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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들쭉날쭉' KCC, 안정감의 마지막 조각은 '살림꾼'

프로농구 전주 KCC는 '도깨비팀'으로 불린다. 최하위권 전력으로 불리며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았을 때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있는 상황에서도 5연승 신바람 행진을 달리더니 이후 경기력이 급하락하며 위기에 몰렸다. 연패에 시달리던 과정에서 경기 내용까지 좋지 않았던지라 향후 행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 내 간판급 스타 하승진(30, 221cm), 김태술(31, 180cm)이 합류한 후 경기력이 더욱 나빠졌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과거의 하승진은 느린 스피드와 취약한 테크닉을 압도적 체격조건에서 나오는 힘과 높이로 커버했지만 다이어트 후 몸싸움에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하수아비'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더 이상 다른 팀에서는 예전처럼 하승진을 두려움의 눈으로 보지 않고 있다. 파워가 많이 줄어든 하승진인지라 미들 라인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며 최대한 골 밑 근처로만 덜 가까이가게 하면 된다. 하승진은 완벽한 골밑이 아니면 슛 성공률이 급격히 낮아지며 리바운드시 위치선정 및 볼이 튀어오르는 궤도를 잘 못 읽는지라 단신 선수들에게도 리바운드를 빼앗기기 일쑤다. '기름손' 성향도 강한지라 수비가 조금만 압박하면 공을 제대로 못잡던가 잡더라도 허둥지둥대다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김태술의 경우는 슛 감각이 떨어지면서 외곽-미들-자유투에서 모두 최하점을 찍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슈팅력의 상실을 떠나 기존의 장점인 뛰어난 리딩과 패싱능력에도 영향을 끼치고있는 실정이다. 오픈 찬스에서도 성공률이 매우 낮은 김태술인지라 수비수는 대놓고 다른 선수에게 도움 수비를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패스할 공간이 확 줄어들어버렸다. 김태술이라는 선수 자체를 수비하기도 매우 편하다. 본인 역시도 자신감을 상실해 정통 1번으로서의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Attached Image

 

@KCC


'기술자 농구'의 연결고리, '살림꾼'

지난 24일 오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단독 선두 고양 오리온과의 맞대결은 이러한 KCC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승부였다. KCC는 전력-분위기상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오리온을 95-88로 제압했다. 시즌 전부터 '기술자 농구'를 선언한 KCC의 다양한 패턴에 오리온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너졌다. KCC가 제대로된 경기력만 보인다면 얼마나 무서운 팀인지 과시한 한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김태술과 하승진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태술은 17점(3점슛 2개),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렸다. 31분을 뛰면서도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일대일 플레이어가 많은 팀 특성상 어시스트가 많지는 않았지만 김태술의 패스에 팀 공격은 확실히 더 매끄러워졌다.

김태술의 슛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오리온은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옵션이 KCC에 하나 더 생겼기 때문으로 이는 상대적으로 전태풍(35, 178cm), 안드레 에밋(33, 191cm), 리카르도 포웰(32, 196.2cm) 등 팀 내 주득점원을 맡은 기술자들의 활동공간을 넓혀주는 시너지효과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적극적으로 김태술을 견제해야 했고, 김태술은 이를 이용해 손쉽게 빈공간에 패스를 뿌려줬다. 그간 KCC가 기대했던 김태술의 모습이 올 시즌 처음 제대로 나온 경기였다.

하승진(8득점, 8리바운드) 역시 어느 정도는 제몫을 해줬다.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모자라지만 골밑에서 끈질기게 버티어주고 몸싸움을 펼치며 상대빅맨들을 어렵게 했다. 하승진으로인해 생긴 빈공간은 돌파와 외곽슛 찬스로 이어졌다. 많은 득점과 리바운드를 올리지 못해도 골밑근처에서 제대로 버티어주기만해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날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KCC는 김태술-하승진이 살아야 한다. 전태풍과 두 외국인 선수는 개인기를 통한 득점력 하나만큼은 확실한만큼 김태술의 패싱과 적절한 지원사격 그리고 하승진의 골밑 존재감만 어느 정도 발휘된다면 어느 팀도 KCC를 쉽게 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력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태술-하승진이 모처럼 제몫을 해줬다고는 하지만, 다음 경기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장담하기 힘들다. 그간의 경기들을 통해 증명(?)됐다시피 둘은 그 어떤 시즌보다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기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대로 KCC의 경기력으로 이어져 '도깨비 팀'이라는 묘한 캐릭터로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예전 좋았을 때의 KCC는 항상 팀 내에 살림꾼이 존재했다. 추승균(41, 현 KCC 감독), 강병현(29, 현 KGC인삼공사)이 대표적 케이스로 두 차례에 걸친 'KCC 왕조'의 중심에는 욕심 부리지 않고 팀내 스타급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이들의 공이 컸다.

이상민-조성원과 함께 하던 시절 추승균은 팀내 궂은일을 담당하다시피 했다. 추승균이 그들보다 득점 능력이 떨어져서는 아니었다. 다만 이러한 궂은일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승균의 그늘아래서 이상민-조성원은 더욱 펄펄 날 수 있었다.

조성원은 외곽 슈터로서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작은 신장으로 인해 수비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였다. 따라서 동 포지션 상대팀 선수들의 집중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추승균은 상대팀의 주득점원을 꽁꽁 틀어막는 것은 물론 수시로 도움수비까지 펼치며 조성원의 수비부담을 덜어줬다. 어디 그뿐인가, 구태여 조성원과 함께 3점슛을 뿜어내기보다는 미들라인에서 슛을 쏘면서 팀의 화력에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시켜줬다.

추승균은 누구보다도 팀플레이를 잘 소화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와 이상민의 호흡은 무척 잘 맞았고 그가 코트에 있음으로 해서 소속팀의 조직력은 더욱 극대화됐다. 이상민의 빠르고 긴 패스를 받아 득달같이 속공으로 마무리 짓는 능력도 정상급이었다. 추승균의 이러한 '살림꾼'마인드는 이조추 시대를 거쳐 후배들이 들어왔을 때에도 그래도 이어져 2차 왕조의 기반까지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강병현 또한 비슷했다. 폭발적인 돌파에서 이어지는 드라이브인과 스탑 점프슛 그리고 준수한 외곽슛 능력 등 전천후 공격력을 감안했을 때 화려한 플레이에 집중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는 엄청난 활동량과 독한 근성을 바탕으로 수비나 보조리딩 등 궂은일부터 앞장서는 마당쇠 마인드를 갖췄던 선수다.

강병현은 추승균이 그랬듯 자신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지 팀에 도움을 줬다. 상대팀의 주포를 꽁꽁 틀어막고 수시로 도움수비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동료의 플레이를 살려주는 데 능하다. 장신 2번으로서 1번을 도와 리딩을 도왔고 3·4번 수비에 구멍이 생기면 직접 해당 포지션에 뛰어들어 빈자리를 채워주기도 했다.

현재 KCC에는 이런 선수가 없다. 김태홍(27·193cm), 정희재(24·195cm)가 궂은일에 앞장서고 있지만 각 부분 능력치에서 이들은 한계가 있다. 김태술을 도와 속공 플레이에 적극참여하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내외곽을 넘나들며 하승진으로인해 생기는 빈 공간을 커버해줄 '살림꾼'은 없다.

때문에 KCC팬들은 조만간 있을 신인드래프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력한 1순위 후보 문성곤(고려대, 196cm)은 공수에 있어서 안정적인 기량을 자랑한다.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매우 영리하고 빠르다. 특히 수비에서의 존재감은 당장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극찬이다. 가로-세로 수비가 모두 가능하며 버티는 힘은 물론 걸음도 빠른지라 1~4번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 과거 추승균-강병현이 해줬던 전천후 역할에 적임자다.

KCC가 과연 문성곤이라는 날개를 달고 '도깨비 팀'에서 '안정적인 팀'으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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