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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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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8.17 22:20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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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7
추천수 :
203
글자수 :
672,214

작성
24.02.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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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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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카데미 재판

DUMMY

화르륵!


가론의 손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푸른빛이 특이하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황태자는 침묵을 깼다.


“그게 전부인가.”


불꽃 마법.

그건 마법의 기본이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황태자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삼켰다.


‘아르웬의 추천을 받았다기에 기대했더니.’


거래는 끝이다.

감히 제국의 황태자를 우롱하다니.

극형을 내려도 모자랄 판이다.


황태자는 기사단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려두고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짓을 주자 기사단장이 가론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가 검을 뽑는 순간 가론의 목은 떨어질 것이다.


“세, 세상에···! 이럴 수가!”


옆에서 난데없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제국의 황실 수석 마법사 카발라였다.


황태자가 손을 들어 올리자 기사단장은 한걸음 물러섰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카발라는 제국 제일의 마법사.

근거 없이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자가 아니다.


황태자는 다시 가론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는 자랑하듯 불꽃을 선보일 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다시 봐도 그저 불꽃 마법일 뿐.

무엇이 일류 마법사를 흥분케 하는 것인가.


”카발라. 설명을 해주겠나?”


불꽃에 정신이 팔려있던 카발라는 황태자의 물음에 황급히 설명했다.


“저하. 인류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대자연의 마력 덕분입니다.”

”알고 있네. 인간은 대자연의 마력을 흡수 가공하는 방식으로만 마법 발현이 가능하다지.”

”그렇습니다. 허나 저 마법은 대자연의 마력으로 발현한 것이 아닙니다! 저것은 고유의 마력! 이 세상에 고유의 마력을 가진 종족은 딱 세 종족밖에 없습니다! 바로 드래곤, 정령, 마녀입니다!”


황태자는 깜짝 놀라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렇다면 저자는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아닙니다. 인간이 확실합니다. 체내에 흐르는 자연 마력의 순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카발라는 흥분과 두려움에 목소리를 떨었다.


“고유의 마력은 그 자체가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와 같아서, 인간의 몸으론 절대 담을 수 없습니다! 드래곤은 심장에, 정령과 마녀는 영체로써 존재하기에 고유의 마력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황태자는 다시금 가론을 바라보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대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라.”


가론이 입을 열었다.


“평범한 인간입니다. 다만, 마녀의 마력을 쓸 수 있을 뿐이죠.”

”마녀라고?”


그 순간.

대강당은 소란스러워졌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물론, 기사들마저 마녀라는 단어에 혼란스럽다는 듯 웅성거렸다.


“그만! 정숙하라!”


루히 기사단장의 호통에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소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다시금 비명과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디메시아···!”


이번에도 카발라였다.

그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떨고 있었다.


“황태자 저하! 이제 알겠습니다! 저 마력은 디메시아의 것입니다!”

”디메시아라고···?”


여태껏 침착함을 유지하던 황태자도 그 말을 듣자 크게 흔들렸다.


디메시아. 푸른 불꽃의 마녀 디메시아.


황태자도 익히 알고 있다.

아니, 그녀를 모른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수의 왕 켈베로스를 봉인하고, 악신 디마크라의 파멸을 이끈 세계의 구원자.


판게아의 역사에서 절대로 뗄 수 없는 신화적인 존재다.


디메시아는 파이어 제국과도 연이 강하게 닿아있다.

이그니스 드 파이어.

위대한 건국 황제의 부인이었으니까.


제국에서는 매년 건국제와 함께 디메시아를 기리는 제를 지낸다.


디메시아의 황금상에 입을 맞추는 것은 황제와 황태자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이기도 했다.


그 위대한 존재의 마력을 저 가론이 가지고 있다고?

믿을 수 없다.


”푸른 불꽃···! 아···! 내가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카발라는 얼굴을 감싸 쥐며 자책하듯 말을 내뱉었다.


“푸른 불꽃은 오직 디메시아만이 발현할 수 있는 불꽃 마법입니다! 푸른 불꽃은 세상의 모든 불꽃의 왕!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도 흉내 낼 수 없는 지고의 마법입니다!”

”뭐라고?”


모두의 시선이 푸른 불꽃에 향했다.

저 불꽃이 이프리트의 불꽃보다 더 위대하다니.


황태자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과연··· 그대는 아르웬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었군. 디메시아의 마력을 지닌 인간이라.”


황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대로 죄를 묻지 않겠다. 이 일도 불문에 부치지.”

”감사합니다! 저하!”


엎드려있던 학원장이 외쳤다.

그러나 황태자는 학원장에겐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오직 파이론만을 바라보았다.


“자네의 잠재력은 실로 놀라워. 대마법사 아르웬이 자네를 제국의 아카데미에 추천한 것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군.”


황태자는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눈을 빛냈다.


“거래 하나 더 해보는 건 어떤가.”

”하나 더요?”

“그래. 아카데미도 좋지만, 자네의 잠재력은 그것을 훨씬 상회하네.”


황태자는 은근한 말투로 말했다.


“어떤가. 황실에 들어오는 건. 여기 있는 카발라는 제국 제일의 마법사지. 제국에서 8위계에 도달한 자는 그가 유일하네. 그의 곁에서 마법을 배워보면 어떤가.”


디메시아의 마력이다.

그 힘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제국은 물론, 세계를 주무를 수도 있을 테지.


“약속하지! 내 모든 마법을 전수해 주겠네!”


황태자의 제안에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카발라였다.

디메시아의 마력을 연구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기세였으니까.


황태자는 자세를 바르게 고쳐잡았다.

애원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강요는 아니네. 자네가 위대한 파이어 제국의 제국민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은근슬쩍 제국민임을 인식시킨다.


언제든 자신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도록.

이런 대어를 다른 자들에게 내어 줄 순 없으니까.


“자. 어떤가. 거래를 받아들일 텐가?”


---


---


‘괜히 황태자가 된 게 아니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화법을 구사하는 게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거절합니다.”


황태자의 눈이 눈에 띄게 가라앉는 게 보였다.

그가 물어왔다.


”이유가 뭔가?”

”아카데미 생활이 마음에 들거든요.”


황실에 간다면 풍족하게 지낼 수야 있겠지만.

딱 봐도 저 유능한 황태자 밑에서 뽑아 먹힐 가능성이 높다.

3년 차 직장인의 감이다.


그리고···


“하아···”


하범은 온몸을 비틀며 아쉬움을 표하는 노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인체 실험 같은 걸 당할 것 같단 말이지.’


노마법사의 눈빛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득했다.

그런 비틀린 애정은 사절이다.


”어쩔 수 없군.”


황태자는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물론 그냥 가진 않았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나?”


직감적으로 미끼라는 걸 알아챘다.

훗날 이것을 트집 잡아 하범을 꼬드길 셈이겠지.


‘뱀 같은 녀석.’


저런 노골적인 추파는 당연히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듯한 청마저 거절하면, 일개 가론이 황태자를 상대로 철벽을 치는 게 돼버린다.

황태자는 그 틈을 노려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수락하든 안 하든 빚을 지게 만들 생각이다.


무서운 꼬마다.

권력으로 상대를 휘어잡는 데 도가 튼 녀석이다.


“그럼 하나 부탁드릴게요. 제가 마녀의 마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함구해 주셨으면 해요. 기왕이면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요.”


괜히 세간에 알려졌다간 귀찮아진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둘 다 하범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하범에게 부담스런 관심은 사절이다.


”간단한 일이지.”


황태자는 선포하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명이다. 파이론에 대한 사실은 일체 함구하도록. 이일이 새어나간다면 극형으로 다스릴 것이다!”

”예! 황태자 저하!”


대강당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다음에 또 보지. 파이론.”


황태자가 움직이자 루히 단장과 카발라를 포함한 모든 기사들이 차례대로 그의 뒤를 따랐다.


아카데미 교수들도 황태자를 배웅하기 위해 뒤따랐다.


대강당엔 학원장과 테일러, 하범만이 남았다.


“파이론. 너한테 목숨을 빚졌네.”


황태자의 모습이 사라지자, 테일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범을 끌어안았다.


“나중에 꼭 갚아라?”

”물론이지! 친구!”


장난치긴 했지만 하범은 눈치채고 있었다.

하범을 끌어안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두려웠을 것이다.

그는 방금 죽다 살아난 셈이니까.


“고마워··· 정말···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하범은 학원장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하범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드세요.”


학원장이 고개를 들자 하범은 그녀를 향해 고개 숙였다.


“폭죽을 터트린 건 저였습니다. 저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진 거에요. 미안합니다.”


학원장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하범을 탓하진 않았다.


“그렇군요···”


하범은 고개를 들고 학원장과 눈을 마주했다.


“저는 당신이 나쁜 사람인 줄로만 알았어요. 저를 가론이라고 무시하고 차별했으니까. 제가 폭죽을 터트린 건 그 때문이었어요. 그런 당신이 싫어서.

물론 당신을 이해합니다. 신분사회니까. 당신도 자라오면서 가론에 대한 온갖 관념과 선입견을 접했겠죠.”


하범은 묵혀두었던 감정을 끄집어내 뱉었다.


”하지만 말이에요. 꼭 그렇게 싸가지없게 굴 필욘 없었잖아요.“


목소리가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학원장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학원장은 하범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건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범은 다시금 목소리를 냈다.


“또 기억하세요. 이 일을 계획한 건 당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당신이 어머니라면 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깨닫고 이해해 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하범은 테일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테일러. 너도 마찬가지야. 남자답게 굴어. 열심히 노력해서 마법사가 된 다음 떳떳하게 요구하란 말이야. 모험을 떠나고 싶다고.”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그는 결심한 듯 메먼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동안 당신의 속만 썩였네요.”

”그래··· 내가 너를 너무 억누르려 한 것 같구나···”


하범은 대강당에서 나왔다.

테일러와 메먼.

그들이 서로를 이해할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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