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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UFC 곤자가·린들맨 평행이론? 크로캅, 추억의 일진일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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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자가전에서 크로캅은 그동안 거의 쓰지 않던 팔꿈치 공격을 준비해서 나왔고 결국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UFC 영상 캡처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1·크로아티아)의 격투 커리어에서 '리얼 동 킹콩' 케빈 랜들맨(45·미국)과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36·브라질)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파이터들이다.

한 명은 프라이드에서, 한 명은 UFC에서 각각 두 차례씩 격돌했는데 그 과정에서 크로캅 팬들은 좌절과 환희를 모두 맛봤다.

크로캅과 연관시켜보면 랜들맨과 곤자가는 상당히 비슷한 승부 곡선을 그렸다. 탄력 넘치는 흑인 레슬러, 타격을 장착한 묵직한 주짓떼로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크로캅을 상대로는 ‘평행이론’에 가까운 과정을 밟게 된다.

통산전적(17승 16패)에서도 알 수 있듯 랜들맨이 썩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다. 뛰어난 운동신경에 흑인 특유의 탄력과 파워가 돋보였던 그는 빼어난 핸드 스피드까지 갖춰 겉으로만 봤을 때는 매우 매력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자랑하는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레슬링과 타격 모두 강점을 나타내 한때 상당한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센스가 부족했다. 전략적 움직임도 없었고, 위기대처 능력도 떨어졌다. 때문에 승기를 잡고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카운터를 얻어맞거나 서브미션 공격에 당하기 일쑤였다.

2004년 프라이드에서 크로캅과 맞붙을 당시에도 랜들맨은 2연패에 빠진 상태였다. 파죽지세였던 크로캅의 제물로 낙점됐을 때만 해도 누구도 그가 이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레슬러인 그의 타격에 크로캅이 쓰러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랜들맨은 대형사고를 쳤다. 크로캅의 킥 타이밍에 맞춰 펀치를 냈고 승부는 사실상 거기서 끝났다. 후속 파운딩은 확인사살일 뿐이었다.

크로캅이라는 빅 네임을 잡아낸 랜들맨의 주가는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결국 당시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9·러시아)에게 도전하는 기회까지 잡게 된다. 기세가 오른 랜들맨은 경기 중 표도르를 상대로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저먼 스플렉스(German Suplex)´까지 성공시키며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격투 역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후속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역전패 당하기는 했지만 랜들맨이 신체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는 새삼 짐작할 수 있다. 도깨비 같은 랜들맨은 이후 표도르전 포함 4연패를 당한다. 크로캅과의 승리를 제외하면 앞뒤로 6패를 당한 것이다.

절치부심한 크로캅은 랜들맨과의 2차전을 신중하게 치르며 리벤지에 성공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크로캅이 랜들맨을 상대로 타격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닌 길로틴 초크를 성공시켰다는 사실이다. 정통 스트라이커 크로캅의 전적에서 보기 드문 결과물 중 하나다.

UFC에서 있었던 곤자가와의 두 번의 경기 역시 랜들맨전을 연상시킨다. 2007년 당시 곤자가는 강하기는 했지만 크로캅의 명성에 훨씬 못 미쳤다. 그가 세계최고의 타격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크로캅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짓떼로 곤자가는 주변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랜들맨이 그랬듯 타격으로 크로캅을 때려눕혔다. 그것도 크로캅의 최대 장기 중 하나인 하이킥으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크로캅의 스텝을 철저히 연구해온 곤자가는 타이밍 태클을 성공시킨 후 팔꿈치 파운딩으로 많은 데미지를 입혔고, 이후 이어진 스탠딩에서 무시무시한 하이킥으로 경기를 끝냈다. 레슬러인 랜들맨이 펀치로 이변을 일으킨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이후 크로캅은 거짓말처럼 하향세를 타며 예전의 무시무시했던 포스를 완전히 잃게 된다. 곤자가 역시 랜들맨처럼 크로캅을 잡은 혜택으로 당시 챔피언과 붙게 된다. 타격에 눈을 뜬 곤자가는 묵직한 킥 공격을 앞세워 랜디 커투어(52·미국)를 무섭게 몰아붙인다.

곤자가의 킥 파워는 가공할 만했다. 경기 후 커투어는 팔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커투어는 도전자 곤자가를 무너뜨렸다. 옥타곤에 특화된 더티복싱과 자신의 장기인 레슬링을 통해 차근차근 경기흐름을 잡아가면서 TKO로 잡아낸다.

그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크로캅은 곤자가를 잊지 않았다. 결국 돌고 돌아 UFC로 복귀한 크로캅은 지난 4월 곤자가를 상대로 리벤지에 성공한다. 랜들맨과의 2차전이 그랬던 것처럼 리벤지에 성공한 기술 역시 의외였다. 곤자가전에서 크로캅은 그동안 거의 쓰지 않던 팔꿈치 공격을 준비해서 나왔고 결국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낸다.

프라이드 시절부터 워낙 강행군을 펼쳐온 선수답게 크로캅은 많은 경기를 치러왔고 주옥같은 명승부도 수두룩하다. 그런 가운데 랜들맨·곤자가와의 ‘일진일퇴’는 크로캅의 격투역사 속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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