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새글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6.01 21:00
연재수 :
598 회
조회수 :
337,969
추천수 :
15,437
글자수 :
3,534,214

작성
24.05.12 21:00
조회
78
추천
12
글자
12쪽

577화 감춰진 칼

DUMMY

577화 감춰진 칼


“네 말을 살피면 지금 청나라에서 수군을 모아 수를 쓰려고 하는데, 그것을 알아챈 병부시랑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하도록 회유와 반간계를 쓰고 있다?”

“그렇습니다!”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 양사창의 물음에 황주는 혹시나 자신이 대답을 늦게 하면 그의 마음이 바뀔까 걱정하듯 빠르고 힘차게 대답했다.


“자신할 수 있느냐? 이건 네 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물론입니다!”


양사창이 다시금 묻는 말에 황주는 확신을 담아서 대답했다.


기실 양사창에게 한 말은 모두 다 그저 진신갑에게 들은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진신갑 역시 봉림대군에게 조언받은 말들을 일러주었을 따름이나 황주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에게 있어서 그런 건 알아도 중요하지 않았다.


진위 여부?


그런 것 따위, 그에게 있어선 알 바가 아니다.


사실이 아니면 제 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것 자체가 문제였다.


황주도 제 목숨이 가장 소중한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사랑이니 충성이니 하며 고결하게 죽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어디 그런 부류의 일인가 하면 황주는 자신 있게 고개를 가로저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양사창이 이를 사실로 여겨 황주가 살아남을 길이 마련되는 것이었다.


“시랑 대인이 이르길, 청나라에서 물길을 타고 무언가 수작을 부릴 채비를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문제다.”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흔든 양사창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제가 들은 말을 입에 담았다.


“네가, 그러니까 진 시랑이 이른 말에 따르면 청나라는 물길을 통해 무언가 획책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진 시랑이 알고서 알리고자 궁리하는데, 저들이 선수를 쳐서 재물을 내어주고 회유하고 있다고?”

“바로 그렇습니다! 대인께서는 실로 영명하십니다!”

“흐음.”


아부를 올리나 양사창은 영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 사실이라고 치자. 그러면 대체 어디서 그러한 병사며 배를 준비하여 온다는 말이냐?”

“······예?”


양사창이 묻는 말에 황주는 저도 모르게 당황하며 반문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양사창은 일단 황주를 향한 의심은 놓았다.


‘적어도 제가 살고자 거짓 꾸며내는 놈은, 아니 그럴 재주가 없는 놈이로구나.’


만약 황주가 제대로 변명하여 살고자 하면 이런 질문에 미리 준비하여 청산유수와 같이 대답을 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였으니, 적어도 이자가 전한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황주 본인은 그저 말만 전하는 자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한결 편히 한 양사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지금 우리 대명은 대항해라는 중대한 국책을 위해 여러 배와 재물 그리고 사람을 내어보냈다. 그리고 청나라 자칭하는 오랑캐 참칭자들도 따라 하여 비슷하게 보냈지 않더냐?”

“그, 그렇습니다.”


대항해에 대한 것은 황주는 물론이고 명나라에서 소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일이었다.


그 상세까지는 몰라도 적지 않은 규모의 사람과 배가 출발하였으며, 청나라에서도 지지 않기 위해 급히 사람과 배를 준비하여 보냈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명나라 조정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기도 하였으니 전에 사흘의 시간을 얻은 것을 대대적인 승리이자 자신들에게 아직 천명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남경과 그 주변에서는 이 말이 확실히 효력이 있었으니 대항해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나 청나라가 보낸 숫자에 대한 이야기는 나날이 부풀려지고 있었다.


“소문처럼 청나라 전선 수백 척이 떠나진 않았겠지. 하지만 그들이 많은 배와 함께 주력을 보낸 것은 확실하니, 그 수장은 내 알기로 청나라 자칭 황제를 대신하여 내정하는 섭정친왕회에 속한 이다. 그리고 옆에는 한간 놈들이 붙어 있음을 알거늘, 무슨 수로 물길에서 수작을 부리고자 한단 말이냐?”


양사창이 한간이라고 하는 말을 입에 담으니 황주는 지금이야말로 들은 말을 꺼내기 적시임을 알고 조심스럽게 입을 놀렸다.


“한간들은 대항해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지금 심양에 있습니다.”

“······무어라?”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양사창은 대번 눈썹을 크게 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에 황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한 번 더 고했다.


“청나라에서 회순왕이니 지순왕이 거창하게 불리는 이들은 지금 심양에 있으니, 이는 시랑 대인께서 직접 목도하셨습니다.”


두 번째 고하는 말에 양사창은 이것이 장난이나 농이 아님을 알고 급격하게 안색을 굳혔다.


그가 아는 바에 따르면 회순왕 경중명과 지순왕 상가희는 대항해를, 그것도 청나라에서는 정예하다고 할 수군을 데리고 떠났다.


기실 그것만으로도 양사창은 이번 대항해 자체가 의미 없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게 아니라니, 이는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양사창이며 남경 조정에서 모르는 적군이, 그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이들이 호시탐탐 어둠에 숨어서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조선과 함께 떠난 일이다. 조선에서 기별을······못하였다?”


각 나라 선단에는 조선 사람들이 함께 하니 이만한 변화가 있다면 응당 전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니라면 이미 서방으로 향한 선단이 굳이 인력을 나누어가며 전할 일이 되지 못한다.


‘수군은 그대로 가고 한간 놈들만 돌아왔다? 아니, 그래도 이상해. 그러자면 배가 필요하고, 배를 이용하였다면 응당 어디든 들렸어야 한다.’


배를 줄이지 않고 사람을 보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물론 작은 배를 띄워서 보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배에 태워서 돌아오게 하였다면 당연히 연안으로 지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사창은 해안에 있는 자들에게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었다.


선대 시절에 명을 받아 설치한 해안 포대 책임자들은 모두 양사창이 세웠으니 그들 모두가 한 번에 변절하거나 한날한시에 벼락을 맞은 게 아니라면 청나라 선단은 연안에 접근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작은 배로 돌아온다? 큰 배로도 풍랑이 일면 위험하거늘 그렇게 하는 건 목숨을 버리는 일이다. 나라면 그보다 안전한 방법을 궁구하겠지. 그럼 그 안전한 방법은?’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니 양사창은 침잠한 눈으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에 황주는 남은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으나 이내에 각오를 다지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시랑 대인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이 또 있으니, 산둥 감찰이라고 하셨습니다.”

“산둥 감찰? 그게 왜 여기서 나와?”


어리둥절하여 미간에 주름을 잡았던 양사창은 이내에 산둥 감찰이 제가 보낸 좌량옥이며 시마즈 히사요시 말고도 더 있음을 떠올렸다.


“······유구국.”


대명 천하에서 벗어나 청에 칭신한 나라.


그러나 그 왜소함과 거리로 인해 그러한 일은 별것 아니라고 치부한 나라기도 했다.


헌데 아무래도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던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양사창이 거친 소리를 입에 담자 황주는 제게 화가 미칠까 두려운 얼굴로 고개를 더욱 숙였다.


“유구국을 통해서 돌아갔어. 거기에 몸만 내리고, 아니 사람도 조금 내릴 수 있겠군. 미리 준비한 사람들을 유구에 보내두었다면 정예한 수군도 어느 정도는 돌릴 수 있다. 그리고 유구에서 바로 저들 땅으로 향하면 조선도 보았으되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


유구에서 청나라 오가는 배가 있다고 한들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으니 조선에서도 별달리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을 터였다.


특히나 그 배가 양선이 아니라 익숙한 형태며, 그 숫자가 많지 않다면 더더욱 그럴 터였다.


‘아니면 알았다고 한들 그것까지 알려줄 생각은 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조선은 이제 번국이라기보다는 중재자이자 세 번째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스스로 고립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나서서 모두를 도움으로서 중간에 있으니 명이든 청이든 저들이 꾸미는 일들을 알았다고 한들 굳이 알려줄 생각까지는 없을 터였다.


설령 번국이라고 하여도 면밀히 살핀 후에 확실하다면 알릴 것이니 지금은 그것을 기대하기 어려움을 물론이고 괜한 말로 서로 관계를 해하고 싶지 않아 하였을 테니 말이다.


진신갑을 위하여 명나라에 소식을 전하는 일을 돕기는 했으나 이는 양사창이 보기에 예외적인 일 혹은 구별될 일에 가까웠다.


어느 한 나라를 돕는 게 아니라 억울한 처지에 몰릴 사람을 돕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진 시랑이 회유를 받고 있다고 했지.”

“그러합니다.”

“누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고 있더냐?”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예친왕이라 하는 자, 정친왕이라 하는 자, 그리고 섭정친왕회라 불리는 무리가 그러하였습니다. 또한 그에서 그치지 않고 심양 사람들을 부추겨 시랑 대인이 곧 높은 자리에 오를 것처럼 소문을 내었다고 합니다.”


황주가 아는 대로 고하니 양사창은 미간에 더욱 주름을 잡았다.


“아주 공들여서 하고 있구나. 심지어 진신갑이 결백하다고 한들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다.”


상황을 이해한 양사창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진 시랑이 돌아서지 않았다고 확신하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나 어찌 비루한 소인의 판단으로 대명의 일을 정하겠습니까?”

“흐음.”


황주가 옹호하는 한편 물러나니 양사창은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허면 그를 불러들여 쓰는 일은 어떠냐?”

“정히 하시겠다면 하실 수 있으나 시랑 대인은 제게 이르시길 자신이 돌아가는 것보다 심양에 남아서 지켜보는 것이 더욱 대명을 위한 일이며 선황을 따르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진신갑이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말에 양사창은 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자는 선황의 명으로 심양에 갔던가.’


필요에 의해서 일단 두고는 있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처지라 여긴 양사창은 한 차례 고개를 흔든 후에 입을 열었다.


“적의 흉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나 하늘이 대명을 버리지 않아 이렇듯 드러나기 전에 알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너는 당장 준비하는 게 좋겠다.”

“예? 무슨 준비를 이르시는 겁니까?”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 황주의 말에 양사창은 무얼 당연한 걸 묻고 있냐는 얼굴로 대꾸해 주었다.


“황상을 뵐 준비다. 설마하니 그 몰골로 황상을 접할 생각이더냐?”


쉼 없이 산둥과 심양 그리고 조선을 오간 터라 황주의 몰골은 사실 볼품이 없었다.


의복은 귀한 것으로 만들어 어디 헤진 것은 없으나 고생한 흔적이 남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여 황주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려고 했는데 그가 무어라고 하기 전에 양사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겠구나. 일이 시급한 것을 생각하면 그 몰골이 오히려 낫겠다. 허면 바로 황상께 갈 터이니 준비하거라.”

“예?”

“내게 말한 것과 같은 것을 황상께 고할 준비 말이다.”


이번에는 묻기도 전에 친절하게 대답하여 주니 황주는 얼떨떨하면서도 그대로 양사창에게 이끌려서 의흥제 주자랑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황제가 그에게 명하니, 황주는 원하는 바를 절반 정도 이루게 되었다.


“적을 이기려면 능력 있는 장수가 필요하며, 그 장수가 싸울 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여 산둥 감찰 좌량옥과 그 부관 황주를 하남 수군 총병과 그 부총병으로 명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3 ageha19
    작성일
    24.05.12 21:07
    No. 1

    좌량옥은 살기 위해선 어떻게든 한간들의 군대와 싸워 막아내는 것밖에 수가 없겠군. 하긴, 죽으라고 떠밀어보내는 거나 마찬가지인 개봉 일대의 왕작보단 저게 본인들한테도 나을거고. 조선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2 g9******..
    작성일
    24.05.12 23:26
    No. 2

    황주가 부총병까지 올라갔네요..ㄷㄷ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기록 - 2024.05.18 기준] +1 24.05.18 28 0 -
공지 제목 변경했습니다. 22.11.17 386 0 -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오후 9시입니다 22.11.01 2,901 0 -
598 597화 상상할 수 없는 세상 NEW +1 14시간 전 31 9 13쪽
597 596화 전쟁에서 가장 먼저 부르짖는 말 +1 24.05.31 51 9 12쪽
596 595화 준비는 누구나 한다 +1 24.05.30 52 6 12쪽
595 594화 자리와 사람 +1 24.05.29 60 7 12쪽
594 593화 고도(古都) +1 24.05.28 54 8 12쪽
593 592화 세상은 준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 24.05.27 70 8 14쪽
592 591화 두 번째 호고 +1 24.05.26 63 9 13쪽
591 590화 살아있으면 계속할 수 있다 +1 24.05.25 71 12 13쪽
590 589화 예상은 언제나 어긋난다 +2 24.05.24 66 11 11쪽
589 588화 갚아줄 빚 +1 24.05.23 75 12 12쪽
588 587화 백안백이(百眼百耳) +2 24.05.22 80 12 15쪽
587 586화 구관이 명관 +3 24.05.21 81 10 14쪽
586 585화 도박장에서 버는 사람은 도박장 주인이다 +2 24.05.20 83 13 12쪽
585 584화 칼을 뽑았다면 +6 24.05.19 77 13 13쪽
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77 14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78 11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77 12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79 14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73 11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85 12 12쪽
» 577화 감춰진 칼 +2 24.05.12 79 12 12쪽
577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83 13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80 9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75 15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2 24.05.08 86 12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93 13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91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