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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님의 서재입니다.

전신귀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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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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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3,714

작성
23.07.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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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신귀환 (27)

DUMMY

승리?

그런 게 가능할 리 있나.

당장 사방에서 몰려드는 놈들만 그 개체 수가 얼마인데.

대충 헤아려도 수천이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사람보다 월등히 크고 강하다.

솔직히 여기 있는 이들이 각성자들이 아니고 또 마력탄을 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더라면 전멸당해도 벌써 전멸당했을 터였다.

쯧, 그나마도 열 명이나 남았나?

뭐 어딘가에는 또 다른 이들이 살아남아서 고군분투하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지금 내게도 이들은 필요하다.

물론 대승적으로 봐서도 후에 큰 전력이 될 전투원들을 잃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게다가···.

지긋지긋하달까.

눈앞에서 동료가 죽어 나가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정신 차려요! 전열 흐트러집니다!”

워낙 정신없는 와중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정해진 자리를 이탈하는 이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멈춘 채로 진지를 사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진하며 돌격대형을 고수하는 것도 아닌.

후퇴하며 자리를 지키는 건 몇 배는 어려우니까.

오죽하면 싸울 때보다 후퇴할 때 대다수의 전투원들이 죽는다고 할까.

“죽-어!”

투두둑! 투두둑! 투두둑···!

그런데다가 궁지에 몰린 탓인지, 헌터들은 광기에 휩싸여 있다.

하기야···.

반쯤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긴 무리겠지.

“백오십 미터!”

그러거나 말거나 난 충실히 내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1차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말해주곤 빠르게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 잰다.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지.

“후욱···훅!”

아까부터 턱까지 차오른 숨을 되도록 천천히 내뱉으며 자꾸만 가물거리는 눈을 억지로 치떴다.

동시에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충 가늠해본 바로는 내가 폭발에 휘말려 쓰러졌다가 깨어난 건 4시간이 지났을 무렵.

거기에 여기까지 오는데 25분 정도.

그리고 도주하느라 소비한 시간은 5분 남짓.

쳇. 아슬아슬하잖아.

유도제를 복용하고 마력을 일으킨 뒤였다.

그 후에 다시금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6시간은 지나야 가능할 텐데···.

어떻게 계산해봐도 5시간이 넘지 않은 시간이 지났을 뿐.

어쩐다?

이대로 유도제를 복용하면 마력을 지니게 되긴 하겠지만···.

몸에 무리가 오는 건 둘째치고.

효과가 반감되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지속 시간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테다.

거기에 마력 탈진은 덤이고.

젠장!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려는 걸 꾹 삼키곤, 대신 가빠진 호흡으로 인해 튀어나오는 숨을 내뱉었다.

그러곤···.

“오, 오십 미터···훅! 훅!”

투두두 투두두 투두둑!

다행히 헌터들은 내 지시를 어기지 않고 있었다.

점사로 길을 열뿐, 광기에 휩싸여서 쓸데없이 총알을 낭비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고, 곧 도착합니다!”

가장 선두에 있는 이가 소리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저만치 보이는 바위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을 때.

난 옆에서 함께 달리던 남자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억!”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랐는지, 꽁지머리를 한 금발의 남자가 헛숨을 토해냈지만, 설명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대신 그에게서 뺏다시피 한 칼을 움켜쥔 채 돌아섰다.

그러곤 소리쳤다.

“방어형 전술 대형으로!”

저들이 군인도 아니니, 지금 이 말이 먹힐는지 모르지만.

어디서든 진형이라는 건 딱 둘로 나뉘는 법.

공격 혹은 방어.

그렇다는 건···.

아무리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일지라도.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함께 등을 맞대고 싸우게 된 판이라도.

적어도 방어 전술만큼은 거기서 거길 거라는 계산하에 내린 판단이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투두둑! 투두둑!

바위 위로 올라가 후방을 경계하며 전방···. 정확히는 부채꼴로 몰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마력탄을 갈겨대는 헌터들.

그들이 만들어낸 화망 속에서 난 상황을 파악했다.

넷···셋······.

일곱이 바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고.

남은 후미에 쳐졌던 세 명.

저들이 후퇴를 완료하기 전까지···.

팟!

발을 차올려 땅을 박찼다.

그러곤 가장 가까운 데 있는 괴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서-걱!

군도인 주제에 어딘지 모르게 정글도를 닮은 칼을 휘두르자, 암녹색의 체액에 튀어 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대로 미끄러져 옆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곤 뒤늦게 머리통을 잃고 고꾸라지는 괴물을 보지도 않은 채 또 한 놈. 시커먼 몸통에 곤충형 다리를 가진 괴물의 앞발을 날려버렸다.


키에에에에에엑!


콱!

고통에 울부짖는 놈의 목덜미에 칼날을 깊이 꽂았다.

푸학!

···하며 뽑힌 칼날에 딸려오는 체액이 밤공기를 달궜지만.

파팟!

그 피인지 뭔지 모를 뜨거운 액체를 얼굴에 맞으면서 연거푸 칼을 휘둘렀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화가 난 건지, 두려운 건지.

놈들이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도 기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건 바란 것도 아니었고.

어디까지···.

“됐습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눈치챈 걸까.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놈을 골로 보내며 재빨리 확인해보니, 더 이상 바위 아래쪽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팟!

그럼 더 이상 여기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지.

서둘러 땅을 박찼다.

파바바박!

그러곤 저쪽 세상에서 질리도록 써먹은 보법을 활용해 갈지자를 그리며 물러섰다.

파앗!

바위께에 이르러 훌쩍 뛰어올랐다.

턱!

···하고 내려서 숨을 몰아쉬는 동안.

투두두! 두두둑!

헌터들이 날 감싸듯 막고선 놈들에게 총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숨을 몰아쉬는 날 향해 헌터 중 하나가 물어온 것도 그때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을 더듬거리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어떻게 봐도 당황한 표정.

하긴···.

싸움도 정도라는 게 있는 거지.

저들이 이런 싸움을 언제 해봤겠나?

적이라고 해봐야 고작 수백.

대단위 전투에 나섰다고 한들 어찌 되었든 전투원들을 각자가 맡은 지역에서 전술 단위에서 싸움을 벌이기 마련인 것을.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토록 많은 적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후우···훅···!”

하지만, 대답해줄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내 숨이 아직 돌아오질 않고 있었기 때문.

쯧, 진짜 이 몸뚱어리는···!

조금 전. 마력 없이 조금 날뛰었다고 이 지랄이라니.

속으로 혀를 차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동안, 내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다시 물어오는 남자.

“설마, 여기서 버티는 건 아니겠죠?”

투두둑! 투두둑! 투둑!

계속해서 총을 난사하면서도 시선을 이쪽으로 던지는 남자. 그 남자의 눈동자를 보며 대답했다.

이제야 비로소 숨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버텨야죠. 지원이 올 때까지.”

“예?”

예상치 못했던 걸까?

남자는 물론이고, 그때까지 총을 쏴대면서도 귀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던 헌터들까지 몸을 떠는 게 보였다.



***



밀림 한복판에 위치한 도시, 아래내바케시.

브라질 군대를 위시해 각국에서 파견된 헌터들까지.

미국이며 러시아를 비롯해 한국에서 온 이들을 아울러 함께 도시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진우 그리고 그와 함께 탐사를 나간 이들이 가져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

그들은 짧은 기간임에도 다시 있을지 모르는 전투에 대비해 지휘통합본부를 만들었다.

거대 늑대인지 개인지 모를 괴물. 패로 칸이 죽으면서 몬스터들이 물러났지만.

놈들이 다시 몰려올는지 모르기 때문.

게다가···.

“대체 뭡니까? 아까 그 진동은?”

어디 진동뿐인가?

소리는?

대기가 통째로 흔들리는 듯한 충격까지 감안하면 보통 일은 아닐 터였다.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 조사대가 파견되었지만, 그걸 마냥 기다리기엔 시기도 상황도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고립무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외진 도시.

그야말로 아마존이라는 밀림 한가운데 있는 도시에서 자칫 한 번 더 몬스터 러쉬라도 맞이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봐야 했다.

당연히 잔뜩 긴장한 채로 다들 예민해진 상태.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유미진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진우···.’

괜찮을까?

무사하겠···. 아니, 무사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의 그녀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생각.

자신의 인생에서 비중이라고 해봐야, 어릴 때 어른들이 정해진 정혼자···. 앞으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파혼해야만 하는 남자일 뿐이었는데.

“박사님?”

그때, 누군가 물어오는 질문에 유미진이 흠칫 고개를 들었다.

“예?”

“···만일의 경우입니다만. 혹여라도 또다시 몬스터들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서 후방으로 몸을 피하시는 게 어떠시냐고 물었습니다.”

피신?

생각지도 못한 얘기였다.

하지만, 저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각성한 걸 모르는 저들로서는 그저 민간인.

게다가 세계적인 기업에서 파견한 책임자, 그것도 동아시아 쪽을 관할하는 지사장이니 일단은 VIP라 할 수 있을 테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단은 뒤쪽으로 물리는 건 당연한 조치.

하지만···.

꾹.

손을 말아쥐는 유미진.

그녀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제 거취는 제가 결정합니다.”

여리여리한 외모와는 사뭇 다른 음성.

강단 있는 말투에 굳은 표정이 모두의 망막에 새겨지는 순간.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불거지든, 전부 제가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니, 그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실 필요들이 없고요.”

지휘 본부로 쓰이는 건물 안.

탁자들을 따닥따닥 붙여서 만든 대회의실 안을 그녀가 휘둘러 보았다.

그러면서 물었다.

“아까 들려온 소리는 분명 폭발음. 방향은 서남쪽. 그렇다는 건···. 탐사대들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공산이 높지 않나요? 다들 그 정도는 예상하실 텐데요?”

“그야···.”

“그래서 일단은 조사대를 파견한 거 아닙니까?”

여기저기서 소란이 이는 가운데, 미국에서 온 길드의 임시 대표가 되묻자 유미진이 쓰게 웃어 보였다.

“로이드 씨죠?”

“······그렇습니다만.”

“JJ 길드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맞다는 표시로 로이드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걸 본 유미진이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아시지 않나요?”

“······?”

“사태를 완전히 파악한 후에 움직이면 늦는다는 걸?”

끙.

···하며 로이드가 침음을 흘렸다.

그 역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연유에선지 대기를 올리고 땅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는 건 보통 변고가 아닐 테니까.

그렇다는 건 한시가 급하다는 말과도 동일.

그런데도 그를 비롯해 이곳에 있는 이들이 조사대를 먼저 파견한 이유.

그것이 비록 누군가의 눈에는 미적거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도시를 지키고 희생을 최소화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뒤늦게 반문하는 로이드.

그를 유미진이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JJ 길드 소속의 헌터들도. 그리고 다른 곳의 헌터들도. 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헌터들과 군인들 대다수가 그곳에 있습니다.”

로이드 역시 알고 있다.

아니, 그만 그런 게 아니라 각국에서 온 길드 혹은 협회의 책임자들 또한 안다.

자신들의 식구를 살리기 위해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로 움직여도 시간이 부족하단 것을.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지금의 전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섣불리 움직였다가 여기 있는 전력마저 잃게 된다면?

그땐 도시를 지키는 건 고사하고 모조리 전멸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랬다가는, 틀림없이 본국에 있는 길드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게 뻔했다.

그만큼 이곳에 온 이들···. 파견한 헌터들의 면면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기 때문.

그런 속사정으로 다들 몸을 사린다면 사리고 있는 것인데···.

“후우···!”

다 안다는 듯 그들을 한차례 훑어보던 유미진.

“그래서 탐사대가 모조리 전멸하면요?”

쿵! 하고···.

“그땐, 여기라고 무사할 것 같은가요?”

그녀가 던진 말들이 로이드는 물론이고 모두의 가슴속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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