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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쁘아까오 재림? 글로리 판도 흔든 태국산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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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송피농이 '글로리' 라이트급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글로리

‘쁘아까오의 재림?’

K-1을 잇는 입식격투단체 ‘글로리(Glory)’ 라이트급에 태국산 괴물이 등장했다.

태국 본토에서 날아온 무에타이 전사 싯티차이 싯송피농(23·태국)이 그 주인공으로 글로리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라이트급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싯송피농은 지난 6일(한국시각) 열린 ‘글로리(Glory) 22’ 프랑스 대회 라이트급 토너먼트를 통해 글로리에 데뷔했다.

잘 알려진 대로 라이트급은 글로리에서도 수많은 테크니션들이 가득한 강자 집합소로 유명하다. 하드펀처로 악명 높은 현 챔피언 로빈 반 루스말렌(25·네덜란드)을 필두로 수리남 출신 입식기술자 계보를 잇는 ‘더 머신’ 앤디 리스티(32·수리남), 투지의 화신 다비트 키리아(27·조지아), 새로운 입식강국 캐나다의 자존심을 이어나가는 벤쿠버 출신의 굿가이 조시 전시(22·캐나다) 등 뛰어난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무적 행진이 멈추기는 했지만 입식 격투판 빗장수비의 달인 '닥터' 조르지오 페트로시안(30·이탈리아) 역시 언제든지 신화를 다시 쓸 수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러한 ‘죽음의 체급’에서 동양권 파이터가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싯송피농은 글로리 무대에는 이제 데뷔하지만 어릴 때부터 놀라운 전적을 소화하는 무에타이 전사답게 공식전적만 130전이 넘어간다. 젊은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입증하듯 무서운 파워로 라이트급 토너먼트를 정리했다.

가공할 맷집과 불같은 투지를 무기삼아 역전승을 자주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키리아를 TKO로 잠재웠고 경기운영의 달인 전시마저 일방적으로 두들기며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키리아의 ‘스피닝 킥(Spinning Kick)’과 ‘롤링 썬더 (Rolling Thunder)’, 전시의 경쾌한 스텝은 실전 무에타이로 진화한 싯송피농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사실 경험이 많다고는 하지만 싯송피농에게 글로리 무대가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킥복싱 룰을 따르는 글로리에서는 무에타이 최고의 무기인 팔꿈치 공격과 빰 클린치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약점을 들어 싯송피농이 기존 글로리 베테랑들에게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싯송피농은 무에타이의 또 다른 무기들을 꺼내들고 어렵지 않게 라이트급 강자들을 둘이나 정리했다.

싯송피농의 패턴은 비교적 단순했다. 본토 낙무아이들이 그렇듯이 경쾌하게 스텝을 밟기보다 두발을 바닥에 고정시키며 천천히 상대를 압박한다. 앞차기로 거리를 조절한 다음 무시무시한 킥으로 상대를 강타했다. 특히 미들킥은 쇠파이프를 연상케 했는데 한번 씩 들어갈 때마다 키리아와 전시는 충격으로 움찔거리며 물러나기 바빴다.

낙무아이들의 미들킥은 단순하다. 굳이 정확히 빈틈을 노려 차기보다는 가공할 힘으로 상대의 몸통을 통째로 찍어 누른다. 가드에 걸리게 되면 한 방에 쓰러지지는 않겠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 내내 차고 또 찬다.

싯송피농 역시 그랬다. 상대가 뭘 하든 개의치 않고 자신은 전진 압박을 거듭하며 엄청난 킥 파워로 미들 킥을 계속 날렸다. 특히 왼발 킥은 대놓고 차도 해법이 없어보였다.

싯송피농의 미들 킥은 워낙 파워가 넘쳐 막아낸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은 고스란히 쌓일 수밖에 없었다. 충격이 누적된 전시는 제대로 된 스텝 한번 밟기 어려웠으며 나중에는 가드 한 오른팔마저 이상 증세를 보이며 자신의 특기인 펀치 공격에 영향을 줬다.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전열을 재정비하려 치면 로우킥을 다리에 갈기며 기동성을 묶어버렸다.

이날 보여준 싯송피농의 엄청난 기량은 또 다른 강자 리스티는 물론 당장 챔피언 반 루스말렌과 맞붙어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싯송피농의 글로리 공습에 과거 K-1 맥스에 입성하자마자 판도 전체를 바꾼 ‘황제’ 쁘아까오 반차메(32·태국)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쁘아까오는 특유의 무에타이 스타일을 바탕으로 알버트 크라우스, 마사토 등 기존 강자들을 모조리 정리한 바 있다.

쁘아까오가 너무 강해 주최 측에서는 룰 개정까지 했을 정도다. 만약 룰 개정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없었다면 쁘아까오는 절대 강자로서 K-1 맥스를 지배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K-1 맥스와 달리 글로리는 아직 국내 팬들에게 낯설다. 친숙한 동양 단체도 아니거니와 경기시간대 역시 늦은 시간이라 즐기기가 쉽지 않다.

글로리 측과 2015년 대회의 방송 계약을 체결한 KBS N 스포츠가 각 넘버시리즈를 중계하는 것은 물론 과거 명 경기 등을 재방송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친숙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런 시점에 동양 선수의 분전은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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