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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님의 서재입니다.

전신귀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17,241
추천수 :
1,663
글자수 :
163,714

작성
23.07.17 23:01
조회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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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전신귀환 (26)

DUMMY

쿠르르릉!


천둥소리를 듣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다운헬!”

망할!

기어이···.

입술을 짓씹었지만, 그 다음으론 욕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콰--------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내 몸이 그대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귀가 먹먹해지고, 골이 울렸다.

씨발!

후유증이고 뭐고 간에.

마력을 있는 대로 돌려서 온몸을 감쌌는데도 불구하고···.

“컥!”

겉은 말할 것도 없고.

속은 엉망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 된다.

모르긴 몰라도 내장이 파열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더 이상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눈앞의 세상이 온통 까매지는가 싶더니 아무런 생각도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갑작스럽게 들려온 폭음에 유미진은 경악했다.

단지 소리만 들려왔다면 그저 놀라는데 그쳤을지 모르겠지만.

꾸르르릉!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

“꺄악!”

어찌나 크게 흔들리는지 막사 안에 있던 책상이 그대로 넘어지며 위에 있던 실험기구들이 모조리 박살이 났을 정도였다.

지진?

놀란 가운데서도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재빨리 바닥에 엎어져 몸을 웅크렸다.

넘어졌을지언정 책상을 방어막 삼아서.

하지만, 곧이어 그녀의 생각은 한 사람에게로 이어졌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하는데···.

걱정과 두려움이 한데 섞인 채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 사람의 이름만을 되뇌게 만들고 있을 때, 지진처럼 이 부근을 뒤흔들던 진동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유미진은 좀처럼 책상 밑에서 기어 나오지 못한 채로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그러길 잠시.

막사의 입구를 가리던 천이 젖혀지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박사님!”

“이사님!”

“지사장님!”

각자가 부르는 호칭은 달랐지만, 모두 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고.

유미진은 그게 자신임을 모르지 않았기에 대답부터 했다.

“저, 여깄어요!”

“아! 다행···.”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 파악 중인데···.”

“지진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이들 역시, 아니 밖에 있는 이들 모두가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유미진은 재빨리 막사를 뛰쳐나가 지휘 본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사태 파악에 열중하고 있는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그녀를 알아본 헌터들 사이에서 그녀는 빠르게 말했다.

“그 사람···. 진우와는 연락이 안 되나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정신없었기 때문.

하지만, 그들 역시도 이 문제가 여진우가 이끌고 떠난 탐사대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던 걸까.

십여 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말해주었다.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안타깝게도 유미진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만 할 뿐이었다.



***



피보다 더 붉은 대지.

시뻘겋게 달궈진 땅은 금세 녹아내렸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일대의 한복판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마치 악마의 아가리라도 되는 듯 속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시커먼 동공이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튀어나온 것들은···.


끼에에에에에엑!


새카만 날개를 가진 괴수들이었다.

놈들은 이빨을 드러내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채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더니 그 무리가 수십에 이르자, 곧장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한 무리가 사라지면, 조금 있다가 다시 한 무리···. 또 사라지고···. 다시 한 무리···.

끝도 없이 반복되는 일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놈들에게선 어떠한 호의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있다면 오직 하나.

살의.

무언가를 파괴하고자 하는 본능만이 엿보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날짐승에 가까운 검은 생명체들이 거듭해서 생겨나고 또 사라지길 반복하는 동안.

벌겋게 달궈져 있던 땅. 구멍의 주위로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온몸에 돌기가 달린 짐승···. 아니 괴물들.

그것들은 눈이 퇴화하였는지 초점 없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를 벌름거리는가 싶더니 미친 듯이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여섯 개의 다리가 마치 갑각류 혹은 곤충처럼 교차하며 지면을 밀어냈다.

온통 시커먼 괴수들이 수도 없이 땅속에서 기어 나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



“끄으···.”

얼마나 혼절해 있었던 걸일까?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뜬 뒤 머리가 맑지 않은 가운데에서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난 왜 여기 이렇게 누워 있···.

아!

순식간에 생각난 일.

“···씨발!”

폭발할 때 채 내뱉지 못한 욕이 뒤늦게 튀어나왔다.

“미치겠네, 진짜!”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누가 봐도 밀림이 아니다.

그냥 폐허 그 자체.

온통 불탄 흔적뿐이었고.

시커멓게 탄화된 땅 어디에도 생명체는 보이지 않는다.

헌터들은 어디로 간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놈들이 기어 나왔겠지?

“하아···.”

다운헬.

기어코 터진 건가?

이걸 막으려고 그 고생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쩐지 저쪽 세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다시금 되감아 돌려보는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젠장! 이번에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

애당초, 왜 또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고!

시부럴! 사람 좀 그냥 놔두면 안 되나?

화도 나고 헛웃음도 나지만, 그 끝에서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항거불능.

지금의 내 상태를 그대로 말해주는 말이었다.

“저쪽인가?”

아직도 욱신거리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한 발 한 발 부지런히 움직였다.

애초에 유도제를 복용하는 시점에서 양을 조절했기 때문에 겨우 마력 탈진까지는 막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몸이 엉망인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속이 다 터져나간 듯한 느낌인데.

다행히도 심각한 상태는 아닌 듯했고.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유도제를 먹을 수 없다는 건데···.

이 상태에서 놈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낭패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돌아가서야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는 셈이니까 말이다.

“딱 그때 그 느낌이네.”

처음으로 저쪽 세상에 떨어져서 헤매고 다닐 때의 느낌.

사방이 적의로 넘쳐나고, 그렇기에 아무런 힘도 없는 나로서는 한 발 한 발이 사지를 내딛는 기분이었으니까.

뭐, 단지 기분만이 아닌 실제로도 죽을 고비를 얼마나 넘겼던가.

진짜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있는 게 용하달까.

“쯧, 좇같은 세상이네, 진짜!”

겨우 살아왔더니만.

고개를 내저으며 걸음을 내디디고 있을 때였다.

투다다다다다다다.

전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누가 들어도 저건 총소리다.

눈을 가늘게 했다가 이내 번쩍 떴다.

방향은 저쪽 언덕 너머.

난 온몸이 부서져 나가는 통증을 개의치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



“개 잡놈의 새끼들이!”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

“죽어!”

콰-앙!

일반 소총과 달리 마나 공학으로 제조했기에 위력이 소총탄의 몇 배에 달하는 마력탄을 쏟아부어도 소용없었다.

그 와중에 마력을 응축해 만든 수류탄도 큰 도움이 되질 않고 있다.

그럴 수밖에.

“크! 너무 많습니다!”

“퇴, 퇴각해야 합···크헉!”

죽어가던 누군가가 전략적 후퇴를 입에 담았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는가?

“좇 같은!”

“버텨!”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이미 일행의 절반이 죽고 아직까지 살아남아 놈들을 상대하고 있는 이들은 겨우 열 명 남짓.

솔직히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 살아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는 부상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한곳에 베이스캠프 차원의 숙영지를 임시로 정하곤 환자들을 남겨놓고 떠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통신이 되었다면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본부와 연락이 안 될뿐더러 그들을 인솔하던 것이나 마찬가지던 여진우는 생사조차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본부로 가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길을 나선 지 불과 한 시간.

그들은 정체 모를 괴물들과 조우했다.

놈들은 사람처럼 생긴 몸에 개미와 같은 구조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악마와 같은 포악함이 지녔다.

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힘.

더해서 엄청난 숫자였다.

“크···. 너무···너무 많잖아! 씨발!”

투두두두두두두······둑!

결국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 총탄.

폭발 때 잃어버린 탄 박스가 절실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끄아아아아악!”

가장 바깥에서 싸우던 이들부터 하나둘 놈들에게 당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총구를 돌려 마력탄을 난사했지만···.

안타깝게도 구해낼 방도는 없었다.

나머지도 점차로 탄환이 떨어진 데다가, 놈들은 여전히 밀려들고 있었으니까.

힘에서도 숫자에서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

그들의 머릿속으로 포기라는 말이 떠올랐을 때였다.

“눈 감아!”

어디선가 들려온 외침.

그 외침은 이상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방금까지 혼란과 발광 사이를 오가며 죽음을 머릿속에 그리던 이들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

화-------악!

그 순간, 엄청난 빛이 터졌다.

하지만, 그들은 눈을 감고 있었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느꼈다.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희미한 빛.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방금 터진 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어딘가가 따스해지는 그런 기분.

그걸 설명하라고 하면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겠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기분이 드는 빛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건 반쯤은 들어맞았다.

빛이 사그라지는 순간, 뒤늦게 눈을 뜬 이들. 헌터들로 이루어진 다국적 전투 용병들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삭···.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는 괴물들을.

그 모습에선 어쩐지 괴로움뿐만 아니라 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만큼 빛이 엄청났다는 건 확실한데.

그렇다고 저 정도라고?

마력탄에도 물러서지 않고 끈질기게 덤벼들던 놈들이?

의아한 얼굴을 한 채로 놈들을 노려보던 이들의 앞에 한 인영이 떨어지듯 나타난 것도 그때였다.

“전열 정비해요! 어서!”

그제야 그들은 알아차렸다.

여진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있던 이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 틈에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가야 합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엔 시체라고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것처럼 엉망진창인 몰골이었지만.

그들은 여진우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동서쪽으로 오백 미터. 거기 암벽에서부터 퇴로를 구축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확신에 찬 그의 음성은.

“마르셀! 선두! 유미르 좌측! 후방은 내가 맡는다!”

“그럼 우측은 우리가 맡지! 토미! 길 열어!”

“옛썰!”

그때, 그들의 귓가에 들려온 것은 또 하나의 지시였다.

“전원 삼점사! 쓸데없이 총탄 낭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그렇다고 대답하는 이도 없었지만.

이어진 소리는···.

사사사사삭···.

불에 그을린 전투화가 밟고 지나가는 자리마다 피어오르는 잿더미와 더불어···.

투두둑! 투두둑!

어느새 점사로 바꾼 소총에서 뿜어지는 총성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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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3 g3******..
    작성일
    23.07.18 20:15
    No. 1

    주인공을 너무 멍청이로 만들어놨네
    자신이 알고있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주변에 알릴 방법이 있는데도
    사고가 터질때까지 자신만이 정보를 독점하고있다
    그러면서 가족을 지킨다는 말을 자꾸 하는건
    잘못됐다
    이글은 모순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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