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새글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6.29 21:00
연재수 :
624 회
조회수 :
346,219
추천수 :
15,984
글자수 :
3,684,143

작성
24.05.28 21:00
조회
73
추천
12
글자
12쪽

593화 고도(古都)

DUMMY

593화 고도(古都)


“아악!”

“저, 적이 너무 많아!”

“등을 맞대! 물러서지 마! 맞서 싸워!”

“자리를 지켜라! 그러면 이길 수 있다!”


소란하여 저마다 소리를 내는 이들은 순나라 병사들이니 몇몇 용기 있는 이들이 나서서 독려하고자 하였다.


허나 그 독려는 그 말을 한 사람 주변에만 머물 뿐 멀리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지니 그러한 참상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안 순나라 정왕 이자성은 입술를 질끈 깨물었다.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거지?’


처음에 분기탱천하여 나설 때부터 이자성은 군사를 움직임에 있어서 신중했다.


먼저 명나라에 지원을 얻고자 했고 그다음에는 최대한 규모를 불려서 적들이 함부로 자신들을 노리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잘 맞아 들어서 명나라는 물론이고 양나라며 대리국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솔직히 이러한 반응은 예상외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당장은 뒤를 찔릴 일이 없어졌다는 소리니 말이다.


하여 한층 안심하고 저들을, 자신들은 선의를 베풀었다고 주장하는 청나라 수군들을 거리를 두고 쫓았다.


여기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저들은 이자성이 이끄는 순나라 군사들의 규모에 겁을 내듯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속도를 올리면서 물러났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에 아직 낙양이 멀다 싶은 곳에서 이자성은 어느 순간 깨달았다.


딱 한 번, 강행하면 저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게 실책인가? 욕심이었다고? 고작 그게?’


그리고 이자성은 그렇게 했다.


이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실제로도 이기고 있었다.


이걸로 순나라는 자신들을 기만한 적들을 벌한다는 참 보기 좋고 듣기 좋아 마음에 드는 사실이 생길 것이다,


더불어서 향후 적잖은 발언권이며 존재감을 얻을 것이 분명하니 이자성은 한 번의 전투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투 중간에 전세가 돌연 변하니, 이제 그며 순나라는 한 번의 전투로 많은 것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전하! 측면에서 나타난 청나라 놈들을, 한간들을 더는 막아낼 수 없습니다!”


다급히 달려와서 외치는 말이 있으니 그 사람을 살핀 이자성은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낯은 익지만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 병사의 얼굴은 가득 뒤집어쓴 먼지와 피로도 감출 수 없는 간절함이 확실하게 깃들어 있었다.


바로 삶을 향한, 물러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


“평정산으로, 평정산까지 물러난다! 어서 후퇴해!”


현실을 마주하고 인정한 이자성은 이를 악물며 크게 외쳤다.


허나 그는 그 외침과 별개로 다리를 굳건히 하여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선생, 난 안 갑니다!”


예부상서 우금성이 외치는 말에 이자성은 정왕이 아니라 옛적 시절로 돌아가 외쳤다.


“전하!”


이에 우금성이 크게 놀라서 부르니 이자성은 결연한 얼굴로 외쳤다.


“난 왕입니다! 저들을 이끄는 왕이고, 저 망할 복왕이니 뭐니 하는 것들보다 나은 왕입니다! 절대 물러날 수 없소이다! 간다면 그건 내가 마지막이 되었을 때요!”


책임감이 넷, 지금까지 처단한 못난 명나라 친왕들보다 못하기 싫다는 오기게 여섯으로 마음을 채운 이자성은 제 말을 증명하겠다고 하듯 말을 몰아서 멀리 보이는 깃발을 향해 달리고자 했다.


그 깃발에는 청나라를 뜻하는 깃발과 함께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 그리고 두 이성왕인 회순왕 경중명과 지순왕 상가희를 뜻하는 깃발들이 있었다.


“저런 한간 놈들에게 내가 진다니요!”

“우리는 이미 허를 찔렸습니다! 평정산에 가까이 가면 구원이 도착할 것이니 부디 전하께서는 보중하십쇼!”


우금성이 재차 말리나 이자성이 여전히 들은 척을 하지 않으니 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달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날려서 바닥을 뒹구니 그 모습에 놀란 이자성은 다급히 우금성을 불렀다.


“선생!”

“아이고, 더럽게 아프군요.”


엄살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입에 담은 우금성은 곧장 눈빛을 바꾸더니 몸을 일으켜 이자성의 앞을 막았다.


“정히 가시려면 저를 밟고 가십쇼.”

“그런 짓을 하면 순나라는 끝이오.”

“전하께서 안 계시면 어차피 제가 살아도 순나라는 끝입니다. 어차피 끝날 거라면 이렇게 하여 제 이름 석 자라도 제대로 역사에 남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허.”


우금성이 하는 말에 이자성은 크게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머리를 돌렸다.


“전장에서 그렇게 한다고 한들, 하물며 패전하여 혼란한 와중에 그런다고 한들 기록은 무슨. 그냥 전사자로 남는 게 다요. 갑시다.”


이자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서 어느새 추격하는 기세를 조금 늦춘 적들을 보며 눈에 불을 켰다.


“이 일은 내 반드시 갚아줄 것이오.”



***



“추격은 하지 않는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요토가 하는 말에 상가희가 물으니 그는 두말 하기 싫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친왕께는 송구하나 지금 몰아붙이면 순나라 놈들을 아주 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쉬움을 담아서 경중명이 말하자 요토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후에는 대리국과 명나라 사이에, 아니면 양나라와 명나라 사이에 끼이겠지.”

“아.”


요토가 이른 말에 경중명은 민망한 얼굴로 소리 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경중명에게 한번 시선을 준 요토는 아직도 소란이 잦지 않은 전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긴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이건 좀 그렇군.”


그들은, 청나라 수군과 녹영들은 승리했다.


하지만 이건 무슨 신묘한 계책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고 순전히 운으로 얻어낸 승리에 불과했다.


순나라 사람들은 청나라 수군이 이동함을 보고 따라왔다.


자연히 그들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마음에 자만하였고, 한번 무리하여 승리를 얻고자 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 결정을 내리는 일이 너무 늦었다.


아니면 너무 빨랐던가 말이다.


어느 쪽이든 싸움은 벌어졌고 요토와 녹영들은 매우 시기적절하게 전장에 합류하게 되었다.


졸지에 수군과 녹영을 양쪽에서 맞닥뜨리게 된 순나라 군사들은 얼마 싸우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 요토는 손쉽게 초전 승리라는 공적을 세우게 되었다.


“승리에 나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때로는 있지요. 회순왕께서는 벌써 이렇게 된 연유를 잊으신 겁니까?”


경중명이 하는 말에 상가희가 말을 건네니 그제야 그는 전에 너무 이겼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내에 그는 고개를 흔들고 반박했다.


“그때야 목적이 저들의 균열이었으니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소이까. 지금은 오히려 좋습니다. 저들이 겁을 먹고 물러날 테니까요.”

“그렇다면야 좋겠지만 내가 살아온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더이다.”

“순나라라고 해야 어차피 근간은 농민 반군이오.”


전과 달리 경중명이 물러나지 않으니 상가희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본 요토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만. 쓸데없는 논쟁은 거기까지요. 대전략은 저들을 하나씩 깨는 것이니 이만하면 첫발은 잘 떼었다고 생각합시다.”


요토의 말에 두 사람이 논쟁을 그치고 물러났다.


그러나 서로에게 작은 앙금은 남았으니 그걸 어렵지 않게 안 요토는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허나 그도 잠시, 그는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명을 내렸다.


“순나라 놈들을 물리쳤으니 다음으로 노릴 것은 명나라 놈들의 수군이오. 개봉으로 갑시다.”

“도망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추격은 하지 않아도 저들을 억누를 수단은 필요하다고 여긴 상가희가 묻자 요토는 입술을 비틀며 대답했다.


“한번 꺾인 놈들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



“급보, 급보입니다!”


급히 달려와서 알리는 말에 병부시랑 오삼계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물었다.


“무슨 일이지?”

“순나라 패전! 정왕 이자성은 그대로 평정산까지 후퇴하여 대리국 병사들과 함께하던 별동대와 합류하였다고 합니다!”


순나라가 졌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하기도 잠시, 오삼계는 승패 운운하기 전에 지적할 부분이 있다는 걸 떠올리며 싸늘하게 안색을 굳혔다.


“보고 고생했다. 하지만 말을 조심하라.”

“예?”


오삼계가 나직이 경고하자 달려와 화급히 흉보를 알리던 장수는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에 오삼계는 그가 아직도 제가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 모르는 걸 알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왕 전하다. 공적인 자리에서 예의를 잊고 공경하는 법을 잊다니, 언제부터 명나라 기강이, 아니 산해관 기강이 이리 해이해졌지?”


서늘한 눈과 어조로 묻는 말에 장수는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러트렸다.


그러나 그뿐, 여전히 오삼계가 바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으니 그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대답은?”

“시, 시정하겠습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번은 넘어가겠다.”


이 이상 조이는 것은 의미 없다고 여긴 오삼계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장수에게 명했다.


“모두 불러라. 아무래도 기다리고만 있기는 어려워진 거 같다.”

“예!”


명령에 따라서 장수가 부리나케 달려가니 오래지 않아서 오삼계 휘하에 있는 이들이 막사로 모여들었다.


모인 이들을 하나하나 살핀 오삼계는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순나라 군사들이 패배하여 평정산까지 물러났다.”

“으음. 평정산이라.”

“이러면 처음부터 어그러진 셈이 아닙니까?”


사람들이 하는 말에 오삼계는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물었다.


“순나라와 하남 수군이 주가 되고 사방에서 저들을 압박하는 당초 계획은 어그러졌다.”

“아직은 돌릴 수 있습니다.”


오삼계의 인정에 한 장수가 의견을 피력하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데 펼친 지도에 다가갔다.


이윽고 지도에 손가락을 올린 그는 입을 열었다.


“평정산은 순나라 땅이긴 하나 전방에 가까우며 그간 전진했던 거리를 생각하면 대단히 크게 물러난 건 아닙니다. 아직은 돌이킬 수 있습니다.”

“순나라가 움직일 수 있다면 그렇겠지.”


냉철한 말에 돌이킬 수 있다고 하였던 장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승승장구하다가 패한 거다. 그걸 추스르는 데는 모르긴 몰라도 적잖은 시간이 걸리겠지.”


비단 순나라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이는 비슷하니 한번 패배하고 나면 잃은 기세를 회복하고 전의를 다시금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했다.


“동관을 사실상 움직이지 못하는 게 확정, 평정산은 그대로 수세를 유지하겠지. 남은 건 우리와 좌량옥 대인의 하남 수군뿐이다.”


차분히 전황을 입에 담은 오삼계는 어렵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래서야 사실상 지원이 아니라 본대로 싸우는 게 확정이군.”


본래 오삼계를 비롯한 북방군의 역할은 좌량옥이 이끄는 순나라와 하남 수군 싸우는 일을 돕는 것이다.


그러다가 적들이 크게 틈을 보이면 몰아치는 파도가 되어서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다면 좋다는 것이지 그것을 바라고 움직인 게 아니었다.


그러니 계획대로 일이 풀렸다면 순나라와 하남 수군이 적들을 격파, 그 이후에는 상황을 보아서 더 나아갈지 끝낼지를 생각함이 도리에 맞았다.


허나 상황은 이미 크게 달라졌으니 순나라 군사들은 패하여 크게 물러났고 하남 수군은 홀로 주력이 되기에는 숫자며 전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장은 적들의 땅이 좋겠지.”

“이동하시겠습니까?”

“전진한다.”


확실하게 하겠다고 하듯 말한 오삼계는 마음에 담아둔 지역을 입에 담았다.


“우린 개봉으로 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5.28 21:05
    No. 1

    하필 개봉이라... 쌔한데. 좌량옥이 업보 치르는 와중에 같이 덤터기 쓸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9 598화 영웅 +1 24.06.02 75 13 12쪽
598 597화 상상할 수 없는 세상 +2 24.06.01 74 15 13쪽
597 596화 전쟁에서 가장 먼저 부르짖는 말 +1 24.05.31 84 13 12쪽
596 595화 준비는 누구나 한다 +1 24.05.30 79 9 12쪽
595 594화 자리와 사람 +1 24.05.29 80 12 12쪽
» 593화 고도(古都) +1 24.05.28 74 12 12쪽
593 592화 세상은 준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 24.05.27 91 12 14쪽
592 591화 두 번째 호고 +1 24.05.26 84 13 13쪽
591 590화 살아있으면 계속할 수 있다 +1 24.05.25 87 13 13쪽
590 589화 예상은 언제나 어긋난다 +2 24.05.24 79 12 11쪽
589 588화 갚아줄 빚 +1 24.05.23 84 13 12쪽
588 587화 백안백이(百眼百耳) +2 24.05.22 91 13 15쪽
587 586화 구관이 명관 +3 24.05.21 91 11 14쪽
586 585화 도박장에서 버는 사람은 도박장 주인이다 +2 24.05.20 98 14 12쪽
585 584화 칼을 뽑았다면 +6 24.05.19 89 14 13쪽
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91 15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89 12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89 14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94 16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86 13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98 13 12쪽
578 577화 감춰진 칼 +3 24.05.12 92 14 12쪽
577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99 15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91 11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91 16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3 24.05.08 98 13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105 14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102 13 12쪽
571 570화 화를 부르는 선의 +3 24.05.05 99 14 13쪽
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103 1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