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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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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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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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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신입생 환영 파티

DUMMY

달빛 아래, 가로등처럼 서 있는 조명 아티팩트는 야외 연회장을 은은하게 비췄다.

테이블 위에는 갖가지 먹음직스러운 파티 음식이 올려져 있고.

우아한 바이올린 연주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더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드레스와 정장을 갖춰 입고 와인잔을 부딫히며 파티를 즐겼다.


“모두 즐거워 보이네요.”


메먼 학원장은 연회장의 전경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 자리한 교수진들은 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교수들과 이런저런 환담을 나누던 학원장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학원장 님.”


앳된 목소리에 학원장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 시선을 돌렸다.

선홍빛 단발머리. 총기를 띈 선홍빛 눈동자.

우아하게 솟아난 콧날과 매끄러운 턱선은 도도한 매력을 발산하고.

꼿꼿하게 세워진 목선과 은은하게 드러난 쇄골은 완숙하게 자란 숙녀의 기품을 자아냈다.

다가온 이가 누구인지 알아본 학원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스칼렛 양!”

”표창 수여식 이후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칼렛 아미 란크로모리스.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이자 아카데미의 자랑이다.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6위계에 달한 천재 마법사이며, 아카데미에서 최상급생이라 불리는 메이저 클래스에서도 톱의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한마디로 교내 1위 우등생.

게다가 뒷배경도 우수하다.

그녀는 제국 귀족 서열 1위인 란크로모리스 대공의 장녀.


사실상 황실 마법사 자리를 이미 따놓은,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마법사라 할 수 있다.

제국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책임을 지는 아카데미의 학원장에게 있어 그녀는 복덩이와 다름 없는 존재인 것이다.


스칼렛 역시 그런 학원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학원장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인사할 수 있는 건 그녀의 특권이기도 했다.


“올해 신입생들은 어떤가요?”

“과반수가 심사 기준을 크게 웃돌았답니다. 특히 저쪽에 있는 셀레나 양은 무려 5년 만에 나온 만점자이지요.”


학원장은 순백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를 가리켰다.

그녀는 연회장의 중앙에서 한 마리의 백조처럼 주목받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었다.

스칼렛이 짐짓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자 학원장은 은근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스칼렛 양도 만점자 시죠. 그게 5년 전이니 스칼렛 양 이후로는 처음인 셈이로군요. 우연하게도 셀레나 양도 당신과 같은 원소 특화계 전공이랍니다.”

”그렇군요. 나중에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예상대로 스칼렛의 눈빛은 더욱 반짝였다.

유능한 인재들의 등장은 언제나 그녀의 열의에 불을 지폈으니까.

학원장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곧 열시 군요.”

“저는 그럼 가보겠습니다.”

”올해도 멋진 환영 인사 부탁드려요. 스칼렛 양.”


학원장은 스칼렛의 어깨를 가벼이 두드리며 그녀를 배웅했다.

다시 교수진들의 대화에 끼려던 학원장에게 또다른 이가 다가왔다.

스칼렛 양이 잊어버린 게 있을까 싶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돌렸으나, 곧 그녀의 눈동자에 의문스런 빛이 일었다.


“학원장 님. 이렇게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적발에 살굿빛 눈동자.

건장하고 다부진 체격의 남학생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알터가문의 아론이었다.

일전에 파이론과 그가 뒤뜰에서 벌인 일을 떠올린 학원장은 탐탁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가요?”

”학원장 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론의 손에는 파일철로 정리된 종이 서류가 들려있었다.

그는 기질에 맞게 대뜸 그것을 내밀었다.

하지만 학원장의 표정은 급속히 딱딱해졌다.


“소명하고자 하는 사실이 있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검토 후 이루어져야 합니다. 입학행정처에 제출하세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아니 우리는. 더 기다릴 수 없습니다. 많은 동기들이 원하는 일입니다. 읽어보십시오.”


그가 워낙 강력하게 피력한 탓에 학원장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아무리 일개 학생이라도 상대는 제국 제 2 황실 기사단장 루히 크룰루 알터 공작의 장남이다.

그러한 뒷배경을 함부로 좌시할 수는 없는 법.

학원장은 일단 연유인지만 확인 하겠다는 생각으로 파일을 받아들었다.


“이건···”


학원장의 눈에 약간의 이채가 서렸다.

그것은 가론 신입생 파이론에 대한 아카데미 퇴출 서명 모음이었다.

아카데미 내에 가론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명목으로, 백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서명이 담겨있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 건지 알겠군요.”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는 귀족 학교.

고귀한 귀족 자제들이 수준 높은 환경에서 교육 받기 위해 존재하는 장소.

그러한 곳에 예법은커녕 가정교육도 제대로 받았을지 모르는 가론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존재의의를 흐트러뜨리는 짓이다.

법적으로도 가론을 받는 게 금지되어 있었으니 사실 그의 입학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마법사 아르웬의 초청장은 그 모든 것을 무시할 정도의 힘이 있다.

황실에서도 즉답이 왔을 정도니까.


입시 합격을 조건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불만스러웠다.

출신조차 알 수 없는 가론을 이런 터무니 없는 특혜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사실이.


게다가 그는 입학 하루 만에 사고를 치지 않았나.

마법은 엄중하게 다뤄져야만 하는 고차원적인 도구.

그것을 단순한 사내들의 힘 싸움에 사용하는 것은 용납 할 수 없는 일.


그녀가 파이론에게 이틀 정학과 벌점이라는 가벼운 벌로 그쳐야 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대한 사고를 치지 않는 한, 반드시 경고성 처벌이 있어야 퇴학 명령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그 기회가 지금 오다니.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학생들은 누구나 원하는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다수가 원한다면 가문도 작위도 없는 가론 한명 쯤, 얼마든지 학원장의 재량으로 내보낼 수가 있다.


“아무래도 저희와 같은 뜻을 가지신 거 같습니다.”


학원장의 반응을 본 아론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


---


“마리엔. 어디 간 거야?”


셀레나는 불편한 심기가 가득한 얼굴로 와인을 홀짝였다.

파티장에 올 때까지만 해도 마리엔은 그녀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졌고 돌아오지 않았다.


셀레나는 주변에 서성이는 학생들을 곁눈질로 쏘아보았다.

물과 기름 사이에 낀 거품처럼 언제나 그녀를 맴도는 존재들.


‘차라리 그 남자라도 있었다면.’


순간 든 생각에 셀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도 내심 주위를 둘러본다.

그도 보이지 않았다.


‘지루해.’


흥미가 떨어진 셀레나.

그녀의 눈동자에 수상한 움직임이 보인 것은 그때였다.


그들은 선배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더니 서명을 받아내고 있었다.

어떤 선배들은 아예 그들과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


‘그 남자와 관련된 일이네.’


마리엔이 곁에 있는 한 그녀도 교내 분위기를 모를 수 없었다.

파이론과의 결투에서 비긴 아론이 앙심을 품고 그를 아카데미에서 퇴출하려 한다.

그리고 오늘이 그 계획의 실행일인 듯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아론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서명을 모아 학원장과 교수진이 자리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실권을 가진 학원장을 설득해 변수 없이 일을 끝낼 생각이다.


‘나는.’


그녀는 눈을 감았다.

알고 있었다.

대강당에서 아론과 마주했을 때.

그가 자신을 감싸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나는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그건 그가 멋대로 끼어든 탓이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하지만 왜일까.

신경 쓰였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주변의 소음이 일순간 사그라들었다.

연회장에 마련된 단상 위에 누군가 올라섰다.


“학생회장 스칼렛 님이세요!”

”그 란크로모리스 공작가의 천재 공녀님?”

”와! 입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직접 뵙게 되는 날이 오다니!”


신입생들의 목소리마저 잠잠해질 즈음 단상 위에 올라선 학생회장이 입을 열었다.


“신입생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스칼렛 아미 란크로모리스입니다.”


가볍게 고개 숙인 학생회장에게 점잖은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카데미는 여러분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사말의 내용을 세 단어로 압축하면 환영, 격려, 동기부여다.

그럭저럭 들어줄 만 했지만 셀레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은 황성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달랐다.

평화롭고. 조용하고. 고요했다.

자신이 이 순간을 누려도 될지 고민이 들 정도로.


그때였다.

어두운 밤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한 줄기의 빛을 발견한 것은.


“···여러분은 마도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부디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학문적 성취를 이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귓가를 채우던 학생회장의 목소리도 일순간 멈췄다.

청취하던 학생들이 의문스런 목소리를 낼 때쯤.


퍼엉――! 펑――!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형형색색의 빛무리가 출현했다.


---


---


“그러니까 여기에 불을 붙이면 되는 거지?”

”그래. 최대한 강하게 붙여야 해. 이 아티팩트는 화력에 따라 세기가 달라진다고.”


화력에 따라 폭죽의 세기가 달라진다.

테일러가 하범을 계획에 끌어들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아론을 상대로 불꽃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보고 재능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


푸른 불꽃의 화력은 하범도 그 끝을 시험해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늘을 아주 폭죽으로 뒤덮어 주지.


하범은 마력의 실로 만든 도화선을 집어 들었다.

아직 각 건물에 설치된 아티팩트의 도화선이 연결되지 않았다.

때문에 테일러는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어 도화선을 이곳으로 한데 모으고 있었다.


“정령 마법은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하하! 그렇지? 사라는 굉장하다고!”


테일러의 주위에는 항상 미약한 바람이 일었다.

CF 찍는 연예인처럼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그가 데리고 있는 바람의 정령 탓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령을 『사라』라고 이름 붙여 불렀다.


어쨌든 사라의 도움으로 모든 마력의 실이 우리가 있는 도서관 옥상에 한데 모여 다발을 이뤘다.

테일러는 마지막으로 그 다발을 내가 잡은 도화선과 연결했다.


“준비는 끝났어.”

”이제 불붙인다?”


하범이 왼손을 들어 올린 순간.


“멈춰!”


쩌렁쩌렁한 외침.

황급히 옥상 입구를 돌아보자 낯익은 파란 곱슬머리 여학생이 보였다.

마리엔 밈 픽시펜슬이었다.


“다 알고 왔으니까 당장 그만 둬!”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야?”


하범의 물음에 마리엔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이윽고 그녀 앞에 마력장이 펼쳐지며, 홀로그램 지도처럼 아카데미 전경이 나타났다.

그 중심에 있는 도서관에 빨간 점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저 반지는 추적용으로 개발된 아티팩트 같았다.


“파이론. 네가 주말 동안 아카데미 건물에 폭발형 아티팩트를 두고 다녔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너희. 아카데미를 폭파할 생각이지?”


마리엔은 의기양양해 보였다.

말투에서 그 당당함이 물씬 묻어나왔다.


”응?”


반대로 하범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테일러도 어이가 없다는 듯 실실 웃기 시작했다.


검거 현장임에도 범인이 웃고 있다.

저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기대한 것과 다른 반응이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듯 마리엔의 표정에 당황이 서렸다.


“오해야. 우린 폭죽···”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마리엔이 움직였다.

도로 계단을 내려가려는 것이다.

그녀를 놓치면 이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것이다.


”테일러!”

”알고 있어!”


하범의 외침에 테일러가 달려들었다.

마리엔은 그럴 줄 알았다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이미 자가 마법진을 가동하고 있었다.


“워터풀(Water Full)!”


도서관 옥상은 건물 크기가 큰 탓에 운동장처럼 넓었으나,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워터풀.

무려 4위계 광역 마법이기에 가능한 양이었다.

하범은 도화선을 물이 닿지 않는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신입생이 4위계를 쓴다고? 사기치지 마!”


테일러의 외침에도 마리엔은 멈추지 않았다.


”워터 웨이브(Water Wave)!”


역시나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한 4위계 광역 마법.

거대한 해일이 테일러와 하범의 머리 위로 솟구쳤다.

정통으로 맞으면 아티팩트는 물론, 하범과 테일러까지 옥상 밖으로 쓸려나갈 것이다.


”사라!”


후우우웅―!


테일러의 외침에 거센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돌풍은 해일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긴 어려웠다.

하지만 시전자인 마리엔의 무게 중심을 흔들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자세가 흐트러진 마리엔은 마력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했다.

해일은 테일러의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파이론! 지금이야! 빨리 불을 붙여!”

”알았어!”


하범은 잔물결을 피해 푸른 불꽃을 마력에 실에 옮겨 붙였다.


화르륵!


푸른 불꽃은 도화선을 따라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안 돼!”


마리엔이 뒤늦게 해일을 일으켜 불꽃을 덮치려 했다.


“그렇겐 안되지.”


하범은 푸른 불꽃의 온도를 일순간 높였다.

그러자 불길을 덮치려던 해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순식간에 하얀 증기로 변해버렸다.


“뭐, 뭐라고?! 어떻게 그런!”


마리엔은 경악스런 소리를 내질렀다.

무려 4위계 광역 마법.

그것을 역상성 마법으로 압도해 버렸으니 당연한 반응.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맹렬히 타오르는 푸른 불꽃은 옥상을 뒤덮은 물마저 완전히 증발시켜 버렸다.


털썩.


마리엔은 허탈한 모습으로 무릎 꿇었다.

테일러도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그 순간.


펑―! 퍼버벙―!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장식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어찌나 위력이 강력한지, 미사일처럼 솟구친 수백개의 불덩어리들이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게 만들었다.


“폭탄이 아니었다고···?”


마리엔은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테일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마리엔에게 다가갔다.


“생각 잘 하는 게 좋을 걸? 꼬마 아가씨?”

”뭐?”

”곧 있으면 교수들이 찾아올 거라고. 그 말은 너도 공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거지.”


마리엔은 기가 찬다는 듯 소리쳤다.


“웃기지 마! 난 너희가 하려던 짓을 막으려 했을 뿐이야! 너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테일러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범도 옆에서 가세했다.


”글쎄. 우린 별로 상관없어. 기껏해야 유급이나 벌점 좀 받겠지.”

”애초에 그걸 각오하고 벌인 거거든. 근데 너는 어떨까?”

”우리가 공범이라고 잡아뗀다면?”

”보니까 이번에 차석으로 입학했던데, 이미지적으로나 학업적으로나 너한테는 타격이 클걸?”

”이익···!”


마리엔은 반박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다.

저들의 협박은 유효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학원장에게 일렀다면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일은 벌어졌다.

저들이 공범이라 잡아떼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만약 그녀가 공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는다면, 셀레나 님을 볼 면목이 없다.


애초에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신한 게 문제였다.

파이론에게 한방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잘못된 판단을 한 걸 땅을 치고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리엔은 두 손을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 알겠다고! 비밀로 할 테니까 나는 빼줘.”


그 순간 하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건 안되지. 우린 이제 운명 공동체라고.”


테일러도 낄낄 웃으며 동조했다.


”이제 우리 한팀이네?”


마리엔은 두 남자가 낄낄 거리는 모습을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뭐! 웃지만 말고! 이제 어쩔거야!”

”어쩌긴. 도망쳐야지!”


하범이 재빨리 옥상 계단을 내려가자, 그 뒤를 테일러가 따랐다.

혼자 남은 마리엔은 아직도 그치지 않은 불꽃 놀이를 쳐다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계단을 내려갔다.


---


---


학원장은 들고 있던 파일을 떨어뜨렸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밤하늘은 그야말로 폭죽의 향연이었다.

도대체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은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며 감탄사를 자아냈지만, 저것은 파티에 기획된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녀가 그런 걸 허용하게 둘 일도 없다.

뭔가 잘못됐다.

저 정도 위력이면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제국의 수도 전체를 밝힐 정도다.


“안티메터! 제논! 마니몬! 룩!”


메먼 학원장은 근처에 있던 교수 넷을 불렀다.


“저, 저 짓거리를 당장 멈추게 해요! 그리고 주동자를 빨리 잡아 오세요!”


그녀의 분노에 교수진들은 바짝 긴장하며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들이 자가 마법진을 가동하여 모습을 감추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아론이 학원장에게 소리쳤다.


“가론을 퇴출해야 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학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빨리 확답을 받고 싶은 마음에 재차 소리친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학원장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학원장은 거칠게 톡 쏘아붙이곤 그녀 역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 모습을 감추었다.


“젠장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론은 뒤쪽에 서 있던 에드와 데이빗을 향해 소리쳤다.

화풀이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론은 아직도 펑펑 터지고 있는 밤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왜 하필 이때냔 말이야! 왜 하필! 그 망할 녀석을 쫒아낼 절호의 기회였는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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