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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아쉬운 빅매치... 알도 vs. 페티스 '만류귀종' 대결

닮은 듯 다른 최고 수준 킥커 대결, 지금도 아쉬운 분위기


불교에서 나온 사자성어중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는 말이 있다. 수없이 많은 물줄기와 물결 그리고 흐름이 바다에 가서는 결국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다른 듯해도 끝까지 가다 보면 근원은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 아쉽게 무산된 '스카페이스(Scarface)' 조제 알도(28·브라질)와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28·미국)의 페더급 맞대결은 두고두고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둘은 UFC 163 'Aldo vs. Pettis' 메인 이벤트서 명승부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페티스가 경기를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아웃됨에 따라 빅 매치는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페티스의 부상으로 인해 '코리안 좀비' 정찬성(28·코리안좀비MMA)이 코리안 파이터로는 처음으로 UFC 챔피언 타이틀매치에 출전하게 되어 전화위복이 된 한판이었다. 당시 정찬성은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좀비 바이러스를 뿌린 채 폭군 알도와 일진일퇴의 명승부를 펼치며 팬들과 관계자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그 후 페티스는 라이트급으로 전향하게 되고 챔피언까지 차지하며 알도와의 빅매치는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페티스가 계속해서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면 '슈퍼파이트'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하파엘 도스 안요스(30·브라질)에게 무너지며 세기의 타격가 대결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알도-페티스.jpg

 ‘스카페이스(Scarface)' 조제 알도(사진 왼쪽)와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
ⓒ UFC

길은 달랐지만 정점에서 명성을 떨친 최고의 킥커들

알도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경량급 최고 스트라이커다. 레슬러-주짓떼로는 물론 자신과 같은 타격가조차 상당한 레벨차를 보이며 때려눕혔을 정도다. 미르코 크로캅 이후 전 미들급챔피언 앤더슨 실바와 함께 MMA 타격가를 대표하는 간판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레슬러들에게 유리한 옥타곤 룰 안에서 미국이 밀어주는 레슬링 스타일의 그래플러들을 차례로 박살내며 팬들의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당시 페티스는 알도가 그동안 상대했던 타격가 중 가장 좋은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전자였다. 국내 팬들에게는 '김치파이터' 벤 헨더슨(31·미국)을 WEC시절 포함 두 차례나 무너뜨린 선수로 유명하다. 일명 '삼각차기'로 불리고 있는 철장을 이용한 플라잉하이킥 공격은 지금까지도 각종 동영상을 통해 하이라이트로 제공되며 헨더슨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알도와 페티스는 뛰어난 스트라이커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지만 파이팅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페티스는 기본적인 펀치와 킥에도 능하지만 변칙적인 공격으로 유명하다. 매트릭스 킥으로 화제를 모았던 헨더슨전의 삼각차기 외에도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띄워 날리는 '카포에이라(capoeira)'식 발차기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상대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놓고 360도 회전 공중 돌려차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철장을 한번 찬 다음 이중 동작으로 펼치는 플라잉니킥이나 뒤돌려차기도 일품이다. 현 UFC 타격가 중 철장을 가장 잘 이용하는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레퍼토리가 다양한지라 언제 어디서 무슨 공격이 터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그 같은 공격들이 상당한 위력까지 겸하고 있어 더욱 까다롭다.

반면 알도는 지극히 정석적인 타격을 선보인다. 상대의 스텝을 묶어버리는 로우킥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의 주무기이며 테이크다운 과정에서 반격기로 쓰이는 플라잉니킥 역시 새삼스러울 것 없는 기술이다. 펀치와 킥 공격 역시 다른 타격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도의 타격은 상대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같은 펀치와 킥이라도 알도가 펼치면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타가키 케이스케 원작의 인기격투만화 <파이터 바키>에서 유명한 장면이 있다. 핵심 등장인물 중 '무신(武神)' 오로치 돗포는 어느 날 최강의 격투 괴물인 '투귀(鬪鬼)' 한마 유지로와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친다. 계속해서 유지로에게 밀리던 돗포는 어떤 기술을 통해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

그 기술은 다름 아닌 평범한 정권 지르기였다. 가라데를 베이스로 하는 돗포 입장에서는 복서의 잽만큼이나 단순하기 그지 없는 기술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1000번씩 수십 년간 갈고 닦은 정권 지르기이기에 그 어떤 화려한 기술보다도 깊이와 무게감이 있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닌 쓰는 사람이 얼마나 능숙하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알도의 타격이 딱 그렇다. 알도는 상대가 뻔히 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무지막지한 쇠파이프 로우킥을 과감하게 날린다. 같이 펀치를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한템포 빠른 타이밍으로 카운터를 성공시키고 강약의 조절을 통해 타격전의 흐름을 지배해간다. 특별한 비기가 있는 것이 아닌 남들과 똑같은 기술이지만 더 깊은 숙련도를 통해 승리를 가져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닮은 듯 다른 킥커 알도와 페티스의 대결은 '만류귀종'의 한판으로 기대됐다. 정상까지 올라오는 길이 달랐을 뿐이지 결국에는 정점에서 최고 타격가의 명성을 얻으며 충돌하게 됐었기 때문이다. 정석이든 변칙이든 그들의 타격은 둘 다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런 관계로 아쉽게 무산된 당시 대결은 언젠가 팬들은 꼭 보고 싶어한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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