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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님의 서재입니다.

전신귀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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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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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3
글자수 :
163,714

작성
23.05.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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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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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3쪽

전신귀환 (18)

DUMMY

일대가 검은빛에 휩싸이고.

그 바람에 총성이 그쳤다.

미친 듯이 달려들던 몬스터들도 움직임을 멈췄고.

그런 가운데, 소리가 들렸다.


부아아아아앙!


승용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술 차량처럼 딱히 방비라곤 하지 않은 차였다.

그것도 위쪽이 뻥 뚫린 무개차. 지프였다.

그걸 타고 돌진해오는 차.

그 한가운데서 갈색 머리의 동양인이 중얼거렸다.

“너무 위력이 약했나?”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고 있는 그를···.

역시나 동양인으로 보이는 군인들. 같은 차를 타고 달려오고 있는 남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본다.

뿐만 아니었다.

일대를 빠져나가고 있던 브라질 출신의 군인들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에 비해 몬스터들은 뭐가 그리 두려운지 몸을 떨기까지 한다.

그건 단지, 자신들의 동료···. 수를 헤아리기도 힘든 몬스터들이 한순간 몰살당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비거임펙트는 먹힌 모양이네.”

비거임펙트?

남자···. 여진우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미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까? 비거임펙트라는 건?’

의아한 눈빛.

하지만, 여진우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의문을 지워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한번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그가 살짝 치켜든 오른손. 하늘로 향하고 있는 손바닥 위로 또다시 검은 기운이 뭉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



장난 아니다.

겨우 한번 썼을 뿐인데도 몸속에 깃들고 있던 마나가 대거 빠져나갔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자랑하는 유도제를 만들어 먹었기에 아직까진 버틸만하다마는.

이것도 언제까지 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니 초장에 기세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놈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순간, 놈들은 날 얕보고 사방에서 몰려들게 뻔한 일.

“하여간 쪽수가 문제라니까, 쪽수가!”

흔히들 전쟁은 기세로 하고 지략으로 이기는 거라고들 하는데···.

다 개소리다.

무조건 쪽수가 많은 쪽이 유능하다는 거지.

그렇게 본다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이미 진 거나 매한가지.

그러니까!

“이거나 처먹어라!”


슈-----아!


다시 한번 크라난도의 숨결을 불러들였다.


후우우우웅!


손바닥 위에 뭉쳐지고 있는 검은 연기.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어느 순간 사람의 머리통보다 훨씬 크게 변한 크라난도의 숨결을 보지도 않고 던져버렸다.


크아아아아앙!


대기를 씹어버릴 듯한 포효가 들리는가 싶더니, 시커먼 연기 덩어리. 크라난도의 숨결이 공기를 가르며 전방으로 날아간다.


쓔-----------액!


어디지 모르게 가슴을 떨게 만드는 기이한 파공음을 흘리며 빠르게 날아간 뒤.


콰--------앙!


대지 한복판에 떨어지기 무섭게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 범위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일거에 증발했다.

“하아! 무슨 위력이!”

차 앞쪽 좌석에 앉아 있던 군인 하나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돌려 놈을 보았다.

“···더럽게 크네.”

딱 봐도 마군 이상.

여기 말로 하자면 S급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번 제노믹스 사에서 상대했던 놈과 비슷한 급인 거 같은데···.

같은 S급이라고 다 S급이 아니듯.

안타깝게도 그보다 조금 더 강해 보였다.

“후우!”

이러니 상황이 이 꼴이 됐지.

혈사(A급-대장급)만 되어도 대대급 이상의 병력과 S급 헌터가 이끄는 각성자들이 필요한데.

무려 마군이라니.

이건 뭐···.

“쯧, 어쩔 수 없나?”

이런 경우에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거다.

“어떻게 합니까?”

앞에서 누군가 물었고, 여전히 차가 달리는 와중에 김경철 중령이 내 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그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

“계속 달려요.”

“예?”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투를 이길 생각만 하는 그들로서는 반문하는 게 당연할 테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럴 때 유일한 방법은.

“튀죠.”

줄행랑밖에 없는 것이다.



***



부아아아앙!

차가 미친 듯이 질주하고.

그사이 다시 시작된 몬스터들의 진격에 브라질의 군대는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당하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나로선 그들을 모두 살릴 방도 따윈 없으니까.

막말로 유도제를 하나 정도 더 복용하고 미쳐 날뛸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진짜 뒷감당이 안 될 터.

약효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서, 마나 탈진이 일어나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건 유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되어버린 후가 되겠지.

내가 빠진 채로 밀려드는 몬스터 군대를 상대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저놈···. 마군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없으니까.

아니, 놈 하나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봐라.

지금도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는 몬스터들을.

대충 헤아려봐도 수천이었다.

그런 놈들을 무슨 수도 상대한단 말인가.

그러니···.

지금은 싸워 이길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을 최대한 보호하며 후퇴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란 거다.

그 와중에 자신들의 목숨도 지켜야 하고 말이다.

“곧, 도시 외곽 도로입니다.”

누가 봐도 도시의 경계는 저쪽에 있는 강.

그 강을 넘어서면 또다시 밀림이 시작되고.

거기까지 가면 몬스터들이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쫓아오진 못할 터였다.

“우리도 선착장 쪽으로 가죠.”

“···저희만 빠져나가는 겁니까?”

질문의 요지는 간단하다.

시민들을 버리고 우리만 이곳을 탈출하냐는 질문.

당연히···.

“아뇨. 거기서 태세를 정비하죠.”

“아! 그러면···.”

입매를 살짝 비틀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반격까진 아니라도 최소 방어진은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흘러가는 상황만 놓고 판단하면, 이대로라면 절대로 시민들은 탈출할 수 없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태반이 죽고 겨우 십 분의 일이나 도시를 떠날 수 있을 거였다.


투두두두두두두!


여기저기서 기관총 갈겨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의 것인지, 괴물의 것인지 모를 비명과 악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우리가 탄 차가···. 아니, 날 따라온 각성자들이 타고 있는 차량들까지 열대가 넘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도시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티아고.

브라질 육군 대위인 그가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살아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내바케시에 주둔하고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밀어닥친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 전혀 아니었다.

정보가 모자랐던 걸까.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였던 것일까.

어느 쪽이 되었든 적의 규모는 예상치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대충 파악해도 2천이 넘는 군세.

아마존강 일대. 아래내바케시 주변의 숲에 이만큼이나 되는 몬스터들이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일반 몬스터만 해도 이정도 숫자라면 감당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더해···.

군주급이라니.

더 이상 전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끝까지 방어선을 사수하라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 전략적 후퇴를 결심했을 때, 그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

그렇게 그가 부하들을 퇴각 시킨 후,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는 죽음 앞에서 애써 태연함을 가장한 채 기관총을 치켜들었을 때, 그는 보았다.

하늘에 검은 선 한줄기를 그으며 날아오는 불꽃을.

그리고 그 불꽃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도.

그때부터였다.

그가 한 남자···. 여진우의 등을 쫓기 시작한 것은.

“군주급이라고 다를 거 있나요?”

여진우는 지금 자신과 함께 온 헌터들, 그리고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설정해두고 진을 치고 있는 군관들을 상대로 설득 중이었다.

“다시 말하죠. 몬스터는 인간과 다릅니다. 아, 군주급이니까 머리 좀 굴릴 줄 아는 거 아니냐? 하는 분들도 계시는 거 압니다.”

여진우는 천막 안을 한차례 훑어 좌중을 한차례 바라본 뒤 다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틈을 주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제 말을 기억하세요. 끊고! 치고! 쓸어버린다! 오케이?”

이제 겨우 약관을 넘긴 나이.

거기다가 듣기로는 군인은커녕 각성자도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를 제지하거나 무시하는 이들은 없었다.

당연한 일.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러고도 남았으니까.

특히 그 검은빛에 물들어 피어오르던 불꽃.

그게 대지에 떨어지는 순간···.

살아남는 몬스터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아무렇게 손을 휘둘러 몬스터들을 말살하고 지나가는 그를 누군들 기억하지 못할까.

설사 그의 이런 모습들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고 해도 누구도 우습게 여길 순 없을 터.

왜냐면···.

“후우. 대체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얻은 겁니까?”

누군가 묻고 있듯이.

그는 해박했다.

다른 건 몰라도···.

몬스터에 관해선 세상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정도라고 느껴졌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었다.

끊고! 치고! 쓸어버려다!

이것이 그날···. 시민들이 도시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방어선을 사수하기로 결정한 날. 그가 평생을 두고 신념으로 삼게 될 구호가 되었다는 걸.

정작 당사자인 여진우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



“왜? 걱정돼?”

잠시 들른 모양인데, 유미진의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이기에 물은 터였다.

“....괜찮겠지?”

그런 주제에 여길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니.

배짱이 두둑한 건지, 순수한 건지.

뭐, 상관없다.

내 여자라곤 말할 순 없지만, 내게는 중요한 사람인데 설마 내가 그녀를 놓고 여길 떠날까.

퇴각할 때 퇴각하더라도 그녀는 무조건 챙길 테다.

“후우···.”

그래도 미안한 감정은 어쩌질 못하겠다.

괜히 나 때문에 이런 꼴이 되고 말았으니까.

쯧, 난들 알았냐고.

여기가 이렇게 위험한 상황일 줄.

그냥 마른하늘에 벼락이 친 정황. 그 이상 현상이 진짜 다운헬의 전조인지 아닌지만 알아내고 떠나려던 것인데.

“미안하다.”

갑자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생각지도 못했는지 유미진이 눈을 깜빡거리며 날 쳐다보기만 한다.

그러다가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곤 말했다.

“그럼, 나중에 나 소원 하나 들어줘.”

헐.

뭐지, 이 전개는?

이거···. 삼류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그런 거 아니겠지?

드디어 두 사람의 마음이 통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랑을 이루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뭐 이런···.

“그냥 지금 말하면 안 될까?”

사망 플래그네 뭐네 하는 건 더더욱이 싫어서 이렇게 말했더니.

그녀가 픽하고 웃는다.

“너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

“후우! 실은 그게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거랑 연관이 있거든.”

여기까지 말하더니 그녀가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쉬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번 일 끝나고 나면 꼭 알려줬으면 좋겠어.”

흠,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거라면, 딱히 감출 것도 없으니까.

그게 뭐든 간에.

날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였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남아준 그녀에 이정도야 별거 아닌 거겠지.

“알겠다. 나중에 말해줘.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볼일이 없는 거라면 너도 어서 몸을 피하는 게 어때?”

내 물음에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 내 걱정은 마.”

“······.”

“지난번처럼 피해만 주는 일은 없을 거야. 나도 여기서 할만한 일이 있으니까 남아 있는 거니까.”

“그래?”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머리 한편에서 떠올랐다.

상파울루에 도착했을 때, 로드리고가 그녀를 만나 했던 얘기들이.

분명 생명의 은인이네 뭐네 했었더랬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나 싶어서 고개를 한차례 주억거릴 때였다.

위이이이이이잉!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진지를 구축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병력들이 한층 더 서두르고 있었다.

“왔나 보네.”

패로 칸.

여기 말로는 우두머리 수캐. 즉 좇 같은 개새끼쯤 되려나.

아마존에서 처음 발견된 개체로.

군주급으로 예상되는 몬스터.

개와 늑대를 뒤섞은 듯한 외모와 함께 엄청난 카리스마로 몬스터 군단을 이끄는 놈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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