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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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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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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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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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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낯선 천장

DUMMY

“하범아. 오늘 같이 좋은날 랩 한 번 보여주면 안 되냐?”

”선배~ 지난번에 보여주신 랩 너무 멋있었어요~ 또 듣고 싶어요~”

”선배. 랩도 해요?”


사장의 은근한 어필.

눈치 빠른 후배 하나가 거든다.

이제 갓 들어온 신입은 순수히 놀랐다는 듯 토끼 눈을 뜨며 묻는다.

방하범은 순순히 자리에 일어선다.


”···어쩔 수 없네요. 큼큼!”


자리에서 일어나고 보니 식당 전체가 훤히 보인다.

6인용 테이블 사이로 음식을 바삐 나르는 종업원들.

정치 얘기 하며 소주를 따르는 아저씨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감자탕과 갖가지 반찬들이 테이블마다 가득한 감자탕집의 전경.

시끌벅적한 주점 구석에 준비된 무대에서 재즈 피아노를 만지작거리는 연주자처럼 하범은 술병을 들고 목을 푼다.


“마이크 췍~! 원! 투!”

”오~!”

”시작한다~!”


별안간 집중되는 사원들의 반응에 떠들던 손님들마저 시선 고정.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비트에 맞춰 입을 뗀다.


“shit! 난 다 믿었어 철없이. 환상이 깨졌어도 no worries. 너무 조그만 했던 고민. 버려 부정적 태도 i can do every thing~!”


랩은 자신감과 여유를 빼면 시체다.

손짓과 표정을 다이나믹하게 하는 동시에 리듬을 타야 그 바이브를 듣고 있는 청취자의 마음속에 때려 박을 수 있다.

이에 일단 시작하면 스스로를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이 또 랩의 매력.


랩 한 사발 신명 나게 읊조리고 자리에 앉으니,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짝짝짝! 휘리릭~!


“이야~! 기가 막히네~!”

”우와! 쇼미 나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대, 대단하세요!”


사장과 이사가 걸쭉한 칭찬을 건넨다.

내 랩 실력을 알고 있는 사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번도 내 랩을 들어보지 못한 신입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연신 뚫어지게 하범을 쳐다본다.


하범은 간드러지게 손짓으로 무대 퇴장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아 소주잔을 한껏 들이켰다.


‘시발.’


경력으로 치면 3년.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적은 것도 아니다.

하범은 이 좆소기업에서만큼은 가장 경력이 많은 사원이다.

사장과 이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5명은 2년 경력도 안되는 햇병아리들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 짓거릴 해야 하나.’


입사 후 첫 회식 때 보여줬던 랩 하나가 사장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모양이다.

때문에 회식 자리만 돌아오면 랩부터 시키고 보는 것이다.


‘먹고 살려면 까라면 까야지.’


사장도 하범을 일부러 골려 먹으려고 시키는 건 아니다.

워낙 소규모 회사기에 이런 소소한 이벤트마저 없으면 곤란할 정도로 심심하기 짝이 없기 때문.


‘좆 같은 좆소기업 탈출하고 싶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짬은 제일 많이 먹었어도 일머리는 신입과 별반 다른 게 없기 때문.

퇴근하면 너튜브 보고 게임 하는데 여가 시간을 전부 소비한다.

꿈이나 장래를 위한 공부나 자기 계발이 그에게 끼어들 틈은 없다.


‘그래서 어쩔? 하나뿐인 인생 재밌게 살아야지.’


복잡해지는 뇌를 비우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살코기를 한입 크게 베어 문다.


‘음~ 개존맛.’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게 또 회사 생활이다.

나이 스물 여덟.

월급 250만에 회사 근처의 월세 50만짜리 원룸에서 산다.

좆소기업에 다니기에 가끔 야근하는 것만 빼면 일이 없어 널널하다.

대충 8시간만 키보드 두들기다 칼퇴.

나머지는 너튜브와 넷릭스를 보고 게임도 실컷 하며 출출하면 배달 음식도 마음껏 시켜먹을 수 있는 삶.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냐. 이 말이야.’


우적우적 뼈에 붙은 살코기를 뜯어 먹는데, 트렌드에 민감한 사원 하나가 슬쩍 화젯거리를 가져온다.


“그거 들었어요? 손동현이 이번 챔피언쉽도 우승했대요!”

”아~ F1이요?”

”내가 손동현 때문에 관심도 없던 레이싱 기사를 찾아본다니까?”

”엇! 저도요!”

”마침 뉴스 기사 나오네요.”


이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TV 모니터에는 우승컵 옆에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손동현의 모습이 보였다.


BTS, 봉준호, 손흥민, 손동현 let’s go.

모 랩퍼 가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손동현.


F1 불모지 한국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전세계 탑급 레이서로 발돋움한 한국 F1 영웅.

우연히 F1 회장의 손녀딸인 라쉬머핀과 연이 닿아서 그랑프리에 출전했다가 미친 재능으로 우승까지 해버린 그의 신화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무려 7번이나 월드 챔피언에 올라선 그는 이제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나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의 위를 바라보고 있다.


저런 일류들의 모습을 볼 때면, 치맥과 너튜브 보는 삶에 만족하는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태생부터 걸어온 길이 다르니 비교질 하는 건 의미가 없을 텐데도 괜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이다.


‘궁금하긴 해. 저런 다 가진 삶은 어떨지.’


회식은 밤 10시가 지나서야 정리되었다.

술을 좋아하는 사장답게 만취 상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약속이 있다거나 전철 방향이 다르단 이유로 미꾸라지 마냥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결국 오늘도 사장을 챙기는 건 회사 근처에 사는 하범의 차지.


“에부에레~ 에에에~”

”예. 사장님. 택시 잡아 드릴 테니 걱정마세요.”


술도 약한 주제에 혀가 돌아버릴 정도로 마신다.

첫 회식 때만 해도 이러진 않았다.

하범이 한 번 두 번 챙겨준다 싶으니, 아예 그가 챙길 걸 알고 작정하고 마신다.


‘존나 괘씸하네. 이거.’


땅딸만한 키를 가진 배불뚝이 사장을 부축하려면 상당히 힘이 든다.

이런 노고를 알아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양심 있게 행동해 주기만을 바랄 뿐.


“택시!”


스쳐 지나가는 택시를 간신히 불러 세우고 사장을 안에 밀어 넣었다.

기사 아저씨한테 목적지를 말하려는 찰나.


“···”


별안간 하범의 눈에 발라당 까진 사장의 훤한 머리통이 보였다.

평소 탈모 증세가 심해 살색 콘크리트에 새싹처럼 피어난 머리칼을 애지중지 빗어대는 사장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지금 사장은 만취해서 인사불성인 상태.

별안간 하범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확 뽑아버려?’


이미 하범의 손은 사장의 머리 위에 얹어져 있었다.

하범은 목적지를 기사에게 말하는 동시에 한 움쿰 쥐어지는 머리칼을 슬쩍 잡아당겼다.


부욱.


그의 새싹 머리칼은 찍찍이에 붙은 솜을 뜯어내는 것처럼 손쉽게 떨어져 나갔다.

하범은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사장님. 살펴 가십쇼~”


뒷좌석에 널브러져 코까지 골기 시작한 사장.

하범이 문을 닫자 택시는 지체없이 출발했다.


시야에 사라지는 걸 확인 하고서 하범은 손에 쥔 머리털을 펼쳐보았다.

민들레 씨앗 같은, 3cm 될까 말까 한 연약한 솜털이 한 뭉텅이가 있었다.


“업보입니다. 업보. 예? 아시겠습니까?”


머리털에게 사람처럼 대하듯 꾸중을 날리는 하범.

이윽고 허공 위로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서늘한 밤바람이 손 위에 놓인 머리털을 휘날리며 도시 속에 흩어져 날아갔다.


“시원~ 하다~”


하범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랩 소절을 뱉으려다 고개를 돌렸다.

귀가 찢어질 듯한 마찰음이 바로 옆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끼이이이익―!


찰나의 순간 옆을 돌아본 방하범의 눈동자에, 차선을 넘는 택시와 부딫힌 주유 트럭의 옆모습이 보였다.

중심을 잃은 트럭이 휘청이다 엎어지기 직전의 모습이 동공 한가득 담겼다.

방하범은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씨발.’


콰아앙! 화르륵!


트럭이 땅에 부딫히는 순간 강렬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화염이 하범을 뒤덮었다.


---


“허억!”


눈을 뜨자 하범의 눈에 보인 것은 통나무가 겹겹이 쌓인 천장이었다.

창가에서 스며들어온 달빛이 천장을 비추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코를 찌르는 송진과 풀냄새.

도시 속에 살던 하범에게는 낯선 향기.

피톤치드의 숲 내음이 누워있는 침대 위에서도 강렬하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데.’


막상 몸을 움직이려니 겁이 났다.

의식을 잃기 전, 피부가 화염에 녹아내리는 그 고통을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은 괜찮아진 것 같지만, 그런 사고를 겪은 몸이 제정상일리 없었다.


‘제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세끼 손가락부터 움직여보았다.

움직여졌다.

다음은 약지. 다음은 중지. 다음은 검지, 엄지, 발가락, 손목, 발목, 팔, 다리···


‘어라?’


하범은 허리를 들고 제자리에 똑바로 앉아 제 주먹을 쥐었다 피며 자신의 몸이 완전히 정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안도감과 더불어 의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사고를 당했는데?”


몸의 기능은 문제없더라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외형이 끔찍하게 변했을 수도 있다.


“설마 흉터가 어마어마한 거 아냐? 온몸에 수술 자국도 엄청 생긴 거 아냐?”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이불을 재끼고 피부 상태를 체크했다.

멀쩡했다.


“뭐지? 왜 멀쩡한 거지?”


문뜩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만. 피부가 오히려 전보다 더 깨끗하잖아?”


심지어 애기 피부마냥 보들보들한 것이 세월의 풍파를 전혀 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키도 작아진 것 같고, 목소리도 바뀌었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처럼 변화된 모습에 겁을 집어먹다가도, 거울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순간.

침대 옆 간이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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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명조차 집어삼킬 정도로 놀랐다.

자기 혼자만 있는 줄 착각한 건 둘째 치고.

여인이 기척조차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니 유령인 줄 알았던 것이다.

하범은 짧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세요···?”


여인은 하범이 깨어나서 자기 몸을 만지작거리고, 옷을 들추고, 혼잣말하는 걸 지켜보면서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눈을 마주하고 질문을 하는데도 여전히 같은 태도였다.

그래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눈꺼풀이 주기적으로 감겼다 떠지는 모습은, 눈앞에 상대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했다.


“저기요···?”


여인은 하범을 주의 깊게 응시하고 있었기에, 반대로 하범 역시 그녀를 응시했다.

검은색의 프릴 달린 민소매 드레스를 잠옷처럼 입고 있는 여인은 인형이라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우유처럼 새하얀 피부. 반달처럼 뽀얗게 드러난 이마.

어깨까지 내려오는 연보랏빛의 단발머리.

자수정처럼 빛나는 보랏빛 눈동자와 유려한 선으로 그어진 눈썹.


약간 보이쉬한 인상을 주지만 태생적인 미모가 천생 미인임을 받쳐주고 있었다.

하범은 약간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리고 그녀의 외모를 탐닉하고 있었다.

그녀의 앵두같이 붉은 입술이 움직인 것은 그즈음이었다.


“일주일을 줄게. 그 안에 불꽃 마법을 터득해 내렴.”


외모답게 곱고 산뜻한 미성이었다.

하지만 그 선율 아래 담긴 의미는 그렇지 못했다.


‘뭔, 좆같은 소리지?’


터무니도 정도껏 없어야지.

불꽃 마법? 제정신인가?


하범이 정체 모를 요구에 의문부호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여인은 지 할말 다 했다는 듯 근처에 목제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태연히 펜을 집어 들고 테이블 위에 쌓인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범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 그림에 빠져든 여인의 모습에 하범은 또 한 번 당황.


‘이게 뭔 경우야.’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관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껏해야 투룸 정도 될 것 같은 작은 오두막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물품들로 가득했다.


선반엔 형형색색의 비커와 골동품 가게에서나 볼법한 가죽 제본 고서들이 놓여있고.

그 흔한 형광등이나 전구 없이, 미약한 빛을 내는 야구 방망이만 한 촛대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끈 건 벽지에 붙어 있는 종이에 그려진 수많은 형태의 기하학 도형들.

원을 내접하는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등등의 다양한 도형이 그려져 있고, 룬 문자 같은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나머지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림은 소위 말하는 마법진의 형태와 다를 게 없었다.

여인이 지금 종이에 그리고 있는 것도 도형과 기호가 빼곡하게 새겨진 마법진이었다.

멍하니 그것들을 응시하던 하범은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해답을 떠올렸다.


‘아! 나는 컬트에 빠진 미친년한테 납치당한 거구나!’


내 정신도 이상해지기 전에 어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자.

생각을 마친 하범은 침대에서 일어섰다.


마침 여인은 그림을 그리는데 한 눈이 팔려있다.

그냥 이대로 나가면 된다.

걸렸다 하더라도 상대는 여자.

아무리 싸움 한 번 안 해봤다지만, 저렇게 여려 보이는 여자한테 지겠는가?


당당히 걸어 나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칠흑같이 어두운 숲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간간히 들려오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그 적막함과 고요함을 대변해 주었다.


“도대체 날 어디로 대려온거야?”


주변에는 흔하디흔한 도로 같은 것도 없었다.

외딴섬처럼 툭 던져진 오두막과 마당을 바다처럼 끝없는 나무와 수풀이 에워쌌다.


그래도 저 미친년과 일주일 동안 살 떨리는 동거를 할 바에야 도망치겠어!

라고 하기엔 밖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한기가 돌았다.

게다가 이런 깊은 숲속이라면 무작정 걸어가다간 길도 잃을뿐더러 산짐승들도 만날 수 있기에 위험하다.


“돌아가자···”


날이 밝으면 또 모른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길이 있을지도.

도망치기에 일주일은 생각보다 꽤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설마 말을 바꾸고 칼을 들이대진 않겠지?’


아무리 컬트에 미친 사람이라 해도 자기가 한 말은 지키지 않을까?

그래도 무섭긴 하다.


오두막으로 돌아가니 여인은 여전히 무심하게 깃펜을 휘갈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너가 무슨 짓을 하든 다 내 손바닥 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쳐다도 안 봐?’


하범은 살짝 빈정 상했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이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저 사람이니까.


“여긴 어디인가요?”


최대한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었다.

잘 구슬려 탈출에 도움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그게 불꽃 마법을 쓰는데 도움이 되나?”


여인은 돌아보는 것도 쓸데없다는 듯 무신경하게 답했다.

온갖 인간군상을 경험한 좆소기업 3년차 짬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랑곳 않고 되물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요. 적어도 지명 정도는 알려 주시죠?”

”···”

”당신이 말하는 마법인지 뭔지 노력해 볼 테니까요.”

”안 돼.”

”이름은 어떻게 되시죠?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거 참. 아까부터 초면에 반말은 좀. 딱 봐도 저보다 어려 보이신 거 같은데. 이야기나 좀 하시죠?”

”일주일이야. 그전까진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어.”


어째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슬슬 짜증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대화 좀 하자는 게 뭐 대숩니까? 영문도 모른 채 깨어난 사람한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여인은 그 말 마저 가볍게 무시했다.

오히려 문이 딸린 방으로 들어가 버리려는 게 아닌가.


“이봐요!”


한번 감정이 들끓으니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왠지 피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세를 몰아 더 압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인의 어깨를 붙잡으려 왼손을 들어 올렸다.


“뭐지?”


뭔가 거슬리는 촉감이 느껴지더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게임 속 물리엔진에 버그가 생긴 것 같았다.

손목 위로는 여전히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손바닥과 손가락이 허공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양손을 써도, 몸의 무게를 전부 실어도 마찬가지였다.


“왜, 왜 이래 이거?”


여기 오고 나서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순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손을 꽉 부여잡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초자연현상.

여인이 하범과 눈을 마주한 것은 그때였다.


하범은 보았다.

여인의 보랏빛 눈동자에서 이채가 흐르는 모습을.


여인은 컬트에 빠진 미친년이 아니었다.

진짜 마법사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 2024.2.29 삽화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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