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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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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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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0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11.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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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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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8장 로앙의 이름 (4)

DUMMY

“형님, 이게 맞아요?”

“야, 나는 왜 데리고 온 건대?”


렉스의 의문 어린 물음에 이어서 자르달이 있는 대로 불평을 담아서 물었다.


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 게, 그들은 본디 다음 전투가 있기까지 성도에 머물러서 대기할 예정이었다.


또한 다음 전투, 레이한드로 성채로 가는 일에 그들이 끼어도 될지 말지도 아직은 미정이었다.


그러니 잘하면 그대로 빠질 수도 있는 일이건만, 일부러 찾아가서 이 견습 기사들을 보러 가는 행렬에 끼어들었으니 두 사람이 보기에는 좀 많이 이상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몰라도 리발에게는 그럴 이유가 있었다.


“스틸롱이 말하길, 지금 대신전에서 등을 돌린 신전 기사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고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장소 가운데 제일 가까운 게 훈련장이라고 하더라. 그러면 거기에 뭔가 있을 수도 있겠지.”

“.......형님.”


렉스는 리발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알고 어두운 안색으로 그를 불렀다. 그러나 리발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를 대신하듯 자르달의 불평이 들려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왜 데리고 온 건대? 그냥 이대로 돌아가서 아비톨람에 돌아가게 해주면 안 되냐?”

“그건 내 권한이 아닌데.”

“여기에 날 데리고 올 권한도 없었잖아!”


리발의 뻔뻔한 대답에 자르달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에 몇몇 신전병이 그들을 돌아보긴 했으나 이내에 관심을 거두었다.


자르달이나 리발이 칼 들고 날뛰기라도 하면 모를까, 이들끼리 이렇게 서로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리가르에 다녀올 때부터 보아서 이미 익숙한 광경이었다.


“에이, 그래도 어떻게 우리 둘만 가냐. 함께하던 정이 있지.”

“정? 정이라고?”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차라리 지금 리발을 한칼 찌르고 아비톨람에 보내 달라고 할까 심각하게 고민이 들었다.


‘진짜로 그럴까?’


생각하니 욕망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그런 그를 막은 것은 우습게도 이러한 생각이 들게 한 리발의 말이었다.


“너도 나랑 같이 숨겨진 거 찾아내는 게 특기잖아. 가서 함께 찾고 그걸로 부하 놈들 좀 챙겨. 형량 줄이기라도 되겠지.”

“......빌어먹을.”


리발의 말에 아직 아비톨람에서 노역을 하고 있을 부하들을 떠올리니 자르달은 허리춤에 걸려있던 단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럴 만한 게 정말 있다고?”

“아직은 모르지만, 의심스러운 곳이지.”


부우웅-


마침 리발의 말에 맞추듯 행군을 멈출 것을 뜻하는 나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맞추어 고개를 돌려 전방을 보니 투박한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도착했군.”



***



“아무도 없군요.”

“예? 안쪽에 인기척이 다수 있는 거 같습니다만?”


아레타의 말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한 호붼은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에 아레타는 그가 모르는 게 당연한 사실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여기에는 본래 출입을 통제하는 로앙 기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아무도 없군요.”

“아.”


그제야 아레타가 말하고자 하는 게 어떤 점인지 안 호붼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건축물을 다시 보았다. 알고서 다시 보니 미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이 있는 건 느껴지는데 보이는 건 없다. 이상한 건물이야.’

“이건 그냥 벽입니다. 안쪽은 야영지에 가까운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던 그대로라면 말이죠.”

“여전히 그렇습니다.”


아레타의 말에 성도까지 홀로 왔던 견습 로앙 기사, 레반트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있을 이들을 위해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챙겨서 왔기에 이제 되었다고 안도해도 이상하지 않건만 수심이 가득한 얼굴에 아레타는 조용히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다른 곳으로 간 친구들이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물으니 곧 품고 있던 걱정거리를 대답한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복잡함을 한껏 담아 말을 이었다.


“......이후에 대한 걱정을 조금.”


그의 말을 아레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 역시 한 때 로앙 외직 기사로 지역을 전전했다. 그때의 심정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무언가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딱히 떠오르는 말은 없었다.


“괜찮을 겁니다. 이반한 자들로 인해 사정도 모르던 이들이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는 법이죠. 고작해야 이름만 받을 예정이었던 사람들이 다수 아닙니까.”

“이름만이라. 그걸 생각하니 더 암담하네요. 그 이름이라도 제법 값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성도에 가서 들은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신전병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은 레반트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달라진 것들 가운데 그를 비롯한 견습 기사들에게 좋은 일이 있는지 물으면 하나는 있을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단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시간이 걸린다?”


아레타의 말에 레반트는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 아레타는 굳이 감추거나 하지 않고 정해진 일을 일러주었다.


“당신을 포함해서 견습 기사들은 원한다면 모두 다른 기사단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어디건 손이 부족하고 당분간은 각지를 돌며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로앙은 몰라도 다른 이름을 받기란 어렵지 않겠죠.”

“다른 이름이라.”


나쁘지 않게 들렸지만 그렇다고 좋게 들리지도 않았다.


그가 바란 이름은 펠사나 케텔이 아니라 로앙이었다. 락번이나 톨레미도 아니었고 로앙이었다.


그런데 로앙이라는 이름이 이제 그 힘을 잃고 다른 이름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아도 어딘지 모르게 안타깝고 공허한 기분은 자제하기 힘들었다.


레반트는 문득 자신을 향해 말하는 이 역시 로앙이라는 게 떠올렸다.


그걸 생각한 순간 레반트의 입이 열리며 생각을 거치지 않은 질문이 나왔다.


“경께서는 여전히 로앙으로 사실 겁니까?”

“아마도 그렇겠지요.”


고민 없이 대답하는 모습에 레반트는 부럽다고, 이 사람처럼 당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들어갑시다.”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말에서 내려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 앞에 선 아레타는 양손을 문에 가져다 댔다.


“그건 한 사람의 힘으로 열릴 문이 아닙니다.”


아레타의 모습에 레반트가 화급히 다가오며 말렸다.


“교관들의 그 내기는 여전한 모양입니다.”


훈련장에 상주하는 교관들은 때때로 견습 기사들에게 내기를 제안하고는 했다.


때때로 그 내기를 받는 기사는 상위에 있는 이였고, 어떤 이는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콧대가 높은 이였다.


그리고 누구 하나 이 문을 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문은 사람 몇몇의 힘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었다.


그리고 실패한 이들은 언제나 같은 이야기를 듣고는 했다.


-너 홀로 얼마나 대단한 거 같아도 이런 문 하나 밀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그립군요. 하지만 저는 지금 좀 달라서요.”


구구구궁


“예전에는 이 문이 대단히 무겁고 벅찼는데 말이죠.”


거대한 문을 아레타 홀로 밀어내며 말하니 신전병들은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드러난 수호자의 단면에 곁다리로 붙어온 도적 조합 세 사람은 물론이고 레반트는 그렇지 못했다.


“괴물 놈이 무슨 성문 같은 걸 제집 문처럼 여네.”

“너에게 괴물 소리 듣고 싶지 않을 거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도 이건 부정을 못 하겠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신전에 저런 사람이 셋은 더 있다고 생각하면 매번 소름이 돋는다니까요. 으으.”


리발과 자르달 그리고 렉스의 반응은 그래도 두려워하는 정도로 끝이었으나 레반트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멍하니 문이 열리는 걸 보고 있던 레반트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낸 말은 여전히 그가 혼란스러움을 드러냈다.


“이, 이게 무슨?”

“수호자란 신께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걸 허락한 사람들입니다. 알아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들도 말입니다.”


당신들도.


이 말에 리발들은 그게 자신들을 가리키는 말은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게 이내에 그게 오해였음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우리한테 말하는 줄 알았네. 근데 쟤들은 누구야?”


리발의 중얼거린 것처럼 열린 문 안쪽에는 각각 철봉을 들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앳된 이들이 여럿 보였다.


“다들 무사했구나!”

“......레반트?”

그들을 알아본 레반트가 반색하며 다가가니 그들 가운데 몇이 이곳을 떠났던 그를 알아보고 동요했다.


반기는 게 아니라 동요하는 기색에 레반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대신전에서 사람들과 물자를 가지고 왔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 왔다고!”


레반트는 그렇게 말하며 일부러 몸을 옆으로 틀어서 멀리 있는 수레와 신전병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철봉을 겨눈 이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라.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레반트의 물음에 철봉을 겨눈 이들 가운데 하나가 힘없게 대답하며 팔을 내렸다.


그에 지금까지 손을 바들거리며 철봉을 들고 있던 이들 역시 하나둘 눈치를 보며 손을 내렸다.


레반트를 알아보고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철봉을 내렸던 사내가 이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음을 안 아레타는 한걸음 나서서 물었다.


“대신전에서 명을 받고 온 수호자 아레타입니다. 여러분의 선배이자 본래 로앙 외직이었던 몸이죠.”

“외직이라. 그 말이 그렇게 반갑게 들렸던 적이 없네요.”


아레타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힐 때로 말에 앞으로 나섰던 사내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 역시 경계를 풀었다.


무언가 확실히 있었음을 알려주는 반응이었다.


“문은 어떻게 여신 겁니까? 그 망할 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겁니다만.”


막았다는 말에 뒤를 보니 문 뒤에 지지대로 세워둔 나무 몇이 보였다.


그걸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는 걸 깨달은 아레타는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망할 놈들?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만.”

“아무도 없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레타의 대답에 사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게 사실이냐는 시선을 레반트에게 보냈고, 레반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며칠을 그렇게 두들겼던 놈들이 없다고?”

“미가로스,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어.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묻고 싶은데.”


미가로스라 불린 사내는 불길함을 느낀 듯 힐끗 문 너머를 보았다. 그러다가 무엇을 보았는지 그는 크게 당황하며 외쳤다.


“제길, 온다! 당장 문을 막아!”


그의 말과 동시에 견습 기사들이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아레타가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손을 잡았다고 말을 들었습니다. 헌데 굳이 그들의 힘을 빌려서 이곳을 치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요.”


철봉을 꺼내 들며 몸을 돌린 아레타는 멀리 보며 호붼에게 말을 건넸다.


“호붼 대장. 백색 교단이 옵니다. 이곳을 수비하세요, 치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당장 문을, 어? 어?”


두 사람의 말에 다급히 문을 향하려고 하던 미가로스는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진 아레타가 저만치 멀어졌음을 알고 당황했다.


“견습 기사, 운이 좋군요.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강력한 지원이 도착했으니 말입니다.”


호붼의 말에 미가로스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는 얼굴에 호붼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강철의 수호자가 이곳에 있으니 두려워 마시오. 신앙이 있다면 그대 역시 가호를 받아 무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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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 로앙의 이름 (4) 22.11.28 63 3 12쪽
96 8장 로앙의 이름 (3) 22.11.21 61 3 12쪽
95 8장 로앙의 이름 (2) 22.11.14 59 3 11쪽
94 8장 로앙의 이름 (1) 22.11.07 65 3 11쪽
93 7장 성도 격전 (15) 22.10.31 67 3 14쪽
92 7장 성도 격전 (14) 22.10.24 59 3 12쪽
91 7장 성도 격전 (13) 22.10.17 62 3 12쪽
90 7장 성도 격전 (12) 22.10.10 63 3 11쪽
89 7장 성도 격전 (11) 22.10.03 63 3 12쪽
88 7장 성도 격전 (10) 22.09.26 64 3 11쪽
87 7장 성도 격전 (9) 22.09.19 68 3 12쪽
86 7장 성도 격전 (8) 22.09.12 70 3 12쪽
85 7장 성도 격전 (7) 22.09.05 71 3 12쪽
84 7장 성도 격전 (6) 22.08.29 74 3 12쪽
83 7장 성도 격전 (5) 22.08.22 63 3 12쪽
82 7장 성도 격전 (4) 22.08.15 66 3 12쪽
81 7장 성도 격전 (3) 22.08.08 61 3 12쪽
80 7장 성도 격전 (2) 22.08.01 69 3 12쪽
79 7장 성도 격전 (1) 22.07.25 68 2 13쪽
78 6장 두 번째 기회 (10) 22.07.18 67 3 13쪽
77 6장 두 번째 기회 (9) 22.07.11 60 3 13쪽
76 6장 두 번째 기회 (8) 22.07.04 61 3 13쪽
75 6장 두 번째 기회 (7) 22.06.27 60 3 11쪽
74 6장 두 번째 기회 (6) 22.06.20 54 3 11쪽
73 6장 두 번째 기회 (5) 22.06.13 49 3 12쪽
72 6장 두 번째 기회 (4) 22.06.06 48 3 12쪽
71 6장 두 번째 기회 (3) 22.06.03 53 3 11쪽
70 6장 두 번째 기회 (2) 22.06.02 47 3 12쪽
69 6장 두 번째 기회 (1) 22.05.31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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