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541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6.06 23:00
조회
48
추천
3
글자
12쪽

6장 두 번째 기회 (4)

DUMMY

숲속에 일렁임이 강해진다 싶더니 어두운 수풀 사이사이로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다!”


꿀꺽


분대장의 말에 이발트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목울대를 움직였다. 헌데 그 소리가 이발트 본인에게 너무 크게 들린지라 혹여 누군가 듣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부끄러움이 들었다.


“쫄았냐?”

“......아니거든.”

“강한 척 하지마라.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드만.”


동료의 말에 이발트는 볼을 빨갛게 하며 대꾸할 말을 열심히 찾았다. 그러나 긴장한 탓인지 좀처럼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야.”

“어?”

“두려운 건 나도 같다고. 이게 진짜 처음이잖아.”


자신도 두렵다는 말을 입에 담은 동료는 곧 부러움을 담아서 분대장을 보았다.


“분대장은 직접 겪었다고 했었지. 나도 그래봤으면 저렇게 당당했으려나.”

“......그건 경험한다고 당당해지는 게 아니야.”


이적과 함께하진 않았으나 마수와 싸운다는 게 어떤 건지 보았던 이발트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그토록 불안하던 마음이 급격히 가라앉으며 평안을 찾은 그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전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당당하게 살 겁니다.’


“거창!”


차차차착


분대장의 호령에 지금껏 받은 훈련이 무색하지 않았던 듯 이발트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신전병들은 일시에 창을 앞으로 겨누었다.


“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긴장하던 이발트의 몸에 온기가 돌았다. 동시에 몸에서 힘이 솟기 시작했다.


훈련 중 몇 번이고 겪어보았지만 지금 느낀 건 그보다 더 강하고 따뜻했다.


“할 수 있어.”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불안감은 더는 없었다. 남은 건 오직 하나, 다가오는 적이 무엇이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뿐이었다.


크릉


사납게 우는 마수가 이를 드러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발트보다 크고 이곳에 있는 사람보다 적어도 배는 될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이발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기는 건 그들이라고 말이다.


그 확신은 곧 현실이 되었다.



***



“괴물들이 따로 없군. 저게 정말 같은 인간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 끌기도 못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마수가 물경 수천에 이른다. 리가르 지경 초입에 있는 수백의 신전병대를 잡아두는 것쯤이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눈속임을 위한 공격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글리언은 너무나도 쉽게 생각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수가 다가가면 창이 내질러오고 그 창날에 맞은 마수들은 본연의 힘을 잃고 며칠 굶은 야수처럼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자랑하는 재생력은 이적이 서린 창날에 닿은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일격으로 마수 하나가 죽고, 이격으로 다시 마수 하나가 죽는다.


어쩌다가 창날을 헤집고 신전병대에 그 이빨과 손톱이 닿을지라도 그것들은 저들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대신 노력한 대가로 배때기에 창날 여럿이 꼽히며 확실하게 죽을 수 있었다.


“제겔,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하잖아. 벌써 쓰러진 마수가 천 단위라니?”


전투를 개시하고 아직 얼마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마수들은 말 그대로 갈려 나갔다.


원숭이든, 박쥐든, 독수리든, 사자든, 악어든 상관없었다. 수많은 동물 형 마수가 보여준 건 오직 하나, 개체에 따라 죽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말했잖아. 그런 방식으로는 턱도 없다고.”

“.....인정하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하는 이, 테펠리움의 말에 마글리언은 오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마글리언은 테펠리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 깔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물량으로 단번에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적당히 이곳저곳 찔러보며 효과적으로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충고를 가벼이 넘기고 빠른 손실을 불러온 건 마글리언의 책임이었다.


“한번 물리겠다.”

“그게 쉽게 되겠냐? 이걸 빌려주지.”


테펠리움은 가벼이 생각하는 모습에 한심하다는 듯 보고는 손에 든 마하난의 비보를 높이 들었다.


그가 든 비보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곧 허공에 모이며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통상과 달리 연기가 좀처럼 형상을 이루지 않았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나 싶어서 곁눈질로 테펠리움의 얼굴을 살피니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에 다시 연기를 본 마글리언은 이것이 그가 흔히 쓰는 동물형 마수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무생물 마수인가.”

“안개 마수라고 하지. 제어권을 넘겨주마.”


테펠리움의 말에 마글리언은 천천히 허공에 떠 있는 연기 뭉치, 안개 마수 2체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일렁이며 마글리언의 손으로 다가온 안개 마수는 수차례 깜박이며 뇌운과 같은 빛을 뿜더니 이윽고 잠잠해졌다.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수 둘이 자신에게 종속되었음을 깨달은 마글리언은 묘한 얼굴로 테펠리움을 보았다.


“왜?”

“아니, 이런 재주 하나만은 참 뛰어나다 싶어서 말이지.”

“칭찬이 아니라 욕 같은데.”

“어느 쪽도 아니다. 그저 감탄일 뿐이지.”


좋은 말로 들려야 하건만 어쩐지 테펠리움의 귀에는 욕보다 더 심한 말로 들렸다. 가만히 말을 곱씹던 테펠리움은 이내에 못마땅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 나머진 알아서 해.”

“물론이지.”



***



“뭔가 이상한데.”


전황은 분명 이쪽이 더 유리했다. 그러나 아레타는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가 않았다.


‘너무 단순해.’


이곳은 저들, 백색 교단의 은신처이자 수도 공략을 위한 거점이라 여겼다. 도적 조합에서 이곳을 특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곳으로 향한 이들의 소식이 모두 끊겼다는 거였다.


그리고 실제로 저들이 이곳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아군이 아니라면 무조건 배척했다. 이는 이곳이 매우 중요하고 모든 준비가 끝날 때까지 들키면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런데 그런 장소에서 나오는 마수들은 숫자만 많지 고작해야 동물형 마수가 전부였다. 지금껏 보아온 상대, 지나온 전장에 비하자면 지나치게 대단치 않았다.


‘마티언 선배님이 말했던 마수 기사는 물론이고 거암 마수나 복제 마수도 보이지 않아. 정말 이게 다라고?’


수천에 이르는 동물형 마수만으로도 충분히 굉장하지 않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레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이걸로 수도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무언가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전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레타 경, 적들이 물러납니다.”

“물러난다고?”


호붼의 알림에 아레타는 생각에서 깨어나 마수들을 바라보았다. 과연 호붼이 말한 것처럼 가장 앞에서 싸우는 마수들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뒤에 있던 마수들이 등을 돌리는 게 보였다.


“무슨 수작을 부리, 저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가.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떻게 생각할지 알고 있다는 듯 숲속에서 짙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가만히 그걸 보던 아레타는 저것이 연기가 아니라 안개에 더 가까운 상태라는 걸 깨닫고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새로운 마수라. 이번에는 또 무슨 기괴한 직거리를 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접근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도록 명하세요. 일단 정체를 알아보죠.”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비톨람에서 겪었듯, 마수들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짓을 벌여서 이쪽을 곤란하게 했다. 이러니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리석다 여긴 아레타는 일단 신전병대에게 자리를 고수하도록 명하고 면밀히 안개를 살폈다.



***



“되게 기분 나쁜데, 대체 뭘까?”

“글쎄?”


동료의 말에 이발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창을 슬쩍 가까이 다가온 안개 무리 속으로 밀어 넣어보았다. 이적이 깃든 창날에 닿은 안개는 곧 흩어졌으나 고작 창날 하나 범위에 불과했다.


“허참, 이게 대체 뭐야?”

“다른 건 몰라도 기분 나쁘다는 건 아주 잘 알겠어.”


이발트와 마찬가지로 창을 조심스럽게 내질러 본 동료는 작은 구멍만 나고 창을 거두자 곧바로 메워버리는 모습이 징그럽다는 듯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좀 그렇긴 했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기에 이발트는 애매하게 웃었다. 그 자신도 창을 찔러넣었다 빼던 순간 썩 좋은 감각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거, 다가오는 거 같지 않아?”

“다가온다고?”


동료의 말에 이발트는 다시 안개를 살폈다. 그러자 안개가 여기저기 일렁이는 게 마치 사방으로 늘어나기 위해서 요동치는 거 같이 보였다.


“이거 더 물러나야 하나?”

“명령은 위치 사수인데?”

“끄응.”


동료의 말에 이발트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서 분대장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보다야 아는 게 많고 당당한 분대장이 무어라 말을 해주는 걸 바랐으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커헝!


“뭐, 뭐야!?”

“마수가 안개에 숨어있다!”


갑자기 들린 포효에 기겁하며 소리가 들린 쪽으로 창을 겨누니 먼저 상황을 알아챈 동료들이 먼저 창을 내질렀다.


파파팍


“또 온다!”


누군가의 경고에 이번에는 이발트도 정신을 차리고 창을 내질렀다. 그렇게 십여 마리 정도의 마수가 나왔지만 무사히 대응하고 모두 쓰러트린 이발트는 한숨을 돌리다 말고 다른 분대가 있는 곳이 시끌시끌한 걸 보았다.


“어?”



***



“산발적인 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려는 수작이군요.”


호붼의 보고에 아레타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개로 시야가 막고 그 속에서 이곳저곳에서 마수가 신전병대를 산발적으로 습격했다. 조금 전처럼 군세라 표현하기에 적합한 숫자가 아니라 기껏해야 무리라는 표현 정도로 끝인 숫자에 불과하다.


“무엇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까? 굳이 시간을 끌 이유가 저들에게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득이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호붼의 말에 아레타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일을 입에 담았다.


“......마수 기사.”

“불의 수호자님이 마주했다는 그것 말입니까?”

“그곳, 시작의 방에 들어찬 사기는 저런 마수 수백, 어쩌면 천은 만들어낼 수 있을 사기였습니다. 그런데 고작 마수 기사 한 체, 그것만으로 도 전부 사라졌죠.”

“마수를 마수 기사라는 걸로 바꾸기 위함이다?”


아레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얼추 알아들은 호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저들이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는 모르나, 마수 소모를 줄이고 시간을 끄니 전환하는 건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그러면 진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런 시야도 닿지 않는 곳으로 말입니까?”


아레타의 말에 호붼은 제 실책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눈앞에 있는 안개는 숲속 어두움이 밝게 보일 정도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 그 자체였다. 안쪽은 또 다를지도 모르고, 이적이라면 저것들을 헤치며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추측만으로 움직이기에는 상대가 너무나도 위험하고 교활한 이들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기에 호붼은 바로 말을 철회하진 않았다.


그의 심정이나 생각은 아레타도 모르진 않았다. 그렇기에 아레타는 잠시 고민하더니 안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상책은 아니겠죠. 한 개 분대를 따로 내가 이끌고 움직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작가의말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봐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해당 작품의 연재 횟수를 줄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주 1회, 월요일 오후 10시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재 횟수는 줄지만 이미 완결까지 줄거리와 플롯은 완성되어 있기에 느릴지언정 계속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8 8장 로앙의 이름 (5) 22.12.05 64 3 12쪽
97 8장 로앙의 이름 (4) 22.11.28 63 3 12쪽
96 8장 로앙의 이름 (3) 22.11.21 61 3 12쪽
95 8장 로앙의 이름 (2) 22.11.14 59 3 11쪽
94 8장 로앙의 이름 (1) 22.11.07 65 3 11쪽
93 7장 성도 격전 (15) 22.10.31 67 3 14쪽
92 7장 성도 격전 (14) 22.10.24 59 3 12쪽
91 7장 성도 격전 (13) 22.10.17 62 3 12쪽
90 7장 성도 격전 (12) 22.10.10 63 3 11쪽
89 7장 성도 격전 (11) 22.10.03 63 3 12쪽
88 7장 성도 격전 (10) 22.09.26 64 3 11쪽
87 7장 성도 격전 (9) 22.09.19 68 3 12쪽
86 7장 성도 격전 (8) 22.09.12 70 3 12쪽
85 7장 성도 격전 (7) 22.09.05 71 3 12쪽
84 7장 성도 격전 (6) 22.08.29 74 3 12쪽
83 7장 성도 격전 (5) 22.08.22 63 3 12쪽
82 7장 성도 격전 (4) 22.08.15 66 3 12쪽
81 7장 성도 격전 (3) 22.08.08 61 3 12쪽
80 7장 성도 격전 (2) 22.08.01 69 3 12쪽
79 7장 성도 격전 (1) 22.07.25 68 2 13쪽
78 6장 두 번째 기회 (10) 22.07.18 67 3 13쪽
77 6장 두 번째 기회 (9) 22.07.11 60 3 13쪽
76 6장 두 번째 기회 (8) 22.07.04 61 3 13쪽
75 6장 두 번째 기회 (7) 22.06.27 60 3 11쪽
74 6장 두 번째 기회 (6) 22.06.20 54 3 11쪽
73 6장 두 번째 기회 (5) 22.06.13 49 3 12쪽
» 6장 두 번째 기회 (4) 22.06.06 49 3 12쪽
71 6장 두 번째 기회 (3) 22.06.03 53 3 11쪽
70 6장 두 번째 기회 (2) 22.06.02 47 3 12쪽
69 6장 두 번째 기회 (1) 22.05.31 6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