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재미핥기 님의 서재입니다.

전신귀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17,236
추천수 :
1,663
글자수 :
163,714

작성
23.05.15 12:07
조회
3,638
추천
60
글자
12쪽

전신귀환 (14)

DUMMY

딱 보니 각이 나온다.

던전팽창.

저쪽 세상에선 ST 익스펜션이라고 부르는 증상.

던전이 생겨난 이후 일정한 시간이 흘러서 외부로부터 마나를 받아들이고, 그 수치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공간이 확장되는 수순.

이건 진화와는 또 다른 얘기다.

“어쩐지 던전 크기가 작다 싶었더니만.”

겨우 반나절이면 다 돌 정도로 작은 크기.

그러다 보니 마나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랐을 터다.

첫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지도 십 년이 넘은 상황.

바깥은 이미 마나가 넘쳐나고 있으니, 그걸 빠른 속도로 빨아들인 던전은 던전팽창의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새로운 종이 출현하게 되는 거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 눈앞에 있는 놈처럼 말이다.


쿠드드드드!


움직일 때마다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관절에서 뭔가 부서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골렘?

아까 저들이 그렇게 말하는 거 같던데.

역시 게임 용어를 차용한 건가?

뭐, 지금으로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은 사람부터 살리고 볼 일이다.


휙!


“이크!”

놈이 주먹으로 때린 바위가 박살 나며 그 파편이 내 쪽으로 날아오는 걸 피하며 쇠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쿵!


날아온 파편이 제법 커서 묵직한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히고.

그 순간 신형을 띄워 놈에게 바짝 다가가며 소리쳤다.

“뒤로 물러들 나요!”

“하, 하지만···.”

살아남은···. 뭐, 아직까진 죽은 사람은 없으니 부상당한 자를 제외한 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아무튼 팀원들이 뒤로 물러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모양새.

박정석이 걱정되어 저러는 듯.

하아···. 정이 많으면 오래 살기 힘든데.

혀를 차면서 쏜살같이 신형을 뻗어나갔다.

턱!

그러곤 쓰러져 있는 박정석을 한쪽 팔로 휘감아 그대로 뒤로 던졌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헌터인 이상, 이 정도로 죽지는 않을 터.

휙! 휙!

골렘의 공격을 피해 가며 일단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들부터 잡아채 뒤로 던져버린 후.

“하악, 학···. 토 나올 거 같아.”

평범한 육체에 평범한 정신. 유도제를 복용하지 않은 상태로 이 지랄을 떨고 있으니 숨이 가쁜 건 둘째치고 시야가 빙빙 돈다.

그래도 어쩌랴.

겨우 이놈 하나 잡자고, 또 유도제를 먹을 수도 없고.

아니, 그전에 만들어둔 유도제도 없는데 싸우다 말고서 마석을 부수고 피를 섞는 짓 따위 할 여유가 어딨겠냐고!

“후욱···훅···.”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숨을 골랐다.

그러면서 빡치는 마음을 뭉치고 뭉쳐 놈에게 내질렀다.

“이거나 먹어라!”


꿈틀.


호기롭게 외친 것만이 아니라.

딛고선 바닥에서부터 근육을 비틀어서 힘을 위쪽으로 끌어올렸다.

발끝에서 시작된 힘이 허벅지를 거쳐 허리로, 허리에서 등판을 거쳐 어깨로 넘어오는 동안 순수한 근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워가 제법 쓸만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걸 오른팔에 몰빵.


휘-익!


쇠몽둥이···. 그러니까, 아까 그 이상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사용하던 칼인지 막대기인지 모를 무기를 힘차게 내질렀다.


쐑!


파공성을 흘리며 짓쳐가는 쇠몽둥이.

그걸 놈이라고 가만히 쳐다볼 리 없지만.

알고는 있냐? 이 돌대가리야?

근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속도?

타이밍?

피식.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놈이 들으란 듯이 외쳤다.

“간격이거든!”


푸악!


쇠몽둥이가 골렘의 복부를 관통해 통째로 밀고 들어가는 순간, 놈이 휘두른 주먹이···.


훵-!


바람을 일으키며 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제삼자 입장에서 봤으면 오줌을 지리고도 남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이었겠지만.

이미 이 정도는 계산해둔바.


꾸르릉!


놈의 내부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골렘이 삐걱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느리게 움직이다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팟!


놈의 복부에서 새파란 빛이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콰르르르···.


그대로 무너져 버린다.

“하아···하악······.”

뒤늦게 밀려드는 통증.

온몸의 근육이란 근육은 모조리 부풀고 찢겨 나간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그만 주저앉아버렸다.

그런 나를 저만치서 박정석의 팀원들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쳐다보고 있었고.

그래도 다행이네.

죽은 사람이 없어서.

만일 누군가 죽기라도 했으면, 박정석이 꽤나 슬퍼했을 텐데.

저쪽 세상에서라면, 그런 일 따위 하도 다반사인지라 그러려니 하라며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늘어놓겠지만.

여긴 아니잖아?

그래도 내가 이곳으로 돌아온 후 만난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몇 안 되는 사람인데, 겨우 이 정도 전투로 절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중얼거렸다.

“이런 경우엔···. 일격필살이 답이랍니다.”

물론 저들은 제법 떨어져 있어서 듣지 못하겠지만.



***



유미진은 떨리는 손으로 작은 캡슐을 들어 보였다.

여진우의 피와 마석가루를 섞은 미지의 물질. 그게 들어 있는 캡슐이었다.

그걸 노려보듯 응시하며 그녀는 생각했다.

이걸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만일의 하나. 자신이 이걸 먹고서 각성자처럼 변해버리면?

그래서 지난번에 여진우가 보여준 모습처럼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된다면?

그럼,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다.

꾹!

진심으로 원하고 또 원했던바.

그날···이후.

단 한 번도 잊지 않고 있던 소망.

그게 이뤄지는 순간인데, 더 이상 연구실에 처박혀 헌터들을 도울 무기나 약제 따위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본사에서 자신을 믿어준 만큼, 제노믹스 한국 지사 역시 앞으로 더욱 발전하도록 도와야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러니까···.

꿀꺽!

한차례 침을 삼킨 그녀가 캡슐을 천천히 입가로 가져갔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지, 지사장님!”

직원 중 하나.

연구원은 아니고, 경영업무를 도와주는 실무진 중 하나였다.

“···무슨 일이죠?”

캡슐을 얼른 뒤로 감추며 되묻자, 그가 서둘러 말했다.

“지금 TV에서···.”

“······?”

의아했지만, 일단 리모컨을 들어 지사장실에 있는 TV의 전원을 켰다.


-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 석촌 던전의 입구가 커지면서 방벽이 뒤로 밀려나고 있는데요.


‘마, 말도 안 돼!’

이런 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던전 입구가 커진다고?

그 얘긴···.

‘설마?’

던전이 진화라도 하고 있는 건가?

이제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처음 보는 일이고.

“이거···. 심각한 거 아닌가요?”

직원의 물음에 유미진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심각?

그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

몬스터가 진화하는 경우는 봤어도···.

던전이 통째로 진화하는 경우는 이제껏 없었다.

다시 얘기해서···.

“연구팀, 소집하세요! 지금 당장!”

패러다임이 변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



꾸르르르릉!


일대가 흔들리며 엄청난 소리가 귀를 강타하고 있었다.

균형을 잡기 힘든지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던 박정석과 팀원들이 제자리에 멈춘 채 비틀거렸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다행히 박정석은 싸움 직후 정신을 차렸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

치명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던전 안에 머물러 있을 수만도 없는 일.

일단 퇴각을 결정한 후, 던전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여진우를 흘끔거렸지만, 그로선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그로서는 그들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도리를 다한 거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말해주는 게 좋을지도···.

그렇게 생각한 여진우가 말했다.

“던전팽창이 시작되는 겁니다.”

“던전···팽창이요?”

“그, 그게 뭔가요?”

각성자들이 일반인에 불과한 여진우에게 묻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졌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모르면 누구에게 묻든 간에 무조건 배워야 하는 건 인지상정.

더욱이···.

그들 눈에 비친 여진우는 이미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각성자도 아니고.

아니, 그 이상이라는 느낌적인 느낌.

무어라 설명하긴 힘들어도.

아까부터 그들의 마음속에선 그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이는 박정석도 마찬가지.

박정석이 팀원들을 대신해서 정중하게 물었다.

“던전이 커진다는 뜻입니까?”


꾸르릉!


다시 한번 던전이 통째로 흔들리고.

바닥을 통해서 전해진 진동 속에서 여진우가 신형을 바로 세우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몹시 곤란하다는 얼굴.

그럴 수밖에.

간략하게 던전팽창이라고 지칭하긴 했지만, 익스펜션의 앞쪽에 ST라른 두문자가 붙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설명하려면···.

“쯧, 저도 잘은 모릅니다.”

외계인이라며 잡혀가서 해부당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에 불려가서 추궁당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자칫 곤란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느니.

적당히 둘러대기로 한 그였다.

어차피 나중이 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인터넷으로 외국 사이트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본 거라서요.”

“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소리쳤다.

최희수였다.

“저도 본 거 같아요. 러시아인가? 그쪽 무슨 대학 교수인데, 던전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아무튼, 그분이 인터뷰 한 거 봤거든요.”

“뭐라고 했는데요?”

“던전은 단순히 공간적인 개념으로 끝나지 않는다···라고 했던가?”

“그래서요?”

“음···. 뭐라고 했더라. 아! 다른 건 기억이 나질 않고······. 던전은 확장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쿠과과과광!


“꺄아아악!”

“으헉!”

엄청난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만치 솟아 있는 작은 산까지 통째로 흔들리는 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아, 안 되겠습니다! 일단···. 나갑시다!”

박정석의 빠른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자칫 궁지에 몰릴 뻔했던 여진우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저기 나옵니다!”

던전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팡! 팡! 팡!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이제나저제나 던전 안으로 들어갔던 박정석과 파티원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덤벼들어 질문 공세를 펼쳤지만.

“죄송합니다. 뒤로 물러나 주세요.”

“안쪽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입구가 커진 걸 보면, 던전도 커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맞습니까?”

“몬스터들은 어떻게 됐나요? 죽었나요? 아니면 변이를 하던가요?”

“이쪽으로!”

“꺄악! 뭐야 왜 사람을 밀치고 그래요!”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박정석과 팀원들은 정부 측 경호팀 덕분에 안전하게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응? 근데···. 여진우 씨는?”

하지만, 그가 보이질 않았다.

그제야 다들 여진우를 찾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어느새 사라졌는지 그는 이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



“지금 차에 타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타겟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방도가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큿, 어쩔까요? 일단 본가로 철수합니까?”

타겟. 그러니까, 여진우를 놓치고 말았다.

김경철 중령으로선 마음에 들지 않는 전개였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놓쳐버린 것을.

그렇게 그가 고민 끝에 철수를 마음먹었을 때였다.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시선이 돌아간 김경철 중령.

차창 너머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그는 눈이 동그래졌다가 그만 실소를 내뱉고 말았다.

달칵.

문을 열어주자, 여진우가 불쑥 밀고 들어온다.

그러면서···.

“차 좀 태워주시죠?”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을 때, 김경철 중령이 그에게 물었다.

“집으로 가실 건가요?”

씨익.

하고 웃는 여진우.

그가 말했다.

별거 없다는 표정으로.

“아뇨. 공항으로 가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신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시작합니다 23.07.16 723 0 -
29 전신귀환 (29) 23.07.22 741 15 12쪽
28 전신귀환 (28) 23.07.19 820 18 12쪽
27 전신귀환 (27) 23.07.18 963 19 12쪽
26 전신귀환 (26) +1 23.07.17 1,216 20 12쪽
25 전신귀환 (25) 23.07.16 1,459 22 13쪽
24 전신귀환 (24) +5 23.05.30 1,994 33 12쪽
23 전신귀환 (23) +2 23.05.26 1,903 33 12쪽
22 전신귀환 (22) +7 23.05.25 2,103 41 11쪽
21 전신귀환 (21) +3 23.05.24 2,323 38 12쪽
20 전신귀환 (20) +4 23.05.23 2,495 39 12쪽
19 전신귀환 (19) +2 23.05.22 2,632 38 12쪽
18 전신귀환 (18) +2 23.05.19 2,765 40 13쪽
17 전신귀환 (17) +4 23.05.18 2,960 45 14쪽
16 전신귀환 (16) +5 23.05.17 3,138 44 11쪽
15 전신귀환 (15) +6 23.05.16 3,416 55 12쪽
» 전신귀환 (14) +6 23.05.15 3,639 60 12쪽
13 전신귀환 (13) +4 23.05.14 4,013 60 14쪽
12 전신귀환 (12) +3 23.05.13 4,187 63 12쪽
11 전신귀환 (11) +9 23.05.12 4,547 64 12쪽
10 전신귀환 (10) +11 23.05.11 4,877 68 12쪽
9 전신귀환 (9) +5 23.05.10 5,313 73 15쪽
8 전신귀환 (8) +2 23.05.09 5,842 85 13쪽
7 전신귀환 (7) +4 23.05.08 6,072 87 12쪽
6 전신귀환 (6) +7 23.05.07 6,429 90 13쪽
5 전신귀환 (5) +4 23.05.06 6,728 89 12쪽
4 전신귀환 (4) +11 23.05.05 7,116 95 13쪽
3 전신귀환 (3) +6 23.05.04 7,532 103 13쪽
2 전신귀환 (2) +6 23.05.03 8,245 104 13쪽
1 전신귀환 (1) +23 23.05.02 11,736 12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