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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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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9.05 22:2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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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2
추천수 :
206
글자수 :
703,391

작성
24.03.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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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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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융합 마법진

DUMMY

벤치에 앉아 머리를 긁적이던 하범은 결심한 듯 일어섰다.


“교수님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겠지.”


교수들이 거주하는 교수동은, 아카데미 중심을 기준으로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중심부에 있는 경기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미국식 가정집 같네.”


붉은 벽돌길을 따라 비슷한 구조의 싱글 하우스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외벽에 화려한 파사드가 조각된 아카데미 교사와 달리, 이곳의 집들은 수수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띠었다.


하범은 벽돌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집 앞에 멈춰 섰다.

길가에 나있는 거주자 팻말에, 찾던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울란 링 프리드니츠」


마법 기초학을 연구하는 퍼스트 클래스의 담당 교수다.

그는 오전 강의 이후로는 공강으로 알고 있다.

지금쯤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하범은 조약돌이 박힌 길을 따라 문 앞에 섰다.

옆에 달린 종을 흔들자 내부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끼익.


문고리가 돌아가며 오울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파이론 군이로군요. 어쩐 일이시죠?”

”교수님과 상담하고픈 것이 있습니다. 잠시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좋아요. 들어오세요.”


교수는 하범을 거실 쇼파에 앉혔다.


“차 드시나요?”

”네. 주세요.”


오울란은 따뜻한 물과 찻잔을 가져왔다.

그러나 곧 난처한 얼굴을 했다.


”이런··· 찻가루가 얼마 없네요.”

”괜찮아요. 그냥 주세요.”


오울란은 쇼파에 마주 앉아 찻물을 우리곤 하범에게 찻잔을 건넸다.

마셔보니 향만 날 뿐 물맛이었다.


“그래요. 파이론 군. 상담하고 싶은 내용이 뭐죠?”

“저 융합 마법진을 배우고 싶습니다.”


순간 오울란의 표정이 굳어졌다.


“융합 마법진은 시니어 클래스에서나 기초 이론을 배웁니다. 당신에겐 너무 이른 단계예요.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신 겁니까?”


장미 수호병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라고 말할 순 없다.


“위계를 높이고 싶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강해지고 싶은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오울란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파이론 군. 마도의 길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기초가 단단해야만 오를 수 있는 것이 위계입니다.”

”그 기초가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 결국 마력 운용, 술식, 발현을 최적화하는 것뿐이잖아요.”


자가 마법진을 쓸 수 있는 이상, 마법사로서 기초적인 기술은 마스터한 것과 다름없다.

지금 듣는 강의는 모두 경험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위계가 올라갈 테지만, 단시간 내에 폭발적인 위계 향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울란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파이론 군. 지금 스펙트럼이 어떻게 되죠?”

”3위계가 최대고, 총 3개까지 저장해서 발현할 수 있어요.”

“미안하지만, 그걸론 어림도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한 오울란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진지해져 있었다.


“그때 디메시아의 불꽃을 선보였으면 안됬습니다. 저하께선 당신을 반드시 이용하려 들 겁니다. 당신이 지키고 싶어 했던 비밀도 필시 새어 나가겠죠.”


아무래도 그는 오해를 한 것 같다.


“급한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융합 마법진은 차원이 다릅니다. 적어도 6 위계의 문턱에 오르고 나서 시작해야 합니다.”


오울란 교수는 결국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교수 중 가장 친절하다고 알려진 그가 철벽을 칠 정도면 다른 교수들에게는 물어보나 마나였다.


하범은 교수동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이번엔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그놈의 융합 마법진이 도대체 뭐기에 교수나 부학생회장이나 저리 설레발을 치는 건지.

직접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 같았다.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의 도서관.

통칭 불꽃 도마뱀의 서가.


운동장처럼 넓은 도서관에는, 수백개의 책장과 수만권의 책들이 진열 되어있다.


전생에서도 도서관은 얼씬도 하지 않았던 하범에게 이곳은 미궁이나 다름없었다.


융합 마법진은커녕, 마법진과 관련된 도서를 찾을 수나 있을까.


“후. 겨우 찾았네.”


두 시간 동안 기웃거린 끝에 마법진 관련 책장을 찾았다.


“이제 2차전인가.”


수백권이 꽂힌 책장에서 융합 마법진과 관련된 책을 찾아야 한다.


“도대체 다른 학생들은 읽고 싶은 책을 어떻게 찾아내는 거지?”


책들의 크기나 모양, 표지나 양식이 워낙 다양한 데다, 제목도 온전치 못한 것들이 많아서, 골치가 아팠다.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노가다다.


“자가 마법진의 기초. 이건 아니고. 봉인 마법진 설계. 이것도 아니고. 마법진에 대한 고찰. 이것도 아니고···”


한참을 빨빨거리며 뒤졌지만 나올 생각이 없다.

이대로면 하루 종일 책장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안 되겠어. 다른 사람에게 찾아달라 부탁하자.”


이곳엔 사서가 없다.

염동 마법이 탑재된 아티팩트가 주기적으로 도서관을 돌며 책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에게 부탁해야 한다.


하범은 중앙으로 나왔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책을 쌓아놓고 독서를 하고 있었다.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것이 굉장히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누구한테 물어볼까?’


하범은 사냥감을 물색하는 사냥꾼처럼 학생들을 훑었다.

그러다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새하얀 머리에 새하얀 눈동자.

셀레나 후안 아스펜이었다.


그녀는 아티팩트에 책을 반납하고 있었다.


‘좋았어.’


하범은 주먹을 불끈 쥐고 셀레나에게 다가갔다.


“안녕?”


혹여나 무시할세라 하범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찾고 싶은 책이 있는데, 도서관엔 처음 와봐서. 혹시 도와줄 수 있어?”


또 칼 같이 거절할까 봐 걱정했는데, 셀레나는 생각보다 유하게 답했다.


”뭘 찾고 싶은데.”

“융합 마법진.”


그러자 하얀 눈동자가 새침하게 깜빡였다.

마치 네가 그걸 왜? 라고 묻는 듯 하다.


”따라와.”


셀레나는 하범이 두 시간 만에 찾은 책장을 단번에 찾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여기야.”


셀레나는 자신의 키보다 살짝 높은 곳에 있는 서가를 가리켰다.


“와. 진짜네? 어떻게 한 번에 찾은 거야?”

”이미 다 읽었으니까.”

”응?”


예상치 못한 답변에 귀를 의심했다.


“다 읽었다고? 이걸 전부다?”


적어도 스무권.

책 두께가 주먹 만 한 이 거대한 가죽 책들을 전부 다 읽었다고?


“너··· 입학한 지 2주도 안됬잖아···?”


새하얀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고맙다곤 안 해도 돼. 그럼.”

”잠깐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더 고민할 것도 없다.

무조건 그녀를 붙잡아야 한다.

저 책의 두께를 본 순간 내린 결정이다.


“부탁이야. 융합 마법진에 대해 알려줘.”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하범을 노려보았다.


”내가 왜?”

”그냥 알려주면 안 돼?”

”싫어.”


회초리마냥 따갑다.


또각. 또각.


그녀의 단화 소리는 일말의 주저없이 멀어져간다.


“그래.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


---


“무거우면 들어줄까?”


은근슬쩍 다가오는 그를 무시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골라두었던 책 두 권이 어깨 위로 떠올랐다.


“와. 이런 책들을 읽는구나 너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고른 책에 대해 떠들었다.

무시한 채 다음 책장으로 이동했으나, 그는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귀찮아.’


처음부터 도와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그때 승낙을 해버린 걸까.


“쫒아오지 마.”

”싫어.”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말투를 따라 했기 때문이다.


“많은 거 안 바래. 융합 마법진이 어떤 건지만 알려줘. 어려운 거 아니잖아.”

”너한테 할애할 시간 없어.”


돌아서려 했지만, 그는 손목을 잡았다.


“이거 놔.”

“혼자 뭐가 그렇게 바쁜데?”

”놓으라고 했어. 분명히.”

”아니. 너가 솔직하게 말해주기 전까진 안 놔.”


머리가 뜨거워진다.

가슴이 답답하다.

느껴진다.

지금 진심으로 화가 나있다.


“놔.”

”싫어.”


결국 참지 못하고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짜악―!


굉장히 큰 소리가 났다.

주변에 누군가 있었다면 깜짝 놀라 찾아왔을 정도로.


그는 손을 놓았다.

시선을 급히 돌렸다.

때릴 생각은 없었다. 경고만 할 생각이었다.


왜 이렇게 예민해진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염동 마법이 풀려버렸다.


개당 3KG은 넘는 두꺼운 책 열 권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라 대처할 수 없었다.


그때 그가 달려들었다.

그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퍽! 퍼버벅!


두꺼운 책이 그의 등을 때렸다.

그 충격이 자신을 안고 있는 팔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다.


“괘, 괜찮아?”

“아니.”


대답하는 그의 입김이 입술에 닿았다.

순간 지금 그와 너무 가까이 있음을 의식해 버렸다.

손을 뻗어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안고 있는 팔을 놔주지 않았다.


“이건 날 때린 벌이야.”


그 순간 그의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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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융합 마법진 24.03.04 9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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