 등 자유자재로 페이스를 이끌어나갔다. 암바를 무리하게 시도하기보다는 힐훅과 파운딩 등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실바를 괴롭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계속된 압박에 실바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순간 또다시 전매특허인 암바가 터졌다. 실바가 몸을 뒤집는 동선까지도 예측하고 이어진 기술이라 일단 어느 정도 그립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막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윤동식은 이후 오야마 ?고(41·일본)까지 물리치며 4연승을 내달렸다. 데뷔 후 4연패에 빠졌던 아쉬움을 단숨에 씻는 행보였다. 4승중 3승이 암바공격에 의한 서브미션 승이었던지라 이때 '암바대마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잘나가던 윤동식은 '더 드림캐쳐(The Dreamcatcher)' 게가드 무사시(31·네덜란드)에게 발목을 잡히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UFC 미들급에서 뛰고 있는 무사시는 예전부터 '재야의 강자'로 불리며 공수겹장의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암바를 작렬시킬 기회도 있었지만 무사시의 방어에 실패로 끝나는 등 전체적인 페이스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윤동식은 결국 판정패하고 만다.

아쉽게도 윤동식의 질주는 거기까지였다. 이미 신체 능력이 떨어질 나이였으며 타격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래플링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현대 MMA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필살기 암바가 있었지만 일단 넘어뜨려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입장에서 테이크다운 방어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종합 격투계였다면 윤동식은 좀 더 롱런이 가능했겠지만, 반쪽 스타일로 버티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2009년 이후 한참을 쉬었던 윤동식은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금 MMA 파이터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력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오랜 공백 기간이 있는 만큼 주변의 우려도 많은 편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완성형 파이터에게는 어려움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도 그라운드가 좋지 못한 반쪽 파이터들에게는 상당한 강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능력이 만만치 않은 베테랑 타카세 다이주(37·일본)와의 일전은 윤동식에게 만만치 않은 한판이 될 전망이다. 거기에 타격의 밸런스도 윤동식과 비교하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윤동식과 비교해서 젊은 편이지 그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 관계로 전성기 때와는 기량 차이가 있는지라 윤동식이 차분히 몸을 잘 만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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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FC 024 IN JAPAN’대회가 다음달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서 열린다.
ⓒ 로드FC

덧붙이는 글 | ‘로드FC 024 IN JAPAN’ 대진표
- 7월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 -

후쿠다 리키 vs 전어진
최홍만 vs 카를로스 토요타
최무배 vs 가와구치 유스케
윤동식 vs 타카세 다이주
미노와맨 vs 김대성
김수철 vs 나카하라 타이요
시나시 사토코 vs 박지혜
김승연 vs 오하라 주리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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