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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님의 서재입니다.

전신귀환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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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714

작성
23.05.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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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신귀환 (10)

DUMMY

치이익···.

신호음이 잡음을 낸다.

이어서 무선이 들리기 시작.

- 칙···표적이 집에서 나오고 있다···2팀 대기.

차량에 탑재된 무전기에 잠깐 눈길을 두었다가 이내 정문 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마침 주차장 문이 열리는 게 보인다.

2억이 넘어가는 스포츠카를 탔던 지난번과는 달리 오늘은 평범해 보이는 검은색 세단. 브랜드도 한국 거다.

“눈치채지 못하게 따라붙어.”

대마통합군 수도사령부 소속 김경철 중령의 지시에 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분주해진다.

“근데 말입니다.”

운전석 옆 보조석에 타고 있던 군인 하나가 빠르게 권총을 확인하며 묻고 있었다.

“각성자도 아니라면서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부하의 물음에 김경철 중령이 눈을 가늘게 해 보였다.

그런 채로 상념에 잠겼다.

지난번···. 그러니까 제노믹스 한국지사에서 벌어진 던전 브레이크 때, 여진우가 보여주었던···. 아니 보여준 게 찍힌 영상을 떠올리길 잠시.

“지켜보면 알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여진우는 자신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있을 터.

하기야, 그렇게들 티를 내는데···.

“국정원 쪽에서도 따라붙는 거 같습니다.”

어디 국정원뿐인가.

국내 탑3에 들어가는 길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에서도 몇몇 회사나 기관에서 파견했는지 노랑머리의 외국인들도 간간이 보이고 있었다.

“한눈팔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도 놓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지도 어언 3년. 그동안 실수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 일에 실망을 안겨준 적은 없는 팀원들이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불편하고 또 불안하기만 하다.

신경을 분산하기 위해서랄까.

자신도 모르게 딴짓을 시작하는 김경철 중령.

뒤쪽에 앉은 채로 패드를 꺼내 다시 한번 여진우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우우우웅.

차체를 울리는 조용한 진동음과 함께 부드럽게 핸들을 꺾었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차는 세단이야.”

이제야 깨닫는달까.

나에게는 스포츠카라든가 머슬카 따윈 맞지 않다는 것을.

차는 뭐니 뭐니 해도 정숙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거다.

이런 성향 때문인가?

무슨 수를 쓰든 간에 각성을 하지 못한 이유가.

“인제 와서 뭘.”

저쪽 세상에서 한창 싸울 때야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다.

각성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하지만, 이미 싸움을 전부 끝내고 돌아온 마당에 굳이 그렇게까지 될 생각은 없다.

다만···.

서유성을 포함해서 그동안 내가 싸놓은 똥을 깔끔하게 치우는 것도 그렇고.

진짜 다운헬이 출현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다.

그렇게 했는데 만일에 하나 사실로 판명된다면···.

“하아···.”

말할 필요 없이.

“씨발. 좇 되는 거지.”

그러니까, 제발 제발···.

그런 일이 없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그러는 사이 차는 어느새 동작대교를 건너 현충원 쪽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



유미진은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뭐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너무나 뜻밖이었던지라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곤.

연구용 배양접시 안에서 몽글몽글 형태를 잡아가고 있는 붉은 액체. 아니 젤리 형태의 그 무언가에 현미경을 가져갔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현미경에서 눈을 뗀 유미진이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마, 말도 안 돼!”

혈액 특유의 구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죽어버린 상태도 아니고.

뭔가 안쪽에서 꿈틀거리고 있었으니까.

한참 동안 그게 무얼까 생각한 끝에 그녀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석 샘플을 가져왔다.

자신의 방에서 나갔던 그녀가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에 몇몇 연구원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허락 없이는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기에 유미진은 아무런 걱정 없이 연구를 이어나갔다.

“···역시 이건 아닌가?”

지금 그녀가 실험에 쓰고 있는 시료는 다름 아닌 여진우의 혈액.

정확히는 마석을 빻아서 만든 가루에 혈액을 썩은 것.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몰라도 절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일반인인 자신의 피는 말할 것도 없고 각성자의 피를 사용한들 결과는 같았다.

오로지 여진우의 피만 이렇게 되고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한 번 더 마석을 이용해서 반응하는지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후우···.”

길게 숨을 들이마시던 그녀가 불현듯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고는 다시 한번 서둘러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들고 들어온 것은 모르모트가 담긴 작은 플라스틱 상자였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어떤 식으로 가공을 했든 자신의 피를 자기가 먹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니면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날···.

여진우가 보여준 힘이라는 것은.


찍찍···찍!


주사기를 이용해서 버둥거리는 모르모트에게 여진우의 혈액, 아니 마석가루를 섞어서 젤리 형태로 된 그 무언가를 투여하기 무섭게···.


찌이이이익!


모르모트의 눈빛이 변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통의 투명한 벽을 갑자기 들이박기 시작하는데···.


쩌저적!


어찌나 힘이 센지, 모르모트의 박치기에 플라스틱 벽이 금이 가는 모습에 유미진은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계획은 간단하다.

일단 만나봐야 알겠지만, 각성자라는 박정석을 만나서 던전에 들어갈 방도를 찾고, 그 안에서 몬스터들로부터 마석을 최대한 많이 채취한 후 브라질로 가는 거다.

그리고 거기서 확인해야겠지.

진짜로 다운헬인지 아닌지를.

“처음 뵙겠···. 아, 처음은 아니군요.”

지난달이라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워낙 오래전 일이었던 관계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사람을 보면 일이 보이는 법.

피해자라는 중학생은 어떤지 몰라도 박정석만 보자면, 잘못은 우리 측이 한 게 분명해 보인다는 것.

그만큼 박정석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너무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그날, 별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제가 보기엔 기사가 너무 편파적으로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만.”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거 같았다.

집단폭행?

전혀 아니었다.

피해자라는 중학생도 일반인이 아니었고.

더구나 여자아이.

그러나 이미 어린 나이에 각성까지 마친 능력자.

애당초 싸움이 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세 명이나 되는 어른들이 여중생을 상대로 협박과 폭행을 한다?

듣기로는 그날 밤, 술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만취 상태였다고 하니 그럴 수 있다고 치고.

그 피해자인 여중생이 비록 헌터 등록은 안 되어 있더라도 각성자라면, 박정석은 누굴 구해줘야 하는 걸까?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행이죠.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여중생을 구해준 게 아니라 우릴 구해준 거였다.

그런데···.

“하아···!”

미친놈들이네.

기껏 구해줬더니만, 손을 봐줘?

전화로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던 서유성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뭐, 그런 거지.

쓰레기는 아무리 포장해도 냄새부터 다르니까.

썩은내가 날 때부터 알아봤달까.

한차례 혀를 차며 그에게 물었다.

“헌터라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부탁 좀 해도 될까요?”

“말씀하십시오.”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묘한 눈길을 해 보이는 박정석이었다.



***



나름 잘 꾸며진 사무실.

그 안에서 세 명의 남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두런두런 얘기 중이다.

딱히 심각한 말투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스러운 얘기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진짜 보내올까?”

고려일보 기자, 이번에 작정하고 기사를 썼던 최일성의 물음에 서유성이 픽하고 웃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놈···. 잘난 척만 하지 머리 굴리는 건 병신이니까.”

“워어!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친구 아니었어?”

“친구는 무슨. 그냥 호구에요, 호구.”

서유성이 낄낄거리는 모습을 보며 최일성이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마에서부터 콧등까지 사선으로 길게 드리워진 흉터가 도드라져 보이는 남자. 헌터 계에서 퇴출당하였다고는 하지만, 각성자로서의 능력이 사라지진 않았기에 이쪽 바닥에서 나름 잘나가는 오철진. 그를 보며 최일성이 물었다.

“오형. 그년 말인데, 되겠어?”

“걱정 마슈. 아직 핏덩이 같은 년인데, 무슨.”

“박정식인가? 그 새끼는 어쩌고?”

피식.

얇은 입술이 비틀어지며 입가에 드리워지는 비웃음.

오철진이 주머니칼로 손톱을 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애들도 각성자들이요. 개중에는 B급도 있고. 나까지 포함하면 상급 헌터 출신만 셋이 넘는데, 뭘 걱정하오. 괜한 걱정 말고 일 끝나면 돈이나 제대로 주면 되오.”

자신만만한 말에 최일성은 물론이고 서유성조차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슬슬 보낼 때가 됐는데···.”

돈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몰라도.

한 시간 전쯤, 여진우에게서 온 연락.

이쪽에서 알려준 계좌로 1억을 보내겠다는 전화였다.

당연히 그 계좌는 차명이었기에 혹여 일이 잘못돼도 탈이 날 염려는 없었다.

그렇게 돈이 들어오고 나면···.

“아이고. 우리 도련님 어쩐다냐. 이제 시작인 줄도 모르고.”

최일성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것처럼, 일은 이제부터다.

여진우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애초에 겨우 1억 벌자고 이런 일을 꾸몄겠나?

그것도 타겟을 정밀하게 설정하면서까지.

그깟 1억 받아낸들 셋이 나눠 가지면 얼마나 된다고.

그래도 대기업 사장을 부친으로 둔 자신인데, 몇천 벌자고 이런 복잡한 일을 꾸몄을 리가 없지 않은가.

‘씨발! 마카오에서 다 털리지만 않았으면···.’

아니,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상관없었다.

아버지도 모르는 돈이었으니까.

문제는···.

꽁지.

거기서 빌린 돈이 무려 70만 달러였다.

한화로 거의 10억에 가까운 돈.

‘아버지에게 들키면 좇 되는 거지.’

그러니 여진우는 ATM기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30억을 뱉어낼 때까진 제대로 빨대 꽂아서 빨아먹어야 한다는 거다.

그걸 위해서 설계한 일이었다.

“돈을 보내오면 바로 치면 되는 거요?”

오철진의 물음에 최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1억이 계좌로 입금되는 순간, 오철진은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여중생과 박정석을 급습할 거다.

그러면 최일성은 여진우가 사주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고, 그걸 송고하기 전 은근슬쩍 여진우에게 알린다.

그때부터 놈에게 악몽이 시작되는 거다.

계속해서 협박이 이어지고, 그걸 빌미로 현금을 쭉쭉 뽑아내는 거지.

“그놈, 은근 쫄보라서 바로 넘어올 겁니다.”

“걔 아비도 보통 아닐 텐데?”

여진우는 뭐라 뭐라 해도 대한민국에서 현금왕이라고 불리던 남자의 손자였다.

“뭘요. 여 회장님도 아닌데요.”

“그래도, 그쪽 식구들 중에···.”

“아유. 언젯적 얘기를. 거기 이제 깡패나 그런 거 없다니까요. 그리고 깍두기 몇 있다고 상대가 되나요? 각성자 한 명이면 따 쓸려나갈 쓰레기들인데···. 맞죠?”

서유성이 오철진에 물었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콰-앙!

그전에, 폭발음과 같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문부터 터져나가면서.

“어떻게 알았냐? 오늘 쓰레기란 쓰레기는 전부 쓸어버릴 참이란 걸?”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오철진을 이어 두 사람, 서유성과 최일성이 한발 늦게 일어났다.

그러곤 입을 벌린 채로 쳐다보았다.

박살 난 문을 등지고 서 있는 남자.

분명 웃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릿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여진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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