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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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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537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8.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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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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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7장 성도 격전 (6)

DUMMY

“좋아, 우린 여기까지다!”


슬슬 한계에 가깝던 스틸롱은 신전 기사들의 우렁찬 외침에 반색하며 남은 힘을 쥐어짜서 몸을 움직였다.


“하여간 굼뜨다니까!”


쿨레마 역시 간신히 살아났다는 표정이긴 했지만 그 입으로 투덜거리는 걸 잊지 않는 걸 보니 참 그다운 반응이었다.


동시에 두 사람 모두 같은 일을 하나 했는데, 바로 손이 닿는 한 쓰러진 도적 조합 소속 인원들을 챙기고 물러났다는 점이었다.


“이놈들은?”

“신경 쓰지 마.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펠사 기사 가운데 하나가 이곳에 쓰러진 면면은 물론이고 그들을 끌어내며 물러나는 이들 역시 얼추 누군지 알아채고 못마땅한 얼굴로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그에 함께 왔던 케텔 기사의 제지에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돌렸다.


이유는 모르나 저 사이한 것들과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나, 그래도 사람이라는 생각에 당장은 무어라 할 생각을 접었다.


당장은 말이다.


펄럭펄럭


“......이거 성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누군지 모를 신전 기사의 말에 다들 말은 하지 않았으나 내심 동의했다.


아마 누가 이곳에 있더라도 저 말에 동감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구라 할 사람의 몸에 매의 머리를 한 것도 모자라 양팔에 붙은 깃털이 장식이 아니라는 듯이 날갯짓하며 떠오르는 정체불명의 생물체를 보면 분명 그럴 것이다.


“제길, 살아서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죽어서 이런 걸 봐도 문제 같은데?”

“난 꿈에서나 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시시껄렁한 농담처럼 들리나 그들은 실제로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이미 대성전에서 그 험한 꼴을 보았던 이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었다.


긴장하는 와중에도 그간 했던 훈련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하는지 그들은 날아올라 그들을 노려보는 매 기사를 보며 제각각 검과 창을 들었다.


끼이익!


“온다!”

“날아다닌다? 간단히 말해 검이 닿지 않을 정도로 먼 곳에 있는 상대인가. 그러면 상대로 케텔이 앞장서겠다!”


한 케텔 기사의 말에 모든 케텔 기사는 그 말에 동의하듯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창을 치켜세웠다.


끼익!?


삽시간에 생긴 철의 가시숲에 마수 기사는 적잖이 당황한 듯 강하하다 말고 그대로 다시 날아올랐다.


“뱀이 움직인다!”


쉬릿


누군가의, 익숙지 않은 목소리에 이어서 공기를 핥는 기분 나쁜 소리에 케텔 기사단은 흠칫했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하강할 기회를 노리는 매 인간에게만 집중했다.


이곳에는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펠사의 규율은 까다롭지.”


한 펠사 기사의 선창을 시작으로 양날검이 다가와 휘두른 뱀 기사를 꼬리를 막았다.


고작 하나로 무얼 하겠냐는 듯 비웃은 뱀 기사는 바로 직후 꼬리에 느껴지는 묵직함과 파고드는 절삭력에 놀라며 꼬리를 뒤로 뺐다.


“이건 좀 할만하네.”

“날아다니는 것보다야 그렇지.”


하나의 칼이었으나 하나의 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듯 잠시 막은 칼 주변에 날린 펠사 기사들의 검은 날카로웠다.


이적이 깃들었다고 하나 쉬이 상할 게 아닌 마수 기사의 피부라고 할지라도 몇 지점을 정해두고 연이어 퍼붓는 찌르기와 베기에는 도리가 없었다.


“아비톨람에서 배웠던 것들에 저런 것도 있긴 했었지.”

“이거 우리가 감독관이라고 너무 거리를 둔 거 아닌가?”


수준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적은 그들도 품고 있다.


숫자도 마수 기사 하나를 상대하는 각각 신전 기사 숫자를 헤아리면 그들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 차이, 간단했다.


저들은 신전 기사단이 쌓아 올린 세월의 혜택을 받고 있고, 그들은 그걸 받았음에도 그들이 쌓은 죄악으로 인해 무의식중에 그런 세월의 힘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걸 가릴 상황도 아니고, 그래서도 아니 되었다는 걸 이제야 주블랑을 비롯한 감독관들은 깨달았다.


아니, 감독관이 아니다.


“우리는 다시 할 수 있어.”


주블랑의 말에 감독관이 아니라 아비톨람 기사로서 자신을 다시금 자각한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 아비톨람 기사의 이름으로!”

“아비톨람 기사의 이름으로!”



***



‘이렇게 끝인가?’


대대로 신관을 한 집안, 귀족에서 전향한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신실한 가문이었다.


이는 그들에게 신앙과 신학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조예가 생기게 했고,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게 했다.


그 결과 아톨란의 형 데일과 같은 이는 문무겸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톨란은 아쉽게도 그의 형이 아니었고, 그의 재질은 형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딱히 몸을 쓰는 일에 재능이 있지도 않았다.


고작 세 걸음, 위로 향하는 계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아톨란은 이게 의도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저 빌어먹을 원숭이가 자신을 놀리기 위한 의도라는 걸 말이다.


끼긱


아직도 모르냐고 하는 것처럼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하.’


정말 신경에 거슬리고 사람을 가지고 노는 원숭이였다. 그리고 저 원숭이가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견습 신관, 저것의 상대는 우리가 한다!”

“엇!?”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주블랑을 비롯한 아비톨람 기사들이 계단을 달려서 아톨란을 지나쳤다.


지친 그를 지나친 그들을 보며 걱정하기도 잠시, 곧이어 벌어진 광경에 아톨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 어? 이게 대체?”


한 사람이 계단을 달리며 원숭이 기사에게 발차기를 날린다. 원숭이 기사는 우습다는 듯 한쪽 팔로 막아내자, 이어서 그 다리를 노리고 다른 이가 검을 휘둘렀다.


다리를 노리는 걸 살짝 뛰어서 피하니 이번에는 두 사람이 검을 세워서 가슴팍을 노렸다. 이에 원숭이 기사가 꼬리를 계단 손잡이에 감아 피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처음에 발차기를 날렸던 이에 더해서 다른 사람 셋이 더해 총 넷, 네 사람의 검이 마치 둔기처럼 허공을 갈랐다.


콰앙!


“이걸로 끝이긴 않겠지?”

“목을 베었다면 모를까, 이걸로 끝이면 이렇게 고생하진 않겠지. 개 대가리도 그랬고.”

“그래, 그랬지.”


끼이익!


충격으로 터진 벽 속 구멍에서 원숭이 기사가 성난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 게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더 마수 기사를 상대하는 걸 난관이라 여기지 않았다.



***



“대기하던 펠사와 케텔 녀석들 가운데 다수가 안쪽으로 향했습니다.”

“안쪽?”


안쪽이라는 말에 로앙 기사단 단장 알톤의 얼굴에 흥미가 돌았다.


“어디지?”

“안쪽 귀족거리입니다.”

“귀족거리라.”


머릿속에서 지도를 띠우고 생각하니 적당히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았다.


대신전과 성벽의 중간 정도에 있는 위치를 떠올린 그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몸을 돌려서 성벽 안쪽을 바라보았다.


“페사알리, 로앙 일부를 그리로 보내라.”

“귀족거리로 말입니까?”

“그래, 귀족거리로. 다만 느리게.”


알톤의 첨언에 페사알리는 그가 무엇을 노리고 그러는지 깨닫고 차가운 눈으로 주변 전황을 살폈다.


아직 밀리는 기색은 없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수월하게 밀어내는 기색도 아니다.


비등,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태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좋군요. 허면 일이 끝나면 어디로 모일까요?”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는 거다. 그거야 정해져 있지.”


진정한 로앙이라 칭하는 그들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장소가 있었다.


그리고 알톤의 말은 명백히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드디어 수많은 세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고의 세월이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런 그에게 기뻐할 일이 맞다고 확신을 더해주듯 알톤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이런 곳, 이제 더는 올 필요도 없다. 우리의 성지로 갈 시간이다.”


그들의 성지.


그 말에 페사알리는 정중하게 손을 가슴에 올리고 진심으로 예를 다해 경의를 표했다.


“로앙에게 불멸의 영광을.”

“로앙에게 불멸의 영광을.”


혹여라도 로앙이 다른 누군가에게 들릴지 모르나 이제는 상관없었다.


해가 닿지 않는 곳이 아니라, 해 아래서 얼마든지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될 테니까.



***



“거지 같군.”


성벽에서 전황을 살피며 불의 수호자 마티언 로앙은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예전에, 그러니까 저번 성전에서 그는 항상 선봉이었다.


‘불’이라는 성질은 그가 받은 이적에 한정된 게 아니라 성격도 포함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괄괄했고,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렇기에 항상 참지 못하고 맨 앞으로, 그렇기에 항상 다들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를 ‘선봉의 마티언’이라고 부르는 수호자나 신관도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그저 이적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며 지켜만 보는 신세라니, 만약 그 시절 동료들이 살아서 이 모습을 보았다면 참으로 웃음을 참지 못할 노릇이었다.


‘그립군.’


그들이 자신을 보고 웃는다고 할지언정 마티언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 생각했다.


“마티언 경!”

“......이럴 때가 아니었지.”


다급한 음성에 정신을 차리듯 두어 차례 고개를 흔든 마티언은 곧장 고개를 틀어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어느새 불을 짓누르고 길이 되어버린 바위 더미가 둘이 되었다. 먼저 만들어진 길은 사람들을 투입해 막고 있었으나 강고한 자, 아레타가 보유한 강철의 이적이 없는지라 싸우면 싸울수록 모두 상처가 늘고 있었다.


체력이야 이적이 보충해준다고 하나 늘어나는 상처는 점점 사람들을 둔하게 했고, 더 많은 사람과 손이 있어야 길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길이라니, 실로 끔찍한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은 어째서 움직이지 않지?”


이적이 공유하는 절대적 특성.


그건 바로 백색 교단이 사용하는 사기, 마수나 그 술식의 근본에 완벽한 상극이라는 점이었다.


일단 이적이 깃드는 순간 그자의 무기는 저들을 상대로 동화 속 용사와 같이 싸울 수 있었다.


그러니 여기에 시간의 수호자가 와서 그를 도와주면 한결 수월해지겠지만, 그는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마티언에게 불만보다는 불안을 품게 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예정이기에?’



***



“움직였나.”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본다.


신이 허락한 한도에서라고는 하지만 그는 그렇게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보는 건 과거와 미래만이 아니라 현재도 포함한다.


이 현재를 보는 시야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그가 본래 보는 눈으로 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시야다.


또 하나는 그가 본 미래가 이루어지는 순간을 볼 수 있는 시야로, 이때는 거리와 장소에 관계없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팰론은 그 두 번째 시야를 보고 있었다.


“데일 신관님.”

“존칭은 생략해주시죠.”

“이런, 입버릇이.”


양쪽이 신전 기사이고 신관이던 시절에 만나서 굳어진 버릇은 지금도 이런 관계도 변한 후에도 잊지 말라는 듯이 종종 튀어나오고는 했다.


그러나 이게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평온하던 시절, 그저 생각 없이 있어도 괜찮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과거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는 미화되는 법.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해도 괜찮았던 때를 떠올리며 잠시 향수에 젖었던 팰론은 철봉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시다. 사람을 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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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8장 로앙의 이름 (3) 22.11.21 60 3 12쪽
95 8장 로앙의 이름 (2) 22.11.14 59 3 11쪽
94 8장 로앙의 이름 (1) 22.11.07 65 3 11쪽
93 7장 성도 격전 (15) 22.10.31 67 3 14쪽
92 7장 성도 격전 (14) 22.10.24 59 3 12쪽
91 7장 성도 격전 (13) 22.10.17 62 3 12쪽
90 7장 성도 격전 (12) 22.10.10 63 3 11쪽
89 7장 성도 격전 (11) 22.10.03 63 3 12쪽
88 7장 성도 격전 (10) 22.09.26 64 3 11쪽
87 7장 성도 격전 (9) 22.09.19 67 3 12쪽
86 7장 성도 격전 (8) 22.09.12 70 3 12쪽
85 7장 성도 격전 (7) 22.09.05 71 3 12쪽
» 7장 성도 격전 (6) 22.08.29 74 3 12쪽
83 7장 성도 격전 (5) 22.08.22 63 3 12쪽
82 7장 성도 격전 (4) 22.08.15 66 3 12쪽
81 7장 성도 격전 (3) 22.08.08 6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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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6장 두 번째 기회 (9) 22.07.11 60 3 13쪽
76 6장 두 번째 기회 (8) 22.07.04 61 3 13쪽
75 6장 두 번째 기회 (7) 22.06.27 60 3 11쪽
74 6장 두 번째 기회 (6) 22.06.20 54 3 11쪽
73 6장 두 번째 기회 (5) 22.06.13 49 3 12쪽
72 6장 두 번째 기회 (4) 22.06.06 48 3 12쪽
71 6장 두 번째 기회 (3) 22.06.03 53 3 11쪽
70 6장 두 번째 기회 (2) 22.06.02 47 3 12쪽
69 6장 두 번째 기회 (1) 22.05.31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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