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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님의 서재입니다.

전신귀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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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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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714

작성
23.05.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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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전신귀환 (5)

DUMMY

뒤쪽에서 유미진이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눈앞에서 점점 다가오고 있는 괴물을 응시했다.

“몬스터라고 다 같기야 하겠냐마는.”

일단 보기에는 저쪽 세상에서 보던 놈들이랑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물론 생긴 것만 보자면······.

“켈레베로그스랑 사촌쯤 되려나?”

하기야 개를 닮은 놈들이야 워낙 많으니까.

그나저나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이긴 하다.

머리가 세 개인 건 그닥 문제가 되진 않는다.

마수들이 대부분 이빨과 발톱을 공격무기로 사용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대가리가 세 개인 게 위협적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우습게도 놈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팔다리를 자르고 머리통을 날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핵.

이를테면 마석.

놈들이 저 거대한 덩치를 움직이고 또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일 수 있는 건 오로지 마석 덕분이기 때문.

한마디로 말하면 마석, 즉 핵을 깨뜨리면 놈들은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 꼴이 된다는 얘기다.


크르르르르륵!


놈이 내 눈길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뭐, 놈도 내게서 적의를 느낀 거겠지.

“진짜···. 여기선 싸움 따윈 하고 싶지 않았는데.”

참······.

세상일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질 않으니.

고개를 한차례 내저으며 다리를 살짝 굽혔다.

그러면서 놈이 아까까지 쳐다보고 있었던 쉘터···로 보이는 건물을 한차례 바라보았다.

“확실히 먹음직스럽긴 하겠네.”

놈이 원하는 건 마력.

마력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마석.

얼마큼이나 필요한지는 몰라도 놈은 분명 마석으로부터 마력을 얻어서 한 단계 더 강력한 마물로 진화하고 싶은 걸 테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마석이 저쪽. 쉘터에 있는 걸 테고 말이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건.

어째서 저놈이 쉘터를 향해 움직이다가 유미진에게로 방향을 틀었나인데.

목표를 정하고 나면, 어지간해선 방향을 바꾸지 않는 놈들인 걸 생각하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만.

뭐 상관없겠지.

지금 난 예전처럼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검을 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돌아가기 위해 계약을 맺을 것도 아니니까.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에 불과한 것.

그러기 위해서 마석을 부쉈고.

또 그걸로 유도제를 만들어 섭취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니까······.

“다 필요 없고.”

일단 좀 맞자.

퉁!

바닥을 차올리자, 몸이 떠오른다.

휘-익!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온몸의 세포를 급격히 활성화 시킨 덕분에 몸이 가볍다.

파파파팟!

건물 잔해와 부러진 가로등, 박살 난 차량 등을 차례로 밟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쐐액!

솟구친 몸이 놈을 향해 직선으로 나아가자, 놈 역시 날 발견하곤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앙!


대가리가 세 개라서 그런가, 전면을 가득 채운 아가리들이 일제히 울부짖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스윽.

일단 숫자부터 줄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손에 들고 있던 삼단봉을 치켜들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마력을 뽑아서 손으로 흘리자, 금세 삼단봉에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내가 지닌 특유의 마력.

정확히는 유도제를 쓸 때만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특이현상이지만, 여기서 이걸 보게 되니 반갑다.

피식.

그래서 살짝 웃으면서 가볍게 휘둘렀다.

쐐-액!

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콰앙!

폭음이 터지며 그 소리만큼이나 엄청난 위력을 선보인다.


크오오오오오!


역시 말 안 듣는 개는 패야지.

머리통 하나가 날아가며 뇌수와 핏물 따위를 사방에 흩뿌리는 놈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미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진우가···어째서?’

자신이 알기로 여진우는 헌터가 아니었다.

이능을 각성하기는커녕 마나 친밀도까지 낮은 거로 알고 있었다.

비록 이유가 있어서 멀리하긴 있었지만, 자신과는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였기에 일부러 조사까지 한 상황.

틀릴 리가 없었다.

게다가······.

“헐! 아무리 헌터라곤 해도 저런 움직임이라니!”

옆에서 경호원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어지간한 헌터가 보일만 한 움직임이 아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10층 높이 이상을 뛰어오른 것도 그렇고.

삼단봉 따윌 겨우 한번 휘둘러서 군주급 몬스터의 머리통 하나를 날려버린다?

몬스터 쪽 입장에서 보자면, 이쑤시개로 쿡쿡 찌른 정도에 불과한 타격일 텐데?

“저, 저 정도면 B급! 아니 A급 이상입니다!”

놀랍다는 듯 외쳐대는 경호원.

황당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해서 소리치는 걸 테지만, 유미진의 귀에는 하나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이다.

분명 어제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여진우에게선 아무런 낌새도 보이지 않았었다.

물론 그가 각성자가 아니기 때문에 만나주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니다.

그가 술이 잔뜩 취해서 찾아왔기 때문도 아니었고.

항간에 도는 소문. 개망나니처럼 형편없는 나날들을 보내며 허송세월하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되도록이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 자신과는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그래야만 안전할 테니.

그렇기 때문에 그가 헌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진심으로 안도했었는데······.

꾹.

하지만, 이제는 전부 글러 먹은 듯 보였다.

쾅!

쾅!

허공을 날 듯이 뛰어다니며, 여진우가 삼단봉을 미친 듯이 휘둘러 댈 때마다 군주급 몬스터는 형편없이 깨져나가는 모습.

저걸 보고 있자니,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달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두근.

가슴 한쪽이 거칠게 뛰는 느낌에 현기증까지 느끼게 되는 유미진이었다.



***



“헉헉헉!”

숨이 가빠온다.

젠장.

이게 문제다.

각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석을 복용하고, 그걸로 마나 블러드 즉 마혈을 촉진하게 되면 분명 이능에 가까운 힘을 가지게 되긴 하지만······.

반대급부로 체력은 급격히 소모되는 현상.

마력탈진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머지않아 찾아올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될 거고.

그때까지 저놈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될 테지.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큰 놈을 복용할 걸 그랬나?”

유도제를 만드는 마석의 크기가 크고 마력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마나 운용력은 더 커지게 되겠지만.

대신에 부작용은 더 커져서, 싸움이 끝나고 난 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되기에 적당한 놈으로 골랐던 건데.

“후우!”

머리통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곤 해도 아직은 힘이 펄펄 남아 있는 듯 보이는 괴물.

놈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되겠다.

다소 무리가 되긴 하겠지만······.

핵부터 부숴버리는 수밖에.

그렇게 마음먹고는 다시 한번 도약했다.

콱!

너무 힘을 준 건지, 방금까지 밟고 있던 차량의 지붕이 움푹 찌그러지다 못해서 와작하고 부서져 나가는 게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은 채 몸을 띄웠다.

그러곤······.

휙! 휙!

놈의 몸체를 허벅지부터 차례로 밟고서 날아올랐다.

물론 그러는 동안, 놈이라고 해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리 없었었으니까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서 놈이 휘둘러오는 발톱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팟!

그리고 마지막으로 놈의 어깨 부근을 밟고는 눈을 빛냈다.

“여긴가?”

등 쪽 한복판.

마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핵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스윽!

생각과 동시에 삼단봉을 거꾸로 쥐고 치켜들었다.

그러곤 곧바로 찔러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아, 안돼!”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외침.

유미진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기 무섭게 몸을 앞으로 굴렸다.

콰-직!

순간 내 어깨를 스쳐 가는 감각.

놈의 등판을 구르면서 허리를 비틀어 바라보니, 무시무시한 이빨들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렸다가 다물어지는 게 보인다.

제길!

놈의 공격에 뜯겨나간 어깨를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몸을 일으켰다.

“망할 자식!”

그냥은 못 죽어주겠다 그거지?

하지만, 어쩌냐?

내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쪽으로 굴러온 게 아니거든?

씨익 하고 웃으면서 다시 한번 삼단봉을 치켜들었다.

우우우우웅!

푸른 빛이 삼단봉을 감싸기 무섭게 그대로 놈의 등판에 찔러넣었다.

푸-욱!


크에에에에에에에엑!


놈이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몸을 뒤틀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물러날 내가 아니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아파서 그러는지, 아니면 위기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놈이 울부짖으며 몸을 뒤틀었다.

덕분에 난 삼단봉에 매달린 채로 이리저리 나부끼듯 덜렁거렸고.

그런 가운데서도 삼단봉에 마력을 밀어 넣는 걸 멈추지 않았다.

“조, 조금만 더!”

그렇게 외쳤을 때, 놈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머리통으로 아가리를 벌리며 날 노려왔다.

“크크크크······.”

아무리 날카로우면 뭘 하나?

이빨이 길고 대가리 큰들, 닿지 않으면 무용.

콰직!

콰직!

콰직!

그렇게 목을 빼고 안간힘을 써봐라.

물리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한계치를 계산해서 자리를 골랐는데, 닿을 리가 있겠냐고!

입매를 활처럼 휘어 보이며 웃었다.

그러면서 폐부로부터 밀려 나오는 고통을 참으려 애썼다.

마력이······.

한계까지 이른 상황.

그런데도 삼단봉에 마력을 밀어 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놈만큼은 끝장내야 한다.

그래야 사니까.

후우우우우우웅!

놈의 등판을 파고든 채로 박혀 있는 삼단봉에 맺힌 푸른 빛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가운데.

“······!”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는 게 느껴졌다.

쳇!

예전부터 느끼던 건데······.

진짜 형편없는 몸뚱이네.

겨우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다니.

“큭!”

이를 악물며 참았다.

그러곤······.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들. 마력을 품은 존재들. 그러니까 헌터들로 예상되는 이들이 다가오는 걸 느끼며 남아 있던 마력을 모조리 삼단봉에 밀어 넣었다.



***



콰----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순간, 유미진은 소리쳤다.

“진-우-야!”

실 끊어진 연처럼 훨훨 날아가는 신형.

몸속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군주급 몬스터.

그 사이에서 유미진은 시간이 멈춘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쿠당----!

하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군주급 몬스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싶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듯 무너지고 나서.

그녀는 미친 듯이 앞으로 뛰어갔다.

아니, 그러려는 그녀를 경호원. 성시훈이 붙잡았다.

“안됩니다!”

“놔요!”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단 말입니다!”

“이거···놓으라고요!”

“후우!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저분께서 원하신 건 이런 게 아닐 겁니다! 그러니······.”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기척들.

타다다다다닷!

누군가는 뛰어오고.

휙! 휙! 휙! 휙!

또 누군가는 연신 점프해서 몸을 날려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누군가 소리쳤다.

“생존자들 발견!”

“괴수 발견! A급 몬스터로 보입니다!”

“군주급이라고? 미친!”

“1조 항전 태세! 2조는 생존자들부터 구출해!”

휘-익!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누군가가 그들. 유미진과 성시훈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대마통합군 수도사령부 소속 김경철 중령입니다.”

각진 턱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남자였다.

그가 유미진과 성시훈을 한차례 살펴보곤, 서둘러 말했다.

“길드 쪽에서도 헌터들을 파견했으니, 조만간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저희를 따라서······.”

그때였다.

또 다른 헌터로 보이는 남자가 달려왔다.

그러더니 외쳤다.

“중령님! 군주급 몬스터, 이미 퇴치된 상황입니다!”

“······!”

눈이 한껏 커졌던 김경철 중령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바로 유미진과 성시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대체 누굽니까? 군주급 몬스터를 쓰러뜨린 사람이?


의아한 눈빛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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