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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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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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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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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3화 삼국 조정

DUMMY

423화 삼국 조정


요여친왕 아이신기오로 아바타이와 영친왕 아이신기오로 아지거를 각각 돌아본 양친왕 아이신기오로 와극달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만? 설마하니 배제하자, 그런 말은 아니시겠지요?”


친왕이 일단 넷이 모였는데도 지위가 허울뿐이라고 느껴지는 섭정친왕회다.


그런 와중에 그들끼리 밥그릇 싸움으로 하나를 내보내고자 하면 그건 여러모로 악수였다.


사람들이 우습게보는 건 물론이고 계승에도 의문이 생길 여지가 있으니 어린 황제를 내세운 통합 체제가 깨질 우려가 있었다.


아무리 와극달이 요토 두렵고 싫어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을 바라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무심코 이맛살을 찌푸리며 대답을 구했다.


그로서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아바타이와 아지거 역시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아니지. 섭정친왕회가 제대로 서려면 어지간히 큰 흠이 아닌 한 배제하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이롭다.”


엄숙히 이야기한 아바타이는 이어서 와극달이 의심스럽게 여기는 점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방금 영친왕이 이른 것은 자리 빼자는 말이 아니라, 그에게 어떠한 역할을 바라는 것이 나은지 물은 것이다.”

“역할?”

“돌아온다면 섭정친왕회를 한층 공고하게 할 수 있지. 하지만 내정은 몰라도 외정에 영향 미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흐음. 알 거 같습니다. 조선 주재 친왕이라는 특색 때문이군요.”


와극달이 이야기 알아듣고 물으니 아바타이와 아지거는 각각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불러들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만.”

“형태가 문제다.”

“바깥에 하나, 안에 셋. 그리고 권하는 일이며 연락도 적다. 허면 사람들이 어떻게 여길까?”

“불화가 있다고 여기겠지요. 아니면 무엇이든 의견이 맞지 않아 알력이 있다든가요.”


와극달은 대답한 후에 골치 아픈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끄응, 이거 어느 쪽이든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녀석을 불러들이고 싶다. 그리고 아지거, 아니 영친왕은 그대로 두고 싶어 하지.”


두 사람이 의견 다름을 이르니 와극달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모를까, 그는 이곳에 없으니 남은 와극달의 의견으로 일이 결정된다.


자신이 하는 결정이 이리 중대할 수 있고, 청나라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와극달은 전에 없는 고양감을 느꼈다.


‘가만?’


이어서 와극달의 머리에서 이 상황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차피 일장일단이잖아?’


구실이 아니라 그렇게 정하기 좋은 이유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순간 와극달의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다시 모이도록 하지. 양친왕께서도 여러 일을 심사숙고하여 주시길 바라오.”

“······예? 아, 물론입니다!”


조금 늦게 반응하였으나 아바타이며 아지거는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와극달이 이러한 자리에 모습 드러낸 것은 물론이고 섭정친왕회와 같이 높은 자리에 한 자리 하게 된 것은 솔직히 그의 능력이 아니라 시기며 상황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본래 아바타이나 아지거와 달리 군공이며 경험도 부족하니 다소 부족한 모습 보이는 것 정도, 지금은 이해하여 줄 수 있었다.


다만 두 사람이 미처 몰랐던 것이 있으니, 와극달의 마음은 내일이 아니라 일주일이며 한 달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한번 모임을 파한 후 다음날 모여 논하니 예부슈가 여전히 조선에 거하는 것과 산해관 병사들이 물러나기 전에 명나라와 한번 이야기는 하는 것이 정해졌다.



***



“쯧, 또 와야 될 줄은 몰랐는데.”


섭정친왕회에서 의결하여 순치제 아이신기오로 푸린에게 상신한 것은 거절이나 변함이 없이 그대로 허락되었다.


이에 따라 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부지런히 여기저기 오가게 되었는데,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의 아들 타타라 이투 역시 이에 맞추어 다시금 북경에 걸음하게 되었다.


“응? 무언가 소란하구나.”


북경이라는 땅이 인구로 치면 심양 이상인 곳이니 소란스러움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에 와본 이투가 보기에 지금 이는 소란은 전에 보았던 광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봐, 어째서 안 주는 거야!”

“아까 온 놈들은 받아갔잖아!”

“아, 이제 남은 은이 없다고! 내일 다시 오라니까 몇 번을 말해!”

“제길, 장난하냐! 내일이면 우리는 모두 여기에 없다고!”


제법 건장한 이들이 흉흉하게 물으나 냉랭하게 대꾸하던 상인은 기죽지 않고 대꾸했다.


“허면 일찍 오든가! 아니면 반값에 물건으로 가져가라고 했잖아! 얘들아!”


상인의 호령에 하나 같이 험상궂은 이들이 우루루 나와서 눈을 부라리니 따지던 이들은 울분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거래 문제인가?”


그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하여 중얼거린 이투는 금세 소란에 흥미를 잃었다.


그러나 조금 더 가니 또 비슷한 모습이 있었고, 거기서 조금 더 가니 다시 비슷한 논쟁이 있는 게 보였다.


“가족에게 맡기시오! 오늘은 더 내어드릴 것이 없소이다!”

“본인이 아니면 절반 이상이 후려쳐지는데, 당연히 오늘 내가 직접 해야지!”

“당장 은자 내놔!”


“주인장 어디 갔어!”

“오전에는 있었잖아!”

“사, 상행 가셨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이런 시기에 어딜 간다고!”


힘 쓰는 무리들 불러다가 해결하는 쪽은 오히려 사정이 낫다고 할 정도로 주먹다짐이며 멱살 잡는 게 연이어 보이니 이투는 없어지던 호기심이 다시 샘솟는 걸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어깨를 늘어트리고 가는 명나라 사내 하나를 발견한 이투는 목소리 높여서 그를 불렀다.


“거기, 너!”

“으, 응? 으헥!?”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하여 주변 돌아보던 그는 이투를 보고 기겁했다.


한눈에 보아도 청나라 고관으로 보이는 이가 찾은 탓에 지레 겁을 먹고 놀란 탓이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요? 나으리, 소인은 별볼일없는 놈입니다.”

“네놈이 비루한 건 척 보아도 안다.”


명나라 사내가 비굴하게 하는 말보다 한층 더 심하게 말을 쏘아낸 이투는 고갯짓으로 사람 모인 장소를 가리키며 물었다.


“무슨 소란이지?”

“그, 그게······.”


알기는 아는데 말하는 걸 꺼리는 기색에 이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을 알아본 사내는 찔끔하는 얼굴이 되어 사방에 눈알 굴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병사로 일하는 대가를 받기로 했는데, 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병사? 대가?”

“그, 나으리도 아시다시피 서쪽 보낼 병사를 모았지요.”

“그래서?”


사실 이투는 잘 몰랐지만 지금 알았으니 되었다고 여기며 말을 재촉했다.


“그 조가ㄴ-, 크흠. 조 태감이 사람 모으며 이르길, 모집에 응하면 선착순으로 은자를 차등 지급하여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은자를?”

“들으니 본인 사재 턴다고 하덥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한 후에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진즉 알아보아야 했다고 말이다.


“근래 생활 곤궁한 이들이 많아서 반신반의하며 응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진짜로 은자 받았다는 말에 급한 대로 달려간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은자가 은자가 아니었습니다.”

“······알 거 같군.”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이투는 방금 오면서 본 광경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준 게 아니었다, 그거겠지?”

“예. 주는 사람들이 말하길, 태감께서 재산이 많다고 한들 집안에 쌓아두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북경 상인들에게 찾아가라며 증서 써주었습니다. 그래도 받기는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게 또 선착순이었지 뭡니까.”


상인들은 본디 현물을 딱 일치하게 쌓아두고 장사하지 않음이 보통이니 한 번에 여럿이 얻고자 하면 반드시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이치를 어렵지 않게 안 이투는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본 후에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사내에게 던졌다.


“제법 재밌는 이야기였다. 그건 내가 주는 것이니 어서 가봐라.”

“가, 감사합니다!”


주머니 살짝 열어서 안에 은자가 제법 들어있는 걸 확인한 사내는 혹여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크게 사방 경계하며 달려갔다.


그 모습 잠시 지켜본 이투는 가던 길을 마저 가기 시작했다.


도착하면 들려줄 말이 하나 늘었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



“삼국 조정이라.”


이투가 전한 소식 들은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런 도르곤 잠시 살피던 이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황상께서는 이 자리에 예친왕 전하께서 나서주시길 바라십니다.”

“바라신다면 응당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만 묻지.”


도르곤은 서늘한 눈으로 이투를 보며 물었다.


“심양 분위기는 어떻지?”

“말씀하신 대로 말을 퍼트렸습니다. 지금 심양은 전쟁 직후보다 오히려 지금 이 더 뜨거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여기까지는 예상하였으나 이런 식으로 회담 여는 건 그다지 달갑지 않았던 도르곤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고려해 두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도르곤은 이내에 찌푸린 얼굴을 폈다.


“바로 채비하여 출발하겠다. 논하는 것은 어디서 할 예정이지?”

“심양까지 저들이 오기로 하였습니다. 헌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투가 조심스럽게 걱정을 내비치니 도르곤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오다가 보니 북경이 제법 소란하더군요. 들으니 병졸 모으는 일로 민심이 흐려진 듯한데, 자리 비우시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비인 잉굴다이에 비하면 재지나 무용이 평범한 축에 들어 전공 세우는 일보다는 적당히 후광으로 자리 차지하기 바라는 이투다.


그렇지만 청나라 걱정하는 마음이며 위하는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 이투는 지금 북경을 도르곤이 떠나면 혹여 큰일이 일어날까 걱정스러웠다.


“아아, 그 일 말이냐. 오히려 지금이 딱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예?”

“처음부터 욕먹을 일은 내가, 아니 우리 청나라가 한 게 아니니 말이다. 적당히 돌아와서 일 해결하면 개는 개대로 부리고 정리나 수습 역시 알아서 풀릴 거다.”


느긋한 도르곤의 반응을 이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말 괜찮습니까?”

“당장 급한 일 해결하는 게 우선이고, 북경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각 학사들이며 주둔군이 알아서 할 거다.”

도르곤은 그렇게 말한 후에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에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내가 떠난다고 하여 북경 책임지는 자리는 중하니 비울 수는 없지. 다른 사람에게, 이를테면 잉굴다이 대신에게 부탁할 생각이다.”

“아버님, 아니 의정대신께 말입니까?”

“빈자리 잠시 지키는 건 권한이며 책임 그리고 직급 살짝 덜한 이가 나은 법이지.”


이투로서는 그 정체며 근원 알기 어려운 기대감을 얼굴에 띄운 도르곤은 그 감정을 그대로 말에 담았다.


“돌아오면 어떻게 일이 풀릴지, 실로 기대가 크구나.”


도르곤은 그렇게 말하고 이투에게 별달리 설명하여 주지 않았다.


듣는 이투로서는 참으로 궁금하고 답답한 일이나 이미 전할 말은 다 전하였으니 이제 돌아가 일이 성사되었음을 알려야 했다.


이윽고 이투가 하루 쉰 후에 북경을 떠나고 그와 함께 서정군에 보내는 ‘죽을 병사’ 오만이 움직였다.


다시 하루를 지나 도르곤이 북경을 잠시 떠나게 되니, 그가 자리 비우는 동안 북경을 맡게 된 것은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였다.


허나 실지로 잉굴다이가 북경 오기 전에 도르곤이 먼저 떠났는데, 이로 인해 잉굴다이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일 동안 북경 다스리는 일은 표면적으로 태감 조화순에게 맡겨졌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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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441화 동관풍운 +4 23.12.21 219 16 12쪽
441 440화 막역지우 +2 23.12.20 209 16 14쪽
440 439화 욕심을 부려야 할 때도 있다 +3 23.12.19 227 15 13쪽
439 438화 갈림길 +3 23.12.18 208 12 12쪽
438 437화 도적인가 이웃인가 +5 23.12.17 218 16 13쪽
437 436화 천하는 쉬지 않는다 +2 23.12.16 229 15 12쪽
436 435화 사대부의 나라 +3 23.12.15 254 16 14쪽
435 434화 새로운 이웃 +3 23.12.14 221 18 12쪽
434 433화 노신과 황제 +4 23.12.13 222 13 13쪽
433 432화 관중왕 +3 23.12.12 213 14 13쪽
432 431화 죽은 말과 산 말 +3 23.12.11 219 17 13쪽
431 430화 패인 골을 메우기는 어렵다 +3 23.12.09 238 14 14쪽
430 429화 높을수록 떨어질 때 아프다 +3 23.12.08 247 12 15쪽
429 428화 산둥의 주인 +6 23.12.07 273 15 16쪽
428 427화 하늘의 뜻을 받고 덕을 세우고자 하는 자 +7 23.12.06 277 19 17쪽
427 426화 저울질 +6 23.12.05 231 15 13쪽
426 425화 중간 +7 23.12.04 247 15 14쪽
425 424화 두 사람의 결심 +2 23.12.03 248 14 12쪽
» 423화 삼국 조정 +3 23.12.02 280 11 12쪽
423 422화 경계 +2 23.12.01 260 13 12쪽
422 421화 중재 +4 23.11.30 259 17 13쪽
421 420화 억겁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6 23.11.29 259 16 13쪽
420 419화 거부할 수 없는 제안 +5 23.11.28 235 16 13쪽
419 418화 땅의 용도 +4 23.11.27 247 17 13쪽
418 417화 멈추는 것은 언제인가 +4 23.11.26 241 18 13쪽
417 416화 승전 아닌 승전 +2 23.11.25 249 20 13쪽
416 415화 찻잔은 넘길 수 없다 +4 23.11.24 229 17 18쪽
415 414화 선택할 수 없는 일 +3 23.11.23 222 15 13쪽
414 413화 시작은 끝이 아니다 +3 23.11.22 243 18 13쪽
413 412화 소문에도 진실은 있다 +3 23.11.21 253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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