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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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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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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8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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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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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장 성도 격전 (9)

DUMMY

끼기익-!


아톨란이 든 방패에서 난 빛은 찬란했으나 눈부시지 않았다. 헌데 원숭이 마수 기사는 그게 적잖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날뛰며 달려들려고 했다.


허나 그 움직임은 휘둘러진 채찍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사지를 결박함으로 제지되었다.


끼긱!?


“뭐, 뭐야!?”

“뭔지 모르지만 잘했네! 그대로 잡고 있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기껏 얻은 우위, 이대로 놓칠 생각은 추호도 없던 주블랑은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다른 감독관 출신들도 이게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걸 깨닫고 발을 굴렀다.


그러나 그들의 기세가 무색하게도, 원숭이 마수 기사는 그대로 눈이 햇빛에 녹는 것처럼 그 형상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아, 드디어 자유다.


“사, 사람?”

-고맙소, 회개자여.


희미해지던 인형은 어느새 사람의 형상이 되더니 편안한 얼굴로 감사를 표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아톨란은 대답을 요구하듯 주블랑들을 보았으나 그들이라고 무얼 알고 있을 리 없었기에 얻을 수 있는 오직 하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뿐이었다.


“그, 그래도 좋은 게 좋은 일......아!”


좋은 일이다, 그렇게 넘기려던 아톨란은 돌연 아래에 원숭이와 같은 게 둘 더 있음을 뒤늦게 떠올리며 급히 달렸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말이다.



***



“크윽!?”

“이 녀석, 힘이 더 강해졌어!”


분명 전과 다름이 없건만 이전보다 묵직한 충격에 펠사 기사 가운데 하나가 당황하며 외쳤다. 그러나 곧 그게 아니라 다른 일이 벌어졌음을 다른 기사가 알아채고 외쳤다.


“그게 아니야! 우리가 약해진 거다!”

“뭐?”

“제길, 진즉에 알았어야 했어! 다들, 바닥의 액체에서 거리를 둬!”

“액체? 이런!”


경고에 뱀 마수 기사를 향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발치를 살피니 어느새 뿌려졌는지 척 보아도 수상해 보이는 검은 액체가 여기저기 있었다.


그 액체에 닿은 천 조각이 시커멓게 물들어서 바짝 쪼그라든 걸 본 순간 그게 독이거나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임을 깨닫기란 어렵지 않았다.


“미치겠군.”

“중독되었다? 어느새?”

“후우, 진짜 얕볼 상대가.....제길, 이거 우리가 흘린 거였나?”

“우리가 흘렸다?”


이상한 말에 고개를 돌리니 한 기사가 닦아낸 땀을 허공에 털었다. 자세히 보니 통상 색이 없어야 정상인 땀이 검은색으로 일렁이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그들은 생각 이상으로 교묘하게 걸린 수작임을 깨닫고 등골이 싸해지는 걸 느꼈다.


바닥에 고인 액체는 그들이 흘린 땀으로, 일차 중독 원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독이 스며든 땀을 흘릴 정도로 그들에게 독을 주입한 근원은 뭐란 말인가?


쉬리릭


“저거군.”

“저거?”

“저 혀.”


뱀이라는 동물은 본디 이빨에 독을 품고 있다 알고 있는데, 뱀 마수 기사는 그런 상식을 무시하듯 혀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니, 혀가 아니라 점액 자체인 거 같은데. 꼬리를 봐.”


이제껏 막은 꼬리를 타고 흐르는 무언가를 목격한 동료의 말에 그제야 제대로 근원을 찾은 펠사 기사들이었으나 난감한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꼬리에, 꼬리 표면을 타고 흐르는 점액이 독이다?


그렇다고 막지 않으면 그대로 뼈가 부러질 게 뻔하다. 막아도 독이 스며들어 몸이 둔해진다.


진퇴양난이라는 건 실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쉬릭?


지금까지와 달리 의문이 담긴 뱀의 혓바닥소리가 들렸다. 고민하던 펠사 기사들을 돕겠다는 듯, 뱀 마수 기사를 향해 채찍이 날아서 휘감았다.


본인이 휘감는 건 좋아도 남에게 휘감기는 건 싫은지 뱀 마수 기사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몸을 구불거렸다.


그러나 한번 감긴 채찍은 도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점점 조여들기만 할 뿐,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뱀 마수 기사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경계 어린 시선으로 몸을 움직여 본인을 묶은 자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실내를 메우듯 빛이 번쩍거렸다.


“우왓, 눈이.......부시지 않네?”

“그러게?”

“어째 몸이 좀 가뿐해진 거 같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던 그들은 뱀 마수 기사가 점점 형상이 옅어지며 그 모습이 다르게 변하는 걸 목격했다.


-기나긴 세월 끝에 드디어 해방이로군.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는 너무나도 길었어.


교활함이 느껴지던 뱀의 외양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중후한 중년 남성의 형상은 그리 말하고 세상 이보다 편안할 수 없는 얼굴로 사라졌다.


상상도 못 한 광경에 펠사 기사들은 서로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했다.



***



부웅


날아드는 매 마수 기사의 공격을 다시 한번 흘린 케텔 기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셋 가운데 가장 편히 상대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상처가 적었다.


반대로 가장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걸 증명하듯 매 마수 기사에게 그들이 손을 댈 방법이 없었다.


한다면 공격하는 걸 노려서 반격해야 하나, 몇 번 시도한 끝에 상대로 그들이 노리는 걸 알았는지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그 신중함은 매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거북이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휘리릭


어디선가 채찍이 날아들더니 매 마수 기사를 잡으려고 하는 게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피한 것이 그저 운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님을 증명하듯 가볍게 고도를 올려서 피해냈다.


채찍이 꾸물거렸으나 한계가 있는 듯, 매 마수 기사는 쉬이 잡히지 않았다.


“포박용 채찍? 누구지?”

“아까 본 견습 신관인 거 같은데.”

“용케 어디서 저런 걸 구했군.”

“위험해!”


도우려는 마음은 매우 고맙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별생각 없이 말하던 중 매 마수 기사가 자신을 노린 이가 단단하고 위험한 이들이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곧장 보복하듯 달려들었다.


그걸 본 케텔 기사 가운데 한 사람이 외쳤으나, 그보다 매 마수 기사가 빨랐다.


그리고 매 마수 기사가 달려드는 것보다 빠른 게 있었으니, 바로 채찍을 휘두른 이의 방채 움직임이 이었다.


카각


날카롭기는 철검 못지않은 매 기사의 발톱이 그대로 방패를 긁었다. 케텔 기사들의 창대도 저걸로 인해 적잖이 상했는데, 견습 신관이 들고 나타난 방패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번쩍


방패에서 빛이 난 순간, 매 기사는 그걸 본능적으로 피하듯 공중으로 떠오르려고 했다.


“어딜!”


아까는 목표를 놓쳤던 채찍이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매 기사의 한쪽 발목을 잡았다.


캬악!


“으으, 이 녀석 잡는 것 좀 도와줘요!”


견습 신관의 외침에 멍하니 보고만 있던 케텔 기사들은 실책을 깨닫고 일제히 창을 들었다.


“들었지! 조준!”


차라락


창을 투창 자세로 잡으니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인지 매 기사가 더욱 발광했다. 그 모습에 가장 먼저 호령한 이는 지체하지 않고 외쳤다.


“투창!”


강력하지만 그 특성상 한번 쓰면 무기를 잃어버리기에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공격이나 상대가 고정되어있다면 이만한 수단이 없었다.


저택이라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메우듯 창이 공기를 가르고 매 기사에게 날아들었고, 불꽃을 머금은 투창들은 모두 목표에 적중했다.


그러나 마수 기사라는 걸 쉬이 볼 수 없다는 걸 알리듯, 창들은 박히지 않고 모두 튕겨졌다.


그 모습에 내심 자신만만했던 케텔 기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그것이면 충분했다.


캬아아.....


점차 비명이 잦아든다 싶더니 매 기사의 형상이 흐려지며 그 모습이 좀 더 사람에 가까운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온전한 사람이 된 형상은 회한이 가득 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감언에 넘어가 치른 대가는 크고 그 감당할 세월은 너무나도 길었구나. 당신들이 옳았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형상을 끝으로 더는 적이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고요를 찾은 저택에서 승리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사람, 견습 신관 아톨란은 얼떨떨한 얼굴로 채찍과 방패를 살폈다.


“이건 대체 뭐지?”

“미올의 가의 선조가 쓰던 거다. 옛 성전에서 이름을 알린 수호자, 회개의 수호자 미올의 방패와 무기지.”

“클레하스 형님, 아, 아니 신관장님?”

“그런 건 되었고 따라와라. 대신관장님께서 부르신다.”

“네?”



***



“적들이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지?”


기쁨에 물른 보고에도 마티언은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 기껏 보고하러 온 기사는 당황했다. 그런 그를 도와주려는 듯, 조금 한가해진 틈을 타서 찾아온 펠사 단장 칼롱이 말을 받았다.


“좋은 일이 아닙니까?”

“보통은 그렇지. 허나 저것들은 달라. 전멸하더라도 싸운다. 그렇게 해서 이쪽의 전력을 깎는 걸 더 달가워하고 다시 새로이 마수들을 데리고 오지.”

“그 보충이 여의치 않으니 물러나는 거겠죠. 아무리 백색 교단이라고 한들 저만한 수를 잃고 다시 만들기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숫자라면 저들은 어떻게든 금세 불려온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칼롱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 하지만 마티언은 예전 성전을 치르며 저들을 상대로 그런 상식적인 걸 기대해서는 아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아니면 여기에 용무가 없어졌다던가.”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여기에서 저들이 이기면 그야말로 저들 세상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칼롱의 지적은 타당했다. 그러나 마티언은 다른 일이, 저들이 이곳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에게 무얼 맡았다고 했는데.”


문득 전에 아레타가 떠나기 전에 얼핏 말하려다 관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머릿속에 한번 떠오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적들이 원하는 걸 들고 싸우러간가.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만약 저들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칼롱 넥서스 펠사입니다, 선배님.”

“그래, 여기 좀 잠시 맡아주겠나? 난 지금 바로-.”

“불의 수호자님께 대신전에서 전언입니다!”

가야겠다 생각한 곳에서 사람이 왔다는 말에 마티언은 제가 생각한 것이 반쯤 들어맞았음을 깨달았다.


그 이상은 이제 가서 볼 일이나, 아마도 틀리지 않을 거 같았다.


“나 여기에 있네.”

“예! 대신관장께서 속히 오시길 요청하십니다!”

“다른 수호자들은?”

“두 분 모두 이미 향하셨습니다!”

“둘?”


하나는 여기에 있고 하나는 멀리 갔으니 하나가 남아야 하건만, 둘이라니 의아한 얼굴이던 마티언은 대신전이 있는 쪽에서 느껴지는 익숙하면서 낯선 기색을 깨닫고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나 더, 인가? 헌데 이건 처음 느끼는 감각인데, 저번에는 없었던 친구려나.”


누가 되었건 함께할 동료가 늘었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이었다.


마티언은 기대를 담아 대신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그는 간절히 바랐다.


저기에 있는 새로운 수호자가 지원형이어서 그를 대신하고 그는 다시금 앞으로 뛰쳐나갈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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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8장 로앙의 이름 (2) 22.11.14 59 3 11쪽
94 8장 로앙의 이름 (1) 22.11.07 65 3 11쪽
93 7장 성도 격전 (15) 22.10.31 67 3 14쪽
92 7장 성도 격전 (14) 22.10.24 59 3 12쪽
91 7장 성도 격전 (13) 22.10.17 62 3 12쪽
90 7장 성도 격전 (12) 22.10.10 63 3 11쪽
89 7장 성도 격전 (11) 22.10.03 63 3 12쪽
88 7장 성도 격전 (10) 22.09.26 64 3 11쪽
» 7장 성도 격전 (9) 22.09.19 68 3 12쪽
86 7장 성도 격전 (8) 22.09.12 7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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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7장 성도 격전 (5) 22.08.22 63 3 12쪽
82 7장 성도 격전 (4) 22.08.15 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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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6장 두 번째 기회 (8) 22.07.04 6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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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6장 두 번째 기회 (6) 22.06.20 54 3 11쪽
73 6장 두 번째 기회 (5) 22.06.13 49 3 12쪽
72 6장 두 번째 기회 (4) 22.06.06 48 3 12쪽
71 6장 두 번째 기회 (3) 22.06.03 5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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