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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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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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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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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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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환영 파티

DUMMY

“인간은 무형의 자극에 큰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반복된 자극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의식의 산물이죠.”


셀레나 후안 아스펜은 교단의 중심으로 이동해 칠판에 그려진 술식을 가리켰다.


“마법은 까다롭습니다. 술식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발현을 위한 마력의 운용은 신체적 감각에 의존하니까요. 정량의 마력을 뽑아 술식에 흘러 넣는 것. 그것은 검사가 정확한 베기 동작을 위해 한 동작을 반복하듯 수많은 연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무의식의 영역입니다.”


그녀는 세미나의 주제를 칠판에 크게 썼다.

분필이 탁탁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움직였다.


「시전어」


그녀는 모두가 충분히 단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차를 둔 뒤, 분필로 밑줄을 그었다.


“우리는 시전어를 욀 때 그 마법에 대한 심상을 순간적으로 떠올립니다.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 체득했던 정량의 마력을 뽑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마법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단어일 뿐이지만, 마중물이 지하수를 끌어내듯 시전어를 통해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강연장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법 기초학을 담당하는 오울란 교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스펜 양. 시전어를 마중물로 비유하시다니. 지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좋은 발표였습니다.”


셀레나가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오울란 교수는 강연을 마치기 위해 학생들을 주목시켰다.


“시전어의 유래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것은 우리 인류가 마법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진화되어 온 오랜 관습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도 시전어를 통해 마법의 발현 감각을 체득하여, 보다 자연스럽게 마법을 발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오늘 강의는 이것도 마치겠습니다.”


교수가 강연장을 빠져나가자 곧 세미나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셀레나에게 몰려들었다.


“아스펜양. 정말 좋은 발표였습니다.”

”당신의 관념에 저도 동의합니다.”


여느 때와 같이 셀레나의 주위에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뛰어난 지성마저 갖춘 그녀를 보고자 신입생의 세미나를 찾은 세컨드 클래스 학생들도 많았다.

진지하게 그녀와 지적인 의견을 교환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그저 그녀와 사소한 관계라도 맺고자 하는 학생들이었다.

사교를 중시하는 귀족 태생의 학생들에겐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셀레나는 수업에 있어선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었지만, 사교에서만큼은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실례합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옆자리에 앉아있던 마리엔은 기다렸다는 듯 다른 이들을 물리며 셀레나가 무리 없이 강연장을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텄다.

그녀에게 말 한번 붙여보려 했던 다른 학생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에 가야겠어.”


셀레나는 교사를 빠져나온 이후에도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따라온 마리엔은 주변을 살핀 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리하지 마세요. 셀레나 님. 아직 첫 주도 지나지 않았다구요.”


하지만 셀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어. 마리엔. 본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돌아가야 하잖아. 그 고지식한 대신들을 겨우 설득해 얻어낸 기회야. 나는 여기서 최대한 많은 것을 익혀야 해.”


결의마저 느껴지는 듯한 셀레나의 목소리에 마리엔은 차마 대꾸하지 못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 일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마리엔은 그런 셀레나를 믿기에 여기까지 따라왔다.

그녀를 도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리라.

마리엔은 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본국에 따로 기별은 없겠지?”

”네. 아직까진요.”

”마리엔. 너는 최대한 본국의 상황에 신경 써줘. 사소한 일이라도 있으면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셀레나 님.”


셀레나는 마리엔을 앞질러 걸어갔다.

마리엔은 멀어져가는 셀레나를 향해 조용히 고개 숙였다.


---


---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관.

통칭 불꽃 도마뱀의 서가.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마법사가 써내려온 마법서는 물론이고, 마녀의 서, 드래곤의 고서, 흑마법사들의 금서까지.

고금을 막론하고 마법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한 도서들이 보관된 위대한 도서관 중 하나다.


이곳은 학생의 신분만으론 학업에 필요한 일부 마법서만 열람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셀레나에겐 매우 귀중한 지식이었다.

셀레나는 자신의 키의 열배나 넘는 책장들 사이에서 오래된 고서 하나를 빼냈다.


「블리자드의 현상계 연구」


수백 년 전 빙결 마법의 선구자였던 위대한 마법사 녹턴.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자연재해급 빙결 마법 블리자드에 관한 연구서였다.

블리자드와 같은 재해급 원소 마법의 위계는 무려 7단계.

아카데미의 교수들이나 참고할 만한 고수준의 마법서다.


셀레나는 이미 그러한 고위계의 마법서들을 탐독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책 속에 빠져 살았던 그녀는 이미 독해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로 인해 습득한 해박한 지식과 끊임없는 탐구력을 기반으로 마법사의 길을 결심한 지 3년 만에 명문 아카데미 교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법적 지식에 일찌감치 통달했다 하더라도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그녀의 마력 운용 능력은 3위계에 겨우 미치는 수준.

유아기 때부터 마법 수련을 거쳤음에도 1~2위계에 머무른 다른 이들에 비해선 고작 3년만에 3위계에 도달한 셀레나는 월등한 성장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녀의 지적인 능력에 비해선 턱없이 모자란 마력인 것도 사실이었다.


피나는 노력으로 매일같이 마력 운용을 수련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에 깃든 정령왕의 저주 때문이라는 것을.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시간은 많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해.’


셀레나는 마력 운용에 관한 책 서너권을 더 뽑은 다음, 대여하기 위해 데스크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여기서 또 보네?”


습관적으로 무시하려던 셀레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파이론이었다.


“···”


셀레나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그녀는 표정과 눈짓만으로도 상대방의 속셈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구국의 대신, 외국의 내로라하는 귀족의 가주, 제국의 황자까지 수많은 이들의 면면을 대해왔다.

접근하는 이들은 대개 세도적 이익을 위해 친분을 쌓길 원했다.

가끔은 자신의 외모로 인한 욕정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이들은 얼굴에 철판을 깐다 해도 그녀가 깊이 응시하면 십중팔구 눈을 피하기 마련이었다.


흑요석처럼 검은 눈동자는 쉽게 의중을 내비치지 않는다.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다.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타입.


‘도대체 원하는 게 뭐지?’


---


---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인데.

하얀 눈동자는 아까부터 하범을 노려보기만 할 뿐 잠잠하다.


‘인사성 없는 건 여전하네.’


사람이 아는 척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래야지.

귀족이 사회생활의 기본도 못 하면 어떻게 하나?

안 되겠다. 내 특별히 말을 걸어주지.


“너 도서관 되게 좋아하는구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도 도서관 앞에서 봤었잖아.”

”친한 척 굴지 마. 턱걸이.”


말 한번 걸었을 뿐인데 칼이 날아온다.

마음 약한 사람이라면 바로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범에겐 발톱 세우는 고양이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야. 내가 턱걸이란 걸 알고 있네? 귀여워.’


합격 명단 맨 밑에 있는 자신의 이름을 구태여 확인했다는 뜻 아닌가.

하범의 표정이 오히려 더 밝아지니 그녀의 눈초리에 경멸이 섞였다.

그러니 오히려 더 놀리고 싶어졌다.


“아무리 친구가 되기 싫다고 해도 그렇지. 만점까지 받아버리면 어떻게 해?”

”딱히 널 의식한 게 아니야.”

”정말? 아닌 거 같은데? 필사적으로 노력한 거 아니고?”

”그게 내 실력이야.”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하범에게 넘어갔다.

열심히 하범의 의심에 항변하던 셀레나는 순간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휙 돌렸다.

하범 역시 그것을 캐치하고 씨익 웃었다.


”아무튼, 만점 축하해. 다음에 또 보자고.”

”흥! 그럴 일 없을 거야.”


뾰루퉁한 표정까지 아주 일품이다.

셀레나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톡 쏘듯 답하곤 가버렸다.


‘크! 이거지! 티격태격한 포지션!’


남녀 간에 몇 번 부딫히다보면 눈도 맞는 법.

개무시당하는 관계에서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 하범이었다.

잠깐의 여운을 즐기다 하범은 계단을 올랐다.


“이놈의 아티팩트는 왜 이리 무거운 거야. 괜히 한다고 했나.”


테일러가 준 폭죽 아티팩트는 손바닥 크기의 큐브형태였는데, 보기와 다르게 굉장히 무거웠다.

아무래도 속이 납 같은 금속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이것들을 각 아카데미의 건물 옥상에 설치해야 하니 중노동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그 빌어먹을 학원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


---


하범은 아티팩트 설치를 마치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길거리에서 테일러와 마주친 건 그즈음이었다.


테일러는 꽤 인기인이었다.

여학생 무리에서 당당히 중앙을 차지한 채 전형적인 킹카의 모습으로 하하호호 웃으며 거닐고 있었다.

그는 하범을 발견하자 여학생들과 떨어져 그에게 다가왔다.

하범은 차가워진 눈매로 테일러를 노려보았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 힘든 일은 나한테 다 시켜놓고 너는 여자들이랑 놀아나?”

”오해야. 나도 사교부 건물에 막 설치를 끝내고 오던 참이라고. 내가 워낙 매력적이여야지. 여인들이 나를 놓고 보내주질 않잖아~”

”퍽이나 그렇겠다.”


테일러는 갑자기 근처 카페테리아로 가자고 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테일러가 짐짓 가라앉는 톤으로 속삭였다.


“조심해. 너랑 결투했던 그 아론이란 녀석 말이야. 너에 대해 선동하고 다니는 모양이야.”

”뭐?”

“널 아카데미에서 퇴출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대. 아예 서명까지 받아 낸다 하더라고.”


테일러는 사교부에 퍼진 아론의 행적들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녀석은 「귀족 학교에 가론이 웬 말이냐」 라는 명목으로 하범을 퇴출시키기 위한 서명을 받고 무리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내 예상인데. 아마 이번 주말에 있는 신입생 환영 파티에서 학원장과 교수들을 상대로 담판을 지을 모양이야.”


이래서 그때 끝장을 봐 놨어야 하는 건데.

폭력을 통한 서열 정리라면 하범에게도 나쁜 조건이 아니다.

맞설 싸움 실력과 깡따구만 있으면 되니까.


하지만 정치적인 공격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뭔 짓을 하던 맞설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범은 녀석이 외치는 대로 귀족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가론이니까.


”그렇다면 우리 계획이 더 중요해졌네.”


놈들이 그런 얄팍한 수를 쓴다면, 나도 나대로 어그로를 끄는 수밖에 없다.


“설마 너···”

”이렇게 된 거 일을 아주 제대로 벌여야 해.”

”논란은 더 큰 논란으로 잠재운다. 그거로군? 재밌겠는데 그거?”


테일러는 아카데미의 지도를 펼쳤다.

그곳엔 아티팩트 설치 장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럼 아티팩트도 더 많이 필요하겠네. 그리고 적어도 두 개씩은 더 설치해야겠어.”

”아직 설치 안 한 곳도 있잖아. 예를 들면 여기.”


하범이 가리킨 곳은 아카데미 건물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동쪽 숲이었다.

아카데미 내에 뜬금없이 숲이 있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그건 제쳐두고.

위치상으로 보면 그곳에도 아티팩트를 설치해야 할 것 같았다.


”거긴 할 필요 없어.”


테일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항상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하는 녀석이기에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왜?”

”붉은 장미 숲이니까.”

”그게 뭔데?”

”너··· 설마 몰라서 묻는 거야?”


테일러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어이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하범은 진짜 몰랐다.

그걸 테일러가 눈치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녀 님이 사는 숲이야. 거긴 출입 금지 구역이라고.”


아! 마녀!

입시나 결투 같은 사건들의 연속에 그만 잊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마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테일러는 말 없는 하범을 보고 오해했다.


“설마 마녀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거야?”

”아니.”


모를 리가 있나. 여기 온 목적 중 하나인데.

하범은 솟구치는 흥분감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잘 됐어. 이참에 마녀도 만나볼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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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붉은 장미 숲 24.02.22 89 3 14쪽
12 신입생 환영 파티 24.02.20 109 3 17쪽
11 신입생 환영 파티 24.02.19 98 3 14쪽
» 신입생 환영 파티 24.02.17 105 3 13쪽
9 마법과 검 24.02.16 118 3 13쪽
8 마법과 검 24.02.15 124 3 15쪽
7 아카데미 입학 24.02.13 127 4 9쪽
6 아카데미 입학 +2 24.02.12 158 4 12쪽
5 준비 운동 24.02.10 151 4 15쪽
4 준비 운동 24.02.09 174 4 15쪽
3 진실 24.02.08 238 3 18쪽
2 진실 24.02.06 270 5 14쪽
1 낯선 천장 24.02.05 444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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