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29 22:2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5,074
추천수 :
201
글자수 :
532,117

작성
24.02.16 22:20
조회
117
추천
3
글자
13쪽

마법과 검

DUMMY

메먼 학원장은 몹시 피곤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하범이 추측컨데 메먼 학원장은 아침형 인간이 틀림없다.

그녀의 표정에서 숙면 직전에 강제로 호출되었을 때 나오는 온갖 히스테리적인 감정들이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그 원인 중 하나가 자신이 싫어하는 인간이라면?

목소리에 서린 노기는 그녀가 얼마나 빡이 쳤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다니! 제정신인가요?”


상대는 진검을 썼는걸요.

라고 대꾸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학원장은 아론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가론이라는 확증편향이 저 머리통에 속에 가득할 거라는 사실을.


”위험한 마법은 안 썼어요. 오히려 위험한 건 저놈이라고요. 저 녀석은 제 목을 노렸어요. 절 죽일 생각이었다고요!”


학원장은 하범의 말을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정말 최악이었다.


“아론 학생.”

”네.”


학원장은 기절해 있는 두 똘마니를 가리켰다.


”당신은 저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세요. 내일 강의에 지장이 없도록 주의하시고요.”


저 마귀할멈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부드러운 목소리.


“훗.”


자신과 하범에 대한 명백한 차별을 느꼈는지 아론 녀석은 비릿한 웃음소리를 냈다.


‘뭘 잘했다고 웃어?’


하범은 울화통이 치솟는 기분을 간신히 눌러 담아야 했다.

여기서 터져 버리면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는 끝이니까.

아론이 사라지자 악귀처럼 변한 학원장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예상했던 그대로군요. 첫날부터 사고를 치다니! 이래서 가론을 받아들이면 안되는 거였는데!”

”시비는 저 녀석이 먼저 걸었어요.”

”조용히 하세요! 뭘 잘했다고! 수업 시간 이외에 마법은 금지입니다! 그런 간단한 교칙조차 지키질 못하다니!”


무슨 말을 하든 상대는 들을 생각이 없으니 하범은 학원장과의 대화를 포기했다.


“할 말이 없나 보군요?”

”뭐라 하든 변명이라고 할 거잖아요.”

”그야 당신이 사고를 쳤으니까! 저는 이번 일을 절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에겐 벌점을 부여하겠어요! 그리고 이틀간 정학입니다!”


벌점에 정학까지.

솔직히 학업에 별로 감흥이 없는 하범에게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었다.

대신 기분은 아주 드러웠다.

사고 치는 놈 따로, 벌 받는 놈 따로 있으니까.

학원장은 뒤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한바탕 잔소리를 퍼붓고는 사라졌다.


“아주 나만 미워하지? 서러워 죽겠네.”


끝판왕의 등장으로 인해 기숙사 창문은 이미 다 닫혀있었다.

하지만 잔소리는 아마 모두가 들었을 것이다.


”내가 원했던 그림은 이게 아닌데.”


결투는 우세로 끝났지만, 결과적으로 하범도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잘난 척 하는 양아치를 한 방 먹였지만 본인 역시 대가리가 깨진 셈.


“억울하긴 하지만 비겼다 하지 뭐.”


하범은 왠지 쓸쓸해진 마음을 안고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입구에서 누군가 하범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여학생이었다.

연둣빛 단발머리에, 청순 무구한 얼굴.

한마디로 말하자면 꽤 이쁘장한 숙녀였다.

숫기 어린 얼굴과 다르게 성숙한 몸매를 지녔기에 하범은 저도 모르게 존댓말을 했다.


“저 불렀어요?”

“그게··· 미안해요.”


그녀는 다짜고짜 고개를 떨궜다.

하범이 영문도 모른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으니, 여학생이 뒤늦게 덧붙였다.


“제 딴에는 말리려고 한 거였는데··· 안 좋게 되신 거 같아서요···”

”아···”


어떤 맥락인지 이해했다.

학원장을 호출한 게 이 여학생이었던 것이다.

여학생도 주동자가 아론이라는 걸 아는데 학원장이 하범에게만 벌을 주니까, 제 딴에는 도움을 주려 한 일인데 의도치 않게 하범이 피해를 입었으니 그 점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다.

거기까지 이해되자 하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죠.”


하범이 학점 같은 걸 신경 쓸 일도 없고, 이틀이면 정학도 그렇게 큰 타격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일이 뒤에 알려졌을 때 그 마귀할멈이 어떻게 나왔을지··· 으. 상상도 하기 싫네요.”

”마, 마귀 할멈···”


단어 선택이 신박했는지 여학생은 아연실색했다.


“···”


슬슬 헤어질 타이밍.

여학생은 새삼스레 하범을 바라보았다.

무슨 할 이야기가 남았나 하고 마주 보니, 그녀는 연둣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어렵게 입을 뗐다.


“이거 받아주세요.”


그녀가 건넨 건 향수 샘플보다 더 작아 보이는 손가락 크기의 유리병이었다.

그 안엔 투명한 액체가 소량 담겨있었다.


“제가 직접 만든 포션이에요. 이쪽에 상처가 있으셔서···”


그녀가 손가락으로 턱 아래를 가리켰다.

방향을 따라 슬쩍 만져보니 피가 묻어나옴과 동시에 쓰라림이 느껴졌다.

결투 도중에 생긴 상처 같았다.

포션을 손가락에 묻혀 상처에 바르니 귀신같이 쓰라림이 사라진 데다 피도 멎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안 했네요. 저는 파이론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그녀가 방긋 웃었다.


“알고 있어요. 대강당에서 봤거든요.”


어쩐지 낯설어하지 않더라니.

아무래도 대강당에서 아론과 기 싸움 했던 장면이 꽤 많은 이들에게 보여진 모양이었다.


”저는 루시 레어라고 해요. 세컨드 클래스고 포션을 전공하고 있어요.”


세컨드 클래스는 하범이 속한 퍼스트 클래스의 다음 등급.

열아홉인 하범에 비해 한두살 더 많은 듯한 그녀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찾아오셔도 좋아요.”


루시는 여자 기숙사 쪽으로 사라졌다.

혼자남은 하범은 괜스레 턱을 매만졌다.


“허··· 이거 시그널 아닌가?”


도울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니.

진정하려 했지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거야! 내가 원했던 게 바로 이거라고!”


꿈에 그리던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그것이 현실이 되기까지 머지 않았다!


---


---


위대한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 학생들의 공통적인 가십거리는 대체로 마녀와 학생회장에 대한 이야기로 수렴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바로 마녀에 대한 소문.


“그거 들었나요? 어제 정원에 마녀 님이 잠깐 나타났었나 봐요!”

”정말인가요!? 아~ 부럽네요. 저도 마녀님의 존안을 뵙고 싶었는데.”

”그러니까요. 하도 모습을 안 드러내시니 마녀님을 뵙지도 못하고 졸업하시는 분도 많으시잖아요.”

”마녀님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실까요?”


수다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은 특히나 가십에 민감하다.

간밤에 있었던 가론과 알터가(家) 장남의 결투는 그야말로 가장 뜨거운 가십거리였다.


“메먼 학원장의 개입만 아니었어도 틀림없이 알터 경이 이겼을 거예요.”

“하지만 그전까지 가론이 알터 경을 농락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 가론 있잖아요. 제 누이동생이 가까이서 얼굴을 봤는데 꽤 멋지게 생겼다고 하던데요?”

”그래봤자 가론이에요. 설마 가론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런 거 꿈꾸고 계시는 거 아니죠?”


무승부로 끝난 결투에서 아론이 이겼다는 파와 하범이 이겼다는 파, 그리고 그와 별개로 하범의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 나뉘어 이 사람에게 저 사람에게 옮겨졌다.

그리고 카페테리아에서 한가로운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는 셀레나와 마리엔에게도 그 가십이 닿았다.


“셀레나 님. 어제 뒤뜰에서 결투가 있었다나 봐요.”


마리엔은 주변에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셀레나의 시선은 손에 든 책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셀레나가 무심하게 대꾸하자, 마리엔은 말을 덧붙였다.


“그때 셀레나 님이 시끄럽다고 하셔서 창문을 닫아버렸었잖아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어제 대강당에서 마주친 그 두사람이 그때 결투를 했었던 것 같아요.”


탁.


셀레나는 한손으로 책을 덮었다.

순간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남자의 얼굴이 셀레나의 뇌리에 스쳤다.

마리엔은 셀레나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조사해 봤는데 어제 셀레나님께 시비를 건 알터가문의 장남은 검날에 불꽃을 실을 수 있는 마검사고, 그 가론은···”

”파이론.”

”응?”


마리엔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셀레나의 입에서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난 적 있어. 불 원소를 다루는 사람이야.”


마리엔은 셀레나를 졸라 어떻게 파이론을 알게되었는지 들었다.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마리엔은 조용히 뇌까렸다.


“파이론이라··· 예의 주시해야겠어.”


한편 카페테리아 다른 구석에서는 아론 역시 패거리와 함께 쉬고 있었다.

그는 어제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빌어먹을 가론 녀석. 학원장의 개입만 없었으면 반으로 찢어 죽였을 텐데.”

”맞습니다. 아론 님. 거의 다 잡은 마당이었어요.”

”하지만 상대도 뭘 하려던 거 같았는데···”


데이빗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에드가 등짝을 후려쳤다.

그러자 데이빗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윽! 제가 또 실언했네요. 아론 님이 거의 다 이긴 거였어요.”


아론은 그들의 대화를 한귀로 흘리듯 무시했다.

대신 습관적으로 손톱을 깨물었다.


”이걸론 부족해. 괜히 애매하게 끝나니까 가론이 날 상대로 맞먹었단 얘기가 나오잖아. 에드. 데이빗. 녀석을 어떻게 끌어내릴 방법이 없을까?”


그러자 에드가 웃었다.


”제가 또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말해봐.”

”그러니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에드는 가끔씩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했다.

아론은 에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면서 중간중간 폭소했다.

나쁘지 않은 작전이었다.

아론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담겼다.


“두고 봐. 파이론. 네놈을 어떻게든 무릎 꿇려줄 테니까.”


---


---


하범은 텅 빈 뒤뜰에 나가 명상을 하고 있었다.

기숙사 뒤뜰은 산책하기도 좋지만, 평온하고 조용한 것이 딱 명상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들푸른 잔디밭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명상에 빠져들었다.

자가 마법진에 마법을 새로 새겨넣고 마력 운용을 마무리하던 즈음이었다.


“여. 파이론.”


누군가 하범에게 말을 걸었다.

눈을 뜨니 웬 남학생이 다가오고 있었다.


호리호리하면서도 비율 좋은 몸은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

초록 머리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미남형 외모.

여자 꽤나 울릴 법한 눈물점까지 완벽한 미청년이었다.


“어제 결투는 잘 봤다. 오랜만에 가슴 뛰는 구경거리였어.”

”그러냐?”


호흡을 정리하며 명상을 마무리하는 하범의 옆에 남학생이 다가와 앉았다.


“뒷일은 들었다. 이틀 정학이라며?”

”뉘신데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으셔?”

”궁금해?”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것마냥 의도가 다분한 눈웃음은 여우를 연상케 했다.


“난 테일러 느 블로우. 그냥 테일러라고 불러. 너랑 같은 퍼스트 클래스야. 정령 전공이고.”


녀석은 거기까지 말하곤 뒤로 벌러덩 누웠다.

왠지 모르겠지만 녀석이 꽤 하범을 편하게 여기는 것은 확실했다.


“넌 여기서 뭐 해? 강의 없어?”

”그런 거 관심 없다.”

”뭐야. 땡땡이였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풋풋한 이십 대.

놀고 먹기에 바쁜 전형적인 지잡대 마인드.

그 혼모노의 분위기가 그의 몸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면 너도 신입생아냐?”

”아니. 난 유급이야.”

”대단하네.”


마법 아카데미는 크게 퍼스트, 세컨드, 시니어, 메이저로 등급이 나뉜다.

퍼스트는 말 그대로 첫 번째 등급.

세컨드는 특정 조건을 달성한 학생이 달고 다니는 두 번째 등급.

시니어는 최소 4위계를 뛰어넘어야 달 수 있는 세 번째 등급.

메이저는 5위계 이상만 달수 있기에 준교수급라고도 칭하는 마지막 등급이다.


4위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는 아카데미 내에서도 정말 극소수뿐.

그러나 아카데미 졸업 조건은 시니어 이상.

즉, 대부분의 학생이 세컨드 클래스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통이다.


세컨드 클래스의 달성 조건은 자세히는 모르나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 들었다.

시간만 지나도 자연스레 달수 있을 정도의 쉬운 조건.


이 녀석은 그마저도 유급을 당했으니, 학업에는 아주 학을 뗀 놈이란 얘기.

그런 놈이 왜 하범에게 왔을까.

어떠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나 인제 들어갈 거야. 추워.”


용건이나 말하라는 뜻.


“에이. 좀만 더 있다가. 솔깃한 얘기 하나 들려줄 테니까.”

”응?”


솔깃한 얘기?

솔깃하다니까 괜히 솔깃해진다.


“뭔데.”

”학원장한테 한방 먹이고 싶지 않아? 나한테 계획이 하나 있는데. 들어 볼래?”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답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너무 좋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신입생 환영 파티 24.02.19 98 3 14쪽
10 신입생 환영 파티 24.02.17 104 3 13쪽
» 마법과 검 24.02.16 118 3 13쪽
8 마법과 검 24.02.15 124 3 15쪽
7 아카데미 입학 24.02.13 127 4 9쪽
6 아카데미 입학 +2 24.02.12 158 4 12쪽
5 준비 운동 24.02.10 151 4 15쪽
4 준비 운동 24.02.09 174 4 15쪽
3 진실 24.02.08 236 3 18쪽
2 진실 24.02.06 267 5 14쪽
1 낯선 천장 24.02.05 437 1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