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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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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9.05 22:2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6,595
추천수 :
206
글자수 :
703,391

작성
24.03.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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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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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셀레나 크림 하이시스

DUMMY

붉은 카펫을 따라 검을 들고 도열해 있는 붉은 기사들.


그 사이로 중년의 여성 마법사와 지팡이를 짚는 노마법사가 거닐었다.


금광석이 박힌 붉은 대리석 대전은 부지런히 걷지 않으면 안 되었다.


두 사람이 금으로 칠해진 이중문 앞에 서자, 옆에 서 있던 기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메먼 넬라 블로우 경과 안티메터 게니 루이스 경이 위대하신 엠비시오닌 도미닉 파이어 황태자 저하를 뵙길 청하옵니다!”


두 사람이 문 앞에 무릎 꿇자, 곧 문이 열렸다.


“들어오라.”


앳된 목소리가 대전에 메아리쳤다.

두 사람은 고개 숙이며 예를 표하고, 일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쿵.


문이 닫히고 소음이 잦아들었다.


황태자는 금빛 옥좌에 앉아, 자신의 발 앞에 무릎 꿇은 둘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소식은 들었네. 검은 해골이 뽑혔다지?”

“그렇습니다. 저하.”


수염이 지긋한 노교수 안티메터가 품에서 예지 카드를 꺼내 보였다.


“벌거벗은 인간. 마녀의 고깔모자. 검은 해골이옵니다.”


황태자는 미심쩍은 눈으로 카드를 바라보다가 옆에 서 있던 카발라에게 물었다.


”그래. 이게 그렇게도 호들갑을 떨 일인가. 카발라.”


카발라가 한발짝 나서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저하. 검은 해골은 마수왕 켈베로스의 봉인이 풀렸을 때도 뜨지 않았던 그야말로 대재앙의 표식입니다.”

“마수왕의 부활보다 더 큰 재앙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러자 곁을 지키고 있던 황실 기사단장 루히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시라도 빨리 그의 신변을 확보하여 제국의 해가 되지 않도록 제거하여야 합니다!”


그 목소리가 워낙 기백이 다분해 방안을 크게 울렸다.

카발라는 그것이 못마땅하다는 듯 제동을 걸었다.


”파이론 군에게 대재앙 카드가 나왔다고 해서, 그가 원인이라고 판단하지 마시오. 루히 단장. 예언은 그리 일차원적으로 흘러가지 않소.”


루히는 조소했다.


“그 가론 아이가 죽는 것이 그리 아깝소? 카발라 경?”


카발라도 지지않고 대꾸했다.


”파이론 군이 경의 아들을 마법 불구로 만들었다지. 그 아이를 원망하는 것은 이해하오.”


두 사람의 신경전에 황태자가 질린다는 듯 손을 휘적였다.


“집안싸움은 딴 데 가서 하게.”


그는 조용히 고개 숙이고 있는 학원장에게 물었다.


”파이론은 지금 어디에 있나.”

“아카샤마의 방에 있습니다. 스칼렛 아미 란크로모리스를 그에게 보내어 아카샤마의 예언을 받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카발라가 안도의 목소리로 답했다.


“저하. 아카샤마를 이용하면 대재앙의 예언을 파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국의 심장에서 대재앙이 일어나도록 둘 수는 없다. 경들은 모두 아카샤마의 예언에 따라 사태 해결에 대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저하.”


방 안에 있던 모두가 고개 숙이며 답했다.

찬찬히 모두를 살피던 황태자가 문뜩 학원장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파이론이 최근에 붉은 장미 숲에 들어갔다지?”


학원장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부학생회장 레니 루인 스테드의 증언에 따르면, 마녀를 만나기 위해 학생들로 구성된 일부 인원과 숲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황태자는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처럼 눈을 빛냈다.


”행보 하나하나가 정말 예상을 할 수 없는 자로구나. 그래. 마녀는 만났다더냐?”

”예. 허나 뜻대로는 되지 못하고, 마녀가 일행 중 하나를 인질로 삼아 그와 내기 결투를 제안했습니다.”


황태자는 놀랐다는 듯 큰 목소리로 물었다.


“장미 불꽃의 마녀가 내기 결투를?”

”예.”

”허! 동족조차 거부하고 수백 년간 아카데미에 홀로 은거하던 그 외골수 마녀가 먼저 내기 결투를 제안해? 거참 희한하군!”


옆에 있던 카발라가 물었다.


“인질은 누구였는가?”

”셀레나 후안 아스펜입니다. 올해 들어온 신입생 중 촉망받는 인재로, 입시 만점을 받고 수석 입학한 여학생입니다.”

”안타까운 일이군. 수석을 잃게 되다니.”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황태자는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스펜이라고? 처음 들어보는 가문 명인데?”

”아스펜 가는 제국 동쪽 변방에 위치한 자작 가문입니다.”

”그런 시골 촌구석에서 수석 입학자가 나왔다고? 혹시 얼굴을 좀 볼 수 있나?”


학원장은 자가 마법진을 사용해서 인적 사항이 적힌 책을 소환했다.


“일루젼 프로필(Illusion Profile)!”


인적 사항을 토대로 학원장이 기억하는 셀레나의 모습이 마력장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백조처럼 하얗고 우아한 셀레나의 모습이 그려지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지성 뿐만 아니라 외모마저 제국을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재목이었다.

그녀를 잃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였다.


“하하하!”


황태자가 갑자기 박장대소를 했다.

의자를 탕탕치면서까지 웃으니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거 형님이 아시면 좋아라 하겠구나!”


황태자는 눈물을 손가락을 덜어내며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모를만해. 워터 제국의 황녀는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의도를 파악한 학원장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 말씀은 저 학생이···”


황태자는 눈에 힘을 주며 답했다.


“셀레나 크림 하이시스. 워터 제국의 1 황녀이자 차기 여황제가 될 여인이지. 형님이 한눈에 보고 반했다는데 정말 미인이로군.”

”이럴 수가! 그렇다면 아스펜이라는 가문은···”

”워터 제국과 내통한 놈들이다. 가문은 멸문하고 모두 참수시켜라. 제국의 배신자는 죽음뿐이니까.”

”예!”


루히 단장이 외쳤다.

황태자는 옥좌에 등을 기대며 입꼬리를 올렸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구나. 검은 해골, 마녀의 내기 결투, 그리고 숨어들어온 워터 제국의 황녀까지 말이야.”


---


---


아카샤마는 은회색 마력을 방사하며 방 내부의 모습을 바꾸었다.


마치 영화관의 영사기처럼, 방사된 마력은 색깔이 입혀지며, 폐허가 된 아카데미의 전경을 그렸다.


하범은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서 짙은 어둠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저게 대재앙이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꿈틀거리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아카샤마의 빛이 반짝이며, 전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범이 발견한 검은 것은 타르처럼 끈적거리는 검은 액체를 뿜어내며 주변을 검게 칠하기 시작했다.


그것과 닿은 것들은 부식되고 녹아내리며, 종래에는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검은 액체는 계속해서 주변을 침식시키며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수도 전체까지 퍼졌다.


인간들은 마법과 기사들을 대동해 검은 액체를 막으려 들지만, 어떤 공격도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저 계속해서 확산하고 소멸시킬 뿐.


결국 모든 것이 소멸하고, 남은 것은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바다.


그것이 아카샤마가 내다본 미래.


“알았으니까 이제 해결책을 알려줘.”


하범의 바람이 닿았는지, 아카샤마가 다시 빛났다.


이번엔 아직 폐허가 되지 않은 건물 아래 인간의 형상을 한 대재앙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것과 마주한 두 사람.


“저건···!”


두 사람은 하범과 그레이스였다.

아카샤마는 거기까지 보여주고 꺼졌다.


스칼렛이 첫마디를 뗐다.


“검은 존재는 조만간 나타날 겁니다.”


시온이 덧붙였다.


“파이론 군. 당신은 마녀님과 함께 검은 존재와 맞서 싸워야 해요. 세 장의 카드는 그것을 의미하는 거였어요.”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레이스와 함께 싸워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그녀와는 내기를 건 상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나?


그레이스가 그것을 받아들일까?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그레이스에게 죽을 것이다.


하범은 주먹을 쥐었다.


설사 납득한다고 해도, 내기는 유효하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레이스를 쓰러뜨리는 것.

오직 그것뿐.


---


---


셀레나는 짙은 장미 향에 눈을 떴다.


“이건···”


그녀가 덮고 있는 건, 장미 꽃잎으로 엮어 만든 이불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물 줄기로 이루어진 집은 작고 아담했다.

한 사람이 살만한 작은 집.


작은 창 너머로 붉은 노을빛이 스며들어왔다.


셀레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이 장미꽃.

장미로 이루어진 사막에 갇혔다면 이런 느낌일까.


작은 집은 높이 솟은 장미 언덕에 둘러싸인 분지처럼 덩그러니 있었다.


몇발자국 걸었을까.


붉은 고깔모자를 쓴 마녀가 장미꽃밭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스스로 장미꽃이 된 것처럼.


그런 마녀에게 저도 모르게 이끌려 다가갔다.


“깨어났군.”


인기척을 눈치챈 마녀가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셀레나는 놀라지 않은 척 물었다.


“여긴 어디야?”

”내 집이다.”


말문이 막혔다.

정신을 잃기 전 마주했던 마녀는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녀의 모습처럼 온화하고 평온하지 않은가.


“날 왜 죽이지 않았지?”

”내기를 했으니까.”


내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야?”

”모두 돌려보냈다.”

”···”


마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셀레나에게 다가갔다.

입술을 꼭 다문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셀레나에게 말했다.


“무슨 내기를 했는지 묻지 않는구나.”

”그게 무엇이든 불가능하니까.”

”디메시아의 아들이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


디메시아.

전설의 불의 마녀.

푸른 불꽃의 디메시아.


그리고 파이론의 푸른 마력.


“설마··· 파이론이···?”


마녀는 셀레나를 흘끗 쳐다보곤 그대로 지나쳤다.


“안으로 들어와라. 이야기나 하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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