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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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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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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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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17

DUMMY

“하지만 결국에는 필요한 조치죠. 공장, 연구원, 소방수, 군인, 관료... 모든 공적 인원을 대부분 남성을 고용하고 있죠. 한국에 그걸 모두 지탱할 만한 인구가 있나요?”


이건 지영이 넌지시 던져준 패였다. 여성이라서 안 된다는 것을 돌파하라고 준 패. 실제로 한국의 가용 가능한 성인 남성의 수는 점점 줄고 있었다.


한국의 인구를 많이 쳐 줘봐야 대략 450만 명. 여기서 대강 노동 가능한 성인 남성만 따지자면 많아 봐야 100만 언저리 즈음일 것이다. 어차피 연해도의 인력이나 제주시의 인력은 지금 당장 끌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그 100만 언저리 되는 인력을 모두 끌어다 쓸 수 있느냐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도시를 발전시킨다고 하여도 아직은 농사가 기본 생업이고 국가의 주요산업인 시대였고 정부에서 땅도 세금만 받고 빌려주니 굳이 도시로 올라오지 않고 농업을 하는 인구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군인을 모집하면 시골에서도 출세를 노리고 올라오는 인원이 꽤 많으니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치지만 기타 산업이나 연구 등의 공직 생활을 하려면 어찌 되었건 도시로 올라와야 한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시로 올라오기는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저 100만 정도의 인력에서 군인을 빼고 거기서 농사일에만 전념하는 인구를 다 빼고 나면 대략 한 20~30만이나 남을까 말까 하다는 것이 한국의 조사 결과였다. 그렇다면 저 20~30만 되는 인구에서 상인, 관료, 의사, 연구원, 공장 직원, 뱃사람 등등등...을 뽑아서 써야 한다는 이야기니 인구가 모자라다는 소리는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방에 있는 농사꾼들을 더 도시로 끌어오자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지방에 있는 농사꾼 한 명을 끌어오면 그 농사꾼 한 명에 딸린 아내와 자식들을 합치면 최소 6명 정도 되는 인력이 농업에서 이탈하게 된다. 무작정 빼오다가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농업을 망치게 생겼기에 자연스럽게 산업 확장에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제아무리 한국이 기계를 발전시키고 여러 기구를 발전시켰다지만 이전보다 효율적일 뿐이지 아직도 인력은 필요했고 특히 농업 같은 경우는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다.


여기서 도시의 여성을 일부나마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적어도 몇만에 이르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말에 쐐기를 박은 건 보건부 장관, 정현의 말이었다.


“맞습니다. 점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줄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인구 증가로는 산업 확장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지 못할 겁니다.”


그녀는 눈짓으로 정현에게 고맙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전에 다음 질문은 그녀를 노리고 매섭게 찔러왔다.


“그렇다면 후보님? 자녀 계획은 어찌 되는지요? 임신이나 출산, 육아가 따르면 자연스럽게 긴 공백기를 가지게 될 텐데 그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임신한다고 하여 아예 정무를 돌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을 이은은 능청스럽게 받았다.


“그야 그렇겠지요. 만삭이 가까워지는 때에도, 출산 후 몸조리를 할 때도, 젖먹이에게 젖을 주어야 할 때도 정무를 돌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흠... 외교부 장관이 아주 아픈 구석을 쿡쿡 잘 찌르는구만? 내가 사람 하나는 기가막히게 뽑는 것 같네”


지영이 과자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그렇게 말하자 설차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 진소화라는 후보도 전하께서 기용한 사람 아닙니까? 아, 그런데 이 과자 참으로 맛이 좋습니다.”


설차가 이십 오륙 년간 지영의 밑에서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적절한 포기는 인생을 아주 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보라, 지영이 마련한 의자에 앉아 고소한 과자를 먹으며 싸움 구경을 하는 이 자그마한 도원향을.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정도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한은 총재고 뭐고 때려치우고 집이나 가라지. 이 일은 단순히 차관급 관료를 뽑는 일이 아니야. 큰 변화의 시발점이고 크나큰 도전일세. 무수히 많은 음모, 음해, 모략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해. 그래야 여성들도 저걸 보고 도전이라도 해 볼 것 아닌가?”


“하지만 저 임신 관련해서는 상대할 답이 없어 보이는군요. 애를 하나만 낳고 말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못해도 서너 명 이상은 낳을 텐데...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을 그리 한다면...”


이 시대는 말 그대로 되는 만큼 낳는 시대였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양반집 여인이 아홉 명이나 되는 아이를 출산했다고 나올 정도로. 두 명의 아내에게서 고작(?) 다섯의 아이를 둔 지영이 오히려 이상한 축에 속할 정도였다.


하지만 되는 만큼 낳으면 그만큼 공백기도 길어지기 마련, 그리고 그건 진소화에게는 절대로 피해야 하는 일임이 분명했다.


“솔직히 저건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


“허허...”


“뭐, 임기응변으로 잘 이겨 내겠지. 못 이기면 그냥 다시 유정 정육으로 돌아가 부사장이나 해야지.”


이은의 공격에 사혁마저 합류했다.


“외교부 장관의 말에 동의하오. 거기에 임신과 출산은 많은 기력을 소진하는 바이니 정부로 단기간에 복귀는 못 할 것이 분명하오. 한국은행이라는 기관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별로 좋아 보이지는 못하는군”


거기에 신후마저 이 부분에서는 동의를 표했다.


“확실히... 그건 그렇군요. 차관급 부서라고는 하나 그 중요도는 결코 장관급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방향타를 계속 잡아서 일관된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데 계속 자리를 비운다면... 이 부분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셔야 할 겁니다, 후보”


“저 역시... 이 세분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비록 저는 천성이 기술자인지라 다른 것은 잘 모릅니다만 물건을 만들던 와중 계속 장인을 바꾸게 하여 완성시킨다면 걸작이 나오기 극히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무려 세 명의 장관과 한 명의 총리가 압박하자 진소화는 조용히 자신의 옷을 올렸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올라간 옷은 그녀의 늘씬한- 하지만 큰 상처가 있는 복부를 여실히 드러냈다.


“저는... 어릴 적 죽을 뻔했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죽음은 면하였지만 제 소중한 아이가 자라나야 할 곳은 차가운 강철로 뒤덮인 불모지가 되었습니다...


... 그렇기에 다행스럽게도 여러 장관 분들과... 총리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저보다 소중한 아이를 위험한 곳에서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조용히 눈물 한 방울을 흘려보냈다. 그 모습에 이은은 작게 ‘저 친구는 차라리 외교관을 했으면 잘 했을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고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말은 이어졌다.


“...아이는 입양하여 키울 생각입니다. 비록... 제 피와 살을 주지는 못하지만... 저의 작은 사랑과 헌신이 있다면 친부모와 친자식과 같이 키우고 함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전하께서도 알고 계셨습니까?”


설차의 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어릴 적 사고가 있다는 것까지는 알았네.”


“... 대단하군요. 이제 적어도 저 부분에서는 그녀를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술수가 제법입니다.”


여기서 섵불리 반박하거나 공격하면 잘못했다간 ‘애미도 없는 놈’이 되게 생겼다. 한국이 유학적인 색채가 많이 약해지긴 했으나 그래도 기초적인,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등의 사상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게 아니어도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주제로 공격한다면 세계 어디서든 좋은 시선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사의 실력에 따라 나오는 요리는 천차만별이다. 100g당 몇 십 만원,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소고기가 있다고 한들 그걸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지 아니면 저 강원도 태백 어딘가에서 갓 캐낸듯한 따끈따끈한 석탄을 만들지는 전적으로 요리사의 실력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보았을 때 그녀는 어릴적 불행한 사건을 아주 잘 요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선의 결과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차선, 차차선쯤은 되는 것이다. 미리 준비했는지 아니면 임기응변인지는 몰라도 보통은 아니라는 걸 증명한 것이다.


“그... 미안하오, 내 아픈 부분을 건드렸구려.”


“미안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거기에 이번 회의에 불참한 새 장차관들을 제외한다면 이들은 대부분 장성한 자식들을 두고 있거나 혹은 그 직전의 자식들이 있었다. 이제는 부모의 심정도, 자식의 심정도 아는 그들이었기에 효과는 더욱 컸다.


“자자, 잠시 휴회합시다. 다들 감정을 조금 추스르고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지금 여기서 더 해봐야 감성팔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않을 것을 직감한 지영은 휴회를 선언했다. 감성팔이도 적당히 해야지 그것 때문에 적절히 공격적이고 필요한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적당히 쉬는 시간이 끝나고 회의가 재개되자마자 이은은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여성을 고위 관료로 임명한다면 당의 업신여김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안 그래도 오랑캐, 오랑캐 소리를 듣는 우리 한국이고 유학을 모르는 짐승놈들 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 한국인데 거기에 구태여 하나를 더할 필요가 있습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욕을 먹어가면서도 우리 한국은 한국의 길을 가며 지금의 발전을 이룩했군요. 어차피 말뿐인 국가를 그리 신경쓰셔야 하는지요?”


“고구려, 일본, 국내는 신경을 써야지요.”


“일본에서도 여왕이 있었고 고구려에서도 여성 해군 제독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그리고 예전 국내에도 있었지요. 여왕이 즉위한 뒤에 심각한 분열이 일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이미 일부 여성들이 방직공장에서 일하지 않나요? 분열되었다면 이미 되었겠지요.”


“일개 공장 직원과 고위 관료에 속하는 차관급 관료는 다르지요. 이 정도 되면 한 나라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법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가진 이는 모두 한국 신민이며 한국 신민은 특별한 전과가 없지 않은 한 여러 권리와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어떠한 전과도 없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한국의 신민으로서 정부와 함께하며 더 나은 한국을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만, 이것이 한국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 됩니까?


만일 된다면 한국 신민이 한국 관료가 되는 것이 문제인 겁니까, 아니면 여성이라는 성별이 한국 관료가 되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까? 만일 여성이 문제라면 장관님께서는 한국 여성이 한국 신민으로서의 적법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한국의 체면을 손상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작가의말

23년 새해가 밝은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다들 새해 복 잘 받으셨겠지만 그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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