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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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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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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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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진실

DUMMY

“제 이름은 방하범입니다. 방. 하. 범. 왜 멋대로 남의 이름을 바꿔 부릅니까? 그리고 뭐요? 마녀의 아들? 지금 소꿉놀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파이론? 마녀의 아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절로 나왔다.


“그래요. 마법이란 게 있다는 건 믿어요.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하지만 이건 아니죠. 삶은 감자한테 빵이라 하면 빵이 됩니까? 참나. 사람 대려다가 뭐 하는 짓인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두 개의 자색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하다.

이런 외딴곳에서 챗바퀴 돌듯이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막말로 제가 환생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이세계에서?”

”맞아.”


이거 아주 골때리는 미친 마법사다.

결국 참았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하! 재밌는 분이시네. 이봐요. 사람을 속이려면 말이 되게끔 해야죠. 절 치료해 주신건 고마운데,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주시죠. 내일 출근해야 된단 말이에요.”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닦았다.

오랜만에 정말 대차게 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상 진지해 보이는 사람이 저런 허무맹랑한 말을 하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하범.”


슬슬 웃음기의 여운이 가실 무렵.

그녀의 호기로운 목소리가 야단한 분위기를 깼다.


”그럼 두 눈으로 확인해 볼래?”

”네? 무슨···”


아직도 안 끝났냐는 웃음기로 반문했으나, 그녀의 자신 있는 말투에서 비롯된 괴리감이 말꼬리를 흐트러뜨렸다.

아르웬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괴리감으로 시작된 감정이 의아함으로 변질될 무렵,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물건 하나를 손수 가지고 나왔다.


“손거울?”


케이스가 투명한 크리스탈로 장식된 고급스런 손거울이었다.

하범에게 거울을 건네고 도로 자리에 앉은 아르웬은 식기를 들지 않았다.

두 손으로 꽃받침 한 채 반응을 기다리는 그녀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 번져있었다.


“에이씨! 까짓꺼!”


순간적으로 불안함을 느낀 하범.

괜한 거로 쩔쩔매는 게 자존심 상해 홧김에 거울을 들이대었다.


“···”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소년의 얼굴.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는 하범의 것과 닮아 있었지만 외모가 묘하게 서구적이다.

선한 눈매에 작고 동글동글한 동양의 얼굴.

뚜렷하고 진한 이목구비를 갖춘 서구적인 미형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모습.

웬만한 아이돌 뺨치는 혼혈 미남의 얼굴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이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것도 마법이에요?”


그가 충격에 빠져 허우적이라도 댈 줄 알았는지, 하범의 시큰둥한 물음에 아르웬은 꽃받침을 풀었다.

흥이 식었다는 듯 식기까지 들어 올린 아르웬은 툭 뱉듯 답했다.


“아니. 그런 마법은 없어.”

”요즘 AI 기술이 발달해서 이런 속임수가 얼마나 흔한데요.”


아르웬은 완전히 관심을 잃어버린 듯 대꾸도 않고 식사를 재개했다.

자신을 속이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 하범은 그 모습을 보며 의기양양했다.


“이야. 보면 볼수록 감쪽같네요.”


처음으로 아르웬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신난 하범은 연신 조롱 섞인 말투로 거울에 비친 모습을 관찰했다.

그에게는 유전적으로 기형의 형태를 가진 귓볼이 있다.

얼핏 보면 구멍을 뚫어놓은 듯한 귓볼의 형태.

거울에는 그것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속임수라 생각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속임수.

하나 남은 조커 카드를 피해 마지막 카드를 빼앗아 드는 사람처럼 하범은 귓볼에 손을 대었다.


“응?”


이상하다.

울퉁불퉁한 감촉이 아닌, 거울 속 귓볼처럼 매끄럽고 탱탱한 감촉이 손끝에 그대로 느껴진다.

황급히 턱을 매만졌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수염도 없다.

거울 속 소년의 턱처럼 뽀송뽀송한 솜털만 느껴질 뿐이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떨렸다.

아르웬의 눈동자가 또르르 올라간다.


“도대체가···”


문뜩 달라진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가 사실은 원래 목소리가 아니었음을 기억해 낸다.


“설마··· 이게 진짜 내 모습···?”


손거울에 비춰진 얼굴을 연신 만져댄다.

그 모양과 크기가 손거울에 비친 모습과 동일 하다는 것을 확인한 하범.


“설마!”


내친김에 아랫도리도 들춰본다.

전보다 더 사나워진 물건이 보인다.

마침내 깨닫고야 만다.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후훗.”


기대했던 반응이라는 듯.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 되어버린,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아르웬의 입가에 살며시 새어 나왔다.


---


---


본격적으로 경청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아르웬은 온갖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었다.


“그럼 이곳은 제가 살던 지구가 아니라는 건가요?”

”우리는 판게아라고 불러.”


그녀가 말하길.

이곳은 지구와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다.

엘프, 드워프, 드래곤, 마족, 정령과 같은 판타지 소설에 나올 법한 종족들이 실존하는 검과 마법의 세계.

그것이 이곳 판게아란다.


“넌 마녀로 환생했다 생각하면 돼.”

”인간이랑 다른 건가요?”

”응. 마녀는 판게아의 불, 물, 바람, 땅, 전기를 수호하는 고등한 존재들이지. 마녀는 몸이 영체(靈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인간과 달라.”

”영체요? 그게 뭐죠?”

”쉽게 말하면 원소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어. 마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섯 원소로 구분 되는데, 그 중 네가 속한 불의 마녀를 예로 들면, 한마디로 몸이 불덩어리란 거야. 인간과 유사한 몸에 옷을 입고 피도 흘리지만, 그 모든 것들은 사실 불덩어리란 거지.”

”불의 정령 뭐 이런 건가요?”

”정령은 의식이 없을뿐더러 불의 원형을 유지해. 하지만 마녀는 개별적인 의식이 있고, 인간과 같은 몸으로 사고하며, 마법을 다루지.”


아르웬은 한마디 덧붙였다.


“마녀들은 배도 고프지 않고, 인간들처럼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씻을 필요도 없어.”

”그게 다 몸 자체가 원소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 거라는 거죠?”

”응.”

”하지만 제가 마녀로 환생했다면서요. 저는 배가 고픈걸요? 씻는 것도 매일 해야 하고요.”

”너는 조금 특이한 경우야. 마녀들의 자손은 필연적으로 여성체이거든. 남성체는 네가 최초나 다름없어. 그에 대한 부작용인지 모르겠지만 네 몸은 인간의 몸에 가깝다는 거지.”


마녀라는 종족명 자체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임을 강하게 어필하기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유전적 부작용인가? 그로 인한 돌연변이 인건가?

자연스레 떠올린 질문의 해답은 곧바로 해소되었다.


“파이론은 태어날 때부터 영혼이 없었어. 그건 파이론을 낳은 디메시아 님께서 의도하신 것이지. 파이론이 남성체인 것도 말이야.”


충격적이었다.

디메시아가 영혼이 없는 남자아이를 의도적으로 낳았다는 말이지 않는가.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이유는 또 뭐고요?”

”그분의 위치와 그간의 행적들을 돌이켜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소위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내막은 나도 몰라. 단지 그분께선 자신의 아들을 판게아에 데려오기 위해서라고 말씀해 주셨지.”


여기서 소름이 돋았다.

하범은 고아였기 때문이다.

그는 강원도 양양의 산불 현장에서 보자기에 싸인 신생아의 모습으로 구조되었다.

그의 부모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했다.

DNA 검증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그의 DNA와 일치하는 친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의 스물여덟 평생 풀 수 없는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마녀의 능력은 오직 친자손에 의해서만 전승되는, 극히 까다로운 혈통에 기인해. 마녀는 아이를 몸에 벨 때 그 능력을 아이의 영혼에 전승하지. 푸른 불꽃 마법을 시전 할 수 있는 건 네가 그분의 아들이란 명백한 증거야. 그분께선 네가 있었던 지구라는 차원에서 너를 낳고 이곳으로 넘어오신 거야.”


손금에서 미세하게 불타오르는 푸른 불꽃.

이것이 그가 디메시아의 아들이란 증거.

모든 것이 아귀가 들어맞는 듯하다.

하범은 자연스럽게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제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푸른 불꽃의 마녀 디메시아. 판게아에서 종족 불문하고 그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야. 마도의 끝이라 할 수 있는 10 위계를 홀로 달성한 대마녀이자, 악신 디마크라의 파멸을 이끌어낸 전설적인 존재거든. 지금의 마녀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좋은 것도 스승님 덕분이라 할 수 있지. 아. 참고로 나는 그분의 유일한 조수야.”


아르웬은 기다렸다는 듯 디메시아의 업적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듯한 표정과 말투는 그녀가 얼마나 스승을 아끼는 지 알 수 있었다.

업적을 추가로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판게아의 명운을 건, 세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마수들의 왕으로 군림하며 판게아의 재앙을 불러왔던 마수 켈베로스를 봉인.

다섯 속성 마녀 수장들의 지도자.

마법개방이라는 명목하에 마녀와 드래곤의 전유물이었던 마법을 인간들에게 처음으로 전파한 존재.

인간 제국 초대 황제의 황비 등등.


아르웬은 말하면 끝도 없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 지었다.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제가··· 그런 대단한 사람의 아들이라구요···?”

”그럼. 아니면 내가 곤란해.”


아르웬은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두루마리를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네시스. 다차원의 영혼과 간섭 할 수 있는 차원 이동과 환영 마법을 결합한 융합 마법의 극치. 나 말곤 아무도 못 해. 스승님도 그래서 내게 부탁하신 거고.“

”그렇다면 저게···”

”제네시스의 설계도야.”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는 벽에만 붙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의 방문을 여닫을 때마다 얼핏 보이는 상자들에는 두루마기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저게 다 하범을 환생시키기 위해 그린 마법진이란 뜻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하신 거예요?”

”햇수로 800년도 더 됐지.”

”뭐, 뭐라고요?!”


800년.

그 말도 안 되는 숫자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종족이···?”

”인간이야.”


기겁하는 나와 달리 정작 본인은 태연하게 설명했다.


”놀랄 것 없어. 노화를 막는 마법을 썼을 뿐이야.”

”그, 그럼 혹시 연세가···?”

”올해로 1258년 지났네.”

”커헉!”


다시 한번 쇼크.

인형처럼 고운 피부를 가진 이십 대의 풋풋한 미모의 여마법사가 사실은 천살이 넘는 할머니란 뜻 아닌가.

공손하게 바로 앉는 하범을 보며 아르웬은 피식 웃을 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늦지 않아 다행이야.”

”그··· 제네시스란 마법이 쉽게 말해서 육체에 다른 사람의 영혼을 주입하는 거죠?”

”맞아.”

”만약에 제가 푸른 불꽃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면···”

”영혼 상태로 원래 세계에 돌려보냈겠지. 그 세계에서 넌 죽었을 거야. 다른 차원의 경우 육신과 떨어져 구천을 떠도는 영혼에게만 간섭할 수 있거든.”


그 순간 화염 폭발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랬다.

자신은 그때 죽었던 것이다.


“정말··· 아슬아슬했네요.”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불꽃 마법을 터득한 것은 그야말로 극적인 순간이었단 거다.

그 기회를 놓쳤다면 그녀가 시간에 맞춰 새롭게 완성한 마법진에 의해 영혼 상태로 되돌아갔겠지.

아르웬도 짧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네겐 미안하게 됐어. 지난 800년 동안 꽤 권태로운 삶이었거든.”


그것이 그녀가 지난 일주일간 무신경하고 차가운 태도로 그를 대했던 이유였다.

800년간 매주 바뀌는 다른 사람의 영혼을 마주했을 테니까.

어느 순간 굉장히 피곤하고 의미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도 거기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하범은 이제야 작금의 상황을 모두 납득했다.

자신은 판게아라는 세계에 전설적인 마녀의 아들로 환생했다.

이대로 초일류의 새로운 삶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디메시아, 아니 제 어머니는 어디 계신 거죠?”


그 위대한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기왕이면 능력에 대해서도 좀 듣고 배우고.

어머니가 가진 빽이나 재산 같은 것도 알아두고.


“나도 몰라.”

”예?”


명치를 얻어맞은 듯 힘 빠진 반문이 튀어나왔다.

자칭 어머니의 조수라는 양반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너를 맡은 이후로 한 번도 뵌 적이 없어. 아마 찾기도 쉽진 않을 거야. 워낙 신출귀몰하시거든. 스승님께선 오직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내시니까.”

”그럴 수가···”


아르웬은 어깨를 으쓱했다.


“스승님을 만나고 싶다면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어. 수소문해서 찾는 건 의미 없을 거야. 그래도 마녀들이라면 스승님의 행방을 알지도 모르지. 스승님을 뵙고 싶다면 마녀들에게 한번 가보렴.”

”···조언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당신 곁을 떠나도 상관없는 건가요?”

”응. 나는 스승님의 부탁으로 너와 같이 지냈을 뿐인걸. 네가 뭘 하든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지. 넌 앞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거야.”

”그럴 생각이긴 한데, 좀 막막하긴 하네요. 아르웬은 이제 뭐 하실 거에요?”

”돌아가야지. 집으로.”

”여기가 집이 아니었어요?”

”당연하지. 가족도 있는걸.”

”가족이 있다고요? 그럼··· 이미 8세대는 지났겠네요?”


새삼 80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느껴졌다.

고고고고고고증조손자손녀들이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그러나 아르웬은 오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내 여기에 틀어박혀 있진 않았어. 세상은 금방 변하거든. 마실 차 이십년쯤 전에 세상에 나갔다가 한 남자와 눈이 맞았지.”


그 말은 결혼까지 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생각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드러나는 행적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누가 봐도 청초하고 자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아름다운 미녀였기에 납득이 될 법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 1258세의 마법사.

마녀의 피를 이어받은 나보다 더 비인간적인 존재인 것이다.


”지금쯤 내 딸도 너와 비슷한 나이일 거야.”

”저를 말하는 거예요. 아니면 파이론을 말하는 거예요?”

”물론 파이론이지. 열아홉. 파이론은 열아홉에서 성장이 멈췄거든.”

”그것도 마녀와 연관되어 있는거겠죠?”

”그렇겠지.”


스물여덟의 방하범에서 열아홉의 파이론으로.

낯설다.

나이도 열살 가까이 어려진데다, 이름도 뭔가 영 입에 맞지 않는 서구식이다.

솔직히 하범이란 이름이 더 마음에 든다.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데? 이것도 인연이니 원한다면 도움을 줄 수도 있어.”

”그럼 저한테 마법을 알려주세요!”


아르웬의 말이 끝나자마자 외쳤다.

제네시스란 마법도 그렇고 무려 천살이 넘었음에도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마법사 급은 될 것이다.

그런 존재에게 마법을 배운다면 얼마나 굉장한 마법사가 되겠는가.

이걸 놓치면 바보다 바보.

다행히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좋아. 하지만 마법은 분야도 다양하고 깊이도 천차만별이야. 너에게 전부 알려주기엔 시간이 얼마 없어.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도움 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이곳에 체류하는 동안 연구 정립한 이론과 술식을 정리하려면 반년쯤 걸릴 거야. 네게 기초 마법 지식과 판게아의 상식을 알려주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감사합니다.”


마법도 마법이지만 세계 상식 같은 것들도 중요하다.

이곳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계일 테니까.

안 그래도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것 말고 또 없니?”

”음···”


마법사가 되면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마녀의 피도 흐르고 있지 않은가.

반은 마녀인 이상 마법만이 살길이다.

마법이 또 간지나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돈 걱정 없는 대학 생활.

전생에서의 삶은 오직 먹고 사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값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교는 꿈도 꾸지 못했고, 직장을 구하느라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했다.


‘기왕 새로운 삶을 얻은 거.’


여러 친구도 사귀어보고 다양한 활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여가도 즐기고.

전생에 못 했던 장밋빛 대학 생활과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고 싶다.

마침 딱 풋풋한 열아홉의 몸이니까 조건도 들어맞는다.


“혹시 이곳에 대학교가 있나요?”

”대학교?”


아르웬은 처음 듣는 단어라는 듯 곱씹으며 되물었다.

설명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럴듯한 사전적 정의를 떠올렸다.


“그 뭐냐··· 특정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거나 가르침을 받는 곳··· 이라고 하면 아시겠어요?”


이미 아르웬은 학문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있는 듯하다.

곧바로 답변이 튀어나왔다.


”아카데미. 여기선 그렇게 불러.”


언어가 같다고 해서 상식이 같으리란 법은 없다.

언어가 같다?

잠깐만.


‘나도 그렇고 아르웬도 그렇고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잖아.’


하범은 자연스럽게 이세계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아르웬이 관심을 표했기 때문이다.


”왜. 다니고 싶어?”

”네.”

”좋아. 내가 오래전에 세운 학교가 있는데 네게 도움이 될 거야. 추천장을 써줄게.”

”가, 감사합니다.”


대학까지 세운 마법사라니.

강한 확신이 들었다.

분명 아르웬도 세간에서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교육은 내일부터 시작할 거야. 적어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게 해줄게.”


아르웬에게 있어 꿀리지 않을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녀의 의미심장한 어투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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