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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29 22:2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5,073
추천수 :
201
글자수 :
532,117

작성
24.02.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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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아카데미 입학

DUMMY

입학 시험은 이론, 실기, 마법진으로 구분되어 치러진다.


이론은 마법사가 반드시 알아야할 마법 지식을 폭넓은 관점에서 얼마만큼 숙지하고 있느냐를 알기 위한 시험.

하범에게 있어 꽤 쉬운 시험이었는데, 그건 아르웬 덕분이었다.

일부 수리형 문제와 복잡한 암기 문제를 제외하면 모두 그녀가 가르쳐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실기 시험은 조금 특이했다.

진학하고자 하는 전공에 따라 시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공은 4가지로 나뉜다.

원소 특화계, 점성 및 예언계, 시약 및 포션계, 정령 및 소환계.

하범은 당연히 원소 특화계를 선택했다.


원소 특화계는 다섯 속성 마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또 폭넓게 부릴 수 있는지에 따라 시험 점수가 매겨진다.

자가 마법진 없이 마법을 부려야 했기에, 암기가 약한 하범이 쓸 수 있는 마법은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다양성 부문에서 점수가 많이 까였다.


마법진은 그거다.

자가 마법진.

자가 마법진을 얼마나 유용하고, 폭넓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

반년동안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지만, 역시 평생에 걸쳐 교육을 받고 수련해온 다른 입시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석은 커녕, 합격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전공 하나당 합격 정원은 60명.

전공은 4가지니 240명이 신입생의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천명은 가뿐히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는 입시생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경쟁율이 최소 5분의 1인 셈.

하범은 약간 불안해졌다.


합격자 명단을 기다리는 동안 입시생들은 아는 얼굴들과 친목을 나누고 있었다.

점잖은 태도와 밝은 얼굴로 쉽게 사람을 사귀는 모습에서 새삼 깨달았다.

저들이 사교에 능한 귀족이란 존재라는 걸.

MBTI로 따지면 E들의 집합체나 다름 없었다.

극 I인 하범은 저들사이에 낀다면 완전히 기가 빨려 쪼그라 들것이다.


그래서 거리를 뒀지만 무슨 얘기를 하나 궁금하긴 했다.

귀를 쫑긋 세워 들어보니 대충 이랬다.


이번에 누가 지원했다더라.

누구누구는 당연히 합격했을거라더라.

이론과 실기는 잘봤는데, 마법진에서 망쳐서 또 떨어질 것 같더라.


아무리 봐도 수능 직후 고3 학생들의 전형적인 대화였다.

시대와 문화, 계급이 달라도 결국 같은 인간이었다.

하범이 거기서 은근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단상 위로 대문짝만한 두루마리를 든 하인 셋이 등장했다.

그러자 말소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합격 명단이다!”


목청 큰 사람 하나가 소리치자 대강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마다 합격 명단이자, 성적표인 입시 결과지를 보기위해 단상쪽으로 몰려들었다.

아무리 고귀하고 체통있고 기품있는 귀족들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한명의 입시생에 불과했다.

곧 우는 소리와 비명, 비탄에 잠긴 목소리와 합격의 기쁨이 담긴 탄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슬슬 가볼까.’


순간적으로 치솟은 인플레가 어느정도 사라졌을 때 하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관심도가 유지되고 있는 합격자 명단을 올려다 보았다.


【원소 특화계 결과】

수석 셀레나 후안 아스펜(만점).

2등 마리엔 밈 픽시펜슬.

···

55위 파이론.

···

60위 아론 크루거 알터.


‘그렇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각보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일단 합격했다는 게 중요했다.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지켜낸데다, 선민사상에 찌든 학원장에게도 한방 먹인 셈이니까.


‘그나저나···’


수석 셀레나 후안 아스펜(만점).

괄호치고 만점이란 단어가 매우 거슬렸다.


‘네가 입시에서 전체 수석이 된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전체 수석.

그녀가 만점을 받았으니, 사실상 만점을 받아야만 가능한 자리.


일부러 기만한 건가?


친구 되기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면 되지 이런식으로 쪽을 주다니.

겉은 이뻐도 속은 아주 심보가 고약하다.


“그래도 특별히 넘어가 주지. 이쁘니까.”


같은 원소 특화계인 그녀와의 재회를 기대하며 돌아섰을 때였다.

뒤쪽에서 다수가 서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곧 인파속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나타났다.

셀레나 후안 아스펜이었다.

그녀는 오리 무리 속 백조처럼 단연 눈에 띈 자태로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나타났다.


셀레나는 하범을 지나쳐 합격자 명단앞에 섰다.

눈꽃처럼 하얗고 차가운 눈이 명단을 훑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곤 그대로 뒤돌아 걸어나갔다.


‘내가 저런 사람한테 어떻게 말을 걸었을까.’


그런 생각이 절로들 정도로 그녀의 표정은 날이 서 있었다.

이유는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한걸음 뗄 때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려 들었기 때문이다.


요령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안그래도 귀찮음과 짜증이 드러난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남자들은 귀족의 체면도 잊어버리고 무리하게 그녀에게 다가가려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혼자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리엔 밈 픽시펜슬.

새파란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미모의 여학생이 셀레나 옆에 항시 붙어있었다.

그녀는 앞장서서 길을 막는 남자들을 쫓아냈다.

누가봐도 둘이 친한 사이이고, 그녀가 셀레나를 지키는 보디가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명문 귀족 아카데미.

무시 일변도로 남자들을 대하는 그녀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도 있는 법.

백작가 장남, 공작가 막내 아들, 심지어 타 왕국의 왕자까지.

제국의 중추와 맞닿아 있는 미래의 권력자들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인연인데 식사라도···”

”괜찮으시면 차나 한잔···”


남자 아이돌 뺨치는 외모에 건장하고 건실한 남자들이 인사를 건내왔다.

평범한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셀레나는 그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았다.


이쁜건 인정한다.

보석을 두르고 풀 메이크업한 다른 여학생들을 한순간에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 정도니까.

머리도 인정한다.

다른 전공에 수석은 있어도 만점자는 저 여자가 유일하니까.


하지만 힘과 권력 앞에서는 잘난 저 여학생도 한낯 여자일 뿐이다.

도대체 저 깡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제국의 황녀라도 되는 걸까?

그러나 그랬다면 그 누구도 그녀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녀의 정체는 다른 귀족들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애초에 생김새도 약간 다르다.

북유럽 게르만족에 가까운 파이어 제국의 귀족들과 달리 그녀는 약간 동유럽의 슬라브족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즉, 타 대륙의 귀족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저기 봐. 아론이야.”

”그 난폭하기로 소문난 알터가(家) 장남 말하는 거 맞지?”

”진짜네? 올해 입시에 지원했나 봐!”


셀레나가 남자들에게 주목을 받는다면, 여자들에게 주목 받는 남자도 있었다.

적발의 살굿빛 눈동자를 지닌 미남.

큰 키에 떡벌어진 어깨는 여인들에게 있어 야릇한 유혹을 자아내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그가 굉장한 망나니의 기질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위 귀족들 사이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존재가 아님을 증명한다.

그의 등장에 움찔 거리며 물러서는 다른 남귀족들.


학창시절 한 반에 꼭 하나 있다는 일진.

그것이 바로 아론 크루거 알터였다.


아론은 양 옆에 똘마니처럼 보이는 남귀족 둘을 낀채 불량한 자태로 셀레나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길을 막아서자 마리엔이 입을 열었다.


“비켜주세요.”


적어도 다른 귀족들은 거절을 당했으면 당했지 그 이상의 무례를 범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론은 달랐다.

마리엔의 요구에도 길을 비키긴 커녕 똘마니들과 함께 완전히 가로막았다.


“시간 한가해?”


뱀처럼 요사스러운 시선이 셀레나의 봉긋 솟아오른 두 언덕을 훑었다.

여태껏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그녀도 명백한 실력행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새하얀 눈동자가 살굿빛 눈동자를 가늘게 노려보았다.


“비켜.”

”싫다면?”

”그 모습 그대로 얼려버리는 수가 있어.”

”꽤 도발적인데? 무서워서 오줌지리겠어.”

”푸하하하!”


아론의 드립에 일조하듯 똘마니들이 웃어재끼기 시작했다.

그것이 질적으로 낮고 더러운 분위기를 유지시켰다.

상대방을 모욕하기 위한 전형적인 양아치들의 수법 중 하나였다.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되는 걸?’


이래뵈도 하범은 그녀와 대면해본 사이다.

고고한 백조의 외면안에 터프한 독수리의 눈이 빛나고 있다는 걸 안다.

이이상 선을 넘는 다면 셀레나는 분명 마법을 쓸거다.

어쩌면 하범에게 했던 짓보다 더한 걸 할 수도 있겠지.


허나 이런 장소에서 일을 벌였다간 그녀의 처지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인맥과 평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귀족이다.

부정적인 인식이 박힐만한 일은 그녀라해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점수를 딸 기회.’


처음으로 반한 여자다.

관심이라도 한번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때마침 아론의 손바닥이 올라간다.

손찌검을 하려는 모양.


탁.


하범은 그 손을 잡았다.


“적당히 해. 미친새끼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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