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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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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7.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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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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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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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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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엑자일 사이러스

DUMMY

점액질처럼 끈적한 초록 액체가 우리 쪽으로 쏘아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푸른 불꽃을 액체에 방사했다.


치이이이익―!


불꽃과 부딫힌 액체는 소멸과 동시에 기화되며 녹색 안개를 뿜어냈다.


안개는 배 위로 몰려들었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커헉! 뭔가 이상해···”

“쿨럭! 몸이 말을 듣지 않···”


피어오른 안개에 노출된 선원들이 갑자기 이상을 호소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건 독 안개다···! 숨을 쉬면 안 돼···! 쿨럭!”


경고하며 소리치던 에스파다까지 쓰러졌다.


“이게 도대체···”


모두가 갑판 위에 쓰러진 채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오직 나만이 멀쩡했다.


분명 전신에 타오르는 푸른 불꽃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리라.


‘침착해.’


당황해서는 안 된다.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나는 뱃머리를 주시했다.


초록 안개 사이로 마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탁한 녹빛의 눈을 한 마녀는 어느새 뱃머리 위에 올라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섬뜩한 눈동자.

일말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의 마녀? 아니잖아. 인간 주제에 어떻게 내 마법에 당하고도 멀쩡하지?”


마녀는 내가 쓰러지지 않은 걸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분노에 찬 내 목소리에도 마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보면 모르겠니? 너희를 죽이러 왔잖아.”


먹이를 바라보는 뱀의 눈동자.

마녀는 진심이었다.


다짜고짜 죽이려 들다니.

대화를 우선하려 했던 내가 너무 물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대화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쉬운 쪽은 우리니까.


마녀는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

선원들은 괴로워할 뿐이다.

분명 저 마녀도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거겠지.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야.”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란다.”


유리 막대에서 다시금 초록빛 액체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푸른 불꽃은 마녀가 내뿜은 독액을 완벽히 소멸시켰다.


“이것 봐. 정말 불의 마녀의 힘이잖아. 어떻게 인간이 마녀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지?”


마녀는 잠시 의문을 곱씹다가, 답을 찾지 못했는지 내게 물었다.


“너. 정체가 뭐야?”


호전적인 경향을 지우지 않는 한, 질문에 답해줄 마음은 없었다.


”사람들을 원래대로 돌려놔.”

”그건 안 되지. 여긴 인간 출입 금지니까. 분명 넘어오지 말라고 울타리까지 쳐놨는데 말이지.”


“그 울타리. 설마 네 짓이야?”

“그럼. 나 말고 여기서 그런 걸 누가 설계할 수 있겠어? 뭐, 동력은 제공받은 거긴 하지만 말이야.”

“왜 그런 짓을 하지?”

“울타리를 친 거? 글쎄. 난 오션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야.”


또 나왔다.


오션.

모두가 그 마녀의 지시를 받는다.


물의 마녀의 수장은 오션이란 마녀가 분명하다.


딴 마녀들은 다 필요 없다.

오션을 설득하지 않는 한, 물의 마녀들이 적대적인 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켈베로스에 대한 부탁도 마찬가지다.


”너희들이 울타리를 넘을 수 있도록 해준 조력자가 있겠지. 뭐, 아쿠아지 않겠어? 오션은 아쿠아가 인간을 데려왔단 사실을 알고 있으려나?”

“너하고 더 하고 싶은 말은 없어! 사람들을 원래대로 돌려놔! 우리를 보내줘!”

“안된다니까? 전부 죽일 거야. 괜히 오션한테 꼬투리 잡히긴 싫거든. 물론 너는 살려둘 거야. 흥미로우니까.”


상대는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말로 해서 안 되면 나도 어쩔 수 없어.”


푸른 불꽃을 발밑으로 퍼트렸다.


갑판 위로 퍼져나가는 불장판.


“호오. 보기보다 대담한데?”


마녀는 독액으로 불꽃을 상쇄하려 들었지만, 푸른 불꽃은 액체를 소멸시키며 밀고 나갔다.


마녀는 자신의 마법이 푸른 불꽃에는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유리 막대를 쓰러진 선원들 쪽으로 겨눴다.


“그거 알아?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이놈은 죽어. 예시를 보여줄까?”


마녀는 유리 막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는 선원이 몸을 부르르 떨며 입에서 거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원은 이미 의식을 잃었다.


즉, 몸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큐보조아는 숙주의 세포 조직을 먹이삼아 무한 증식하지. 잘 봐. 5초 안에 죽을 거야. 5, 4, 3, 2···”


나는 결국 불꽃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마녀의 시선이 내 쪽으로 돌아갔다.


“젠장! 원하는 게 뭐야!”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거 같네.”


마녀는 막대를 내리며 소름 돋게 웃었다.


“우선 네 정체부터 알아볼까? 어째서 인간인 네가 마녀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걸까?”

”난 푸른 불꽃의 마녀 디메시아의 아들이야.”


마녀는 놀랐다는 듯 입을 손으로 가렸다.


“푸른 불꽃의 마녀 디메시아? 책에서 본 적 있어. 가능성 있는 이야기네. 그 정도 레벨의 마녀라면 종의 한계를 넘어 남자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거구나. 새로운 정보네.”

“내 말을 믿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 네 마법은 진짜인걸. 내 큐보조아를 그렇게 쉽게 소멸시키는 불꽃은 지금까지 없었어.”


마녀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질문. 왜 디메시아의 아들인 네가 인간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목적을 말하라는 뜻이었다.


구태여 숨길 이유는 없었다.


”켈베로스가 바다를 건너 이스트 대륙을 침공하려 해. 놈이 바다를 건널 수 없도록 막아달라고 요청하러 온 거야.”

“켈베로스가 바다를 건넌다고?”

”그래.”


마녀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지어낸 이야기라면, 이놈들은 물론이고 저기에 있는 마녀까지 죽여버릴 거야.”


마녀는 선실 쪽을 가리켰다.


그레이스의 존재까지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었다.


“···. 거짓말 아니야.”


마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괴로워하던 사람들은 모두 한순간에 의식을 잃었다.


“놀랄 것 없어. 잠깐 잠재운 것뿐이니까.”


또각. 또각.


마녀는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나는 독극물의 마녀. 엑자일 사이러스야. 넌 뭐라고 부르면 될까?”

”파이론. 묻는 말에 전부 대답했으니, 우리를 보내줘.”


그러자 엑자일이 혀를 찼다.


“그렇겐 안되지. 파이론.”

“너하고 놀아줄 시간이 없어! 말했잖아! 오션을 설득하지 않으면 이스트 대륙이 켈베로스에게 점령당할 거라고!”


마녀는 남 일이라는 듯한 태도로 갑판을 구경하며 말했다.


“그래도 너희를 보낼 순 없어.”

”도대체 왜?”

”애초에 오션에게 가지도 못할 테니까. 오션은 이 아래에 있거든.”


엑자일은 발을 굴렀다.


“바닷속에 있다는 거야?”

”그럼. 물의 마녀가 어디에서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단 소리는 하지 마. 오션이 바다 밖으로 나오지 않은 시간은 수백년도 더 됐으니까.”


낭패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할 줄이야.


바닷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마법 같은 거라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엑자일은 고심하는 나를 보며 덧붙였다.


“참고로, 만난다 하더라도 너희는 입도 뻥끗 못 할 거야.”

”왜?”

”오션이 너흴 보자마자 뭉개버릴 테니까. 그 마녀는 인간을 혐오해. 너희들이 벌레를 혐오하는 것처럼.”

”도대체 왜 그렇게 인간을 싫어하는데?”

”낸들 아니? 바다를 관장하는 자의 시각으로는 너희 족속들이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그래도 만날 거야. 내 사람을 지킬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어떻게든 설득해 보이겠어.”


엑자일은 피식 웃었다.


“어떻게 만나려고? 바닷속에 있다니까?”

”도와줘. 엑자일.”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혔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엑자일은 내게 뭔가를 원하고 있다.


단순히 나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고 하기엔 필요 이상의 친절을 보이고 있다.


나를 힘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다른 방식으로 꼬드기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거기에 응해버리는 게 낫다.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니까.


역시나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 말을 잘 따르면 오션과 대화할 수 있게 해줄게.”

”그게 정말이야?”

”난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해.”

”그걸 어떻게 믿는데?


엑자일은 나를 은근한 눈길로 마주 보았다.


“난 너한테 흥미가 있어. 파이론. 특히 네 능력 말이야.”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거래하자. 너에게 오션과 대화할 기회를 줄 테니, 네 능력을 빌려줘. 물론 증명해야 할 거야. 네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존재인지.”


나는 잠시 고민했다.


오션이 바닷속에 살고 있는지, 정말 인간을 혐오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오션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하는 말이 전부 거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택 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오션을 만나기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나 혼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잠수해봤자 3분도 못 버티는데.


기껏 내려가더라도 오션이 정말 인간을 혐오한다면?

엑자일처럼 다짜고짜 공격해 온다면?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좋아.”


내가 손을 맞잡으려 하자 엑자일은 내 손등을 ‘탁’ 쳤다.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거 별로 안좋아하거든.”


어이가 없었다.


“너가 먼저 내밀었잖아.”

”미안해. 잊어줘.”


엑자일은 손을 퉁겼다.


그러자 배가 서서히 파도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아지트로 안내할게. 오션에게 데려다주는 건 그다음이야.”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도착한 곳은 작은 섬이었다.


그곳에는 생전 본 적 없는 괴상망측한 식물들이 자라나 있었다.


엑자일은 거기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고 배를 섬 안쪽으로 이동시켰다.


배는 섬에 흐르는 강을 따라 나아갔다.


곧 바위산이 나타났고, 그 아래에 입구로 보이는 문이 보였다.


엑자일이 말했다.


“내 실험실에 온 걸 환영해. 파이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건강 이슈로 인해 일주일 가량 휴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묵묵히 읽어주신 분들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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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블루홀 24.05.11 19 1 9쪽
69 블루홀 24.05.10 17 1 6쪽
68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9 21 2 10쪽
67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7 20 2 9쪽
66 미지의 바다로 24.05.06 19 2 8쪽
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27 1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23 2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24 2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20 2 13쪽
61 수습 24.04.29 25 2 15쪽
60 반란 24.04.27 26 2 13쪽
59 반란 24.04.26 26 2 9쪽
58 재회 24.04.25 30 2 8쪽
57 재회 24.04.23 34 2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25 2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26 2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26 2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25 2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26 2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27 2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28 2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27 2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27 2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61 2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24 2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30 2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3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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