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110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6.10.13 01:24
조회
1,110
추천
22
글자
8쪽

DUMMY

점유자가 나타나자마자 그림자 매는 검을 들고 번개 같은 속도로 뛰어 나갔다. 인간을 초월한 움직임. 메담과 싸울 때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 저것이 그림자 매의 진짜 실력이다.

반면 악마의 움직임은 둔했다. 놈은 망치 같은 모양으로 변한 거대한 주먹을 가지고 있었는데, 겉보기만큼 무거웠는지 그림자 매의 빠른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물론 놈이 느리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였다. 지금 맞서고 있는 그림자 매나 동류 중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던 일로스에 뒤떨어질 뿐,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이라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놈은 저 주먹으로 수많은 바르테인 군을 잔혹하게 살해했었다.

주먹을 피한 그림자 매는 그대로 놈의 품 안에 파고든 후에 악마의 목을 단 칼에 베어버렸다.

“크아아!!”

악마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다. 벌어진 놈의 목에서 시뻘건 피가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자 매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악마의 목을 완전히 베어버리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가 들고 있는 건 정령왕이 아니라 붉은 바위족의 조잡한 기술로 만들어진 흑요석 검이었던 것이다.

“인간 맞습니까?”

샤나프린이 놀란 얼굴로 그림자 매를 쳐다보며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화살은 그림자 매가 끝장내지 못한 악마의 심장 쪽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가 싶더니 막 그림자 매를 향해 기습공격을 하려던 또 다른 점유자의 팔에 꽂혔다.

“내가 악마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건 엘프인데다 짐처럼 체력을 단련했기 때문인데.... 당신은 인간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죠?”

샤나프린은 이렇게 말하며 등을 돌려 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발 뛰던 그는 둥글게 선회해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더 중요한 이야기를 깜빡했군요. 말한 줄 알았는데....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유자들에게 포위당할 겁니다.”

샤나프린의 경고를 들은 그림자 매와 나는 즉시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샤나프린을 따라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얼마 후 우리가 있던 방향에서 대여섯 개의 서로 다른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정말로 빠르군요! 더 빨리 뛸 수도 있습니까?”

그림자 매는 샤나프린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따끔하게 훈계했다.

“이봐, 귀 큰 친구! 지금은 그런 한가로운 말을 나눌 때가 아니야!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이잖아! 필요한 말만 하라고!”

이렇게 말하며 그는 이런 상황에서 종종 그래왔던 것처럼 셋 중에 속도가 가장 뒤처지는 나를 어깨 위에 들쳐 메려 했다.

“아,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2초 후에 오른 쪽으로 검을 한 번 휘둘러 주시면 좋겠거든요.”

샤나프린의 말을 들은 그림자 매는 나를 들어 올리려다 말고 그가 말한 시점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측면에서 불쑥 튀어나오던 악마가 공중에서 검에 맞고 균형을 잃으며 떨어졌다.

“10미터 쯤 후에 오른쪽으로 꺾어야 합니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털을 날려서 공격하는 악마가 저 앞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방금 전 일로 샤나프린의 말을 터럭만큼도 의심하지 않게 된 우리는 그가 말한 대로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런 우리의 앞에 눈앞에 집채만 한 바위가 버티고 서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그 환영을 뚫고 지나가려던 나는 문득 불안한 마음에 그림자 매 쪽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에 기겁하여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환영이야, 그림자 매! 뚫고 지나갈 수 있어!”

다급히 일러주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멀리서 나타난 악마가 멈춰선 그림자 매를 향해 팔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급히 칸딘의 마법 방패를 펼쳐서 검은 화살촉 같은 털들을 막아냈다. 다행히 이 정도 공격은 부담이 없었는지 칸딘에게 타격이 가지는 않았다.

“이런 마법도 가능했습니까?”

얼른 그림자 매를 이끌어 바위 모양의 환영을 통과하는 나에게 샤나프린이 감탄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물었다.

“이걸 탈출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을까?”

“아니요. 탈출하긴 이미 글렀습니다. 게차무스도 이쪽으로 오는 중이거든요.”

게차무스라는 이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나저나 이 엘프는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태연한 얼굴로 잘도 말하는 구나.

“대신 버티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군요. 계획 수정입니다. 여기서 기다리기로 합시다.”

샤나프린은 이렇게 말하며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다. 이를 본 나는 그가 친구를 불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네 친구는 누구야? 다른 엘프?”

샤나프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리가 지나온 길 쪽에서 대여섯의 악마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샤나프린은 연이어 화살을 쏘아 그 중 둘의 무릎과 눈을 맞추어 땅에 뒹굴게 만들었다.

“음.... 인간인 당신들의 관점으로 볼 때는 말이라고 하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말?”

나는 또 다시 마법 방패를 펼쳐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공격하는 악마의 털을 막아냈다.

“빠른 이동 수단 말입니다.”

샤나프린은 화살로 또 하나의 악마를 쓰러뜨리며 말했다. 그가 악마들의 심장을 노리지 못하는 건 제대로 조준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벌써 셋이나 쓰러뜨렸지만 남은 둘은 건재했고, 이에 그림자 매가 앞으로 나서서 그들을 저지해야 했다.

“그 말은 언제쯤 도착하는 거야?”

또 한 번 악마의 털을 막아내며 나는 샤나프린에게 물었다. 그러자 엘프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벌써 도착했습니다.”

나는 샤나프린이 향한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도무지 ‘말’로 볼 수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생소한 외모를 지닌 사람 말이다. 우선 그 청년은 생전 처음 보는 피부색을 갖고 있었다. 그의 누르스름한 얼굴은 레니칸 대륙인의 하얀 피부와도 달랐고 투슬인의 갈색 피부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가 입고 있는 하얀 옷도 생소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인데도 치마 같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발 부분을 보며 또 치마가 아닌 바지가 보였다. 그리고 허리가 아닌 가슴팍 부근에 띠 같은 끈이 매여 있었다.

“너희는 누구냐?”

그 청년은 황급히 달려오면서 나와 그림자 매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나는 곧바로 그에게 되물었다. 말이라고? 빠른 이동수단이라고? 말도 안 된다. 저건 사람이잖아. 게다가 초록색의 지팡이까지 짚고 있다. 확실히 지팡이를 짚은 것 치고는 좀 뛰긴 하지만....

“허허허!!”

나의 말을 들은 청년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껄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대답은 처음이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청년의 몸이 삽시간에 팽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 도대체 어디까지 커지는 거야? 일로스가 악마로 변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십 미터.... 이십 미터....!!

“때 마침 잘 오셨습니다, 하이아온.”

샤나프린의 말을 들은 나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아온은 레니칸 대륙인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인간을 증오하는 드래곤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댓글 하나가 당신이 읽고 있는 글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지팡이는 원래 다른 캐릭터가 지니고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등장이 취소되는 바람에 하이아온이 들고 나왔네요 ㅠㅠ


샤나프린 : 귀 큰 친구라면 저를 두고 하는 얘기입니까?

그림자 매 : ㅇㅇ 붉은 바위족은 엘프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설정이거든.

샤나프린 : 이제 무식의 아이콘은 당신의 것이군요.

그림자 매 : 아니^^ 그렇진 않아^^ 네가 있잖아 ^^

샤나프린 : ....큭! 이대로는 안 된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16.10.13 01:56
    No. 1

    오! 드래곤이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10.14 21:46
    No. 2

    이번에는 진짜 드래곤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흑염룡
    작성일
    16.10.13 04:21
    No. 3

    하이아온 : 하이용☆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10.14 21:46
    No. 4

    멋진 센스네요 ㅋㅋ
    하이'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부러워해라
    작성일
    16.10.13 08:11
    No. 5

    ㅋㅋ 말이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10.14 21:55
    No. 6

    엘프, 드래곤.... 이렇게 종족에 따라 구분하는 건 엘프의 방식이 아닙니다.
    샤나프린이 '동족'이란 단어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은 것도 그 때문이죠.
    엘프는 주변 환경에 쉽게 동화되는 종족입니다.
    따라서 기준을 세우고 정의를 내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휘렌델도 휘렌델일 뿐, 인간이라는 인식은 희박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Brav
    작성일
    16.10.13 08:59
    No. 7

    드래곤은 매우 빠른 탈 것이라는 전재인가 보네요. 저 엘프는 바리테인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요? 여왕님이 카드가 하나 둘 늘어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10.14 21:56
    No. 8

    바꾸어 말해, 이런 강력한 카드들이 아니면 도저히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악마들이 무서운 상대라는 뜻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메틸아민
    작성일
    16.10.13 11:25
    No. 9

    넌 누구냐?
    하이아온이 인간을 만나면 물어봤던 대사죠.
    그 답이 진짜 와닿았는데...
    휘렌델 대답도 명답이네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10.14 22:00
    No. 10

    기억하고 계시네요 ^^;
    사실 하이아온의 질문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겁니다.
    휘렌델의 답은 그 때 생각해 두었던 답 후보 중의 하나입니다.
    '내가 누군지 물어보기 전에 니가 누군지 먼저 말하는게 순서 아님?'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녀의 외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7 파렴치한의 아내 +6 16.10.29 1,092 24 10쪽
266 엘프의 언어 +6 16.10.27 1,304 21 8쪽
265 부활 +6 16.10.25 1,073 23 8쪽
264 드래곤은 목숨을 걸지 않는다 +8 16.10.23 1,139 27 8쪽
263 상실 +6 16.10.21 1,075 25 10쪽
262 드래곤의 위용 +8 16.10.15 1,229 22 9쪽
» +10 16.10.13 1,111 22 8쪽
260 최선의 선택 +14 16.10.11 1,076 26 8쪽
259 엘프 숭배자 +6 16.10.09 1,108 24 8쪽
258 엘프의 숲 +4 16.10.07 1,183 26 9쪽
257 협력자 +8 16.10.01 1,238 20 8쪽
256 사냥꾼 +8 16.09.29 1,157 22 9쪽
255 이상한 숲 +8 16.09.27 1,220 19 7쪽
254 악마 vs 악마 +8 16.09.25 1,120 24 10쪽
253 편법 +10 16.09.23 997 22 10쪽
252 신의 행보 +8 16.09.11 1,165 21 7쪽
251 심문 +10 16.09.09 1,160 28 9쪽
250 착각 +12 16.09.07 1,218 22 10쪽
249 악마의 배후 +10 16.09.05 1,091 25 9쪽
248 악마들 +8 16.09.02 1,161 20 12쪽
247 나의 백성들 +14 16.08.30 1,154 23 10쪽
246 최소한의 피해 +16 16.08.27 1,039 27 8쪽
245 공동 작업 +16 16.08.24 1,268 25 9쪽
244 +12 16.08.22 1,234 25 7쪽
243 가장 힘든 일 +12 16.08.20 1,122 23 11쪽
242 비상식 +12 16.08.15 1,017 21 7쪽
241 잔혹한 배려 +14 16.08.13 1,064 21 8쪽
240 기약 +16 16.08.11 1,132 22 8쪽
239 미포함 +16 16.08.09 1,123 28 8쪽
238 진면목 +10 16.08.05 1,098 2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